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생활을 막 시작했던 95년 봄,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사진)이라는 영화를 보러 입사동기 넷이서 코아아트홀에 갔다. 네명의 반응이 그야말로 제각각이었다. 한 친구는 빠져들듯 스크린에 몰입했고(그는 감동이 넘쳐 흘러 다음날 아무도 시키지 않은 감상문까지 써와서 읽어주기를 강권했다), 나는 졸음과 싸우느라 두시간 내내 엉덩이를 들썩거렸으며 한 친구는 그야말로 푹 잤다. 나머지 한 친구는 자신의 영화적 식견은 염두에 두지 않고 냉방이 안돼서 영화에 집중할 수 없다며 ‘극장 관계자’를 찾아 들락날락하면서 두시간을 보냈다. 지금도 <희생>하면 영화의 장면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4인4색의 반응이 코믹 드라마처럼 전개됐던 공간, 코아아트홀만 떠오른다.
25일 코아아트홀이 개관 15년 만에 문을 닫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4년 동안 쌓인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멀티플렉스의 득세로 오래된 극장들이 문을 닫는 게 이제는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코아아트홀의 폐관은 섭섭함 이상
[팝콘&콜라] ‘문닫은’ 코아아트홀 폐관
-
“넌 머리 쓰지 마라. 머리는 내가 쓴다.” 오홋! 대단한 자신감이다. 이런 대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기계의 전설 김선생이나 되어야 가능하다. 김선생, 그는 ‘접시돌리기’의 달인이다. 접시를 몇 겹씩 겹쳐놓고 공중에서 뱅글뱅글 돌리는 묘기를 구사할 때에, ‘사기’ 재질로 만들어진 그 접시는 단 한번도 바닥에 떨어져 깨진 적이 없다. 업계의 전문가들조차 그 유려한 예술가의 솜씨에 찬탄해 마지않는다. 그 입장이라면 누구나 김선생처럼 천하의 나르시시스트가 되었을 것이다.
“청진기 딱 대보니까 진단이 나온다. 시추에이션이 괜찮아.” 그가 믿는 것은 오직 자신의 ‘감’ 뿐이다. 실패를 모르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는 낡은 속담을 실행하기는커녕 그는 한국은행을 털겠다는 최창혁의 황당한 계획에 아주 쉽게 동의한다. 흩어진 옛 멤버들을 손수 규합하여 팀을 만든다. 진단을 내리는 데는 딴 거 필요 없다. 청진기 하나면 족하다. 하기야 엑스선 촬영이나 씨티
[정이현의 해석남녀] <범죄의 재구성> 김선생
-
“사람들이 나이 쉰 넘은 저한테 이뻐졌대요. ‘마당놀이’가 너무 너무 재밌어서 항상 웃으며 사니까 젊어지는 것 같아요.” 탤런트 김자옥(52)씨가 ‘외로운 공주’에 이어 이번엔 ‘능청스런 놀부 마누라’로 나섰다. 35년 연기 인생 처음으로 마당놀이에 도전한 것이다. 문화방송 마당놀이 <제비가 기가 막혀>(윤정건 극본, 오태호 연출)에서 ‘돈 많고 시간 남고 일은 없는 날라리 아줌마’인 현대판 ‘놀부 마누라’를 연기한다.
지난 24일 오후 공연을 앞두고 만난 김씨는 요즘 주부 팬들이 부쩍 늘었다며 기뻐했다. 그런데 설명이 재밌다. “여자들은 누구나 샘이 많아요. 그런데 제가 평범하면서도 이쁘고, 대단한 미인이 아니어서 ‘나도 저 정도는 될 수 있어’라고 생각들을 하시거든요. 그래서 여성 팬들이 많은 것 같아요. 공연 뒤에 아줌마들이 저한테 몰려들어서 얼굴에 빨간 뽀뽀 자국까지 남길 정도던데요? 호호호….”
