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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건 모르겠는데, 정치적으로 나는 우리 집안에서는 돌연변이다. 친가, 외가 통틀어 처음 나온 좌파다. 부모 앞에서는 기능적인 얘기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괜히 뭐라고 해봐야 서로 기분만 상한다. 직업이 경제학자라 회사 고위직들도 자주 만나고, 소위 ‘뱅커’들도 종종 접한다. 직업으로서 나의 일상은 적당한 수의 좌파 그리고 어마하게 많은 보수들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보수적인 사람들과 얼굴 붉히지 않고 적당한 에티켓과 거리를 지키면서 살아가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래도 버티기 힘들 때가 종종 있다. 정권이 바뀔 때가 그렇다.
내가 기억하는 보수로의 정권 교체는 제일 컸던 게 이명박(MB) 당선 때, 이번이 그렇다. 박근혜 당선은 정권 교체는 아니다. 공교롭게 MB가 당선되었을 때 난 40대였다. 나의 화려했을 40대는 그렇게 갔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겪어내기 제일 어려운 보수로의 정권 교체는 이번이 아니었나 싶다. MB 때에는 잘난 척하는 사람들이 50~6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청년 보수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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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년대 캘리포니아. 노동자와 개척민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되었던 골드러시. 사생아라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한 사라(아비게일 코웬)는 매춘업소 ‘팰리스’에서 앤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로키산맥 최고의 미인인 앤젤을 찾는 남자들이 매일같이 북새통을 이루는 탓에 추첨을 통해 하루에 한명만 그녀를 만날 수 있을 정도. 하지만 불운한 과거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그녀는 진정한 사랑을 믿지 않는다. 한편 건실한 청년 마이클(톰 루이스)은 신에게 반려자를 만나고 싶다고 올린 기도에 대한 응답이 바로 앤젤이라 믿는다. 다른 남자들과 다르게 흑심 없이 오로지 진실한 대화를 나누려는 마이클의 진심에 사라는 점차 흔들린다.
변함없는 사랑과 구원을 다룬 로맨스 <리디밍 러브>는 골드러시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다만 시대와 서사가 유기적으로 연계되기보다는 화려한 이면에 우울한 과거를 품고 있는 주인공 사라의 특징을 강조하기 위한 상황에 그친다. 영화는 사이사이 사라의 과거를 삽입
[리뷰] 변함없는 사랑과 구원을 다른 로맨스 '리디밍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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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마다 모두 캠코더로 촬영하는 소녀 레아(릴리 뉴마크)는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벤지(올라 오레비)와 아치(크레이그 미들버그)를 발견하고 무심코 그들을 담기 시작한다. 다음날 다시 마주치게 된 이들과 어울리면서 레아는 벤지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벤지는 레아와 사귀면서 자신의 폭력적인 세계에서 한 발짝 거리를 두려 마음을 다잡지만 늘 예기치 못한 위협과 맞닥뜨린다. 한편 레아는 벤지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한 작업으로 작가로 데뷔하기 위해 준비한다. 시사회가 열린 날, 벤지는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모습으로만 편집된 영상물을 보게 된다. 박수 치는 관중 틈에서 소외된 벤지는 레아에게 배신감을 느낀다.
