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은 맑고 기온은 쌀쌀한, 전형적인 늦가을 날씨였다. 이 날씨는 1박2일 일정으로 <여고괴담4: 목소리>의 최종 오디션을 치르러 경기도의 한 수련원으로 떠나는 13명의 소녀들 그리고 그들을 감싸는 분위기와도 비슷했다. 소녀들의 얼굴은 하나하나가 맑았고, 3명만이 걸러지는 최후 관문의 긴장감이 간간이 쌀쌀하게 불어왔다. 차는 예정보다 늦게 출발했다. 행사 진행을 위해 동참한 연출부가 아이들에게 이른다. “자, 각자 자기 매니저들한테 손 흔들고 인사! 잘 다녀올게요, 오빠.” 줄어든 시간을 벌기 위해, 흔들리는 차 안에서는 간단한 레크리에이션이 벌어졌다. 오디션 중에 벌어지는 모든 순서는 다 심사 대상, 이라는 무시무시한 공지를 아직 영화사로부터 듣기 전이다. 시작부터 매서운 각오를 주고받기보다 서로 서먹한 가운데서도 마주 보며 까르르 웃는 게 더 좋은 그들. 한명씩 앞에 나설 때마다 소녀들의 얼굴은, 멀리서 지켜봐도 햇빛을 받아 말갛게 빛난다. 생기란 저런 것이다.
김옥
누가 호러퀸이 될 것인가? <여고괴담4: 목소리> 최종 오디션 현장
-
레스토랑 내부가 넓지 않은 탓인지 세팅이 쉬워 보이진 않는다. 두 사람도 서 있기 힘든 화장실 안조차 촬영기자재가 자리를 턱 차지하고 있다. 복잡하고 좁은 현장이 예정된 세팅 시간을 한 시간쯤 넘기고 나서야, 누군가 “테스트 들어가겠습니다”라고 외친다. 꼭꼭 숨어 있다가 어느새 나타난 배우 이동건, 한지혜, 신이는 테이블 하나를 자리잡고 앉아 감독과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눈다. 이날 가장 많은 대사를 처리해야 할 신이는 까다롭고 긴 대사를 틈틈이 곱씹느라 입을 오물거리고 커다란 눈을 굴린다.
B형 남자와 A형 여자의 연애담을 그리는 <B형 남자친구>가 이날 공개한 장면은 하미(한지혜)가 룸메이트인 채영(신이)에게 남자친구 영빈(이동건)을 인사시켜주는 대목. 하미를 통해서 들은 얘기만으로도 영빈이 탐탁찮았던 채영은, “혈액에는 말이죠, 호르몬, 신경전달 물질 등이 있고 뇌에 깊숙이 존재하는 유전자 시계를 조절하면서…” 식으로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은 뒤 B형의 성격이 가장 나
로맨틱코미디 < B형 남자친구 > 촬영현장
-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게 될 것이다. 지난 11월12일 오후 3시. 분당 서현역 광장에서 최민식이 혼자 울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최민식의 주먹이 혼자 울고 있다. “인간 샌드백이 되어 스트레스를 풀어드립니다. 남자 1분, 여자 2분 1만원. 전 아세안 게임 은메달리스트”라고 적힌 피켓을 차가운 바닥에 세워두고, 최민식은 목을 놓아 지른다. “오세요! 오세요! 스트레스를 풀어드립니다!” 둘러서서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보는 군중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광장은 링이고, 돈벌이의 무대고, 삶의 수단이다. 오래되고 낡은 트레이닝복이 땀에 물드는 만큼 만원짜리 지폐는 많아 질 것이고, 오늘도 목구멍에 풀칠은 할 수 있을 게다.
<주먹이 운다>의 촬영현장은 그렇게 혼재된 감정이 폭발하는 장소다. 엑스트라들과 기자들과 지나가는 행인들로 정신없는 역전 광장의 중심에서 핸드헬드 카메라는 자유로운 최민식의 동선을 재빠르게 쫓는다. 그런가 하면 광장에서
최민식, 류승범 주연의 류승완 감독 신작 <주먹이 운다> 촬영현장
-
니콜라스 케이지의 신작 <내셔널 트레져>가 2주 연속 미국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면서 추수감사절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추수감사절 휴일이 25일(목)부터 26일(금)인 관계로, 실질적인 연휴가 24일(수)부터 시작된 셈이었다. 덕분에 <내셔널 트레져>는 24일부터 5일간 4600만불 이상을 거뒀고, 26일부터 주말 3일간은 3300만불을 거둬들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전주보다 겨우 6%만 하락한 수치여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보물사냥꾼으로 활약하는 <내셔널 트레져>는 <콘 에어> <더 록>을 만들었던 제리 브룩하이머의 액션 어드벤처 영화다. 이번 신작의 성공으로 제작자 브룩하이머의 명성은 한동안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다.
