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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선의가 때론 내게 고통이 될 수 있다. 국장님, 부장님 줄줄이 모시고 2차 뛰고 3차 노래방까지 간 이들은 사장님이 넣어주는 10분, 5분 추가 서비스가 결코 달갑지 않다. 줄여줘도 괴로운 판국에 말이다. 지하철 옆자리 사람이 아이에게 과자를 주는 것도 노땡큐다. 정제당과 나쁜 기름, 인공첨가물로 만들어진 ‘달콤한 독약’이 아닌가.
붉은 악마를 후원하는 걸 돈벌이 마케팅이라고 마냥 욕할 문제만은 아니다. 정말 후원하고 싶고 돈도 된다는데 뭐(어? 갑자기 왜 춥지?). 기업 생리상 그렇단 말이다. 그런데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가 월드컵 기간(6월9일∼7월9일)에 시청 앞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의 독점적 사용권을 SK텔레콤 컨소시엄(동아일보, 조선일보, 서울신문, 한국방송, SBS 참가)에 하루 사용료 521만원에 판 건 대체 어떤 ‘선의’가 있을까. 내 옆옆자리 길아무개 말대로 “‘누굴 때리면 나쁘다’ 수준을 넘어서는 공공성에 대한 감수성을 갖고 따져볼 문제”다.
“한국의 두
[이슈] 서울시의 꼭짓점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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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면 80여편의 한국영화가 극장에서 개봉된다. 장편 상업영화 얘기다. 극장개봉과 거리가 먼 단편 내지는 독립영화들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늘어난다. 영화가 이렇게 흔하니, ‘까짓거, 뭐 그냥 만들면 되지 않겠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볼 수도 있고 같은 마음으로 영화를 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7일 언론시사회를 마친 <모두들, 괜찮아요?>(24일 개봉)를 보면 영화 ‘한 편’을 만들고 감독이 되기까지 거치기 십상인 인고의 과정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남선호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10여년을 절치부심한 끝에 영화를 만들게 된 남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친구들이 철밥통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방 구석에 틀어박혀 1.85:1 (영화화면)비율로 메모지를 오려가면서 ‘영화적 상상력’ 운운하며 궁상을 떨었다. 물론 그런 그 역시 영특한 아들도 낳고 치매 걸린 장인도 모시고 사람 구실하며 살기는 했다
[팝콘&콜라] 영화 한편, 그까이거? 대충 씹을 일 아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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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 <바람난 가족> 등에 출연하면서 배우 문소리(32)에게는 ‘센 캐릭터’라는 표현이 자주 따라 붙었다. 도발적인 표정과 자세를 드러낸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의 포스터는 다시 이 표현을 떠오르게 한다. 포스터나 노출장면 등 겉꺼풀만 보자면 조은숙이라는 캐릭터 역시 세다. 그러나 한꺼풀 벗기고 들여다 보면 예쁜 척, 우아한 척, 지적인 척, ‘척’으로 둘러싸인 그 인물에서 보통 사람들의 ‘뒷담화’에 오르내리는 주변의 누군가, 그리고 문득 뜨끔거리는 내 뒷통수를 느끼게 된다.
“나도 센 거 하기 싫었어요. 도발, 모험 이런 거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그런데 정답처럼 딱 떨어지는 영화나 인물은 재미없잖아요.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 어떤 게 나올까하는 긴장감이 좋고. 생각해보니 이것도 악취미네(웃음)”
내숭과 위선으로 둘러싸인 은숙의 캐릭터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편인 문소리의 성격과 판이하다. 문소리 자신도 은숙이라는 여자를 주변에서 알고 있었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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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업으로 삼은 이래로 영화 속의 누군가를 설렐 만큼이나 좋아했던 기억이 까마득해졌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스크린 속에서 대면하는 것 만으로도 나를 설레게 했던 사람이 있었다. 한 때 영화보기를 온전히 일로 받아들이기 전에 영화만으로도 충만감을 만끽했던 그 시절에 만났던 사람. 바로 량차오웨이(양조위)다.
돌이켜보면 한국에 왕자웨이(왕가위) 영화붐을 가져왔던 영화 <중경삼림>과 <동사서독>을 통해서 이미 그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도 나에게는 어쩐 일인지 1996년 영화 <씨클로>에서 본 그의 이미지만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다. 그 영화는 베트남계 프랑스 감독 트란 안 훙이 감독하고 라디오 헤드의 ‘크리프’라는 음악으로 더 유명해진 영화다.
