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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봤다. 들것에 실려 내리시는 회장님의 모자와 와이셔츠, 양복용 양말, 팔목시계까지.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어디 아픈지 아무도(아마 자신도) 모르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보석을 허가받아 풀려날 때 수행원들이 홑이불을 재빨리 덮지 못한 관계로 보지 말아야 할 걸 봤다(사실 내가 아니라 방송 카메라가). 양복 상의는 구겨질까봐 벗고 누우신 모양이다. 치료차 바깥 병원에 줄곧 머무르던 그는 이날 서울구치소에 잠깐 ‘들렀’다가 병원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아파서 실려가는 사람이 그렇게 갖춰 입은 건 처음 본다. 대치동 은마상가의 정 회장님은 수년 전 그래도 휠체어에 앉아 진짜 환자처럼 굴던데. 대법원장의 기업비리 엄단 공언이 무색하게 ‘경제 악영향 우려’를 재판부에 안겨준 회장님은 홑이불 덮는 타이밍을 못 맞춘 거 빼고는 역시 ‘클래스’가 다르다.
대형비리사범들은 왜 하나같이 기소만 되면 중병에 걸릴까? 이건 질문의 의미를 상실한 자연법칙 같은 게 됐다. ‘급식 업체들은 왜 틈만 나면
[이슈] 열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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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들린 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소년 디제이는 길 건너에 있는 앞집이 영 꺼림칙하다. 괴팍한 영감 네버크래커가 살고 있는 그 집 근처만 가면 뭐든지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집을 비운 할로윈 전날, 디제이는 친구들과 놀다가 그 집이 배구공을 삼켜버리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 집은 살아 있는 괴물인 몬스터 하우스였던 것이다. 그 집에 잡아먹힐 뻔한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실종자가 점점 늘어가던 중에 사건은 벌어진다. 할로윈의 달빛을 받은 몬스터 하우스가 사람들을 집어삼키며 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몬스터 하우스>는 의인화된 동물들이 지배하는 3D애니메이션의 세계에 ‘귀신들린 집 장르’를 접합하려는 시도다. 귀신들린 집과 아이들의 대결이라는 이야기는 조금 고리타분하게도 들리지만, 여기에 스티븐 스필버그와 로버트 저메키스가 공동제작자로 덤벼들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영화
사람 삼키는 괴물 집과 아이들의 대결, <몬스터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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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범의 아이가 유괴된다는 특이한 설정의 <잔혹한 출근>(게이트픽쳐스 제작) 촬영현장 공개가 6월17일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있었다. 김태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잔혹한 출근>에는 김수로가 사채에 쫓겨 유괴를 저질렀다가 자신의 딸이 유괴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샐러리맨 동철로 출연한다. 꼭짓점댄스로 월드컵 응원 인기몰이를 한 탓일까, 주인공 동철을 연기하는 김수로가 현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월드컵 경기 관전평을 해주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7월 중 크랭크업을 앞두고 있으니 촬영 막바지이지만, 이날 공개한 장면은 영화의 첫 장면이다. 한 여고생(고은아)이 입시학원 광고 포스터에 신경질적으로 낙서를 하고 있다. 포스터 속 사진의 주인공인 서울대 합격생의 자랑스러운 미소는 점점 망가지기 시작한다.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30대 초반의 동철과 20대 중·후반의 만호(이선균)가 커다란 종이박스를 밀차에 싣고 들어선다. 여고생은 그들의 존재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동철이
유괴가 유괴를 부른다, <잔혹한 출근>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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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에어컨 좀 켜!” 유난히 더웠던 지난 6월22일 오후. <뚝방전설>의 촬영현장이었던 홍익대 근처 지하 바 ‘비키니 버진’이 후끈 달아올랐다. 시나리오상의 장소 이름은 ‘바 오르가슴’. 끈적끈적한 상호명에 걸맞게 야릇한 포즈를 묘사한 네온사인이 바 한쪽에서 쉴새없이 반짝거린다. 미술 스탭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이라 한다. 40평 남짓한 지하 공간에 50여명의 스탭과 배우들이 모였으니 숨도 못 쉴 정도로 더운 건 당연지사. 에어컨이 있지만 촬영 중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켤 수 없다. 촬영이 잠시 소강 상태에 접어들자마자 “에어컨 켜자”는 소리가 높아진다.
<뚝방전설>은 동네 건달 노타치파의 모습을 담은 청춘영화. 노타치파들은 학창 시절의 추억이 서린 뚝방을 사수하기 위해 뚝방파와 싸움을 벌인다. 그 중심에 혈기 왕성한 젊은 배우 박건형, 이천희, 신동현이 있다. 세 배우가 지닌 강렬한 청춘의 에너지를 드러내게 될 이 영화는 ‘학교 일진들이 어른이 된
우리 애들 건들면 죽는다, <뚝방전설>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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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아한 인상의 중견 여배우 양금석이 조선시대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준다. 양금석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전설의 고향: 쌍둥이 자매 비사(秘死)>에 쌍둥이 자매의 어머니로 출연하게 된다. 김지환 감독의 데뷔작 <전설의 고향…>은 한 남자(재희)를 함께 사랑하게 된 쌍둥이 자매(박신혜 1인2역)의 비극을 다루는 호러물. 양금석은 두 딸로부터 측은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끼는 어머니로 등장한다. 현재 70% 가량의 촬영을 마친 <전설의 고향-쌍둥이자매비사(秘死)>는 8월경에 개봉될 예정이다.
