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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의 네버랜드는 <피터팬>의 작가 J. M. 배리의 네버랜드이기도 했다. 앨런 니의 희곡 시리즈 <피터팬이었던 남자>는 J. M. 배리가 류엘린 데이비스가의 아이들하고 쌓았던 실제 우정에 기초해 쓰여진 작품이다.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 산책길에서 배리가 우연히 만난 세 소년의 이름은 각각 조지, 잭, 피터.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당시 성공한 희곡작가였던 그는 이 아이들과의 만남으로 지루한 삶의 권태를 벗을 수 있는 출구를 얻게 됐다. 그 자신이 어른이기를 거부했던 J. M. 배리는 다섯살, 네살, 한살짜리 아이들의 환심을 잃지 않기 위해 마술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스꽝스러운 변장술을 보여줬다. 1904년 12월27일, 요크 공작의 소유인 듀크 오브 요크 시어터에서 초연을 가진 연극 <피터팬, 혹은 어른이 되지 않으려는 아이>의 주인공 이름은 데이비스가의 소년들 중에서도 가장 예민했던 아이 피터에게서 딴 것이었다.<피터팬> 탄생
<피터팬>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해외신작 <네버랜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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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는 4천개의 풍선이 아이들의 환호 속에 명령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 잘못되면 풍선을 다시 세팅하는 것만 두 시간이 걸리는 장면이라 모두들 숨을 죽인다. 지미집의 C카메라, 사다리 위의 D카메라, 크레인에 올려진 메인 카메라, 와이어로 천장에 매달린 B카메라 모두 신호를 기다리며 침을 삼킨다. 슛 사인이 떨어지고 흩날리는 풍선들. 풍선이 떨어지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쏟아지는 한숨을 뒤로하고 스탭들은 전부 풍선을 챙기느라 법석이다. 그리고 두 시간 뒤. 70여명의 어린 배우들과 함께 풍선신에 재도전하는 이곳은 열다섯살 <제니, 주노>의 결혼식이 열리는 부천 소사체육관이다.와이어에 매달린 B카메라맨에게 김동천 촬영감독이 묻는다. “힘드냐?” B카메라맨의 대답에 긴장감이 잠시 누그러든다. “편하지는 않습니다.” 빨간 고깔모자를 쓰고 나비넥타이를 한 주인공 주노는 두려운 얼굴로 10m 높이의 그네에 앉아 있다. 아래에는 난생처음인 웨딩드레스를 입고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 중학생 남녀의 러브 스토리 <제니, 주노>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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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개싸움이 끝난 뒤 쓰레기들이 나뒹구는 투견장. 스무명은 족히 돼 보이는 검은 사내들의 집단 군무가 한참이다. 슬로모션으로 진행되는 이 군무는 단 한 사람이라도 박자를 놓치거나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그대로 중단되고 마는 정교한 작업. 김선아와 공유가 함께하는 <잠복근무> 현장이다. 실전의 50% 속도로 이루어진 액션이 차츰 지루하게 느껴질 무렵, 본격적인 테스트에 들어간다. ‘레디∼ 액션!’ 구호에 이어 이어지는 진짜 액션. 시멘트 바닥을 스치는 발소리, 때리는 이의 기합소리와 맞는 이들의 신음소리로 세트장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한결같이 험상궂은 인상의 무리 속에서 유일하게 낯익은 얼굴 공유가 나 홀로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잠복근무>의 못 말리는 히로인 김선아는 어디 있는 것일까. 뒤늦게 연습에 합류해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슬슬 걱정스러워질 무렵 머리를 질끈 묶고 성큼성큼 어깨들 한가운데로 걸어들어가는 당당
