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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두번째 서울독립영화제의 일정이 확정됐다. 한국독립영화협회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 한국영상자료원과 서울독립영화제가 주관하는 이 행사는 12월 7일 오후 7시 CGV압구정에서 개막식을 가진 후, 8일부터 15일까지 CGV용산에서 본격적인 상영에 돌입한다. 9일 동안 열릴 올해 서독제의 슬로건은 ‘파고들다’. 세상 속으로, 영화 속으로, 영화제 속으로 파고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슬로건을 바탕으로 디자이너 우명희씨가 디자인한 포스터도 이번에 공개됐다. 지난 8월 1일부터 본선 경쟁작을 공모했던 서독제는 지난주 단편부문 486편, 중편부문 87편, 장편부문 29편이 응모해 총 602편으로 지난해 515편을 상회하는 기록을 세웠다.
한편 김태일과 가토 구미코의 <안녕, 사요나라>, 김종관의 <낙원>을 비롯한 지난해 서독제의 수상작들을 12개 지방도시를 순회하며 상영했던 ‘서독제 2005 순회상영회’는 서울로 귀환해 독립영화 관객들을 불러들일 계획이다. 오후 2시,
서울독립영화제, 12월7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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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천년에 한번 찾아온다. 인간의 간을 먹고 인간이 되려는 구미호 가족의 분투를 다룬 <구미호 가족>이 지난 9월19일 서울 용산 CGV에서 공개됐다. <순풍 산부인과>의 전현진 작가가 각본을 쓰고 신인 이형곤 감독이 연출을 맡은 <구미호 가족>은 익숙한 구미호 설화를 뮤지컬과 코미디로 풀어낸 혼성 장르 영화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너무나도 어리숙한 구미호 아버지(주현), 어딘가 정신이 나간듯 과격하고 정신없는 아들(하정우), 항상 발정상태로 남자들을 노리는 첫째딸(박시연), 예쁜 아이의 얼굴을 둘러썼지만 어딘가 의심스러운 행동이 잦은 막내딸(고주연). 그들은 천년째 되는날 인간의 간을 먹고 완벽한 인간으로 탄생하기 위해 서울로 내려와 서커스장을 개업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똑똑한 인간들은 좀처럼 가족들의 계획에 말려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여자들의 몰래 카메라를 찍어서 팔아먹는 사기꾼 기동(박준규)가 우연히 서커스장으로 들어왔다가 첫째딸과 합방을
<구미호 가족> 언론에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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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인디영화관을 통해 인디영화를 꾸준히 소개해오고 있는 CJ CGV가 CJ인디콜렉션 ‘인디, 세상을 만나다!’를 연다. 한국, 일본, 이란, 태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만들어진 인디영화 16편을 소개하는 이번 행사는 “관람 시기를 놓쳐 개봉기간 동안 영화를 보지 못했던 관객들을 위해” 마련됐다. 국내에서 개봉한 작품 12편과 아직 공개되지 않은 영화 4편(<몽골리안 핑퐁> <쓰레기 시인> <라이즈> <택시 운전사의 사랑>)으로 구성된 상영작은 ‘나는 성장한다’, ‘내 삶의 기적’, ‘희망 그리고 소통’ 등 크게 세개의 부문으로 나뉜다.
