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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먼저 손은 행위를 나타낸다. 손은 계약서에 사인해 결정을 완료하고 도시를 건설하며 손가락 한 번의 클릭 실수로 한 국가의 경제나 국방 시스템이 마비될 수도 있다. 사랑이 시작될 때, 처음 나누는 육체적 접촉도 상대의 손을 잡는 것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난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몽정을 경험했다. 못먹고 못살던 시대의 1965년산 제품으로선 너무 빠른 신체적 조숙이었다. 그러다보니 피도 안마른 어린 초딩 녀석이 벌써부터 밝힘증으로 괴로워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오호통재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필이면 4학년 바로 그 즈음에 담임선생으로 온 분이 대학을 갓 졸업하고 처음 초등학교 선생 일을 시작하는 23살의 아리따운 처녀였다. 외람되지만 수업시간 내내 담임선생이 칠판의 좌우를 오갈 때마다 따라 파동치는 가슴에 온 신경이 곤두서곤 했다. 밤마다 담임선생에 대한 환상으로 몽정을 하는 횟수가 더욱 잦아진 반면, 성적은 육중한 물체가 낙하하듯 빠르게 아래로 아래로 내려만 갔
[스크린 속 나의 연인] 진 시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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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든, 전주국제영화제든 상영작 가운데는 감독 이름도, 배우 이름도 모르는 낯선 영화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관객이 많아 약간이라도 주목도가 있는 영화는 매진되기 십상인 부산영화제에서, 굼뜬 관객들은 정보가 전혀 없는 영화들 중에서 골라 봐야 할 때가 많다. 그럴 때 내 선택기준은 국적이었다. 일본 영화와 영국 영화, 두 나라 영화를 고르면 대체로 보고 나서 실망할 때보다 기분 좋을 때가 많았다.
물론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한번 걸러서 가져온 영화들이고, 또 이 두 나라 영화가 안전하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말이다. 그런데 최근에 수입된 일련의 일본 영화들을 보면, 또 다시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메종 드 히미코> <박치기> <스윙 걸스> <린다 린다 린다> 등은 전부 다 수작이라고 하기는 힘들어도, 모두 기본을 갖추고 있고 최소한 한가지 이상의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일본에도 잘 만든 영화가 있고, 못 만든 영
[팝콘&콜라] ‘한류 열풍’ 갉아먹는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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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에서부터 <올드 보이> <쓰리, 몬스터> <웰컴 투 동막골>을 거쳐 <연애의 목적>까지. 영화배우 강혜정은 작품성을 크게 인정받거나 흥행에서 대박이 터지거나 혹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한국 영화들에서, 또래 여배우 가운데서는 드물게 선 굵고 묵직하고 기가 센 연기를 보여줬다. 그러면서도 나이를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진폭이 큰 연기를 보여 준 탓에, 올해로 스물 넷인 그의 나이에는 ‘이제 겨우?’라는 물음이 따라붙는가 하면, ‘어느새 벌써…’라는 감탄이 묻어나오기도 한다.
실제 남자 친구인 조승우(26)와 함께 출연한 <도마뱀>(27일 개봉)에서도 그는 여덟 살의 나이를 넘나들며, 비밀을 간직한 여자 ‘아리’를 연기했다. 강혜정은 열 여덟에서부터 스물 여섯살까지의 아리를 연기했지만, 아리는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배우 강혜정의 실제 나이 ‘스물 넷’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 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래 여자 배우들이
<도마뱀>의 강혜정, 왜 자꾸 ‘꼬리’ 끊고 달아났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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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영화를 ‘이야기를 해주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영화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공포영화에서의 “누가 살인자인가?”와 같은 정체를 묻는 질문일 수도 있고, 한국 공포영화에서의 “왜 유령이 복수를 하려고 하는가?”와 같은 동기의 질문일 수도 있다. 영화에서 제기되는 이런 질문이야말로 관객에게 계속 흥미를 갖도록 한다. 어떤 의문들은 영화 마지막에 풀리지만, 어떤 것들은 우리 머릿속에 남아서 끊임없이 떠오르는 것들도 있다.
언젠가 한 선생님이 “교육이란 그저 좋은 질문을 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 유사하게 영화를 분석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영화가 어떤 종류의 질문을 묻고 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유사해 보이는 두 영화, 곽경택의 <태풍>과 미미 레더의 <피스메이커>(1997)의 예를 들어보자. 두 영화 모두 테러리스트가 대량파괴를 일으키려고 시도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태풍>에
[외신기자클럽] ‘왜?’와 ‘어떻게?’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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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올려받는 너만 잘났냐. 돈 없어서 못 내는 나도 잘났다.” 숙명여대를 지나다 본 슬로건 중 하나다. “총장실로 출격!”이란 구호도 있었다. ‘역시 이것들이 하라는 데모를?’ 뿌듯한 맘에 다가가보니 ‘출격’이 아니라 ‘출첵’이었다. 이런… 시대착오감(그래도 ‘즐섹’으로는 안 읽었잖아).