<씨클로>는 베트남에서 씨클로를 운전하며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18살 소년과 그의 누나, 그리고 소년이 발을 들여놓는 갱조직에서 그를 범죄의 길로 이끄는 ‘시인’의 얘기를 그리고 있다. 량차오웨이는 소년
[스크린 속 나의 연인] 량차오웨이(양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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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분짜리 롱테이크 단 한컷으로 이루어진 마법같은 영화 <마법사들>이 기자시사회를 가졌다. <마법사들>은 지난해 전주영화제 디지털 3인3색 중 한편으로 만든 단편을 장편버전으로 완성한 작품. <꽃섬>으로 장편 데뷔한 송일곤 감독이 <거미숲> <깃>에 이어 4번째로 연출한 장편영화다. 무대인사에 나선 송일곤 감독은 “일반상업영화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제작비로 만든 작은 영화”라며 자신의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는 <거미숲>을 연상시키는 숲에서 시작한다. 카메라는 이내 산 속에 자리한 카페 안으로 들어가, 술잔을 기울이는 두 친구 재성(정웅인)과 명수(장현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때 <마법사>라는 밴드를 꾸렸던 두 사람은, 밴드의 일원이자 재성의 여자친구인 자은(이승비)의 세번째 기일을 맞아 모였다. 사과를 씹는 소리에도 기겁을 할만큼 예민했던 자은은 3년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의 죽음은 나머지 멤버
송일곤 감독의 4번째 장편 <마법사들> 기자시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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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 열릴 제5회 미쟝센 단편영화제가 국내 경쟁 부문 작품을 공모한다. 공모 기간은 3월 22일부터 4월 18일까지며, 공모 대상은 비디오 및 필름(16mm, 35mm)으로 찍은 40분 이내의 작품이어야 한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장르에 상관없이 접수를 받으며, 심사 과정에서 ‘비정성시(사회 드라마)’,‘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멜로 드라마)’,‘희극지왕(코미디)’,‘절대악몽(공포 판타지)’, ‘4만번의 구타(액션 스릴러)’ 등 다섯 부문으로 분류된다. 접수는 메일과 우편, 직접 방문으로 가능하다. 각 장르당 수상작에게는 5백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며, 대상 한 작품에는 5백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미장센 단편영화제는 2002년 기존의 단편 영화제들이 가진 획일적인 프로그램을 벗어나 ‘장르의 상상력展’이란 캐치 프레이즈를 달고 시작된 영화제. 젊은 영화감독들의 모임인 ‘디렉터스 컷’이 주최하고 태평양 미쟝센이 후원한다.
미쟝센 단편영화제, 경쟁작 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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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장서희 주연의 <마이캡틴, 김대출>(감독 송창수, 제작 진인사필름)이 3월 14일 라마다 서울 호텔에서 제작보고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는 국보급 금불상 도난 마술쇼, 보물을 훔친 용의자 영상 소개, 도굴꾼 집중 분석 등 도굴이라는 영화 소재에 착안한 프로그램들로 진행됐으며, 정은아 아나운서가 나레이션을 맡은 영화 예고편도 최초 공개됐다.
송창수 감독은 “도굴꾼이라는 소재가 한국 영화에서는 아직 낯선 것이 사실이지만 내 고향인 경주에서는 아주 흔한 이야기”라며 “도굴꾼 이야기라는 설정을 한 순간부터 정재영을 머리 속에 떠올렸다”고 말했다. 투박하고 멋 없지만 속정 깊은 도굴꾼 김대출이라는 캐릭터에 정재영 만큼 어울리는 배우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
정재영은 “김대출은 좋게 말하면 숨겨진 문화재를 찾아 빛을 보게 하는 사람, 나쁘게 말하면 도둑놈” 이라며 “출연진이 많지 않아 촬영 감독부터 스탭 막내들까지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화기애애하게 촬영에 임했다”
<마이캡틴, 김대출> 제작 보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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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부산에 할리우드 형 테마파크가 들어선다.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MGM과 부산시, 주식회사 글로빛은 3월15일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영상테마파크인 ‘MGM 스튜디오 시티’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MGM 스튜디오 시티’에는 TV 방송 제작, 영화, 뮤지컬 등의 제작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MGM 스튜디오 파크’를 비롯해 필름 아카데미, 엔터테인먼트 스쿨, 레저 시설, 쇼핑 타운 등이 들어선다. 부지는 부산 기장군 동부산 관광단지 내. MGM이 영화 및 기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부지 마련과 기본 인프라 시설은 부산시가 지원하며, 테마파크와 관련된 운영과 관리는 글로빛이 책임진다. MGM 미국 총괄 부사장인 트래비스 러더포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시아에서 4번째로 개장하는 할리우드형 테마파크이다. 휴양, 레저, 쇼핑과 외식이 한 자리에서 가능한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실현되기까지는 꽤 시간
‘2010년, 부산에 MGM 할리우드형 영상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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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미카엘 하네케의 <히든>(3월23일 개봉예정)이 15일 시사회를 가졌다. 이미 국내에 소개된 <퍼니게임>과 <피아니스트>만큼 보는 이의 오감과 이성을 후벼대지는 않지만, 의문들이 끝까지 지속되는 스릴러 구도 속에 개인적 죄의식과 사회적 죄의식를 동시에 질문하는 방식과 내용은 여전히 무시무시하다.
