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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내 고향>Farewell, My Hometown
왕얼저우/중국/2021년/83분/뉴 커런츠
영화는 세 여성의 이야기를 차례로 들려준다. 첫 번째는 산골 마을에 사는 노년의 여성. 그녀는 어린 나이에 가족 부양의 의무를 짊어지고 끝없이 노동해야 했던 일, 어린 아들을 병으로 일찍 떠나보내야 했던 일들을 찬찬히 들려준다. 여성의 목소리는 한폭의 산수화 같은 풍경에 덧입혀진다. 초록의 풍경이 성냥갑 같은 아파트들이 늘어서 있는 도시의 풍경으로 바뀌면, 그곳에서 살아가는 20대 여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무용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베이징에 온 그녀는 모든 것이 거대한 도시에서 혼자 외로움을 견뎌야 했던 시간을 들려준다. 세 번째는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중년의 여성 이야기. 부모 세대와 달리 교육의 기회와 자유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그녀는 중학교 선생님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영화를 구성하는 건 오직 내레이션과 풍경이며, 카
BIFF #6호 [프리뷰] 왕얼저우 감독, '안녕, 내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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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디스패치> The French Dispatch
웨스 앤더슨/미국/2021년/107분/아이콘
온갖 이야기가 제멋을 갖추고 집결한 평면. 이 고색창연한 표현에서 스크롤 내리는 속도보다 책장 넘기는 감촉을 떠올린 독자가 있다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에 마음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그가 <개들의 섬>을 돌아 3년 만에 다다른 곳이 1950년대 프랑스의 잡지사 <프렌치 디스패치>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문예지 <뉴요커>에 영감을 받아 구상한 가상의 공간은 앤더슨의 영토답게 오밀조밀하다. 네모반듯한 쪽지들이 파스텔 톤 벽에 열 맞춰 있고, ‘울지 말라’ 는 표어가 천장에 닿을 듯 뻗어 있다. 영화는 잡지를 여닫는 소소한 코너들과 세편의 기획 기사로 이뤄지는데, 이 또한 흑백과 컬러, 애니메이션을 오가는 페이지들로 엮였다. 담당 기자는 해당 꼭지의 화자가 되어 자신이 꽂힌 세상 한구 석을 선보인다. 그들은 무려 틸다 스윈튼
BIFF #6호 [프리뷰] 웨스 앤더슨 감독, '프렌치 디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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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국서의 배우수업> An Actor Prepares by Gi Guk Seo
황철민 | 한국 | 2021년 | 87분 | 와이드 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2019년 올해의 연출가상을 수상한 기국서가 이듬해 사뮈엘 베케트의 <엔드게임> 공연을 준비한다. 40년이 넘도록 활동하고 있는 노연출가가 여전히 한국 연극의 최전선에 자리할 수 있는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영화는 작은 연습실에서 무대를 꾸미는 베테랑 연극인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배우로서 의심할 여지없는 기주봉이 대사를 외우는 데 어려워하는 모습이나, 연출가에게 한소리를 듣고 하염없이 비를 맞는 모습 등이 연기에 왕도가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공연이 가까워 질수록 기국서의 목소리는 커져가고, 교과서에서 볼 수 없는 주옥같은 디렉션들이쉴 새 없이 쏟아진다. 그러나 그런 말들이 비법의 전부일까. 이런 말들을 따라 하면 모든 연출가들이 기국서가 될 수 있을까. 영화 초반부 인용되는
BIFF #5호 [프리뷰] 황철민 감독, '기국서의 배우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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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레> Seire
박강 | 한국 | 2021년 | 102분 | 뉴 커런츠
세이레, 즉 삼칠일은 아기가 태어나고 21일째 되는 날을 말한다. 이 기간 동안은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 대문에는 고추와 숯을 단 금줄을 쳐 부정한 기운을 몰아내게 한다. <세이레>는 익숙한 풍습과 미신의 요소요소를 가져와 차근차근 부정한 기운을 쌓아나가는 독특한 장르영화다. 우진(서현우)에겐 출산한 지 얼마 안된 아내 해미(심은우)가 있는데, 어느 날 오래 사귀다 헤어진 여자 친구 세영(류아벨)의 부고 문자를 받는다. 아이 있는 집에선 장례식에 가는 게 아니라는 얘기를 뒤로하고 우진은 장례식장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세영의 쌍둥이 자매 예영을 만난다. 세영의 존재는 우진의 꿈속을 넘어 현실까지 침범한다. 영화는 불길한 기운에 잠식되어가는 주인공의 상황을 표현하는 도구로 꿈을 과감하게 활용한다. 후반부 시체 안치실 장면처럼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 조성되는 기이
BIFF #5호 [프리뷰] 박강 감독, '세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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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가 10월8일 성황 리에 두번째 개장을 마쳤다. 영화의 전당 맞은편에 위치한 KNN시어터에서 차례로 무대에 오른 전종서, 한예리는 백은하 영화연구소 소장과 각각 1시간씩 심층 토크를 나눴다. 2021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신설한 토크 프로그램 액터스 하우스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을 초청해 그들의 연기 인생을 관객과 나누는 자리다. 7일 첫 주자로 나선 배우 이제훈에 이어 전종서와 한예리, 엄정화, 조진웅, 변요한이 참여한다.