추수감사절 특수를 누린 영화는 <내셔널 트레져> 뿐만이 아니었다. 디즈니와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이 2400만불을 벌어들이면서 3위에서 2위로 상승하는 저력
<내셔널 트레저> 미국 박스오피스 2주연속 1위
-
-
하나님 아버지는 오스카를 위한 광고 전쟁에 발을 담그는 것이 썩 내키지 않으셨나 보다. 멜 깁슨과 그의 ‘아이콘 영화사’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않은 것에 전혀 개의치 않으며, 오스카 후보 선정을 위한 홍보에도 아무런 돈을 쓰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보통 오스카 시즌을 맞은 거대 영화사들은 자사의 작품을 홍보하기 위한 TV, 라디오, 지면 광고에 수백만달러를 아낌없이 퍼붓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오스카를 주최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쪽은 이같은 광고전이 오스카의 정신을 변질시키는 것이라며 여러 해 동안 자제를 당부해왔다.
아이콘 영화사의 브루스 다비는 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상에 참여하는 것이 영화의 홍보를 위해 돈을 퍼붓는 것에 불과하다면, 멜 깁슨과 아이콘 영화사는 그같은 게임에 동참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그같은 사실을 확실히 공고했다. 다만 수백만달러의 홍보를 대신하여, 오스카 심사위원들을 위한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멜 깁슨, 오스카 광고전 불개입 천명
-
발레교습소에서 훈련소로. <발레교습소>를 통해 영화데뷔에 성공한 god 출신 윤계상이 12월7일, 훈련소에 들어간다. 11월21일 입영영장을 받은 그는, 이틀 뒤 “군대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계속 같은 고민을 반복할 것 같다”며 입대 결정을 통보했다. 유력한 영화와 미니시리즈로부터 구체적인 출연제의를 받았던 그의 이번 결정은, 최근 이슈가 된 연예인들의 군대문제와 관련한 부담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윤계상쪽은 “제대 뒤에도 계속 연기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계상, 교습소에서 훈련소로!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861만달러 외화 벌이
박스오피스모조에 의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25일까지 해외에서 모두 861만1960달러의 입장료 수입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2일 소니 배급망을 타고 북미 지역에서 개봉해 10월10일까지 238만788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으며, 해외 기타 지역에서는 25일까지 623만달러의 입장료 수입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개봉한 한국영화 중 역대 최고의 흥행성적이다.
마파도 크랭크 업
이름부터 수상한 섬, 마파도에서 다섯 할매들에게 무임금 노역에 시달리는 두 건달의 못 말리는 해프닝을 그린 영화 <마파도>가 11월23일 촬영을 마무리했다. 그러잖아도 촬영 내내 얻어맞고 넘어지며 몸을 굴려야 했던 이문식은 마지막까지 할머니들에게 집단으로 두들겨맞는 수모를 견뎌야 했다고. 여운계, 김수미, 김을동 등 만만찮은 할매들이 철없는 두 남자 이문식, 이정진을 ‘길들인’ 결과는 내년 1월2
[국내 단신]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861만달러 외화 벌이 外
-
샘 레이미, <이블 데드> 리메이크한다
저예산 호러무비의 대표작 <이블 데드>가 다시 만들어진다. 최근 <주온>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그러지>(Th Grudge)를 흥행작으로 만든 샘 레이미 감독(사진)이 <이블 데드>(1981)를 다시 만들기로 했다. 제작자 롭 탭퍼트, 배우 브루스 캠벨을 끌어들였지만 원작에서 각본, 연출, 제작을 도맡은 레이미는 연출은 맡지 않는다. 외딴 시골을 무대로 한 하우스 호러인 <이블 데드>는 세너터 인터내셔널이 전액 투자하며, 전세계 판권 권리도 소유한다.
<해리 포터> 5탄 감독, 데이비드 예이츠로 선정
<해리 포터> 시리즈의 5번째 작품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감독으로 영국 출신 데이비드 예이츠가 선정됐다고 <버라이어티>가 보도했다. 예이츠는 영국에서 인기를 얻은 TV시리즈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연출했으며, 주로
[해외 단신] 샘 레이미, <이블 데드> 리메이크한다 外
-
올리버 스톤의 <알렉산더> 혹평 일색…일부 예술가와 게이잡지는 호평
올리버 스톤의 신작 <알렉산더>가 지난 11월24일 수요일 미국 전역에서 일제히 개봉했다. 이에 따라 <뉴욕타임스> <LA타임스> <롤링스톤> <버라이어티> 등 주요 언론들이 앞다투어 평을 내놓았는데, 분위기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도어즈> <JFK> <닉슨> 등 전작들에서 역사적 인물과 사건을 탁월한 시각으로 해석해보인 올리버 스톤의 이번 역사극에 평단이 등을 돌린 까닭은 내러티브의 산만함, 새로운 해석의 부재, 사치 부린 블록버스터, 17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등에 있다.
<알렉산더>는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 제국의 주인 알렉산더 대왕의 세계 정복기에 초점을 둔 일대기다.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자기 발 아래 두었던 불패 영웅의 스크린 전기는 옥스퍼드대 역사학 교수 로빈 레인 폭스가 집필한 알렉산더
<알렉산더>는 미숙하고 산만하다!