투견장에서 펼쳐진 통쾌한 액션 한판, <잠복근무>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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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캐리 주연의 판타지 어드벤처 <레모니 스니켓: 위험한 대결>(사진)이 개봉 첫주에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꼬마 유령 캐스퍼>의 감독 브래드 실버링이 연출한 이 영화는 매표수입 3020만달러를 거두면서 <오션스 트웰브>를 2위로 밀어냈다. ‘레모니 스니켓’은 동화작가 대니얼 핸들러의 필명으로,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미국에서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판매기록을 뛰어넘은 인기작가다. 언론에 한번도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베일에 싸인 인물이기도 하다. 영화는 ‘레모니 스니켓’ 3부작 중 첫 번째 책이 원작이다. 엄청난 유산을 상속받게 된 삼남매가 악당을 만나 특별한 지혜로 맞서는 내용으로, 짐 캐리가 악당을 연기했다. “짐 캐리와 원작소설에 초점을 맞춰 홍보마케팅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 배급사 파라마운트 회장 웨인 리웰른의 분석이다. <오션스 트웰브>는 한주동안 입장수입이 53% 하락해 1826만달러를 벌어들
짐 캐리의 <레모니 스니켓: 위험한 대결> 미국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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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올해 최고의 대사는 관객 각자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다만 <씨네21>은 2004년 한국영화가 낳은 숱한 말 가운데 유행어급의 파급력을 자랑한 대사 여섯 마디를 골라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뽑는 설문조사(12월10∼16일)를 벌였다. 네티즌 투표 결과 1위를 차지한 대사는 <말죽거리 잔혹사>의 “대한민국 학교 다 좆까라 그래!” 역시 카타르시스는 힘이 셌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통하는 대사였다”(andy4th)라는 코멘트가 이 대사의 정상 등극원인을 잘 설명한다.
2위는 지금 떠올려도 폭소를 참을 수 없다는 네티즌들이 지지한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방송실에 계세요?”다. 어느 평론가는, 텔레파시에 어리둥절하는 류승범의 대사에서, 실체있는 ‘스승’을 가져보지 못하고 싸움터에 내던져지는 한국 청년의 현실을 읽기도 했다. <효자동 이발사>의 순박한 일침 “각하도 참 오래 하십니다”가 3위를 차지했다.
[씨네폴] 올해 한국영화 명대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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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비아트라이스타 홈엔터테인먼트가 예술영화 DVD, VHS 브랜드인 ‘블랙 하우스’를 만들었다. “대중성과 상업성에 치우친 현 비디오 시장에서 작품성 있는 영화, 특히 예술성과 뛰어난 완성도를 가진 영화들 혹은 제3세계 영화들의 출시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고 브랜드 창출의 변을 밝히면서 ‘블랙 하우스’를 DVD 시장에서의 예술영화 활로를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첫 번째 출시작은 자체 타이틀인 <카란디루>를 포함, 예술영화 수입배급사 백두대간의 작품인 <블러디 선데이> <아타나주아> 세편이다. <카란디루>는 <거미 여인의 키스>로 유명한 헥터 바벤코의 최근 영화이며, <블러디 선데이>는 북아일랜드에서 벌어졌던 참상을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만든 영화이고, <아타나주아>는 에스키모인의 삶을 활력적으로 잡아내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다.
이후에도 블랙 하우스는 콜럼비아의 자체 고전 및 예
예술영화 DVD 전문 브랜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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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펀드가 돌아온다. 2000년 685억원 조성을 끝으로 하강곡선을 그리던 영화펀드 조성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01년부터 3년간 신규 조성된 영화펀드 금액은 780억원으로 연평균 260억원대에 머물렀다. 올해 결성된 신규 영화펀드는 코웰엔터테인먼트 투자조합, 이수엔터테인먼트2호 투자조합, 센츄리온 영상지식기반 서비스업투자조합, 아이벤처 투자조합 쇼이스트, 지식과 창조 투자조합으로 총 620억원 규모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 이충직) 국내진흥부 원천식 부장은 “2000년 조성된 펀드가 대부분 2005년이면 만료된다. 만기 1년을 남긴 펀드들은 실질적으로 신규투자가 어렵기 때문에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 펀드조성에 집중했다”라고 2004년 신규펀드 조성의 배경을 설명했다.