전종서 : “나는 출처가 없는 배우”
10월8일 열린 액터스 하우스의 두 번째 주인공으로 참석한 전종서를 향해 백은하 영화 저널리스트는 여우주연상 수상을 축하하는 인사부터 건넸다. 지난밤 부일영화제에서 이충현 감독의 영화 <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종서는 <버닝>으로 신인상을 휩쓴 지 3년도 되지 않아 두 번째 주연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낭보와 환호 속에서도 전종서는 여
BIFF #4호 [화보] 전종서와 한예리의 연기 비결은? 라떼 그리고 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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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의 행복한 만남은 게스트와 관객의 대화를 통해 완성된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양한 오픈 토크 행사를 통해 관객과 영화인들의 만남의 장을 제공했다. 10월8일 영화의전당 야외무대는 영화인들과 관객의 만남으로 하루 종일 빌 틈이 없었다.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와 왓챠 오리지널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과 <지옥>까지 풍성한 대화로 넘쳐났던 오픈 토크의 현장으로 초대한다.
오픈토크 <행복의 나라로>
"최민식 선배님, 보고 계시죠?"(박해일)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첫 번째 오픈토크 <행복의 나라로>. 올해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는 시한부 인생의 탈옥범과 난치병을 앓고 있는 청년의 우연한 동행을 따라가는 따뜻하고 행복한 로드무비다.
임상수 감독과 박해일, 조한철, 임성재 배우는 인간미 흠뻑 묻어나는 영화 제작과정의 비하인드를 전했다. 자리에 함
BIFF #4호 [화보] 박해일, 유아인, 한소희, 박정민... 부산에서 나눈 비하인드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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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리아> <엘리트들> <인간수업>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 등 10대들의 일탈과 범죄를 주요 소재로 다룬 작품들이 전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KT 시즌과 플레이리스트가 공동 제작하는 <소년비행>(감독 조용익, 작가 정수윤) 또한 그 트렌드에 올라탄 오리지널 시리즈다.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마약 운반 수단으로 이용당한 18살 소녀 다정(원지안)은 시골로 가고, 그곳에서 소년 가장인 고등학생 윤탁(윤찬영)을 만나 어떤 사건을 겪는다. <소년비행>의 대본 리딩이 있었던 지난 9월 9일 오후, <씨네21>은 주연배우 원지안과 윤찬영, 정수윤 작가와 조용익 감독을 만나 이 시리즈를 미리 엿보았다. <소년비행>은 시즌1(10부작)과 시즌2(8부작) 촬영을 시작해 2022년 상반기 시즌 플랫폼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10대 마약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인물의 사연도, ‘10대 누아르’라
KT 시즌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비행' 리딩 현장, 정수윤 작가·조용익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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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포리아> <엘리트들> <인간수업> <인터넷으로 마약을 파는 법> 등 10대들의 일탈과 범죄를 주요 소재로 다룬 작품들이 전세계적인 트렌드가 되고 있다. KT 시즌과 플레이리스트가 공동 제작하는 <소년비행>(감독 조용익, 작가 정수윤) 또한 그 트렌드에 올라탄 오리지널 시리즈다.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마약 운반 수단으로 이용당한 18살 소녀 다정(원지안)은 시골로 가고, 그곳에서 소년 가장인 고등학생 윤탁(윤찬영)을 만나 어떤 사건을 겪는다. <소년비행>의 대본 리딩이 있었던 지난 9월 9일 오후, <씨네21>은 주연배우 원지안과 윤찬영, 정수윤 작가와 조용익 감독을 만나 이 시리즈를 미리 엿보았다. <소년비행>은 시즌1(10부작)과 시즌2(8부작) 촬영을 시작해 2022년 상반기 시즌 플랫폼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리액션이 액션이 되는 순간을 포착하다"
대본 리딩 전에 몇 차례 만나서
KT 시즌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비행' 리딩 현장, 배우 원지안·윤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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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시네마>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유미리의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은 그를 유명하게 한 재일한국인 2세 가족을 다룬 (자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일본 현대사와 노숙자, 3·11(동일본대지진)을 잇는다. 주인공은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지낸다. “JR 우에노역 공원 출구 개찰구를 나와 횡단보도 건너편 은행나무를 둘러싼 돌담에는 늘상 노숙자들이 앉아 있다.”
