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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이에 둔 값진 생각, 영화인과 나눈 특별한 대화를 기록한 책들을 소개한다. 구술의 형태를 띤 글이라 읽기 편하고, 대화의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함도 느낄 수 있는 책들이다.
먼저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은 네이버 오디오클립의 인기 콘텐츠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의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범죄 심리학자 이수정 교수와 <씨네21>의 이다혜 기자가 진행하는 이 오디오 방송은 범죄영화에 묘사된 여성 및 아동 피해자의 입장을 분석하는 등 새로운 범죄영화 감상법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가스등> <적과의 동침> <사바하> <곡성> <미저리> <기생충> <조커> 등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데, 이를테면 <미저리> 편에선 이수정 교수가 주인공 애니 캐릭터를 “경계성 성격 장애와 사이코패스의 중간 지점에 있는 사람”이라 분석하고,
'특별한 대화들', 영화를 사이에 둔 값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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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랑하는 수만 가지 방식 중 하나는, 영화의 출발점이 된 시나리오를 읽으며 글이 이미지로 전환되는 과정을 나름의 상상력을 갖고 유추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오리지널 각본에 콘티, 인터뷰, 제작기, 미공개 사진 등을 추가한 각본집을 디자인까지 보다 공을 들여 일종의 굿즈처럼 기획해 내놓기도 한다.
먼저 <사계절 이야기: 에릭 로메르 각본집>은 2020년 에릭 로메르 탄생 100주년이자 10주기를 맞아 기획된 각본집이다. 에릭 로메르는 “네 영화의 구조와 문제의식 속에서 유사성과 상반성, 대칭성이 발견된다”라고 자신의 사계절 연작을 소개한다. 길경선 번역가가 옮겨낸 시나리오는 물론 표지와 책 등을 가로지르는 일러스트 디자인에 사계절의 흐름이 녹아 있다.
<미쓰 홍당무 각본집>은 <보건교사 안은영> <비밀은 없다>를 감독한 이경미 감독의 원류를 발견할 수 있는 시나리오다. 오리지널 각본은 물론 <잘돼가? 무엇이든>으로 영화
'글로 보는 영화', 영화의 출발점이 된 각본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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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책이되 영화책이 아니다. <우연히, 웨스 앤더슨>의 부제는 ‘그와 함께 여행하면 온 세상이 영화가 된다’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실제 장소의 사진을 모은 사진집이다. 책의 저자인 월리 코발은 2017년 인스타그램에 ‘우연히 웨스 앤더슨’이라는 뜻의 @AccidentallyWesAnderson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그 뒤 전세계에서 140만명 넘는 이들이 자신이 발견한 ‘웨스 앤더슨 같은 공간’의 사진을 보냈다는 것이 이 책의 시작이다.
웨스 앤더슨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하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문라이즈 킹덤> <로얄 테넌바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같은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캐릭터의 내면을 현학적이면서도 적확하게 표현한 듯한 의상과 세트 등 미술적 요소로 이름이 높다. 특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파스텔 톤으로 알록달록한 화면이 주는, 화면만 봐도 단내가 훅 끼쳐오는 듯한 영상으로 이
<우연히, 웨스 앤더슨>, '웨스 앤더슨풍 비주얼'을 모은 사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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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로메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도덕과 계절의 연작, 비극보다는 희극, 영화 애호가이자 비평가였던 그를 생각한다. 우리에게 로메르는 도덕과 욕망의 순례자였고, 예술적 호기심의 다양성 자체였다. 그의 작품이 주는 단아하고 가벼운 리듬과 심오하고 낭만적인 문체는 그를 ‘현대적이고 문학적인 연출가’로 완성시켰다. 그러고 보니 그 어떤 정보도 영화의 바깥쪽을 가리키지 않는다. 개인으로서 그가 무슨 에피소드를 지녔는지 우리는 듣지 못했다.
이를테면 마리 리비에르, 아리엘 돔바슬, 로제트, 파스칼 오지에와 같은 여배우들과 그의 필모그래피를 연대기적으로 연결해서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마치 <에릭 로메르: 은밀한 개인주의자>라는 이 책의 제목처럼 그의 면면은 은밀하게 감춰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전기가 발간된다는 소식은 놀라웠다. 로메르가 자신의 글쓰기 전략을 어떻게 숨겼으며 스스로의 흔적을 지웠는지를 설명하는 진실의 지표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저자인 앙투안
<에릭 로메르: 은밀한 개인주의자>, 로메르에 대한 진실의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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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을 나온 후에 오랜 시간 영화를 생각하는 사람을 시네필리아로 정의한다면, 크리스토퍼 놀란이야말로 가장 많은 시네필을 만들어온 감독이다. 그의 신작이 개봉할 때마다 관객은 복잡한 내러티브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혹은 모호한 타임라인을 정리한 누군가의 정밀한 분석을 찾아다니며 아날로그를 선호하는 감독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촬영 비화를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은 대중적인만큼 그의 영화를 규정하는 몇 가지 키워드에 사로잡혀 오인하기 쉬운 감독이기도 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를 다각적으로 분석한 미·영 영화학자들의 글 17편을 수록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그의 작품을 각기 다른 렌즈를 투과해 조망하며 그간 간과됐던 시야의 사각지대를 들춘다. 해당 영화의 관련 스틸 등이 없이 비평 텍스트로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볍게 읽힐 책은 아니다. 17편의 글에는 서로 중복되는 논의도 서로 상충되는 주장도 결론으로 가기 위한 비약도 이따금 밟힌다.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다각적으로 분석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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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키 키린의 말>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키키 키린의 대화를 담은 책이다. 지난 2018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키키 키린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의 단골 출연배우였다. <걸어도 걸어도>(2008)를 시작으로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태풍이 지나가고>(2016), 그리고 유작인 <어느 가족>까지 고레에다 감독이 연출한 6편의 영화에 출연해 주인공의 어머니와 할머니를 연기했다.