양금석, <전설의 고향>에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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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액션영화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브랜드’가 탄생한다. 나비픽처스와 서울액션스쿨, CJ엔터테인먼트가 의기투합해 만드는 이 브랜드는 저예산 액션영화를 꾸준히 만들어 국내 뿐 아니라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 7월 말 공식출범과 함께 이름을 확정할 이 브랜드는 <무사> <중천> 등 액션영화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한 나비픽처스와 국내 최대의 스턴트업체 서울액션스쿨이 저마다의 장점을 발휘하고, CJ엔터테인먼트의 투자와 해외판매선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브랜드는 올해 5편의 영화를 만들 계획을 세워놓고 시나리오를 개발 중이며, 나비픽처스의 김성수 감독과 서울액션스쿨의 정두홍 감독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할 계획이다. 김성수 감독은 “이들 프로젝트에는 두 회사의 기존 노하우가 최대한 결합돼 저비용 고효율의 액션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프로젝트에는 각각 10억원 남짓한 저예산이 투입되지만, 서울액션스쿨이 공동제작자
저예산 액션영화 전문 브랜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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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우, 임원희, 이하나가 허영만의 만화 <식객>을 원작으로 하는 동명영화 <식객>에 캐스팅됐다. <파랑주의보>를 연출한 전윤수 감독의 차기작 <식객>은 요리 경연 대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주요축으로 삼는 본격 요리 영화. <태풍태양>에서 자유로운 영혼 모기를 연기했던 김강우는 재능은 물론 인간미까지 갖춘 최고의 요리사 성찬 역을 맡는다. 한편, 비정한 테러리스트(<쓰리, 몬스터>)로 강한 인상을 남긴 임원희는 성찬의 라이벌 봉주로, <연애시대>에서 귀여운 여동생의 모습을 생생하게 살려낸 이하나가 요리 경연 대회를 취재하는 VJ 진수로 낙점됐다. <식객>은 8월에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김강우, 임원희, 이하나, 영화 <식객>에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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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 청춘에게 고함>(감독 김영남, 제작 이모션픽쳐스)이 8월2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제59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았다. 지난 5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열린 시사회 직후 로카르노 관계자가 즉각 초청 의사를 내비쳤다고 제작사쪽은 밝혔다. 한국영화가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내 청춘에게 고함>은 정희, 근우, 인호라는 세 젊은 주인공들의 일상을 세개의 에피소드로 묶어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영화다. 무용과 학생 정희가 가족과의 관계에 애를 먹는다는 내용의 1부, 전화국 직원 근우가 우연히 도청하게 된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2부, 박사과정을 밟던 중 늦은 나이에 군대에 간 인호가 휴가를 나와 아내와 불화를 맞는다는 내용의 3부로 되어 있다.
<내 청춘에게 고함> 로카르노 경쟁 부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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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작 및 수입·수출업체 미로비젼은 7월3일 보도자료를 내고 “<엽기적인 그녀>의 저작권이 ‘신씨네에 없다’고 밝힌 게임 제다이의 6월27일 보도자료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미로비젼은 <엽기적인 그녀>의 해외배급대행권한을 제작사인 신씨네로부터 위탁받아 드림웍스와 리메이크 계약을 진행했던 곳으로, 2003년 7월18일 <엽기적인 그녀> 리메이크 판권 계약 당시 원작의 작가 김호식씨로부터 동의서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로비젼은 “리메이크 계약을 진행함에 있어 필요 절차인 Chain of Title (리메이크 대상 작품의 원작자증명목록) 제출 요청에 의거, 당사는 원작자인 김호식 작가와 원작의 출판사인 <시와 사회>의 백승대 대표, 시나리오 작가 겸 원작의 영화 연출자 곽재용 감독, 해외 배급 대행사인 미로비젼의 채희승 대표, 4자가 공동으로 하는 <Omnibus letter agreement regarding “Sassy
<엽기적인 그녀> 판권 공방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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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곤 감독의 데뷔작 <구미호 가독>이 6월30일 3개월 가량 지속돼온 촬영을 마쳤다. <구미호 가족>은 특유의 날렵한 몸놀림으로 서커스단으로 둔갑한 구미호 가족이 사람들을 납치하며 벌이는 해프닝을 담은 뮤지컬 코미디. 남양주 종합촬영소에서 이뤄진 마지막 촬영에서는 인간 남자 기동(박준규)이 첫째 딸 구미호(박시연)와 하룻밤을 보낸 후 여우의 모습으로 변한 첫째를 보며 놀라는 장면을 담았다. 박시연은 이날 촬영을 위해 여우 주둥이를 붙이는 등 약 5시간에 걸쳐 여우 분장을 했다고. 이 영화에는 박시연, 박준규 외에도 하정우, 고주연, 주현 등이 출연한다. <구미호 가족>은 3개월 가량의 후반 작업을 거친 후 올 추석 즈음 개봉할 예정이다.