<브릭스턴 테일>은 카메라라는 장치가 필수불가결한 배경이 되어버린 현대사회를 다룬 작품으로, 이는 애인이 구타를 당하거나 경찰에 체포될 때도 캠코더를 손에서 놓지 않는 레아의 행동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중반부를 지나면서 영화는 두 인물로 하여금 거
[리뷰] 카메라가 필수불가결한 배경이 되어버린 현대사회 '브릭스턴 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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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 리차드>는 전설적인 테니스 스타 자매 비너스, 세리나 윌리엄스를 길러낸 아버지 리처드 윌리엄스의 삶을 다룬 영화다. 리차드(윌 스미스)는 가난한 지역에 살면서도 더 나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5명의 딸 중 비너스(사니야 시드니)와 세리나(데미 싱글턴)를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로 만들기 위해 태어나기 전부터 계획을 짜 차근차근 실행해나간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렇게 재능을 증명한 비너스와 세리나는 풀 코헨(토니 골드윈), 릭 마치(존 번설) 등 우수한 코치들의 지도를 받는다.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감독의 <킹 리차드>는 스포츠와 가족 드라마, 그리고 성공 스토리의 반칙 같은 조합이다. 치밀한 계획과 뚝심으로 재능 있는 선수를 길러낸 아버지의 입장을 따라가지만 일방적으로 미화하진 않는다. 비너스, 세리나 자매의 성공은 어디까지나 아버지 리차드가 계획하고 가족이 함께 실행한 업적이며 영화 역시 이 부분을 강조한다. 성공에 대한 시선에 동의하기 어려
[리뷰] 전설적인 테니스 스타 자매를 길러낸 아버지의 삶 '킹 리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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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마드리드는 주민 대부분이 휴가를 떠나면 정처 없는 관광객이 점령하는 곳이다. 마드리드에 사는 33살 에바(잇사소 아라나)는 떠나지 않고 남아 있기를 택한다. 아파트를 빌린 에바는 매일 소소한 일상을 보낸다. 시내 투어 버스를 타고, 박물관을 방문하고, 산책을 하며, 영화를 보고, 축제의 콘서트를 즐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잘 연락하지 못했던, 육아 중인 친구 소피에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전화를 걸어 만나고, 3개월 전 헤어진 연인과 마주치며, 길거리에서 우연한 계기로 만난 낯선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영화는 휴가와 여행과 같은 소재에서 기대할 법한 흥분과 즐거움보다 휴식과 사색에 더욱 집중한다. 이건 주민과 관광객의 경계에 있는 에바에게서 기인한다. 스스로 선택한 모호한 위치는 너무 익숙하지도 낯설지도 않은 특별한 시공간에 해당하는데, 사색에 빠지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다. 영화는 무엇보다 에바 스스로를 포함한 인물들과의 대화에 주목한다. 타인과 관계를 맺
[리뷰] 한여름의 마드리드 '어거스트 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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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 가족과 함께 사는 9살 소년 버디(주드 힐)는 여느 때와 같이 친구들과 집 앞의 거리에서 뛰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주교를 탄압할 목적으로 결성된 폭도들이 들이닥친다. 도시는 순식간에 쑥대밭이 되고 사람들은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보도블록으로 높이 바리케이드를 쌓는다. 점점 험악해지는 마을 분위기 속에서도 버디는 일상을 유지한다. 좋아하는 친구의 옆자리에 앉기 위해 열심히 수학을 공부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그날의 일과를 털어놓는다. 하지만 버디의 아버지가 영국을 오가며 일을 지속하기 어려워지면서 가족은 영국으로의 이주를 계획한다.
케네스 브래나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벨파스트>는 감독의 자전적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재료로 삼되, 버디라는 새로운 화자를 창조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케네스 브래나 감독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북아일랜드 출신의 배우들을 기용함으로써 각자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연기를 펼
[리뷰] '벨파스트'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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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스타 캣(제니퍼 로페즈)은 동료 가수 바스티안(말루마)과 결혼을 앞두고 있다. 전세계 2천만명의 시청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뉴욕에서 결혼식 콘서트가 열리는 날, 캣은 바스티안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음을 미처 추스르지 못한 채 웨딩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오른 캣의 시선은 ‘Marry Me’라 적힌 플래카드를 든 한 관객에게 꽂힌다. 그렇게 예기치 못한 청혼과 승낙, 결혼식이 단숨에 이어지고 두 사람은 얼떨결에 부부가 된다. 홀로 딸을 키우고 있는 수학 교사 찰리(오언 윌슨)는 하루아침에 슈퍼스타의 남편이 된다.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결혼 생활을 하게 된 찰리는 화려한 겉모습 뒤 숨겨진 캣의 색다른 모습을 발견한다. 현란한 쇼 비즈니스의 세계에 속한 캣 또한 소탈하고 따뜻한 찰리와 시간을 보내며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그렇게 두 사람의 ‘선결혼 후연애’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바스티안이 캣을 찾아온다.
