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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작가의 소설 <트렁크>는 심리보다는 사건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주인공의 이름은 노인지다. 술자리에서 ‘노인지 예스인지’라는 아재개그를 몇번이나 들었을지 모를 이름. 직책은 결혼정보업체 웨딩라이프의 비밀 자회사인 NM(new marriage)의 차장이다. 결혼을 원하는 남자와 계약결혼을 하고 기간제로 같이 살아주는 게 그녀의 일이다. 남편(이자 고객)과 술을 자주 마시는 그녀는 문득 이 이상한 회사에서 벗어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객과 결혼을 하고 잠자리를 함께 하고 맥주를 마시며 시답잖은 대화를 나누는 결혼 관계를 지속하며 20대가 지나간다. 그녀처럼 이상한 직장에 다니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퇴근 후 스탠드 불빛에 의존해 <트렁크>를 읽으며 이 문장에서 멈춰 섰다. “체념이라고 하기에는 내가 가엾고, 신념이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비겁하다. 꽉 막힌 병목구간을 어떻게든 빠져나가는 자동차처럼 언젠가는 나도 이 지난한 삶
[씨네21 추천 도서] <트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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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내게 ‘언젠가 읽긴 읽어야 하는데 왠지 모르게 손이 안 가는 책’이었다. 물론 이건 나에게 그랬다는 말이다(창비에서 1993년 출간 후 100쇄 이상 찍었으니 나만 읽기 싫었나 봄) 왠지 수능시험의 언어영역 지문을 마주한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끝맛에 꽃향기가 진하게 남는 맥주를 큰 잔에 콸콸 따른 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었는데 이 책이 얼마나 유용한 정보를 담은 여행기인지를 새삼 깨달았다. 지역의 역사와 유물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여행기란 흔치 않다. 모처럼 얕고 넓은 지식이 아니라 깊고 깊은 지식을 얻으며 전문가의 국내 여행을 따라다니니 독서 중에 자꾸만 밖에 나가고 싶어졌다. 맥주,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책 한권을 옆구리에 끼고 주말 남도행 티켓을 끊었다.
술을 부르는 문장
그러자 이 조용한 가양주 9단은 느린 어조로, 그러나 단호한 자세로 반드시 어두운 곳이어야 한다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대답하였다. “
[씨네21 추천 도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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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내성적인>은 최정화의 단편소설을 모아놓은 소설집이다. 작가는 2012년 창비신인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수면 위에는 아무런 파동도 없는 평온한 일상, 하지만 불안은 언제나 내재되어 있다. 싸움 한번 없었던 부부 관계는 그래서 더 위험한 균열을 품을 수 있고, 서로를 배려하는 동거인들은 그 배려 때문에 불편한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아주 미세한 감정의 여진을 감지해낼 수 있는 예민하고 소심한 사람들. 최정화 소설집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개 그런 사람들이다. 태어났을 때부터 오십살이었던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중년 여성은 알코올에 중독되듯 거짓말의 희열에 빠지고(<홍로>), 완전무결한 외모를 가졌지만 갑자기 틀니를 하게 된 남편은 술을 마셔서라도 틀니의 존재를 잊으려 한다(<틀니>). 소심한 사람들이 용기를 얻거나 기분을 쇄신하고자 할 때 맥주는 도화선이 된다. 그때 이렇게 말할걸, 이렇게 행동할걸… 후회할 일투성이인 ‘지
[씨네21 추천 도서] <지극히 내성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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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히 흘러가는 일상 속에 ‘책’이라는 돌멩이를 퐁당퐁당 던져 넣는다. 책은 문제인지도 몰랐던 문제들을 의식하게 하고, 생각하게 하고 또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소설, 인문, 청소년 서적 등 문학과 비문학을 오가며 한국인의 일상에 ‘좋은 책’을 더해 갔던 창비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창비가 내놓았던 좋은 책들은 너무 많지만 그 중에서도 봄밤, 맥주와 함께 찬찬히 읽으면 좋을 책들을 꼽아봤다.
[씨네21 추천 도서] 책과 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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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창비학당 제2기 강좌 시작!