과거 무한창투에서 펀드를 주도적으로 운용한 경험이 있는 아이픽처스 최재원 대표는 “예전처럼 공격적 투자를 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수업료를 비싸게 치른 기존 펀드들의 사례를 감안하면 매우 안정적인
영화펀드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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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크랭크업
문소리, 김태우 주연의 <사과>(감독 강이관, 제작 청어람)(사진)가 12월12일 크랭크업했다. <사과>는 첫사랑에게 차이고 지금 남편과 결혼했으나, 첫사랑의 남자가 다시 돌아오면서 고민하게 되는 29살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멜로영화. 2005년 이른 봄 개봉을 예정으로 후반작업에 들어간다.
<박하사탕> 특별 시사회
‘<박하사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2005년 1월1일 밤 12시에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박하사탕> 특별 시사회를 개최한다. 이창동 감독과 설경구, 문소리의 영상 메시지, <박하사탕>과 ‘박사모’의 활동보고 등이 함께 이어질 예정이다. 영화 관람을 희망하면 <박하사탕> 홈페이지(www.peppermintcandy.co.kr)나 네이버 ‘박하사탕 카페’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박사모’는 2000년 결성된 이후 매년 1월1일 <박하사탕> 상영
[국내단신] <사과> 크랭크 업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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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유럽영화상 <미치고 싶을 때> 최우수작품상 수상
올해 유럽영화상 시상식은 스페인과 독일영화의 독무대였다. 유럽영화아카데미 회원들이 선정하는 최우수 작품상은 <미치고 싶을 때>(독일)가 수상했고, 감독상과 주연상은 <바다 속으로>의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과 하비에르 바르뎀이 차지했다. <미치고 싶을 때>는 터키계 독일인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베를린영화제 최우수 작품상도 수상했다.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나쁜 교육>(페드로 알모도바르)이 빈손으로 돌아간 것은 이번 시상식의 최대 이변.
크리스 웨이츠, <그의 암흑 물질> 연출 포기
크리스 웨이츠 감독(<어바웃 어 보이>)이 판타지영화 <그의 암흑 물질>(His Dark Materials) 연출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그는 “이런 대작의 기술적인 부분을 감당하기 힘들다”고 도중하차의 이유를 밝히면서 “이 영화에서는 각색
[해외단신] 2004 유럽영화상 <미치고 싶을 때> 최우수작품상 수상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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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연예인들의 ‘말장난’이 텔레비전에 넘쳐나고 있다. 몇몇 방송에서 시작한 ‘연예인 신변잡기’ 위주 프로그램이 다른 방송으로 번져가는 한편, 같은 방송사에서도 ‘자가복제’ 프로가 생겨나고 있는 탓이다. 앞서 나름의 신선한 포맷으로 시작한 연예오락 프로도, 시청률 경쟁에만 빠져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프로그램의 뒤를 쫓아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이에 따라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지상파 3사에 무려 5개로 늘었다. 진행자나 출연자도 ‘그 밥에 그 나물’이고 내용도 ‘연예인 사생활’ 아니면 ‘영화·음반 홍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 경쟁에 서로 베기면서 특색잃어, 출연진·진행자 겹치기…시시껄렁 집담 잔치
연예인 말장난으로 크게 성공한 프로그램은 에스비에스의 <야심만만>이다. 지난해 2월 첫 방송을 시작한 <야심만만>은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토크쇼로, 시청률만 놓고 보면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자 다른 방송사들도
3사 토크쇼 하향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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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연이 <중독> 이후 2년만에 곽경택 감독의 해양액션영화 <태풍>(진인사 필름 제작)으로 스크린에 복귀한다.
<태풍>은 제작비 130억원이 투여되는 블록버스터로 이미 장동건과 이정재가 캐스팅 되었다. 한반도에 테러를 감행하려는 해적 '씬'(장동건)과 이를 저지하는 해군 장교 '강세종'(이정재)의 접전을 그린 영화 <태풍>에서 이미연은 '씬'의 누나 '명주' 역을 맡는다. '명주'는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주요 역할로 '씬'의 감정을 폭발시키는 강렬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미연은 오는 19일 태국으로 출발해 촬영팀에 합류, 부산과 러시아에 걸쳐서 촬영에 임한다.
