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월화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극본 이경희·연출 이형민)가 28일 밤 막을 내렸다. 이날 남녀 주인공 모두가 숨지는 비극적 결말은 마지막 순간까지 시청자의 눈물샘을 건드렸다. 무혁(소지섭)은 꿈꾸던 복수극의 끝에서,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한 어머니 오들희(이혜영)가 사실은 그를 버린 게 아니었음을 알고 복수를 단념한다. 진실을 확인한 순간 그는 내레이션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숨을 거둔다. 1년 뒤 오스트레일리아의 무혁 무덤가에서 은채(임수정) 또한 무혁의 뒤를 따른다.
작가“은채 죽음은 무혁 위한 진혼”‘어머니는 진실 알았나’ 의문 남겨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11월 초 방영 이래 16부가 완결될 때까지 40만여건의 게시글이 홈페이지를 달구는 등 뜨거운 ‘폐인문화’를 불러왔다. 초반 10%대 후반에 머물던 시청률 또한 이야기가 깊어갈수록 치솟아 종영을 앞두곤 30%에 육박했다. 최근 트렌디드라마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도저한 비극성이 이런 열기를 불렀다.
비극은 두 겹의 구조를 띠고 진행됐다. 머리에 총알이 박혀 죽음이 예정된 청년 무혁과 당차면서도 순수한 여성 은채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입양아 무혁이 버림받은 자신의 운명을 알게된 뒤 어머니에 대한 복수에 나섰다가, 그 뒤안의 진실을 알고는 원한이 풀리고 죽음을 맞는다는 이야기다. 두 이야기는 복수를 위해 은채를 유혹했던 무혁이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는 설정을 통해 뫼비우스의 띠처럼 서로 얽힌다.
두 개의 이야기에서 절정의 순간 무혁은 죽음을 맞는다. 은채와 사랑을 확인한 직후 숨을 거둔다. 동시에 어머니가 자신을 버리지 않았다는 진실을 알게 된 직후 죽는다. 이번엔 복수가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은혜갚기 차원에서 동생을 위해 스스로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 오랜 세월 갈구해온 연인과 어머니의 사랑을 모두 확인하는 행복한 성취 직후 죽음에 이르는 그 극적 대비가 짙은 아쉬움과 함께 비극성을 강화했다. 이 쉽지않은 플롯을 이경희 작가와 제작진은 마지막회 비교적 깔끔하게 담아냈다. 작가는 “무혁이 죽음을 통해 사랑과 화해에 이르는 ‘따뜻한’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며 “은채의 뒤이은 자살은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위로하는 진혼곡”이라고 말했다.
질문은 남는다. 어머니만이 과연 끝까지 어쩔 수 없이 잃어버렸던 친아들의 가슴아픈 죽음을 몰라야 했는가? 무혁과 함께 버려졌던 누나 서경과 조카 갈치의 운명은? 드라마는 마지막회 이들이 어쩌면 과거의 회복과 치유에 도달했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낳게 한다. 들희와 서경, 갈치는 나란히 윤의 복귀콘서트를 지켜본다. 그러나 구체적 언급은 피해감으로써, 진실을 알게 된 어머니와 남은 가족이 겪어야 할 거대한 후유증에 대해선 시청자의 상상에 맡길 뿐 침묵한다.
미사 팬 카페, 미혼모돕기 기금 마련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온라인 팬 카페인 ‘미안하다 사랑한다 사랑나눔(미사사랑나눔)’ 회원들이 아름다운재단과 손잡고 미혼모를 돕기 위한 기금 마련에 나섰다. 미사사랑나눔은 27일 “입양아 발생의 근본원인이 미혼모 증가이며 미혼모 증가는 자립기반 부족과 주변의 편견, 사회적 보호장치의 미흡 등이 원인이라는 데 공감하고 입양아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의 감동을 이어가기 위해 모금에 나섰다”고 밝혔다. 카페 홈페이지(cafe.daum.net/misagive)나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모금하며, 기금은 미혼모 등 한부모 가정의 여성 가장을 위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