‘나는 성장한다’는 주로 개인 내면의 문제를 고민하고 주변 환경과의 갈등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섹션. 올 여름 개봉했던 조창호 감독의 <피터팬의 공식>과 2005년 개봉작 바흐만 고바디 감독의 <거북이도 난다>, 이윤기 감독의 <여자 정혜&g
아시아와 함께, 인디영화와 함께, CJ인디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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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울머의 대표작 <우회>를 두고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영화학교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합격 점수를 받지 못할 정도로 불완전함으로 가득 찬 영화라고 썼다. 사실 <우회>는 극히 빈약한 제작비를 가지고 단 6일 만에 만들어진 영화였으니 그런 식의 평가와 맞닥뜨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영화에 대한 에버트의 평가가 부정적이었는가 하면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그는 영화가 가질 수밖에 없는 제한들을 파악하면서도 그것이 영화를 해하지 못함을 보았고 그래서 <우회>를 가리켜 “그 재료가 적절한 형식을 찾는 영화의 실례”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울머의 필모그래피에서 <우회>는 예외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절대 아니었다. 그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등재한 120여편의 영화들 가운데 상당수는 겨우 2만달러밖에 되지 않는 예산을 가지고 6일 안에 만들어낸 것들이었다. 그리고 또 그것들 가운데 다수는 울머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B급 영화의 아버지, 에드거 울머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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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얍∼!” 단단한 기합 소리와 함께 날선 주먹이 허공을 가른다.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의 사나운 몸짓이 서늘한 세트장의 공기를 후끈 달궈놓는다. 이곳은 부산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자리한 <해바라기> 촬영현장. 오페라 하우스를 연상시키는 나이트클럽의 화려한 경관도 감탄을 자아내지만, 그보다 시선을 뗄 수 없는 것은 땀방울을 흩뿌리며 종횡무진 상대를 제압하는 김래원이다. 몸이 채 풀리지 않은 듯 슬슬 허리를 돌리다가도 카메라가 돌아가는 순간 테이블을 훌쩍 뛰어넘는 그의 동작에는 거침이 없다.
<해바라기>는 조직의 전설로 군림하던 남자 태식(김래원)이 10년간의 수감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뒤, 자신을 보듬어주는 한 가족을 만나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으로 주목받았던 강석범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이날 촬영분은 태식이 자신을 보살펴주던 덕자(김해숙)와 희주(허이재)를 해친 조직
가슴으로 우는 남자의 마지막 주먹, <해바라기>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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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5일 오후 롯데월드. 다정한 연인들과 엄마 손을 잡은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일명 ‘용가리’ 인형을 뒤집어쓴 채 땀 흘리는 사람이 보였다. 차예련이었다. 통풍도 제대로 안 될 듯한 두터운 인형옷을 껴입은 그녀는 그날따라 후끈한 태양이 얄미운 모양이었다. “왜 촬영 안 해요? 더워요. 덥다고요!” 반면 시원한 푸른색 스트라이프 셔츠를 입고 등장한 장근석은 이때다 싶었는지 거동이 불편한 그녀를 줄곧 괴롭혔다. “2주 동안 지방 촬영을 하며 친해졌다”는 그의 말처럼 두 배우는 투닥거리면서도 무척 가까운 듯했다. 그 사이 스탭들 역시 나름의 애환을 겪고 있었다. 장소가 장소다 보니 몰려오는 구경꾼을 통제하느라 정신없었던 것. 여기저기서 “꺄악” 하는 비명과 “물러나주세요”라는 고함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놀이동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윤정원(차예련)과 밴드의 리드보컬 신은규(장근석)가 처음 만나는 신의 촬영이 꿋꿋하게 진행됐다. 이미 80%가량 촬영을 마쳤지만
귀여니 원작 세 번째 영화 <도레미파솔라시도>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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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TV 일일드라마 <열아홉 순정>을 볼 때마다 안쓰러운 장면이 있으니, 부잣집 막내딸이 방 침대에서 이불을 덮어쓸 때다. 계절이 두번 바뀌도록 늘 같은 이불이다. 가사도우미까지 두고 살면서 한번도 안 빨았다는 말씀이다. 화장한 채 잠자고, 없이 살아도 반찬 가짓수며 담긴 모양새며 꼭 누가 차려준 듯한 밥상을 받는 것은 우리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이나 위생과 관련된 소품에는 부디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안 그래도 미국이라는 이불 아래서만 안심하시는 분들이 철지난 이불을 칭칭 둘러 덮고 몰려나와 구린 판국에 말이다.