출연 비중이 크진 않지만, 이야기에 리얼리티를 불어넣는 세심한 일상 연기 덕분에 그의 존재감은 보이는 것 이상으로 컸다. 키키 키린과 함께 작업했던 지난 10년 동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잡지 <스위치>를 통해 키키 키린과 여섯 차례 긴 인터뷰를 했다. <키키 키린의 말>은 <스위치>의 인터
<키키 키린의 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키키 키린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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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유튜브 채널에 조현나 기자와 송경원 기자가 출연해 영화 평론에 대해 대담한 영상이 있다. 이 영상에서 조현나 기자는 영화를 자기식대로 재구성하는 것을, 송경원 기자는 영화를 보고 자신의 반응을 쓰는 일종의 에세이를 평론이라 말한다. 재구성과 에세이. 이 두 가지 관점을 글로 쓰는 영화 비평에 적용하면 비평은 영화에 물리적 훼손을 입히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이 가능하다. 영화를 눈으로 보고 머릿속에 든 생각을 손으로 키보드를 쳐서 정리하면 비평이 완성된다.
만약에 영화 파일을 다운받아서 글이 아닌 영상으로 비평을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를 훼손하진 않고서는 답이 없다. 이때 마우스는 칼이 되고 영화 파일을 자르고 이미지와 사운드를 분리 및 해체하고 복사하고 붙여넣기를 반복한다. 재구성된 영화의 모습은 멀리서 보면 패치워크나 콜라주 혹은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킨다. 새롭게 태어난 영화. 김혜리 기자의 책 제목(<김혜리 기자의 영화야 미안해>)처럼 영
<비디오 에세이 만들기>, “먼저 만들어보고, 나중에 생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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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주 다네와 나눈 대화에서 당신은 영화가 없었다면 이야기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며, 영화에 빚을 졌기 때문에 <영화의 역사(들)>로 영화에 빚진 것을 갚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중략) 발터 벤야민은 만일 구원해야 할 것이 지금 구원받지 못한다면 완전히 사라져버릴 위험이 있다고 했는데, 당신의 작품은 영화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유세프 이샤그푸르의 말에 장 뤽 고다르가 답한다. “확실히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이 말을 정리하면 장 뤽 고다르는 영화에 진 빚을 갚기 위해(영화 또한 장 뤽 고다르에게 빚졌다고 말할 수 있다), 일종의 영화를 구원하는 행위로서 100년의 영화 역사를 돌아보는 거대한 프로젝트 <영화의 역사(들)>에 착수했다. 고다르가 1988년부터 1998년까지 10년에 걸쳐 만든 <영화의 역사(들)>는 고다르의 후기 영화를 말할 때 중요하게 언급되는 작품이다. 이 영화를 만든 직후 고다르는 비평가 이샤그푸르와 이 영화에
<영화의 고고학: 20세기의 기억> , 장 뤽 고다르의 '영화의 역사(들)'에 대한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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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두고 떠오른 정동과 사유는 어떤 형태로든 기록해야 휘발되지 않는다. 영화에 관한 책은 영화가 자신에게 줬던 감상과 새롭게 생성된 질문을 붙들어놓기 위해 쓰여졌다. 그리고 타인이 써내려간 흔적을 읽으며 자신의 영화 세계를 함께 확장해가는 독자들이 있다.
2020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나온 신간 중 <씨네21>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책들을 꼽아보았다. <영화의 고고학: 20세기의 기억>은 장 뤽 고다르와 비평가 유세프 이샤그푸르의 대담을 기록했고, <비디오 에세이 만들기>는 영상물 비평 워크숍의 산물이며, <키키 키린의 말>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직접 진행한 키키 키린의 인터뷰를 수록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는 영화학자들이 각자 놀란의 영화에 대해 사유한 아티클 17편을 모았고, <에릭 로메르: 은밀한 개인주의자>는 에릭 로메르가 남긴 아카이브 자료로부터 시작한 그의 전기이며, <우연히, 웨스
'씨네21'이 추천하는 영화 관련 서적 - "읽어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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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인 더 하이츠>가 6월 30일 국내 개봉한다. 원작인 뮤지컬 <인 더 하이츠>는 뮤지컬 <해밀턴>의 극본, 작사, 작곡을 모두 맡은 린마누엘 미란다가 브로드웨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으로, 그가 19살때 이미 완성한 이야기다. 뉴욕 워싱턴 하이츠를 배경으로 꿈과 사랑을 좇는 젊은이들의 초상을 담은 <인 더 하이츠>는, <스텝업> <나우 유 씨 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존 추 감독 감독과 원작자이자 프로듀서인 린마누엘 미란다의 합심으로 완성되었다. 성공적인 뮤지컬은 성공적인 영화로 재탄생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이 담긴 <인 더 하이츠>의 첫반응을 옮긴다.