‘나와 세상을 바꾸는’을 모토로 한 창비학당의 제2기 강좌가 2016년 5월 문을 엽니다. 창비학당은창비와 세교 연구소가 공동으로 설립한 열린 배움터입니다. 독자들과 소통하는 인문 사회 교육을 통해 더 큰 출판의 내일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문예/교양/독서학교/친구 강좌, 깊고 알찬 14개 강좌를 선보이다
문예 강좌
‘최영미 시인’ , ‘김리리 동화 작가’, ‘손택수 시인’, ‘손홍규 소설가’, ‘조해진 소설가’, ‘백승권 글쓰기 강사’
지난 50년 동안 한국문학에 기여해 온 창비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문예 강좌는 미술사/시/소설/아동문학으로 나눠 각각 최영미 시인, 손택수 시인, 손홍규 소설가, 조해진 소설가, 김리리 동화 작가가 진행합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이 맡은 강좌 <문학이 숨 쉬는 서양 미술사 1: 로코코에서 팝아트까지>는 서양 미술의 각 시대를 특징짓는 중요한 작
[창비학당] 나와 세상을 바꾸는 열린 배움터, 창비학당 제2기 강좌 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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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더 강렬한 영상미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박찬욱 감독 신작 <아가씨>의 개봉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3일 오전 ‘스타일 예고편’을 공개했다. 해외용으로 제작된 이 예고편은 티저 포스터 디자인에 참여했던 영국의 엠파이어 디자인(Empire Design)이 작업했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그리고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김태리)와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69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이 영화는 오는 6월 개봉 예정이다.
디지털미디어팀 cine21-digital@cine21.com
박찬욱 감독 <아가씨> 스타일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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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 The Jungle Book
감독 존 파브로 / 목소리 출연 빌 머레이, 벤 킹슬리, 이드리스 엘바, 루피타 니옹고, 스칼렛 요한슨,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 닐 세티 /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 개봉 6월2일
동화 <정글북>이 실사영화로 만들어졌다. 정글에 버려져 늑대들의 무리에서 길러진 인간의 아이 모글리(닐 세티)는 정글의 무법자인 호랑이 쉬어칸의 위협을 받게 되면서 결국 유일한 안식처 정글을 떠나기로 한다. 모글리는 늘 자신을 지켜주었던 흑표범 바기라와 함께 쉽지 않은 여정에 오르고, 인간이 휘두른 불에 데어 큰 상처를 입은 쉬어칸은 인간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을 키워가며 모글리의 뒤를 쫓는다. 모글리는 <정글북>의 유일한 실사 캐릭터이며, 12살 소년 닐 세티가 20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모글리로 낙점됐다. 목소리 출연진도 화려하다. 벤 킹슬리가 모글리의 멘토 바기라, 빌 머레이가 모글리의 모험을 응원하는 곰 발루
[Coming Soon] 디즈니 실사영화 <정글북> The Jungle Book 속편 제작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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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가제)에 송강호가 출연한다. 영화는 광주의 참상을 전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도운 택시 기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송강호는 힌츠펜터 기자를 택시에 태워, 길목마다 검문을 벌이던 계엄군을 따돌리고 그를 무사히 광주에서 벗어나게 해준 택시기사 김사복을 연기할 예정이다.
영화 <의형제> <고지전> 등을 연출한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유해진·류준열 등이 캐스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고인이 된 힌츠페터는 “내가 죽게되면 5·18이 있었던 광주에 묻어 달라”고 한 생전 그의 당부에 따라 광주 망월동 구묘역에 묻힌다.
디지털미디어팀 cine21-digital@cine21.com
송강호, 5·18 영화 <택시운전사>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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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실사영화 <정글북>과 샤룩 칸의 <팬>이 맞붙었다. 발리우드와 할리우드의 정면 대결이다. 인도 극장가는 자국영화가 주도해왔지만 할리우드 역시 활발하게 인도 영화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다만 이중 발리우드 히트작과 호각지세를 이룬 영화는 드물다. 인도에서 흥행을 상징하는 스코어는 10억루피다. 흔히 ‘10억루피 클럽’으로 불리는데, 외화의 경우 제아무리 세계적인 히트작이라도 이 클럽에 입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정글북>이 개봉 열흘만에 단숨에 10억루피 클럽에 가입했다. 이에 발리우드는 낼 수 있는 최상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때마침 인도 최고의 스타 샤룩 칸의 <팬>이 개봉한 것이다.
먼저 <정글북>은 ‘큰 한방’에 대한 인도 관객의 목마름을 충족해준 작품이라 할 만하다. 배경이 인도인 데다 대자연에 소년과 동물이 등장해 인도인의 정서상으로도 이질감 없는 내용이며, 가족 중심의 인도에서 남녀노소 할 것
[델리] 샤룩 칸의 <팬>과 <정글북>의 발리우드 1주 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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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히어로물과 차별화해 많은 부분을 드라마로 채우는 모험을 했다.
