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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막이 올랐다.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12일 수영만 요트경기장 야외상영관에서 개막식을 열고 9일간의 항해에 들어갔다. 오후 6시경 역대 부산국제영화제의 하이라이트 장면들이 대형 화면을 통해 보여지면서 고조되기 시작한 분위기는, 6시30분경 국내외 게스트들이 레드 카펫을 통해 입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개막작 <가을로>의 김대승 감독을 비롯해 임권택, 박중훈, 이준기, 유지태, 김지수, 이병헌, 정우성, 유덕화 등 국내외의 화려한 게스트들이 차례로 입장하자 객석은 환호의 물결을 이뤘다.
본격적인 개막식은 7시30분경 사회를 맡은 안성기, 문근영이 무대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부산영화제는 이제 세계적인 영화제가 됐다”며 인사말을 연 허남식 조직위원장은 “아시아의 영화 발전이라는 공동의 비전을 갖고 나아갈 것”이라며 개막을 선언했고, 뉴커런츠 부문의 심사위원장으로 마이크를 잡은 이스트반 자보 감독은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나는 행복한 날들이 되길 기원한다
부산, 영화와 사랑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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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스틸 라이프>로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지아장커 감독이 2004년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인 전작 <세계>의 개봉을 맞춰 한국을 방문했다. 베니스수상 이후 홍콩영화제 등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 지아장커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기 위해 방한한 뒤 지난 10월13일 오후 7시20분 필름포럼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지하전영 출신으로 <소무> <플랫폼> <임소요> 등 급격하게 자본주의로 이행중인 중국 내부의 문제를 다뤘던 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영화의 현재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의 다섯 번째 장편 <세계>는 북경에 위치한 ‘세계’라는 이름의 공원을 무대로 시골에서 상경한 두 남녀의 관계를 그리는 영화로 대도시를 살아가는 현재 중국 젊은이들의 일상을 플래시애니메이션 등을 동원해 표현한 영화. 현재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들은 모두 “다 날아다니는 영화(웃음)”라고 말한 지
<세계>로 한국 방문한 지아장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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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이었다. 영화팀으로 인사발령이 난 뒤 처음으로 언론시사회에 갔다. 난생처음 영화를 보는 사람처럼 떨리는 가슴을 가누며 영화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영화팀 선배가 대뜸 이런 질문을 던졌다. “네 인생의 영화는 뭐니?” 머릿속이 멍해지고 말문이 막혔다. 돌이켜 보니 나한테는 ‘내 인생의 영화’는 물론, ‘내 인생의 무엇’이라고 할 만한 그 ‘무엇’이 없었다.
그 뒤로 1년 반, 아니 탯줄을 끊은 지 30년 만에 드디어, 얼마 전 ‘내 인생의 영화’를 영접했다. 이준익 감독의 〈라디오 스타〉다. 누구는 “좋은 영화긴 하지만 걸작은 아니지 않으냐”며 깔깔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수많은 걸작들 속에서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어떤 것이 그 속에 있었으니, 〈라디오 스타〉는 내 인생의 영화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이렇게 말했단다. “책이란, 그것이 없었다면 독자가 결코 자신에게서 경험하지 못했을 무엇인가를 분별해낼 수 있도록, 작가가 제공하는 일종의 광학 기구일 뿐이다. 따
[팝콘&콜라] 내 인생의 영화 <라디오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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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를 보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로 멕시코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뒤 한국에서 그대로 일어날 것이다.”
알프레도 구롤라 멕시코 영화감독노조 위원장은 14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멕시코의 사례를 들며, 한·미 FTA 체결과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FTA와 문화다양성 협약 그리고 스크린쿼터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찾았다.