뮤지컬 코미디 <구미호 가족> 촬영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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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막을 내리는 7월10일 제3회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EIDF 2006, www.eidf.org)이 일주일간 ‘다큐 월드컵’을 연다. 1주일간 정규방송을 접고 종일 다큐멘터리를 방송하는 EBS의 다큐 잔치는 7월10일부터 16일까지 ‘화해와 공존, 번영의 아시아’를 주제로 42개국에서 초청한 83편(국내 10편 포함)의 다큐멘터리로 채워진다. 오전과 오후의 유아 및 어린이 시간대를 제외하고 하루 15시간씩 모두 104시간 동안 방송한다. 또 전용상영관인 EBS 스페이스에서는 개막작 <반 누엔의 여정>을 시작으로 23편의 작품을 상영하며 총 2만5천달러의 상금이 걸린 경쟁부문의 작품들은 매편 감독과의 대화시간이 마련될 예정이다. 올해 처음 마련된 특별상영이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아트홀에서 열리며(무료 선착순 입장), 이곳에서 상영될, 비디오 저널리스트의 거장인 존 알퍼트의 <파파>와 요아브 샤미르의 <5일간> 역시 관객과
7일간의 ‘다큐 월드컵’이 열린다, 제3회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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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서크 회고전이 7월8일(토)부터 17일(월)까지 10일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미국의 영화사가 토머스 샤츠는 멜로드라마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영화 자체의 독특한 기능에 대해 어떤 감독보다도 깊은 이해를 갖고 있었던 감독으로 더글러스 서크를 꼽는다. 실제로 서크는 사회를 해석하는 데 멜로드라마가 가장 적절한 토양이라는 것을 꿰뚫어본 감독이었다. 일반적인 할리우드영화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문화 속에서 미국적 이데올로기의 가치와 모순을 재조정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기능할 때, 서크는 멜로드라마의 매혹적 환상으로 인해 망각하기 쉬운 실제적 조건, 즉 우리의 선택과 역할은 일정한 ‘사회적 조건’ 속에서 결정되며 결코 그로부터 도피할 수 없다는 점을 자신의 멜로드라마를 통해 드러내고자 했다.
서크가 독일에서 건너온 다른 감독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작의 영화를 연출했다는 사실(1950년부터 1959년까지 유니버설 소속으로 연출한 작품만 21편이었다)만으로도 그의 영화에 대
멜로에서 사회적 진실을 들춰내다, 더글러스 서크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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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나이트 샤말란 감독과 디즈니의 결별 사연을 담은 책이 나온다. 샤말란 감독은 <식스 센스> 때부터 디즈니와 손잡고 일해왔으나 최근 신작 <레이디 인 더 워터>로 갈등을 빚어 워너브러더스로 이적했다.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마이클 뱀버거는 지난 1년간 샤말란 곁에서 상황을 지켜봤다. 그리고 이를 <목소리를 들은 남자: 혹은, M. 나이트 샤말란이 동화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게 된 사연>이라는 책으로 펴냈다. 책은 감독의 입장에서 쓰여졌으며 샤말란은 뱀버거의 취재 과정과 책의 발간에 광범위한 협조를 했다고 <타임>은 전했다. 이 책은 디즈니의 고위층인 니나 제이콥슨, 딕 쿡, 오렌 아비브에 대해 ‘창의적 비전이 고갈된 따분한 사람들’, ‘돈 벌어줄 감독만 원하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결별의 직접적 계기가 된 건 지난해 2월의 저녁식사. 이날 제이콥슨은 ‘스토리가 전혀 와닿지 않는다’, ‘감독의 출
[What's Up] 어제의 동지가 오늘은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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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중순 상하이에 열린 토론회에서 중국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감독 펑샤오강은, 중국 영화산업이 5∼10년 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가 될 거라 예측했다. 펑 감독은 얼마 전에 장쯔이가 출연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각색한 1500만달러짜리 <야연>을 마무리했다. 이 영화는 9월에 중국에서 개봉하기 전에 베니스영화제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가질 계획이다.
2005년에는 장편영화 260편이 베이징영화청에서 배급허가를 받았다. 이 수치는 전년대비 20% 증가한 것이다. 일부는 홍콩과의 공동제작물이었지만 그럼에도 단편, 텔레비전용 영화, 다큐멘터리, 그리고 일명 ‘지하전영’ 영화를 제외한 이 수치는 놀랍다. 그러나 260편 중 유료 관객을 위한 영화관에서 상영될 영화는 몇편 안 된다. 중국은 1인당 극장 수가 적은데다가 외국영화 쿼터는 있지만 국내영화에는 상영쿼터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6월에 개최된 상하이국제영화제는 60편의 최근 중국 장편을
[외신기자클럽] 아시아만의 영화 축제가 필요하다 (+영어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