슈퍼스타와 평범한 교사의 사랑을 그려낸 <메리 미>는
[리뷰] 슈퍼스타와 평범한 교사의 사랑 '메리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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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년 동안 지구를 무사히 돌던 달이 어느 날 궤도를 틀어 지구로 낙하한다. 사건은 10년 전으로부터 시작된다. 우주비행사 브라이언(패트릭 윌슨)과 파울러(할리 베리)는 위성 수리 임무 도중 정체를 알 수 없는 물체로부터 습격을 받아 동료를 잃고 지구로 귀환한다. 그러나 관계자들이 아무도 ‘괴물체’ 이야기를 믿어주지 않는 탓에, 브라이언은 10년째 불명예스러운 은퇴자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의 앞에 자칭 우주 박사 KC(존 브래들리웨스트)가 나타난다. 달이 외계인의 건축물이라고 주장하는 KC는 브라이언에게 달이 지구로 향하고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그와 동시에 나사에서 근무하는 옛 동료 파울러가 브라이언을 찾아와 그것이 사실이라는 얘기를 전한다. 이미 틀어져버린 달의 궤도는 지진과 해일 등을 발생시켜 전 지구를 혼란에 빠뜨리고, 이에 세 사람은 지구를 구하기 위해 달로 향한다.
‘달이 모든 것을 파괴한다’는 설정의 <문폴>은 <투모로우> <2012
[리뷰] 어느 날 달이 궤도를 틀어 지구로 낙하한다면 '문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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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 구암의 건달들 사이에 피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한다. 부산의 작은 포구 구암 일대를 수십년 동안 쥐락펴락해온 만리장 호텔 사장 손 영감(김갑수)은 겉으로는 덕망 있는 지역 유지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해수욕장 이권 사업과 밀수 사업을 쥐고 흔드는 지역 건달 패거리의 두목이다. 그에게는 충실한 오른팔 희수(정우)가 있다. 손 영감의 각종 사업, 그중에서도 만리장 호텔 운영을 도맡고 있는 희수는 자신의 아버지와 다름없는 손 영감에게 충성을 다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 게 문제다. 다른 건달들이 전자오락게임 사업을 같이해보자며 그를 꼬드기자, 마흔줄에 접어든 희수는 추풍낙엽마냥 흔들린다. 손 영감에게 평생 충성을 바친다 한들 자신에게 만리장 호텔을 물려줄지도 확신할 수 없다. 늘 애물단지같이 구는 손 영감의 유일한 혈육인 조카 도다리도 눈에 밟힌다. 희수는 무리해서 손 영감에게 독립을 해보겠다고 말하지만 어쨌거나 의리도 정의도 없는 건달들 사이에서 새로운 사업이
[리뷰] 항구도시 구암의 건달들 사이 몰아치는 피바람 '뜨거운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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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선란 작가의 소설 <나인>이 새로운 표지의 리커버판으로 출간되었다.
“강한 힘을 가지면 그런 선함도 함께 깃드는 걸까. 아니면 그런 용기를 가지고 있기에 강한 힘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걸까. 인과를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지모는 후자이기를 바랐다. 강한 힘을 가진다고 해서 선함이 무조건 깃드는 건 아닐 수도 있으니까. 올바르게 쓰일 줄 모르는 힘은 재앙과 다르지 않았다.” 나인의 이모가 나인에 대해 생각하는 소설 후반부의 한 대목이다. 더 강한 힘을 가지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믿는 세상에서, 천선란의 주인공(들)은 온전한 하나의 삶을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기꺼이 다른 생명과 함께한다.