-
2004년 한해를 한달 남겨둔 상황에서 <씨네21> 네티즌들에게 내년 한국영화의 최고 기대주를 물었다. 고수 6인들의 다음 작품들이 경합을 거친 결과,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사진)이 과반수를 넘기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내며 지존의 자리를 차지했다. 지나치게 투표가 한 작품에 몰린 이면에는 배우 이병헌의 팬클럽 열성팬들이 쏟아낸 십자포화가 주된 원인. 열성팬들이 없었다면 이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을지 의문이다. 차석을 차지한 작품은 무림에 오랜만에 복귀하는 이명세 감독의 <형사>였다. 3위를 차지한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완결편인 <친절한 금자씨>.
[씨네폴] <달콤한 인생> 기대됩니다
-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이자 이영애 주연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제작:모호필름, 투자배급:CJ엔터테인먼트)에 ‘최민식’이 조연으로 합류한다.
<올드보이> <취화선> 등에서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배우로 거듭난 최민식이 <친절한 금자씨>에서 조연의 역할을 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최민식은 <친절한 금자씨>의 시나리오를 읽고, 영화 속 역할의 비중과 상관없이 주요 모티브를 제공하는 ‘백선생’이라는 캐릭터에 매료되어 역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백선생’은 ‘금자’라는 여자의 복수의 대상이 되는 역할이기도 하다.
최민식은 현재 촬영중인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 촬영이 끝난 후, 내년 2월경 <친절한 금자씨>의 촬영에 합류할 예정이다.
‘미모의 착한 여자가 친절한 복수를 시작한다’는 내용으로 아직까지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최민식,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 캐스팅
-
김하늘(26·사진)은 최근까지 코믹 연기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 그의 데뷔작 <바이준>(1998년)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뜻밖’이었을 터다. 청순하고 참신한 얼굴로 젊은 세대의 우울함을 잘 표현해 낸 <바이준>의 김하늘이 덜렁대는 푼수를 유쾌하고 발랄한 톤으로 연기하다니! 결과는 비교적 성공이었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년) <그녀를 믿지 마세요>(2004년)에서 김하늘은 기존 이미지를 깨고 나름의 변신을 일궜다. 이에 앞서 드라마는 멜로인 에스비에스 <피아노>(2001년)가 대표적인 그의 출연작이었다. 이듬해 문화방송 <로망스>에서 제자와 사랑에 빠지는 푼수 선생님으로 나오면서 청순한 이미지를 벗기 시작했고, 이어 영화를 통해 본격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그런 그가 다시 멜로 연기로 돌아왔다. 오는 12월1일 시작될 에스비에스 수목드라마 <유리화>(박혜경 극본, 이창순 연출)에서 두 고아 출
SBS 새 수목드라마 <유리화> 주연 김하늘
-
<노맨스랜드>는 2001년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탔고, 다음해 아카데미영화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피아니스트> <어둠 속의 댄서>처럼 칸과 아카데미에서 동시에 상을 탄 영화들의 한 특징이 진지한 주제, 메시지와 대중성의 결합이다. 이게 꼭 좋기만 하진 않은 게, 여러 면에서 살펴봐야 할 주제를 작위적으로 단순화하거나 예술 영화인 척하면서 실은 많이 보아온 전형적인 감동의 연출에 목매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노맨스랜드>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묵직한 주제의식과 대중성을 겸비하고 있지만, 의도하는 감흥이 전형적이지 않다. 예술 영화인 척하지도 않지만, 영화가 흘러가면서 주제가 단순해지는 게 아니라 역으로 복잡한 면모를 드러낸다.
<노맨스랜드>는 2001년 칸에 처음 소개됐을 때 ‘보스니아판 <공동경비구역 JSA>’라고 불리기도 했다.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의 전선 한 가운데 고립된 적군 병사들끼리 가까
<노맨스랜드> 묵직한 주제, 감흥은 새로워라
-
청년이라는 단어 뒤에 실업이나 신용불량 같은 단어가 짝패처럼 붙는 요즘 ‘청년 세대’를 규정하는 건 부질없어 보인다. 수익에 예민한 장사꾼 말고는 누구도 ‘세대’라는 말을 좀처럼 꺼내놓지 않는 이 때 청년세대를 ‘그들’도 아닌 일인칭, ‘나’의 시선으로 이야기하기는 더욱 쉽지 않은 노릇이다.
신인 노동석(32) 감독이 보여주는 ‘나의 세대’(<마이 제너레이션>)는 흑백(화면)이다. 배경은 겨울이다. ‘청춘’이라는 단어를 구성하는 푸르름(靑)이나 봄날(春)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화면을 채우는 인물들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미디어가 내세우기 좋아하는 청년세대와 거리가 멀다. 이들은 무언가 끊임없이 하고 있지만 외부자의 시선에서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무언가 하고 있기는 한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요즘 애들’이다.
이십대 후반의 병석(김병석)은 옥탑방에서 자취하며 낮에는 웨딩 촬영을 하고 밤에는 고깃집의 불지피는 일을 한다. 핸드폰과 플레이스테이션, 소형차와
청춘은 아름답다고? 누가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