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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입주가정교사로 전전하다 클럽 가수의 매니저가 된 페티그루.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는 중년의 페티그루가 겪는 하루 동안의 판타스틱한 모험극이다. 출판 당시 파격을 불러일으킨 원작의 반향, 영화 속 스크루볼코미디의 전통, 화려한 런던 사교계의 과거를 재현한 영화의 비주얼 등을 통해 페티그루의 하루가 얼마나 특별한지 살펴본다.
1. 숨겨진 제인 오스틴, 위니프레드 왓슨
1938년 위니프레드 왓슨이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의 초고를 보냈을 때 메튠 출판사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당시 여성들이 즐겨 읽던 소설은 한적한 전원소설이 주류였다. 그런데 왓슨의 소설은 런던의 웨스트엔드 사교계의 화려한 배경, 입주가정교사라는 여성 직업의 변화, 화려한 클럽이 등장하는 전혀 새로운 영역이었다. 더군다나 소설 속 여성들은 사랑을 성공의 발판으로 삼거나 자유연애를 일삼는 등 대담하고 파격적인 연애관을 설파하고 있었다. 주변의 우려에도 왓
[알고 봅시다] 중년 여성이 하룻동안 겪는 판타스틱한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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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적인 바이올린 연주로 시작되는 비발디의 <사계> 여름 3악장이 배경음악으로 깔리고, 한 남자가 절망에 빠진 듯 쭈그려 앉아 담뱃불을 바닥에 비벼 끈다.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은 긴박함. 과연 이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인상적인 영화의 오프닝이 지나고 나면 대문 앞에 쭈그려 앉은 남자, 형석의 추레한 모습이 화면에 잡힌다. 형석은 어젯밤 친구들과 과음했고 필름이 끊겼다. 날아가버린 기억을 애써 찾아주는 친구의 전화. “근데 왜 그랬냐? 너 어제 서연이한테 고백했어.”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짝사랑해왔던 서연에게 그런 식으로 고백해버리다니. 형석은 변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서연에게 전화를 걸지만 상황은 꼬여간다. 감정 잡고 녹음한 메시지는 버튼을 잘못 눌러 날아가버리고, 마음 가다듬고 건 두 번째 전화에선 민망한 말들이 녹음된 채 배터리 부족으로 전원이 꺼진다. KT&G 상상마당의 ‘이달의 단편영화’ 5월 우수작 중 한편으로 선정된 백종현 감독의
[이달의 단편] 사랑 고백, 버튼 잘못 눌러 날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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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1-1> 각본에 참여했던 한 작가는 요즘 글쓰기에 골몰하고 있다. 새로운 시나리오냐고? 아니다. 그가 집필 중인 것은 소설이다. 언젠가는 시나리오를 쓰려고 염두에 두고 있었던 아이템을 소설로 써서 책을 내려는 것이다. 소설가로 전업한 것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소설이 완성되고, 그것이 무사히 출간돼 시장에서 주목을 끌게 되면 그는 다시 자신의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쓸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지금 훗날 영화화될 ‘원작 소설’의 작가이자 각색자가 될 것을 생각하고 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영화화될) 책의 아이템을 검토하고 개발비를 지원하겠다는 외부 제안을 몇번 받았다고 말한다. 책 출판과 영화화를 동시에 염두에 두는 사람들이 제작과 출판업쪽에도 있다는 얘기다.