주인공 유나인은 고등학생이며, 미래와 현재라는 이름의 친구와 곧잘 어울린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셋은 어느 날 미래의 집에 가기로 하는데, 집 승강기에서 갑자기 엄마의 애인이 여자라고 툭 말을 꺼냈다. 나인은 자신이 이모랑 살고 부모 얼굴을 모른다고 고백해버렸고, 현재는 가끔
씨네21 추천 도서 - <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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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다이어 선집이 출간되었다. 음악과 사진, 여행 등에 대해 사색적인 에세이를 쓰는 제프 다이어의 책은 이전에도 출간된 적이 있는데,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러나 아름다운>과 <지속의 순간들>은 새롭게 번역되었으며, <인간과 사진>은 처음 소개된다. 책이 다루는 분야에 해박한 번역자들이 책을 옮겼는데, 설명하지 않고 레스터 영, 듀크 엘링턴, 텔로니어스 멍크를 비롯한 재즈의 거인들이 활동한 현장을 묘사하듯 보여주는, 재즈 뮤지션들과 재즈 음악에 대한 <그러나 아름다운>의 번역이 특히 돋보인다. 본문은 과거 흑백 사진을 통해 당시의 장면들을 흑백영화처럼 그려가는데, 후기(‘후기: 전통, 영향 그리고 혁신’)에 이르면 제프 다이어가 픽션 같기도 논픽션 같기도 한 이 책을 통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모든 예술은 동시에 비평이다.” <그러나 아름다운>에 실린 추천 음반 목록은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지속될 황홀한
씨네21 추천 도서 - <인간과 사진>, <그러나 아름다운>, <지속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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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에, 현대 타이완에 살아가는 셜록 홈스와 왓슨을 보탠 뒤, 호숫가에서 살해당한 시체로 사건을 시작한다. 무대는 특급 호텔 캉티뉴스. 2016년 1월1일 금요일 새벽 6시28분. 캉티뉴스 호텔 뒤 호숫가 산책로에서 총에 맞아 죽은 듯한 남성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긴급신고센터에 접수된다. 피살자는 캉티뉴스 호텔 사장이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접한 사건 때문에 현장에 가게 된 검사는 불만이 대단하다. 그는 경찰국으로 공문을 보내는데, 그가 언급하는 이름이 하나 있다. 푸얼타이. 한자로 ‘푸얼모쓰’는 셜록 홈스를 중국식으로 음역한 이름이며 ‘푸얼타이’는 볼테르를 중국식으로 음역한 이름이다. 셜록 홈스처럼 명석한 추리력을 갖춘 탐정 캐릭터가 바로 푸얼타이인데, 그는 공교롭게도 살인 사건 전날인 12월31일에 캉티뉴스 호텔에 있었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인 웨이즈가 캉티뉴스 호텔에서 약혼식을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일이 되도록
씨네21 추천 도서 - <그랜드 캉티뉴쓰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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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방대 강사로 일하는 설영에게 어느 날 ‘셜록’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셜록은 6년8개월 전 연락이 끊긴 친구다. “죽은 아버지. 아니, 죽은 마녀. (중략) 도둑신부와 원본 없는 세상. 1948년, 1963년, 다시 2016년, 2017년.” 셜록으로 불렸던 친구는 탐정소설 마니아답게 알쏭달쏭한 문장과 마릴린 먼로의 사진을 보내온다. 한편 강남에서 성형외과의로 일하는 연정은 가끔 죽은 딸 도영의 환영을 본다. 성범죄로 목숨을 잃은 도영은 탐정소설을 좋아했다. 설영과 연정은 관계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셜록’이라는 교차점에서 만나게 된다.
셜록이 설영과 함께 연구했던 논문 주제는 ‘배제된 여성문학, 빨치산 문학’이었고 이들은 취재차 일본에서 한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 빨치산들과 생활했던 할머니는 당시 기억을 미래의 여자들에게 덤덤히 들려준다. 빨치산과 남한 경찰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사랑하는 이의 손을 놓고 떠나야만 했던 이야기를.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씨네21 추천 도서 - <나를 마릴린 먼로라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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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소설집 <마음에 없는 소리>에는 9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주인공은 각기 다른 인물들이지만 어쩐지 한 사람이 1인칭 시점에서 하는 말처럼 읽히기도 한다. 몰개성하단 것이 아니라 그들 모두 내가 익히 잘 아는 사람 같다. 때로 그것은 소설 속 인물이 하는 말이 아니라 언젠가 써놓은 내 일기장 속 문장 같기도 하다. 김지연 소설의 여자들은 살기 위해 모멸감을 참다가도 대뜸 상대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연약한 것 같아도 강인하고,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르겠다지만 실은 자기 욕망을 관철하기 위해 능동적이다. 가족의 기대를 배반하며 이룬 것도 없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계획도 비전도 없는 자신을 혐오하는 것 같아도 마지막 문장을 닫을 때면 그가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느껴진다.
배경 도시나 인물의 이름이 겹치지 않아도 소설들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9개의 스핀오프처럼 읽힌 이유는 그 세계가 현재 시점의 대한민국이라서다. 거기 사는 여자들은 매일 무신경한 말에 노출
씨네21 추천 도서 - <마음에 없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