나의 이런 언사도 철지난 것인지 모른다. 2년 전인 2004년 10월 어느 목사님이 국가보안법 사수를 외치며 “대한민국이 적화 위기에 처했을 때 하나님의 손길은 미국을 통해 나타났다”고 찬양했을 때만 해도 어이없어했는데, 이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여쭤볼 필요도 못 느낀다. 성경의 “네 이웃을 돌보라”는 말씀에서 ‘이웃’은 위기에 처한 이웃을 뜻한다는데
[이슈] 고령사회의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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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니스영화제엔 아시아영화와 관련한 여러 가지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아시아 애호가인 베니스 집행위원장 마르코 뮐러는 아시아영화가 더 많이 포함(2005년보다 50% 증가)됐음에도 질은 오히려 떨어진 것에 대해 비판받았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정말 이게 아시아가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칸엔 못 들어갔는데 그 뒤로 재편집된 지아장커의 <스틸 라이프>가 깜짝 상영된 것을 포함하면 경쟁부문과 경쟁 외 부문에 모두 6편의 중국어권 영화, 4편의 일본영화, 한편의 한국영화, 그리고 한편의 타이영화가 들어가 있었다. 중국어권 영화 중 두기봉 감독의 <방축>은 관객과 편견이 없는 비평가들에게 최고의 영화로 평가받았다. 크고 화려한 중국 본토영화 <야연>은 영화의 미술에 너무 압도되어 실패로 돌아갔고, 차이밍량이 모국 말레이시아에서 만든 첫 영화인 <혼자 잠들고 싶지 않아>는 심지어 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중요한 것으로 평가
[외신기자클럽] 정치적인, 너무나 정치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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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에겐 극적인 사랑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모욕이라고! 마하라자의 후궁이 된 스페인 여인의 실화를 다룬 책을 영화화하려는 시도가 마하라자(인도의 왕) 유족들의 적극적인 반대로 무산될 조짐이다. 자비에 모로가 쓴 <패션 인디아>(Passion India)는 영국 식민통치의 마지막 십년 동안 현재 인도의 펀자브 지방을 통치했던 자가지트 싱의 다섯 번째 부인이 된 아니타 델가도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카페 주인의 딸로 태어나 마드리드 나이트클럽 댄서로 일하다가 10대 때 마하라자의 비(妃)가 되었고, 그의 건강이 악화되자 왕의 아들 중 한명과 결혼해 유럽으로 건너간 델가도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 소설을 읽은 스페인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판권을 사면서 영화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 소설이 각종 “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이라는 작가 모로의 주장과 달리 유족들은 “성적인 빈정거림과 현실을 과장한 수치스러운 묘사”에 불과하다며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What's Up] 극적인 사랑? 우리에겐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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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샤오강 감독의 첫 시대무협극 <야연>(夜宴)이 순회 시사회에서 보인 중국 관객의 ‘웃음폭탄’ 때문에 근심에 빠졌다. 중국식 코미디 구사에 능수능란한 펑샤오강 감독의 대작 도전 첫 영화인 <야연>은 알려진 대로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 가장 빛나는 <햄릿> 이야기를 차용해 중국 왕실을 배경으로 새롭게 꾸민 것이다. 다만 원작과 다른 점은 거투르드 왕비 역이랄 수 있는 황후 완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었다는 것. 그러나 화려한 볼거리와 엄숙한 극의 전개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거의 일정한 대목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있고, 이런 극장 분위기는 입소문을 타고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특히 펑 감독의 모든 영화에 출연해 코믹함을 보여줬던 갈우는 이 영화에서 클로디어스 왕 역이랄 수 있는 황제 리를 맡고 있는데(추측건대 그의 뛰어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미지 때문에), 그가 대사를 할 때마다 관객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심지어 일부 매체는 어느 대목의 어떤 대사에