마당놀이의 맛에 흠뻑 빠진 듯, 그는 들떠 있었다. “처음엔 마당
배우 김자옥씨 ‘제비가 기가 막혀’로 마당놀이 첫 도전
-
“아, 영화봤어요? 어때, 후지지?” <까불지마>로 감독 데뷔한 배우 오지명(65)씨는 오랜 코믹 연기의 관록에서 나온 것인지 “후지니까”, “쭈글쭈글한 늙은이들”, “칙칙하잖아”라는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주 썼다. 여느 감독이 자신의 작품이나 배우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좀 당황스러웠겠지만 오히려 킥킥 웃음이 나왔다. 본심이라기 보다는 쑥스러움에서 나온 표현일 터이다. 시사회 때 “보기 민망해서 앉아있기도 뭐하고 그냥 들락날락하며 담배만 피웠다”는 말을 들으니 심증이 굳어졌다.
세명의 중년건달 좌충우돌
그가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까불지마>는 15년 동안 감방생활을 같이한 중년의 두 건달과 똘마니가 유명 가수의 보디가드가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은 영화. 세련되거나 ‘웰메이드’하지는 않지만 권위 따위는 저 멀리 내던져버리고 팔랑팔랑 뛰는 “늙은이”들을 보는 게 의외로 즐겁기도 하다.
“본래는 감독이 아니라 제작을 한번 해보려고 했
<까불지마>로 감독데뷔 오지명
-
-
강제규&명필름에서 제작하는 영화 <안녕, 형아>(감독 임태형,/주연 박지빈, 배종옥, 박원상)의 인터넷을 통한 투자자 모집이 11월 24일 모두 마감되었다. 총 투자 금액은 19억 5천만원으로, 일반인 투자자는 430명, 평균 투자 구좌는 1인당 4.5구좌(1구좌 1백만원)이다. <해피엔드>와 <바람난 가족>이 영화 완성 후 투자자를 모집하는 방식이었다면 <안녕, 형아>는 시나리오와 본편 동영상을 투자근거로 제시, 투자자 유치에 나서 영화 완성 전에 제작비 전액을 투자받는 첫 번째 영화가 되었다.
<안녕, 형아> 투자자 모집은 지난 2003년 <바람난 가족>(수익률 70%)과 1999년 <해피엔드>(수익률 40%) 이후 명필름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세번째 투자자 모집이며, 영화의 손익분기점(BEP)인 120만 관객(전국기준) 돌파시 초과 관객수 1인당 0.6원의 수익을 배분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명
<안녕, 형아> 투자자 모집, 24일 전액 마감
-
대부분의 일본인은, 역도산을 나가사키 출생의 일본인으로 알고 있다. 전후의 굴욕과 허탈감을, 가라테촙 한방으로 날려버린 위대한 영웅.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거대한 체격의 미국 프로레슬러를 무력으로 무너뜨린 역도산. 가장 야만적인 방법이지만, 일본인에게 힘을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당시 역도산은 천황 다음으로 유명한 일본인이었고, 무소불위의 영웅이었다.
하지만 역도산은 조선인이다. 아들조차 그 사실을 알지 못할 정도로, 역도산은 철저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숨겼다. 그리고 승리만을 생각했다. 가장 야비한 방법으로, 가장 잔인한 수단으로 오로지 성공의 길만을 달려갔다. 스모에서 요코즈나가 될 수 없다면, 미국인의 스포츠 프로레슬링으로 세계 챔피언이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1963년, 역도산은 허무하게 죽는다. 다음해인 1964년에 도쿄올림픽이 열렸고, 일본은 과거의 상처를 털어내고 다시 ‘문명’ 세계의 일원이 되었다. 위대했지만 ‘야만’적이었던 역도산의 죽음은, 새로운 일본의 입장에
숨겨진 역도산의 진실을 말한다
-
<호타루> <철도원>으로 한국에 널리 알려졌고 <은하철도 999> <슬램덩크> <드래곤 볼>을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전설 도에이 동화의 모태인 도에이 영화사. 도에이는 이규형 감독의 전언에 따르면 야쿠자영화만 4만여편을 소유한 일본 5대 메이저 중 하나다. <실미도>의 수입에 이어 의 투자에도 참여한 도에이의 실무자 슈헤이 구사나기 전무(사진)를 시사회가 끝난 뒤 마루노우치 빌딩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가 바라보는 한·일영화의 현재와 미래.