“멕시코는 1994년 나프타에 가입했다. 멕시코 영화인들은 다국적 독점기업의 손에 영화산업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영화를 협정에서 제외시켜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친미성향 관료들은 3천년 이상 지속된 멕시코문화처럼 멕시코 영화산업도 자유무역을 견뎌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한국영화 경쟁력’을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멕시코 정부도 ‘멕시코영화 경쟁력’을 주장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지금 멕시코 영화산업은 처절하게 파괴됐
구롤라 멕시코 영화감독 노조위원장 한국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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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짜>의 독주다. 치열한 추석극장가의 최종승자로 남은 최동훈 감독의 <타짜>는 3주째 예매순위에서 1위를 독식중이다. 3주차에 접어들면서도 예매시장의 절반 가까이 잠식하고 있다. 이미 관객동원은 400만명을 돌파한 상황. 현재 추세라면 600만명 선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개봉 이후 입소문을 타고 놀라운 뒷심을 발휘 중인 <라디오 스타>가 견제에 나섰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가장 근소한 격차를 유지한 YES24를 제외하면 두 영화의 예매율 격차는 최대 30%에 달한다. <타짜>와 <라디오스타>를 제외하면 중하위권의 경쟁은 혼전 양상이다. 나란히 추석 300만 클럽에 가입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는 서서히 극장가에서 물러날 채비를 하며 중하위권에 랭크됐다. 비중은 미미하지만 10월12일에 개봉하는 신작 외화 세 편도 나란히 5위권 내로 진입했다. 이자벨 코이셋의 멜로드라마
<타짜>, 예매는 아직 내 손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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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탄생>이 부산영평상을 거머쥐었다. 일곱번째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의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은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에 돌아갔다. 한 작품이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모두 차지한 일은 3회 <복수는 나의 것>, 5회 <올드보이>에 이어 세번째.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이해준 감독은 신인감독상, 류덕환은 신인남우상을 차지했다. <사생결단>의 황정민은 남우주연상, 추자현은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해변의 여인>으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룬 고현정은 신인여우상, 김태우는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저예산 HD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의 손재곤 감독은 각본상을 받았고, 여우주연상은 <오로라공주>에서 열연한 엄정화에게 돌아갔다. 공로상 개념인 이필우 기념상은 고참 미술감독 조융삼에게 주어졌고,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심사위원 특별상을 차지했다. 부산영평상은 오는 10월13
<가족의 탄생>, 부산 영평상을 차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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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합작 애니메이션 <파이스토리>가 재상영된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 위치한 서울애니시네마는 <파이스토리>를 10월13일부터 22일까지 재상영하기로 결정했다. 이경호, 존 폭스, 하워드 베이커가 공동연출한 <파이스토리>는 미국 동부에서 자란 엘리트 황새치 파이가 카리브해로 떠나며 겪는 모험담을 그렸다. 지난 6월 내부시설을 새롭게 단장한 서울애니시네마는 국내 유일의 애니메이션 전용극장이다.
<파이스토리>, 서울애니시네마에서 재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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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영화제가 한국독립영화 두 편에 주목했다. 오는 13일까지 열리는 제25회 밴쿠버영화제에서 용호상 경쟁부문에 초청된 김곡ㆍ김선 감독 <뇌절개술>과 김경묵 감독의 <얼굴없는 것들>이 특별언급의 영예를 차지했다. 두 영화는 작년 서울독립영화제의 수상작이기도 하다.
<뇌절개술>은 <시간의식>, <반변증법>, <자본당 선언>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본주의 비판의 시선을 가다듬은 김곡·김선 감독의 영화. 한겨울 태백 탄광촌에서 벌어지는 의문사를 미스터리 구조로 풀어냈다. 김경묵 감독의 <얼굴없는 것들>은 한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을 단 세 컷에 담아낸 도발적인 영화. 30대 남성과 고등학생 주인공의 정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얼굴없는 것들>은 작년 가장 파격적인 독립영화 중 하나로 기억됐다. <뇌절개술>은 한국영상자료원과 서울독립영화제 홈페이지에서 열리는 서울독립영화제2005 온라인 상영회를 통해
밴쿠버 영화제, 한국독립영화에 손짓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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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일요일들>이 지방 관객들과 만난다. 인디스토리가 제작한 독립장편 <팔월의 일요일들>은 개봉 2주차를 맞이해 연장 상영에 돌입할 예정. 필름포럼에서 10월19일까지 상영되는 <팔월의 일요일들>은 10월26일에는 광주극장에서 개봉하며, 10월28일과 29일에는 강릉시네마테크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인디스토리가 제작한 <팔월의 일요일들>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에딘버러 영화제에서 호평받았고, 제작 1년 만에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게 된 작은 영화다. <팔월의 일요일들>은 <돼지꿈>, <단순한 열정> 등의 단편으로 잘 알려진 이진우 감독의 연출과 양은용, 오정세, 임형국처럼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오가는 신선한 얼굴들이 함께 어울린 작품이다.