남선우 기자
크레이지 펑키 라티노! <인 더 하이츠>는 단숨에 감독 존 추의 전작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제목을 비틀어보고 싶게 만든다. 모든 것이 크다. 많다.
"화려하고, 거창하고, 폭발적이다" 뮤지컬영화 '인 더 하이츠' 시사 첫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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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업계와 유료방송업계가 한국 대작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와 <싱크홀>(감독 김지훈)의 제작비 보전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에 나선다.
한국상영관협회(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6월15일 한국IPTV방송협회(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홈초이스(케이블TV VOD)와 합의하고 한국 대작 영화 두 편이 총 제작비 50%를 보전할 때까지 극장에서 매출을 가져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는 <모가디슈> <싱크홀>의 티켓 매출이 총제작비 50%에 이르기까지 매출의 전액을 배급사에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통상 개봉영화에 대한 영화티켓 매출은 극장과 배급사가 5대 5로 나눠 갖는데, 이번 합의로 기존 부율이 깨졌다. 이는 텐트폴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할 경우 입게 될 수도 있는 손실을 일정 부분 극장이 책임지면서, 배급사가 안심하고 영화를 극장에 개봉할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다.
KT·SK브로드밴드·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개봉영화 제작비 50% 보전까지 매출 가져가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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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영화 마니아들의 축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7월8일부터 18일까지 11일간 부천시 일대에서 열린다. 제25회 부천판타스틱영화제(BIFAN, 집행위원장 신철)는 6월15일 오전10시30분에 공식기자회견을 열고 초청작과 함께 올해 영화제의 경향을 발표했다. 올해 부천영화제에서는 47개국에서 온 258편의 영화가 온오프라인으로 상영된다. 오프라인으로는 부천시청과 CGV소풍, 인천국제공항 일대에서 작품을 볼 수 있으며, 온라인으로는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게스트의 레드카펫 행사는 생략된다.
올해 부천영화제의 슬로건은 ‘이상해도 괜찮아(Stay Strange)’다. 주류에서 비켜난 수상한 장르 영화의 재능들을 열렬히 지지하고, 코로나19로 정상이 아닌 이상한 변화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영화인과 관객에게 건네는 희망과 위로를 보낸다는 의미에서 정한 슬로건이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영화 100년의 역사상 초유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나홍진 '랑종' 최초 공개, 김은희 작가 마스터클래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7월8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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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 감독이 제작한 공포영화 <랑종>을 7월 초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나홍진 감독이 제작하고 반종 피산다나쿤이 연출한 공포영화 <랑종>은 7월8일에 개막하는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경쟁부문인 '부천 초이스: 장편'에 초청돼 상영된다. <랑종>은 7월 중으로 개봉할 예정이다.
<랑종>은 태국의 한 무당 가문에게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담은 영화다. 제목인 <랑종>은 태국어로 '무당'을 뜻한다.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시나리오 원안을 쓰고 제작자로 참여했으며 <셔터>의 반종 피산타나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랑종>은 <곡성> 이후 나홍진 감독의 5년만의 신작이다.
나홍진표 공포영화 <랑종>, 7월 초 전세계 최초로 부천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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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5일부터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멤버들이 총출동한 <프렌즈: 리유니언>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에서 약 한달 전 OTT플랫폼 HBO맥스를 통해 공개된 <프렌즈: 리유니언>이 캐치온과 웨이브, OCN을 통해 공개된다. <프렌즈: 리유니언>은 NBC의 인기 시트콤 <프렌즈>의 원년멤버들이 다시 뭉친 특별 에피소드로, 주연배우 제니퍼 애니스톤, 커트니 콕스, 리사 쿠드로, 데이빗 쉼머, 매튜 페리, 맷 르블랑이 모두 출연한 작품이다.
국내에서 <프렌즈: 리유니언>을 가장 빨리 보는 방법은 영화 월정액 서비스 캐치온의 VOD를 재생하는 것이다. 캐치온 가입자는 6월25일 금요일부터 캐치온 홈페이지와 모바일, 스마트 패드를 통해 VOD로 <프렌즈: 리유니언>을 볼 수 있다. 공개 시각은 24일 목요일 밤에서 25일로 넘어가는 자정으로, 사실상 목요일 밤에 볼 수 있는 셈이다. VOD가 아닌 방송으로도 &
BTS 출연하는 '프렌즈: 리유니언' 국내에서 가장 빨리 보는 방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