현재 <태풍>은 11월말부터 태국에서 촬영 중이며 내년 1월 부산에서 2차분 촬영에 돌입하여 약 3개월간 촬영을 진행한다. 이후 5월에서 6월까지 러시아 촬영을 마지막으로 약 8개월간의 촬영을 마친다. <태풍>은 2005년 겨울에 개봉예정이다.
이미연, 2년 만에 곽경택 감독 <태풍>에 합류, 태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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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국내 시장 점유율 증가와 함께 해외 수출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올드 보이> <빈 집> <사마리아>가 칸, 베니스, 베를린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함으로써 유럽에서 한국 영화의 주가를 크게 높였다. 또 일본에 부는 한류 열풍을 타고서 김지운 감독의 차기작 <달콤한 인생>과 <내 머리 속의 지우개>가 각각 일본 한 나라에 320만달러와 270만달러에 팔리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이같은 한국 영화 해외수출 전선의 최첨단에 서있는 회사가 씨네클릭아시아와 미로비전이다. 최근 5년간 CJ엔터테인먼트, 시네마서비스, 쇼박스 등 메이저회사가 투자 배급한 한국 영화를 뺀 나머지 영화들의 해외 수출 대행을 이 두 회사가 도맡다시피 해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씨네클릭아시아는 <올드 보이> 등 올해 3대 영화제 수상작의 해외 수출을 모두 대행하면서 수출고 1천만 달러의 성과를 올렸다. 이 회사가 설립된 첫 해인 2000년
‘영화수출 첨병’ 씨네클릭아시아 서영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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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 밤 ‘9시 뉴스’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풍문이 들려온다. 토·일요일 밤 8시45분 방송되는 에스비에스 드라마 <토지> 때문이란다. 지난 12일 6회까지 나온 <토지>가 벌써 시청률 20%를 넘어섰다. 원작 대하소설 <토지>의 뛰어난 작품성과 재미를 생각하면 대단한 수치가 아니라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 김현주나 유준상 등 주요 연기자들이 아닌 아역 배우들이 등장하고 있어 <토지>의 ‘폭발력’은 본격화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1979년과 87년에 이어 세번째로 드라마화될 정도로 원작이 ‘대단하다’는 것쯤이야 당연한 요인일 터다. 1897년 한가위부터 1945년 광복에 이르기까지 격하게 요동쳐온 한국근대사를 21권에 담은 이 대작은 빛나는 역사의식과 밑바탕을 면면히 흐르는 ‘생명 사상’이 작품성을 담보한다. 이에 더해 맛깔진 말발·글발에 재밌는 이야기까지 얹혀 완성됐다.
1년 넘는 준비기간·연기파
SBS ‘문예피디’ 이종한의 <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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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들이 대마초 합법화 운동에 나서고 있다. 대마를 처벌하는 법규정에 위헌소송을 낸 배우 김부선(사진)을 비롯해 배우 지진희와 김동원, 장선우, 이현승, 김기덕, 송해성 감독 등은 지난 9일 있었던 ‘대마 합법화 및 문화적 권리 확대를 위한 예술인 모임’에 동참했다. 비슷한 시기에 문인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성명을 발표하고, 영화인들은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한 것도 이채롭다. 대마 합법화가 일반 대중들에게 생소한 이야기이기 쉬움을 감안하면 영화인들의 주장이 더 위험 부담이 클지 모른다. 그래서 영화담당 기자를 하는 게 왠지 뿌듯(?)하기도 하지만, 본론인 즉 이와 관련해 떠오른 영화 한 편이 있다.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대마초>(원제 ‘grass’)라는 다큐멘터리이다.
배우 우디 해럴슨이 음성해설을 맡고, 론 맨이 연출한 1999년 캐나다 영화 <대마초>는 대마의 유해성 여부 논란뿐 아니라 대마를 둘러싼 미국 사회의 정치 역학을 제대로 보여준다. 루
[팝콘&콜라] 영화인의 대마합법화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