<DMZ, 비무장지대>에 투자한 동기는.
초기 투자를 결정할 시기부터 이 프로젝트를 알고 있었다. 이 감독이 비디오를 보여줬고 이 감독의 장점을 높이 샀다.
50%, 1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수치인가.
비즈니스상으로 그런 것은 비밀이다. 정확한 수치는 제시할 수 없다.
일본에서의 개봉시기는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내년 4∼5월 정도로
에 투자한 도에이사 슈헤이 구사나기 전무
-
골디 혼과 커트 러셀이 21년간의 동거를 청산했다. 1983년 조너선 드미 감독의 <위험한 유혹>을 촬영하며 타오른 그들의 사랑이 아쉬운 막을 내린 것은 골디 혼의 새로운 열애 때문. 골디 혼은 인도 여행 중 전설적인 크리켓 선수 출신인 파키스탄의 정치가 임란 칸을 만나 늦은 사랑에 빠지고 만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현재 새 영화 <스카이 하이>를 촬영 중인 커트 러셀은 분노와 충격으로 통제불능의 상태라고. “내 사랑 골디! 21년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골디 혼과 커트 러셀, 21년간의 동거를 청산
-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할리우드 메이저 에이전시인 씨에에에이(CAA)와 계약을 체결해 할리우드 진출이 가시화 되고 있다. 할리우드는 배우뿐만이 아니라 감독과 스탭들도 모두 에이전시와 계약을 체결해 활동하는 제작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이번 계약체결은 강제규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에 큰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유명 메이저 에이전시와 계약을 체결하게 된 뒷배경은 <태극기 휘날리며>가 북미지역에서 개봉해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제작자 조엘 실버는 “소규모의 예산으로 만든 훌륭한 작품”이라고 <태극기 휘날리며>를 추켜세웠고 <아이, 로봇>과 <페이첵>을 제작했던 데이비스 엔터테인먼트도 연출력에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달뜬 분위기에서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미국내 배급사 소니 콜롬비아가 400억 규모의 로맨스 공포영화 일정을 강제
강제규 감독, 할리우드 진출 급물살
-
오스카 후보에 일곱번이나 오르고, 마틴 스코시즈의 최근작 <애비에이터>(The Aviator)의 세트를 설계한 단테 페레티가 로마 영화의 집에서 지난 10월에 간담회를 가졌다. 영화의 집의 개관을 기념해 마련한 이 행사는 단테 페레티가 직접 그린 스케치가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이번 간담회에는 영화의 집의 책임자 펠리스 라우다디오, 영화감독 프랑체스코 로시, 엘레타 출판사의 가브리엘레 루치를 비롯, 이탈리아 영화감독과 배우, 제작자들이 대거 참석해 그의 명성을 입증해주었다.
올해 예순한살의 단테 페레티는 지난 30년간 영화 세트 설계와 제작에 몸담으며, 이탈리아 영화사뿐 아니라 세계적인 영화 세트 건축가로서 주목받아온 인물이다. 파졸리니의 <메데아>는 그에게 영화의 길을 터주었고,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살로 소돔의 120일>까지 이어졌다. 그 이후 펠리니와도 <여자들의 도시>(La Citta` Delle Donne), <달의
[로마] “영화 세트 건축은 상상력에 좌우된다”
-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만날 수밖에 없는 각종 광고와 영화 예고편. 때로 무료한 시간을 때워주고, 때로 새 영화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주는 이 영상물들의 소리 크기를 둘러싸고 관련 단체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논쟁은 스티븐 소더버그(사진)를 위시한 미국의 영화제작자들에게서 시작됐다. 광고 및 예고편의 큰소리를 견디지 못해 소리를 줄여달라는 관객의 요구를 받아들인 극장 관리자들이, 막상 본편 상영에 들어가면 다시 소리 크기를 원래 수준으로 돌려놓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불만이다.