이렇듯 시나리오작가가 훗날 영화화 작업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외 장르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창작하는 경우는 또 있다. 시나리오작가집단 ‘스토리즘’은 국
[포커스] 시나리오 전에 소설부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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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예민했다. 지난 9월4일 공개된 신동일 감독의 영화 <반두비>의 촬영현장은 충무로의 한 지하노래방이었다. 촬영팀은 배우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단체로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섰고, 제작부는 아주 작은 소리도 왕왕 울리는 노래방의 특성상 주변 건물에 양해를 구하러 다니기 바빴다. 이날은 주연배우 네명이 ‘유일무이하게’ 한자리에 모이는 날. 엄마와 사사건건 충돌을 빚었던 여고생 딸이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엄마에게 소개하는 날이기도 하다. 노래방 카운터를 보던 엄마(이일화)는 딸(백진희)과 손을 맞잡은 남자(마붑 알엄)의 ‘다른’ 얼굴색을 보고는 표정이 굳어지고, 딸은 그녀의 새아빠가 되고 싶다며 엄마 옆에 찰싹 붙어 있는 한량(박혁권)의 존재가 마뜩지 않다.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들은 살벌한 분위기를 전환해보려는 듯 가벼운 인사를 나눈다. “카림이라고 합니다.” “…잘생겼네.”
지난 2005년 <방문자>로 주목받았던 신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반두비>
여고생 딸, 엄마에게 이주노동자 남친을 소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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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차도, 발전차도, 웅성거리는 스탭도 보이지 않는다. 8월29일. 제주도 한림읍 귀덕리에 자리잡은 강요배 화백 작업실은 영화를 찍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도록 평온하다. 평상에 모여 홍상수 감독이 난산 중인 오늘치 대본을 기다리고 있는 열서너명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스탭 전부다. 고사에는 출연배우 매니저들이 스탭보다 머릿수가 많았다는 말이 그럴듯하다. 홍상수 작품 번호 9번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제)에 너나없이 노 개런티로 합류한 배우는 김태우, 엄지원, 고현정을 비롯해 유준상, 공형진, 문창길, 하정우, 정유미 등 호명하기가 숨차다. 인물도 많고 대사도 많다. 줄곧 관객을 이끄는 영화의 구심점은 김태우가 분하는 영화감독 구경남. 하지만 그 또한 명실상부 구경하는 남자다. 구경남은 어떤 식으로든 ‘새 삶’을 시작한 과거의 지인들을 순방한다. 제천에서 영화제 프로그래머 공연희(엄지원)를 만난 경남은 제주도로 와 선배 양천수 화백(문창길)과 그의 젊은
구경하는 남자, 구경남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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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터비아>의 감독과 배우, D. J. 카루소와 샤이어 라버프가 다시 만난 신작 스릴러 <이글 아이>가 개봉 첫주 292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다. 개봉 전 기대했던 예상 수입 3천만달러보다는 조금 부족한 수치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한 <이글 아이>는 악용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경각심을 깨우는 액션 스릴러로, 휴대폰, GPS, CCTV 등 편의를 위해 이용되는 기술이 감시 체계로 변할 때 가져올 수 있는 결과를 이야기하는 매끈한 상업영화다. 여름 시즌이 마무리 된 뒤, 1500만 달러 선에서 1위가 결정되던 지진함을 겪던 극장가는 <이글 아이>의 개봉으로 오랜만에 함박 웃음을 터뜨렸고,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2.3% 상승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글 아이>는 <스위트홈 알라바마> <러시 아워> <에밀리 로즈의 엑소시즘>의 뒤를 이어 4번째로 높은 9월 개
샤이어 라버프의 <이글 아이>, 美 극장가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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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도 나가서
토벤이같이 돈 좀 벌었으면.
내년 1인당 세부담, 31만원 늘어
종합소득세, 근로소득세, 부가세는 오르고
종부세만 30% 깎아줘. 욕 나와….
멜라민 파문 식품업계에 일파만파
우유는 슬프다 유제품도 슬프다
하지만 우리는 죽을지도 모른다 orz.
일본 ‘쌀 파문’ 장관 사임
그래도 그 집은
누군가 책임을 지는군요.
韓美 비자면제 관련 실무협상 타결
이제 와 비자 면제되면 뭐해.
달러 오르고 비행기값 올라서….
아라시, 두 번째 내한공연 30분 만에 매진
이거 여분 표 구하신 분
저한테 연락 좀 해주세요. (훌쩍)
<1박2일>팀, 두산 vs 롯데전 촬영 논란
분위기 파악 못하는 쇼프로라니. -_-
그 경기가 어떤 경기였는데!