TV문학토론 프로그램의 사회자로 대중적 인기가 높은 조르쥬(다니엘 오떼유)는 중산층 주택, 중산층 자동차, 중산층 친구 등을 지닌 지적 부르주아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아내 안느(줄리엣 비노쉬)와 아들 역시 이에 걸맞는 ‘수준’이다. 그들에게 비디오테이프 하나가 배달돼온다. 집 정면을 고정된 카메라로 응시하며 자신들의 출입을 그저 지켜보는 롱테이크가 전부다. ‘당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이 명백한 메시지에 조르쥬와 안느는 불안해지는데 이어지는 비디오테이프와 그림이 명백한 상징을 띠기 시작한다. 테이프와 그림이 상기시키는 건 조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히든> 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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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에 관한 토론회가 3월17일 오후 2시부터 서울 남산빌딩 내 감독협회 시사실에서 열린다. '스크린쿼터 사수 한미 FTA 저지' 범대위가 주최하고, '한미FTA저지 교수학술단체 공동대책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날 토론회에선 이해영(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심광현(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등이 한-미 FTA의 폐해에 관해 발제를 하고,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한-미 FTA를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한다.
한-미 FTA 토론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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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 대한 프랑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한국영화에 관련된 크고 작은 행사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만나게 되는 한국영화 관련 행사들을 조금만 살펴보면 무언가 한 가지 부족하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우선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인지도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스펙트럼이 매우 엷은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다음으로, 대부분의 한국영화 관련 행사들은 기성감독의 영화를 중심으로 한 회고전 내지 특별상영회 정도에 머물러 있다.
2006년 한·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파리 시네마테크에서 열리는 김기영 회고전을 비롯해 리옹 한국영화제 등 올 한해 프랑스에서는 다양한 한국영화 관련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그중에서도 새로운 개념으로 한국·프랑스 양국의 새로운 영상문화 교류를 시도하는 ‘한·불영상제 2006(Festival Franco-Coreen du Film 2006): Since 1886’은 영상물의 주제나 형식 면에서 진부함을 탈피하
[파리] 프랑스의 눈으로 한국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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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 전쯤 뉴욕시 유니온 스퀘어에서 록그룹 화이트 스트라입스가 무료로 깜짝 콘서트를 열었다. 콘서트가 열린 유니온 스퀘어는 삽시간에 젊은이들로 가득 찼고, 기타리스트와 드러머로만 구성된 화이트 스트라입스는 엄청난 에너지로 공연장 일대를 뒤흔들어놓았다. 그룹의 열정적인 공연은 물론, 순간적으로 모인 관객의 에너지에 흠씬 취할 수 있었다.
지난 3월3일 개봉한 코미디와 랩 콘서트 다큐멘터리 <블록 파티> 역시 뉴욕에서나 있을 법한 깜짝 콘서트를 담은 작품이다. 케이블채널 코미디 센트럴의 인기 프로그램인 <샤펠 쇼>로 유명한 코미디언 데이브 샤펠이 주관한 이 공연은 2004년 9월 어느 비오는 날 뉴욕시 브루클린의 베드-스타이(Bedford-Stuyvesant)에서 열렸다. <블록 파티>는 이 공연의 준비과정과 콘서트 실황, 백스테이지 풍경 등을 담고 있으며 <이터널 선샤인>의 미셸 공드리 감독이 음악과 코미디를 아우르며 역동적으로 연출했다
[뉴욕] 미셸 공드리 감독의 랩 콘서트 다큐멘터리 <블록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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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서울과 필름포럼이 주최하는 ‘앨프리드 히치콕 걸작선’이 3월17일(금)부터 25일(토)까지 필름포럼 2관에서 열린다. 이번 회고전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총 9편으로, 4편의 흑백영화와 5편의 컬러영화로 구성되어 있다. 흑백영화 시대의 히치콕 작품으로는 그의 영국 시절 영화들의 특징이 집약돼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39계단>(1935)부터 할리우드 데뷔작으로 데이비드 셀즈닉과 함께 작업한 <레베카>(1940)와 <의혹>(1941), 그리고 프랑수아 트뤼포가 히치콕 영화의 특징인 양식화와 단순함의 극대치에 도달한 작품으로 평가했던 <오명>(1946)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영화 매체에 대한 히치콕의 관점을 엿볼 수 있는 <이창>(1954), 제한된 공간 안에서 자신의 연출력을 시험하기를 즐겼던 히치콕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다이얼 M을 돌려라>(1954), 서스펜스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를 감싸고 도는 에로틱한
‘쇼트의 힘’으로 감정을 창조한 사나이, 앨프리드 히치콕 걸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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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4일부터 10일까지 스타식스 정동, 이화여고 백주년 기념관, 서울역사박물관 등에서 열리는 3회 서울환경영화제의 본선 진출작이 확정됐다. 21개국에서 출품한 57편 중 예심을 통과해 본선에 오른 작품은 모두 20편. <원폭 60년, 그리고…>(감독 김환태, 한국)을 비롯 14개국의 작품이 경쟁부문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극영화 외에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식의 영상들이 포진해 있다"는 게 예심을 진행한 프로그래머들의 말. 서울환경영화제는 3월21일 환경옴니버스영화 <9시 5분> 제작발표회, 4월4일 공식 기자회견를 통해 주요 상영작들을 공개한다. 자세한 내용은www.gffis.org 이나 02-725-3654(환경재단).
제3회 서울환경영화제, 본선작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