=조 루소_확실히 모험이었지만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결국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다. 우리 형제는 기존 히어로물을 변주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는 데 희열을 느낀다. 히어로물 시장은 이미 포화됐기에 심도 있고 차별화된 작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린 항상 특별한 스토리텔링 안에 감정을 깊이 실어 전달하려 하고, 유머와 균형을 맞추려 노력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캐스팅이 관건인데, 이번만큼 잘 갖춰진 캐스트를 확보하긴 쉽지 않았다. 배우들이 캐릭터를 잘 살려줘서 이야기를 입체감 있게 전달할 수 있었다.
-히어로들의 능력을 통제하에 두자는 ‘소코비아 협정’에 충성심 강한 군인이었던 캡틴 아메리카는 반대하고 자유분방한 아이언맨은 찬성한다.
=조 루소_처음부터 캐릭터의 반전을 의도해 기획한 결과다. 납득이 가는 변화를 위해서는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모두에게 충분한 감정적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캡틴 아메리카
[현지보고] 조 루소 감독·크리스 에반스·앤서니 마키·세바스천 스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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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서막이 열렸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3를 여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히어로의 능력을 각국 정부와 유엔 통제하에 두는 소코비아 협정의 찬반을 두고 반대파 캡틴 아메리카와 찬성파 아이언맨이 팽팽히 대립하는 영화다. 마블은 지난 시리즈들을 통해 조직의 통제를 인정하는 캐릭터와 반기를 드는 캐릭터의 심리적 궤적을 촘촘히 그려왔다. 애국심 넘치는 미군의 표상이었던 캡틴 아메리카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하이드라에 점령된 쉴드의 실체를 알고 조직에 대한 불신을 품게 되고, 소코비아 협정에 반발하며 자신이 믿는 바를 행한다. 반면, 자유분방한 히어로였던 아이언맨은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선한 의도로 만든 울트론이 세계를 파괴하려는 모습을 목도하며, 희생된 시민들의 사연을 접하고는 자신의 힘이 통제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대척점에서 반대의 방향으로 성장해온 두 캐릭터의 이야기가 <어벤져스>나 &
[현지보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조 루소 감독과 팀 캡틴 아메리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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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숙의 별명인 갓숙을 활용한 메뉴가 개발됐다.
세계 면요리 전문점 바른면집은 “대세 예능인 김숙을 홍보모델로 발탁하며 김숙 이미지에 맞는 신메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김숙의 별명이 갓숙인 점에 착안. 쑥을 활용한 소바와 까르보나라 등을 만들어 ‘갓쑥소바, 쑥이보나라, 쑥이불닭면’등의 메뉴를 개발한 것.
주식회사 CMG 전성호 대표는 “바른면집의 홍보모델인 김숙이 여성들의 입맛에 딱 맞는 어록을 유행 시킨 것처럼, 신메뉴들도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계 면요리 전문점 바른면집은 최근 김숙을 홍보모델로 내세워 창업시장에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김숙 메뉴들은 바른면집에서 맛 볼 수 있다.
김숙 메뉴 나온다. “갓쑥소바, 쑥이붉닥면, 쑥이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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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광고까지 접수하며 대세 행보를 이어온 김숙이 요식업계 홍보모델도 접수했다.
세계 면요리 전문점 바른면집은 “대세 예능인 김숙을 홍보모델로서 함께하기로 했다”며 “여성들의 입맛에 딱 맞는 어록을 만든 김숙이 바른 먹거리를 제공하는 바른 면집의 음식들을 통해 여성들의 진짜 입맛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고 밝혔다.
김숙이 홍보모델로 활동하는 바른면집은 세계각국의 다양한 면요리를 판매하는 면요리 전문점이다. 바른 먹거리를 통해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최상의 맛과 가격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면서 최근 창업시장에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다.
숙크러쉬 김숙, ‘바른면집’ 홍보모델로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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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1049호부터 부산국제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지지 캠페인을 매주 실을 예정입니다. 이주의 지지자는 싱가포르 감독 탄핀핀입니다. <무빙 하우스>(2001), <싱가포르 가가>(2005), <보이지 않는 도시>(2007) 등의 작품을 통해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잘 알려진 그녀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싱가포르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때때로 작품의 관점이 정부의 입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국에서 영화 상영을 금지당하기도 했던 탄핀핀 감독이기에, 영화제의 자율성과 독립성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는 그녀의 글은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싱가포르의 정치적 망명자에 관한 내용을 다룬 영화 <싱가포르에게, 사랑을 담아>(2013)가 완성될 무렵, 이 영화 역시 아마 싱가포르에서 상영이 금지되지 않을까, 예감했습니
[부산국제영화제를 지켜주세요] 따뜻하고 소중한 공간을 지키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