[베이징] <야연>이 코미디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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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는 자유로운 놀이터인가 아니면 새로운 마케팅 창구가 될 것인가. 동영상 사이트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익명의 유저들이 올리는 동영상의 ‘순수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유튜브(YouTube.com)는 디시인사이드 등 한국의 웹사이트들이 선례를 보여주었듯, 끊임없이 유행과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튜브가 미국 전역의 유저들이 함께 모이는, 그리고 주류 미디어가 지켜보는 거대한 놀이공간으로 변모하면서 각종 마케팅팀들이 이미‘유사 아마추어’ 동영상으로 유튜브에 무임승차하는 전략을 공공연히 실험 중이라는데 할리우드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지난 6월부터 유튜브에 선보인 15살 시골 소녀 자칭, ‘브리’의 셀프비디오 <론리걸 15> 시리즈는 이것이 진짜 아마추어 홈비디오인지 아니면 교묘한 위장 비디오인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인터넷 제일의 미스터리로 떠올랐다. 시골 마을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외로운 소녀 ‘브리’가 고백하는 천
[LA] 동영상 사이트, 놀이터? 새로운 마케팅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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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영화시장의 극장입장료 상승폭이 미국시장을 훨씬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특히 2001년에서 2005년 사이 근 5년간 거의 모든 주요 국제 영화시장의 극장입장료 상승률이 같은 기간 미국이 기록한 19%를 앞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영화협회(MPAA) 통계에 따르면,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대한민국은 40% 이상 올랐고, 영국은 28%, 비교적 싼값의 러시아 역시 2.40달러에서 4.20달러로 거의 두배가 올랐다. 애초부터 미국보다 높은 가격이었던 일본만 11% 오른 11.22달러를 기록함으로써 미국보다 낮은 상승폭을 보였다. 폭스인터내셔널 부사장 로 오티즈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미국을 제외한 타 국가들의 극장입장료가 낮았다”고 지적한다.
한편, 세계에서 평균 극장입장료가 가장 높은 나라로는 덴마크가 꼽혔다. 극장요금 20달러를 호가하는 도시 도쿄를 보유한 일본을 제치고 1위를 한 셈이다. 덴마크의 평균
세계 영화시장 극장요금 상승폭 미국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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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이 암살당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저격당한다는 내용의 영화 <대통령의 죽음>이 토론토영화제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지시각으로 9월9일 밤 월드 프리미어로 상영된 <대통령의 죽음>은 영국의 제작자 겸 감독 가브리엘 레인지가 각본과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현직 미국 대통령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소재로 공개 전부터 논란거리가 되어왔다. 이날 상영은 매진 사례를 이뤘으며, 작품을 본 관객의 반응은 “사실적이며, 미국의 현실을 잘 보여줬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대통령의 죽음>은 2007년 시카고를 방문한 부시 대통령이 저격수로부터 총격을 받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후 영화는 FBI요원, 백악관 관계자 등 각계각층의 증언을 통해 대통령의 죽음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밟아 나간다. 감독은 실제 부시 대통령의 시카고 방문 중계 장면을 비롯해 다양한 뉴스 자료들을 삽입하고, 배우의 몸에 부시의 얼굴
부시가 암살당하면 어떤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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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12일 문을 여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전세계 63개국 총 245편의 작품이 선보인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 역사상 최다인 월드 프리미어 64편을 상영함으로써 세계적인 영화제로서의 위상을 확인시키고 있다. 영화제 기간 부산을 찾을 관객들에게 있어 가장 큰 고민은 바로 ‘245편의 상영작 중 어떤 작품을 선택해야 하는가’이다. 영화선택을 고민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월드 프리미어 추천작들을 소개한다. 부산영화제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영되는 영화를 접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영화 추천작 - 김지석 프로그래머
<영원한 여름 Eternal Summer>
색다른 소재의 퀴어 시네마. 동성이건 이성이건 사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서로의 진심을 이해하는 것이라는 주제를 매력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성장영화의 틀을 빈 퀴어 시네마, 또는 퀴어 시네마의 틀을 빈 성장영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란 쩡싱과 슈헹, 그
제11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추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