그때부터 롯데 계속 지고 있더라?
“송일국이 폭행” 무고 여기자 징역 1년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랬는데
그만 옷깃이 안 스쳐서;;
“차분하면 진보 화 잘내면 보수”
미국 연구팀이 연구했단다.
그러면 난 보수라는
[이주의 한국인] 우리 개도 나가서 토벤이같이 돈 좀 벌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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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55번째는 김충남이 기증한 <생명> 시나리오와 촬영일정표입니다.
1958년 7월16일 수도극장과 세기극장에서 개봉한 이강천 감독의 <생명>은 한국 최초의 시네마스코프영화이자 수도영화사 안양촬영소의 1호 작품이다. 이승만 정권의 특혜 속에 1957년 6월 건립된 안양촬영소는 3만3500평의 부지와 동시녹음이 가능한 200평과 400평의 A, B스튜디오를 포함한 건평 1975평 규모에 미국에서 들여온 미첼카메라 3대, 웨스트렉스 녹음시설은 물론 수중촬영이 가능한 ‘풀’ 시설, 필름 현상시스템, 독자적인 발전소까지 갖춘 그야말로 꿈의 영화공장이었다. 이와 더불어 수도영화사 사장 홍찬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을 본떠 본격적인 프로듀서 시스템을 도입해 스스로 ‘제너럴 프로듀서’를 맡았다. <생
[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55] <생명> 시나리오와 촬영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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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마미아!> 전세계에서 흥행 순풍
<맘마미아!>의 흥행에 순풍이 불고 있다. 7월 초 영국, 네덜란드, 그리스 등을 시작으로 전세계 스크린에 모녀의 사랑을 수놓은 <맘마미아!>는 미국에서만 1억4100만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으며, 미국 밖 48개 국가들에서 추가로 3억34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한국, 브라질 등에서 2주 이상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프랑스, 멕시코에서도 선전 중이다. 특히 영국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11주째 머물고 있는데, 2008년 영국 개봉작 중 최고성적을 달성했고, <타이타닉>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의 뒤를 이어 올타임 영국 흥행성적 4위에 올랐다.
2009년 10월, 3D 아톰을 만난다
일본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의 극장판 CG애니메이션 <애스트로 보이>가 개봉 스케줄을 확정했다. 입체감을 갖춰 되살아난 아톰이 극장으
[해외단신] <맘마미아!> 전세계에서 흥행 순풍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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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포럼, 에릭 로메르 특별전 개최
10월1일부터 7일까지 필름포럼에서 에릭 로메르 특별전이 열린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1983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수상작 <해변의 폴린느>, 1970년 뉴욕비평가협회 각본상 수상작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등을 비롯해 <클레르의 무릎> <아름다운 결혼> <내 여자 친구의 남자친구> 등 1970~80년대의 대표작 다섯편이 상영된다. 특별전 기간 중 영화 상영 뒤에는 ‘에릭 로메르의 작품 세계’란 주제로 특별 강연도 있을 예정이다. 시간표 및 자세한 사항은 필름포럼 홈페이지(www.filmforum.co.kr)에서 확인.
영진위, 한국영화 투자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개최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9월24일, ‘한국영화 투자활성화를 위한 창투사 간담회’를 개최했다. 코엑스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아시아문화기술투자(주)의 유인택 대표와 소빅 창업투자(주)의 박현태 대표, 보스톤
[국내단신] 필름포럼, 에릭 로메르 특별전 개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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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술이나 한잔….”
이맘때면 어김없이 들리는 영화인들의 인사말입니다.
인사로 끝나는 게 다반사지만, 그만큼 충무로가 텅텅 비는 시즌입니다.
올해 부산에서는 어떻게 보내실 계획입니까?