<8월의 일요일들>, 지방 연장 상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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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톱 용어에 '사사구통'이란 말이 있다. 멍따 4장, 띠 4장, 피 9장으로 모아놓은 패는 많은데, 하나씩 패가 모자라서 점수가 안나는 경우를 뜻한다. <거룩한 계보>는 딱 그짝이다. 코미디로도, 액션으로도, 또는 조폭영화로도, 탈옥영화로도 영 '안난다'. 가령 탈옥영화 <광복절 특사>, <홀리데이>, 오른팔이 보스를 작살내는 영화 <달콤한 인생>, 아예 탈옥해서 보스를 작살내는 영화 <강적> 등 어떤 것과 비교해도 더 재미있거나 진지하거나 멋지거나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이 영화가 조폭사회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려 한다는 데 있다. 영화 <친구>가 제목과는 반대로 '우정 없음'을 일갈하였고, <비열한 거리>가 '의리있는 조폭영화'를 통째로 비웃은 이 판국에 다시금 조폭사회의 우정과 의리를 찾고자 하는 의도는 무엇인가? 이 모든 것을 장진식 유머 혹은 휴머니즘으로 보기도 난감하
[전문가 100자평] <거룩한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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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음 소리가 울려퍼진다. 화면이 서서히 밝아지면 변기에 앉은 여자가 보인다. 그녀는 고통을 느끼고 있나, 쾌감을 느끼고 있나. “배설에는 눈물, 콧물, 땀, 대소변, 섹스 같은 게 있을 수 있다. 반면 사랑, 말, 언어는 배설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배설의 경계는 무엇일까, 라는 의문에서 영화를 구상하게 됐다.” <배설의 경계>를 연출한 신재영 감독은 말한다. 고통과 쾌감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작 부분은 자못 충격적이다. 강렬한 영상은 계속된다. 신음하던 여자는 공중 화장실에서 손님을 받는 창녀다. 그녀는 어떤 남자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러다 한 손님이 화장실을 찾는다. 그는 바깥 세상으로 나가자고 하지만 여자는 거절한다. 남자는 가차없는 폭력을 행사한다. 여자의 다리 사이에서 하염없이 핏물이 흘러내린다. 대사 대신 내레이션과 민감한 소리만이 흐르는 흑백 스크린 위에는 나체, 사랑, 폭력이 거침없이 담긴다.
“시야에 대한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흑백으로 찍었을
<씨네21>이 뽑은 이달의 단편 7. <배설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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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프랑스영화를 만나자. 대구시네마테크는 프랑스대사관과 함께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영화제를 개최한다. ‘팡테옹 뒤 시네마 프랑세’로 명명된 이번 영화제는 10월 12일부터 17일까지 엿새 동안 동성아트홀에서 열린다. 1927년 르네 끌레르가 연출한 <잠자는 파리>에서부터 1997년 알렝 레네가 만든 <우리들은 그 노래를 알고 있다>에 이르기까지 열세편의 상영작은 프랑스 영화사를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 루이 말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처럼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도 있고 마르셀 카르네의 <인생유전>, 줄리앙 뒤비비에의 <망향>처럼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만한 고전도 준비됐다. 이번 영화제는 대구 상영을 마친 후에는 서울, 부산, 광주에서 순회상영을 가질 계획이다. 더 자세한 상영작과 시간표는네이버 동성아트홀릭 홈페이지참조
프랑스영화를 대구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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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승이다. 개봉 2주차를 맞이한 <타짜>가 383만 7052명을 끌어모으며 추석 극장가의 ‘판돈’을 싹쓸이했다. <타짜>의 흥행괴력은 10월 5일부터 8일까지 추석 연휴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타짜>는 이 기간 동안 서울 46만 4743명, 전국 168만 9084명을 불러들였다. 추석의 특수성을 감안해도 개봉 첫주 116만명에서 오히려 40% 가량 증가한 주말 관람객 숫자는 장기흥행의 기운을 느끼도록 한다. 첫주 410개였던 전국 스크린도 620개로 1.5배 가량 불어났다. 개봉 주말 100개가 더해졌고, 추석 주말 100개의 스크린이 늘어났다. 잘되는 영화에 몰아주는 극장업계의 심리와 흥행 영화에 쏠리는 멀티플렉스 관객의 심리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이다. 서울 스크린은 147개, 서울 관객은 112만 5419명.
당초 18세 이상 관람가, 139분의 상영시간 때문에 관객동원에 한계가 있으리라는 충무로의 관측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818만명을 동
<타짜>, 추석극장가 천하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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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신작 <디파티드>가 개봉 첫 주 1위로 데뷔했다. 홍콩 유위강 감독의 <무간도>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한 <디파티드>에는 잭 니콜슨이 갱단의 두목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맷 데이먼이 각각 보스턴 경찰과 갱단에 위장 침투한 스파이로 출연한다. <디파티드>가 기록한 개봉성적은 스코시즈 감독에게도 새로운 기록으로, 이전까지는 1991년 개봉한 <케이프 피어>의 1030만 달러가 그의 최고 기록이었다. 소규모로 개봉해 점차 스크린 수를 늘려가던 감독의 전작들과는 다르게 <디파티드>는 3017개 개봉관을 확보했는데, 니콜슨, 디카프리오와 같은 배우들의 캐스팅이 이러한 대규모 개봉을 결정하게 했다고 워너 브라더스의 배급 담당 댄 펠먼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영화에 대한 반응은 우호적이며 출구조사결과 75%의 관객이 이 영화를 추천하겠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2위에 오른 영화는 역시 순위
<디파티드>, 2700만 달러로 박스오피스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