지난 10월 말, 스티븐 소더버그 등 할리우드의 유력 스튜디오 책임자들은 트레일러음향표준협회(TASA)의 모임에 참석하여 예고편과 광고 소리의 크기를 줄여줄 것을 촉구했다. 소더버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영화협회(MPAA)와 제리 브룩하이머, 스콧 루딘, 마이클 베이 등 다른 제작자들의 서명이 첨부된 문서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TASA는 85데시벨이라는 기준이 존재하는 예고편과
미국의 영화제작자들, 예고편 및 광고 소리 기준 낮춰달라 요구
-
에티엔 쥘 마레이, 왕가위, 장이모, 전수일, 떠 있는 것에 대한 미학
요즘 파리 오르세미술관에서는 프랑스의 학자 에티엔 쥘 마레이(1830∼1940)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는 인체의 움직임 재현에 관한 연구로 영화선구자 중 한명이 됐다. 특히 그는 조트로프(이 발명품 이름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스튜디오 이름이 된다)의 발명자인데 이 장치는 회전체 위에 올려진, 날고 있는 갈매기를 나타내는 열개의 조각을 일컫는다. 회전체를 빨리 돌게 하면 정확하게 진짜 새와 같은, 날개를 파닥이는 단 한 마리의 갈매기만 보이게 된다.
1899년과 1901년 사이에 마레이는 장애물에 대고 연기를 뿜어대는 기계를 발명해내고 유리판 위에 연속사진을 찍는다. 이 연속사진은 공기의 움직임을 잡아내고 공기의 저항성을 계산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오르세에서 전시하는 것이 바로 유령과도 같은 이 아름다운 이미지이다. 미술관은 그 밖에도 마레이의 기묘한 연기 송풍장치도 다시 만들었다. 우리 앞에서, 다소
[외신기자클럽] 당신의 눈 안으로 스며드는 연기 (+불어원문)
-
“원작은 여기 하나도 없다. 그러나 처음부터 정통 사극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는 영웅담이 되기를 바랐다. 그런 흔적이 많이 느껴져 흐뭇하게 생각한다.”
24일 첫회가 방송되는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새 수목드라마 〈해신〉(밤 9시55분)을 두고, 동명 원작 소설의 작가 최인호(59)씨(아래 인물사진, 우측은 <해신>의 중국촬영현장)는 약간의 아쉬움 속에 큰 기대를 담았다. 〈해신〉은 150억여원의 제작비를 들여 1200여년 전 신라·당·왜 3국을 넘나들며 거대한 해상제국을 건설했던 장보고의 일대기를 그린다.
‘퓨전 사극’을 표방한 만큼, 도입부 극적 흥미를 창출하기 위해 원작에는 없는 설정들을 많이 담았다. 장보고가 노예로 중국에 끌려가 검투사가 된다거나, 해적 상단과 라이벌 관계에 놓이며 사랑하는 여인과 이별의 아픔을 겪는다든가 하는 식이다. 최씨는 “원작은 자료에 충실해야 하니, 장보고가 당으로 건너가기까지 유년기와 청년기 모습은 많이 담지 못했다”며
최인호 원작 <해신>, 50부 퓨전사극 24일 첫 방송
-
“아름다운 산사, 순수한 초발심…. 1시간 내내 축복의 여유로움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조상욱) “바쁜 세상을 살면서 하루를 되돌아 보는 것도 쉽지 않은데, 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박찬란) 지난 21일 밤 문화방송 창사특집 다큐 <출가>(기획·연출 윤영관, 촬영 이영관) 1부 ‘첫 마음으로’가 방송됐다. 시청자들은 수묵담채화 같은 다큐로 오랜만에 여유를 누릴 수 있었다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출가>는 9월13일부터 10월12일까지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에서 열린 조계종 사상 첫 ‘단기 출가학교’의 풍경을 담았다. 제작진은 50여 단기 출가자들과 함께 지내며 그들이 지내온 삶과 짧은 출가, 이를 거쳐 앞으로 펼쳐갈 제2의 인생을 담담히 그려냈다.
내레이션 없이 HD화면·배경음악 ‘궁합’ 거친 동시녹음·연출된듯한 장면 ‘옥에 티’
단기 출가자 가운데 최고령인 송광섭(70)씨는 중견 기업체 부회장 출신으로, 못 이룬 것 없이 한 평생을
MBC 창사특집 다큐 <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