우리 회사는 이벤트를 하러 가는데, 나는 놀러 간다. (웃음) 하루 정도는 지원해주고, 나머지는 놀 생각이다. 일단 파티들을 돌아다닐 생각이고, 영화를 많이 볼 거다. 사실 다른 것보다도 술 마실 생각에 부풀어 있다. 지난해에도 가서 영화는 안 보고 술만 마셨다. (웃음) 올해 영화제는 여기저기에 이벤트나 볼거리가 많을 것 같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개봉하는 영화들이 좀 있으니까.
_역시나 내려가면 만나서 술이나 한잔하자는 마케터 A
이번에는 몇 군데의 해외 세일즈사와 미팅을 할 생각이다. 일본과 동남아시아쪽 회사를 만난다. 그리고 회사 직원들끼리 단체회식을 부산에서 하기로 했다. 영화도 봐야지. <경박한 일상>와 <산의 사랑하는 당신>을 점찍어두고 있다.
[이주의 영화인] 10월이면 부산으로! 올해도 가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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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기/ 배우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지나간 우리 영화는 그저 소모품처럼 낡은 것으로 여기기 일쑤다. 물론 예전의 많은 작품들이 잘 보존되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이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좋은 작품들을 볼 기회와 장소가 극히 적다는 것 때문에 그들이 가진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다는 점이 너무도 안타깝다. 우리의 영화팬들이 지난 작품들을 다시 볼 수 있고 즐길 수 있을 때 우리 영화는 좀더 풍부해지며 탄탄한 전통을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서울아트시네마가 많은 관심과 사랑 속에서 이 막중한 역할을 잘해나가길 기원합니다.
[시네마테크 후원 릴레이 134] 배우 안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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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무어가 신작 <슬래커 업라이징>(Slacker Uprising)을 인터넷으로 무료개봉했다. 2004년 대선 당시, 무어가 민주당 존 케리 후보를 지지하며 미국 60개 도시를 순회 강연했던 영상을 편집한 <슬래커 업라이징>은 9월23일 공식 웹사이트(www.slackeruprising.com)를 통해 대중에 공개됐다. 100분 분량의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 거주자들에 한해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으며 9.95달러에 부가영상이 추가된 DVD 구입이 가능하다. 제목 <슬래커 업라이징>은 “게으름뱅이의 반란”이라는 의미로, ‘슬래커’는 선거권을 행사하지 않는 젊은 유권자층을 일컫는 말이다. “이 영화로 돈벌 생각은 없다”고 한 마이클 무어는 이번 온라인 개봉을 두고 “합법적으로 유료 다운로드할 수 있는 최초의 상업장편영화”라고 의의를 설명했으며, <볼링 포 콜럼바인> <화씨 9/11> <식코> 등 이제까지 자신의 영화를
[what’s up] 온라인으로 무료개봉한 마이클 무어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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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 직전 <버라이어티>에 유럽의 가장 중요한 세 영화제 위원장들의 프로그래밍 솜씨를 비교하는 글을 썼다. 그 글은 우리가 어떻게 세 사람- 베를린의 디에터 코슬릭, 칸의 티에리 프리모와 베니스의 마르코 뮐러- 의 취향이 아젠다를 설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세 사람의 군림은 2000년대 초엽부터 시작되었고 앞으로 코슬릭과 뮐러의 계약이 끝나는 최소 2011년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 시기를 코슬릭-프리모-뮐러 시대라고 부른다면, 80년대와 90년대 ‘질 자콥(칸)-모리츠 드 하델른(베를린)’ 시대만큼 중요한 시기일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프로그래밍 솜씨와 국제적인 안목만 놓고 보자면 세명 중 뮐러야말로 가장 자신의 자리에 적절하며 뛰어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프리모와 코슬릭은 칸과 베를린 이전에는 영화제를 프로그래밍해 본 적이 없다. 반면 뮐러는 20년의 경력을 갖고 있다). 다른 사람들도 내 의견에 모두 동감이었다. 그리고 몇주 전 드디
[외신기자클럽] 마르코 뮐러의 실패로 얼룩진 베니스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