학생을 대학 운영의 한 주체로 인정하기는커녕 고딩·중딩도 모자라 초딩 취급하고, 웬만한 대화는 학생 말고 학부모랑 하려 들며, 총학생회는 필요없다고 내놓고 떠드는 분들이 대학을 쥐락펴락하기 때문인가. 봄날 개나리도 싯누런 눈물을 흘리는 것은(웬 시구? 엄청난 현금으로 대학 졸업장 산 티내려고 그런다).
최근 8년 동안 소비자물가지수 증가율은 27.9%였는데 사립대 등록금은 44∼53% 폭등했다. 등록금을 갈고리로 긁어모아 교육여건이 좋아졌냐면, 아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조사를 보면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1997년 33.5명에서 2004년 35명으로 오히려 늘었고, 학생 1인당 기자
[이슈] 경희대의 고객 서비스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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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숫자 세개를 나열하는 것만으로 행운(777)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지극한 공포(666)를 낳을 수도 있다. 개봉을 앞둔 존 무어 감독의 <오멘>은 리처드 도너 감독의 1976년작 공포영화 <오멘>의 리메이크. 리메이크판 <오멘>은 원작을 통해 ‘악마의 숫자’라 낙인 찍힌 ‘666’을 적극적으로 홍보에 이용하기로 했다. 제작사 폭스는 2006년 6월6일에 영화를 개봉하는 홍보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666’이라는 숫자는 악마의 아들이라는 표식으로 영화 속에서 수차례 등장하는데, 폭스는 그 숫자를 전세계 동시 개봉일로 선택,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기겠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6월6일이 화요일이라는 점이다. 폭스 해외 판매전략팀 디렉터인 크레이그 디멜은 “666이라는 숫자를 지나치게 부각하려는 생각은 없지만, 분명 그 숫자가 홍보의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해 금요일에 영화를 개봉하는
[What's Up] 06년6월6일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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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 안성기 주연의 <라디오 스타>(감독 이준익, 제작 영화사 아침, 공동제작 씨네월드)가 4월19일 서울 세종대학교 강당에서 첫 촬영에 들어갔다.
이 날의 촬영 분량은 인기 절정의 록가수 최곤(박중훈)의 콘서트 장면. 수많은 팬들과 현란한 조명에 둘러싸인 최곤이 자신의 히트곡 <비와 당신>을 부르는 대목이다. 최곤의 매니저 박민수(안성기)는 그 모습을 지켜본다. 이 장면의 시간적 배경은 1988년이다.
<라디오 스타>는 80년대에 인기를 누리고 한물 간 록스타와 그의 곁을 한결같이 지켜온 매니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왕의 남자>로 스타감독 반열에 오른 이준익 감독의 신작으로 추석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라디오 스타> 촬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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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 컨츄리>가 개봉당일 직장 여성들을 대상으로 무료관람 이벤트를 실시한다. 영화의 수입·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코리아는 4월27일, <노스 컨츄리>의 전국 상영관에서 명함과 신분증을 제출하는 직장 여성에 한해 전회 무료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노스 컨츄리>는 1984년 미국 최초의 직장 내 여성 성폭력 법정 승소건을 소재로 한 영화. 광산 인부 여성 조시 제임스가 작업장에서 벌어지는 여성차별과 학대에 대항해 벌인 법정 투쟁 드라마다. <웨일 라이더>의 여성감독 니키 카로가 연출했으며 <몬스터>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샤를리즈 테론이 주연을 맡았다.
<노스 컨츄리> 개봉당일 직장 여성 대상 무료관람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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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센터에서 극장용 및 방송용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을 위한 작품 공모를 실시한다. 지원대상은 TV시리즈 애니메이션과 극장용 장편애니메이션 각 1편씩이며, 분량은 방송용의 경우 15분물 기준으로 26화, 극장용의 경우 러닝타임 70분 이상이다. 편당 지원규모는 10억원 내외. 지원금 지급은 현금 지급과 현물 지급으로 이루어진다. 당선작은 국내 방영 및 극장 개봉을 지원받을 수 있고 향후 해외 애니메이션 마켓 및 통상지원도 받을 기회를 얻는다.
접수기간은 6월7일부터 9일까지.
자세한 문의는 홈페이지(www.ani.seoul.kr) 또는 전화(02-3455-8364 / 02-526-2575), 이메일(namoo@sba.seoul.kr / hknam@ebs.co.kr)을 통해 가능하다.
20억원 규모의 이 지원사업은 서울산업통상진흥원, 한국교육방송공사, 소빅창업투자주식회사가 힘을 모아 이뤄졌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우수창작애니메이션 제작 지원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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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서울독립영화제 상영작인 <택시 블루스>(감독 최하동하)와 <프락치>(감독 황철민)가 뉴욕 시라큐스영화제에서 각각 최우수작품상과 최우수배우상(양영조)을 수상했다.
4월6일부터 9일까지 4일간 뉴욕에서 열린 제3회 시라큐스영화제는 <택시 블루스>와 <프락치> 두 편을 비롯해 <환> <체임버> <형이상학나비효과의 예술적 표현> <갑각류를 요리하는 빨간 조리법> <마네킹> <허스토리> <단속평형> 등 총 9편의 한국영화를 초청, 상영했다.
최하동하의 <택시 블루스>는 택시 운전사의 하루를 쫓은 다큐멘터리. 황철민 감독의 <프락치>는 1991년 김삼석씨 남매의 간첩혐의 조작 사건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다. <프락치>는 이미 벤쿠버영화제, 로테르담영화제 등 해외 유수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은 바 있다.
<택시 블루스> <프락치> 뉴욕 시라큐스영화제에서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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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로 먹고 들어가는 건 사실이지만 과한 욕심으로 부리지 않으면서 무난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신현준의 연기도 첫 부분의 ‘흉내’느낌이 뒤로 갈수록 자연스럽게 이야기 안으로 녹아들어간다. 주연을 비롯해 김수미, 임하룡, 탁재훈 등 조연들이 이야기 안으로 골고루 들어가 ‘튀는 기량’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강점. 그러나 지나치게 소박한 욕심으로 출발해 모든 수순이 예측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게 지나친 안전주의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힘들듯. -김은형/ <한겨레> 기자
웰 메이드 휴먼드라마란 바로 이런 것! 장면 하나하나에 감독의 진심과 극진한 공을 들인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배우들의 연기는 경이로운 빛을 발한다. 워낙 뛰어난 김수미의 연기 신공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지만, 신현준의 변신은 문자 그대로 ‘괄목상대’의 고사를 떠오르게 한다. (신현준은 이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 다시 태어났다.) 탁재훈을 비롯한 조연들의 연기도 고루 조화롭다. 웃음과 감동을 통해, 가슴 속 깊은
[전문가 100자평] <맨발의 기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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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종단을 한 느낌이다.” 4월1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와 스크린쿼터 축소에 항의하며 국토 종단에 올랐던 이민용 감독(<보리울의 여름>)과 그의 아들 이삭이 4월 19일 긴 여정을 마치고 광화문 시민열린마당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민용 감독은 “광주 영상위원회, 전주 영상위원회 등 지역의 영상위에서 에스코트 및 지원을 해주었다. 이명박 시장의 황제 테니스 논란이 있던데, 마치 황제 종단을 한 느낌이였다. 더 힘들었어야 했는데 남들보다 편하게 종단을 끝마친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버지와 함께 20일간의 국토종단을 수행한 아들 이삭은 “오느라 힘들었다. 하지만 컨디션은 매일 좋았다”며 쑥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또한 이민용 감독은 광화문에 도착하기 전 청와대에 들러 노무현 대통령께 서신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노무현 정권에 가졌던 기대에 대한 실망을 담았다. 우리가 왜 스크린쿼터를 지키려 하는지, 전국을 돌며 느낀 시민들의 반응을 전하고 싶었
이민용 감독, 스크린쿼터 사수 위한 국토 종단 끝마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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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정과 배종옥이 영화 <허브>에 나란히 캐스팅됐다. KM컬쳐가 제작하고 <신부수업>의 허인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허브>는 두뇌 성장이 일곱살에서 멈춰버린 스무살 상은(강혜정)과 엄마 현숙(배종옥)의 애환을 다룬 휴먼드라마다. 강혜정이 맡은 상은 역은 정신지체 장애를 앓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뛰어난 집중력을 보이는 소녀다. 배종옥이 맡은 현숙 역은 심한 건망증을 앓지만 홀로 꽃집을 꾸리며 딸 상은을 키우는 의지가 강한 엄마 캐릭터다.
<허브>는 5월 중 촬영을 시작해서 올해 하반기 개봉을 목표로 한다.
강혜정과 배종옥, 허인무 감독의 <허브>에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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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가 112일 만에 화려하게 극장가에서 퇴진했다. 한국영화 역대흥행 1위에 빛나는 <왕의 남자>는 18일 서울 관악구 프리머스 신림에서 열린 종영회를 끝으로 모든 극장 상영을 마쳤다. 대단원의 막을 내린 <왕의 남자>의 흥행 레이스는 서울 365만 9천 124명, 전국 1230만 755명에서 마무리됐다. 천만관객 시대를 열어젖힌 한국형 블록버스터 <실미도>나 <태극기 휘날리며>와 달리 상대적으로 작은 3-400개 스크린 수를 유지하며 대기록을 수립한 <왕의 남자>는 작품의 질적 측면과 산업적 측면에서 공히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왕의 남자, 112일 만에 종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