첫 장면에서 그는 우에노역 승강장에 서 있다. 열차가 들어오고, 안전선 뒤로 물러나라는 방송이 들리지만 그는 비켜서지 않고 열차 소리를 향해 뛰어든(것으로 보인)다. 그의 죽음에서 시작한 소설은 그가 역의 플랫폼에서 몸을 던지기까지의 삶을 돌아본다. 1933년생, 후쿠시마 출신. 여덟 형제자매의 첫째로 태어난 그는 1963년에 돈을 벌러 도쿄에 왔다. 일본의 경제 고도성장기에 야간열차를 타고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집단취직으로 도호쿠 지방(일본 동북부 지방,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곳이다.-편집자)에서 상경한
<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그날 이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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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The Apartment with Two Women
김세인/한국/2021년/140분/뉴 커런츠
타인은 지옥이다. 하물며 일상을 공유해야 하는 가족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엄마 수경(양말복)과 딸 이정(임지호)는 서로가 지긋지긋하다. 모녀 사이의 갈등이야 대수로울 것도 없지만 가시를 곧추세운 고슴도치처럼 서로를 공격할 태세로 예민하게 불만을 드러낸다면 문제가 다르다. 어느 날 딸과 크게 다툰 수경은 뒤쳐나가는 딸에게 차를 몰고 돌진한다. 엄마가 고의로 자신을 치려했다고 믿는 딸은 엄마를 고소하고, 터져 나온 갈등은 극을 향해 치달아간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는 감정적인 대립을 수면 아래 묻어두고 가만히 지켜보는 종류의 영화가 아니다. 언제 어떤 방향으로 튈 줄 모르는 모녀의 갈등은 지루할 틈 없는 불안과 긴장으로 관객을 몰아 부치는 역동적인 영화다. 여기에 두 주연은 물론 다채로운 조연캐릭터들의 디테일과 배우들의
BIFF #5호 [프리뷰] 김세인 감독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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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개봉해 국경절 연휴 동안 박스오피스를 뜨겁게 달군 영화가 있다. 개봉 5일째인 10월 4일 현재 박스오피스에서 흥행 수익 20억위안을 기록하며 매일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장진호>다. 중국 최대 영화 예매 플랫폼 마오옌은 <장진호>가 현재와 같은 추세를 유지하면 상영 38일째에는 박스오피스 50억위안까지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이후 역대 박스오피스 부동의 1위인 <특수부대 전랑2>가 그 자리를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 <장진호>는 <패왕별희>의 천카이거 감독, <천녀유혼> <동방불패> <황비홍>으로 잘 알려진 서극 감독, <오퍼레이션 메콩> <오퍼레이션 레드 씨>로 중국 최고의 밀리터리 액션영화 감독이라 불리는 임초현 감독까지 세명의 감독이 공동 연출한, 러닝타임 3시간에 달하는 전쟁 블록버스터다.
<장진호>는 한국전쟁 당시 장진
[베이징] 천카이거, 서극, 임초현 감독이 공동 연출한 전쟁 블록버스터 '장진호' 흥행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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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해고도> A Lonely Island in the Distant Sea
김미영/한국/2021년/116분/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자신을 예술가라고 생각하는 조각가 윤철. 그러나 현실의 그는 밥벌이를 위해 원치 않는 일을 하기 바쁘고, 이혼한 아내에게 딸의 양육비를 보내는 것도 빠듯한 상황이다. 그런 그에게 두 가지 특별한 사건이 발생한다. 첫째는 동료의 소개로 알게 된 사람과 사랑에 빠진 것이고, 두 번째는 미술을 공부하던 딸이 학교를 그만두고 승려가 되려 한다는 것이다. 윤철은 되도록이면 두 여자를 자신의 곁에 두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내 삶을 내 의지대로 조각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외로운 섬이라는 의미를 가진 ‘절해고도’는, 눈에 보이기에 닿을 것 같았지만 끝내 잡지 못했던 우리 삶의 어떤 것들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사려 깊은 시선으로 서툴지만 그래도 잘해보려는 한 예술가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이를 연기한 박
BIFF #4호 [프리뷰] 김미영 감독, '절해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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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새로운 영화 축제 ‘인천 영화 주간 2021’이 10월 23일부터 29일까지 일주일간 인천 중구 애관극장과 경동시네마 거리에서 열린다. ‘인천 영화 주간 2021’의 올해 주제는 ‘열린 공동체의 도시, 인천’이며 김경태 프로그래머가 주제에 맞게 선정한 8편의 영화(<고양이를 부탁해> <파이란> <차이나타운> <담보> <슈퍼스타 감사용> <천하장사 마돈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무뢰한>)가 애관극장에서 상영된다. 또한 씨네인천의 지원작과 인천을 배경으로 제작된 장단편 영화 10편이 영화공간주안과 별별시네마에서 상영되며 토크, 포럼, 아카이빙 전시 등 다양한 부대 행사도 예정되어 있다. ‘인천 영화 주간’은 ‘디아스포라영화제’와 함께 인천의 영화 문화를 선도하고 인천 시민과 창작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또 하나의 축제가 될 것이다. 행사의 첫 시작을 앞두고 바쁘게 준비 중인 김경태 프로그래머를
김경태 ‘인천 영화 주간 2021’ 프로그래머, 한국 영화사에서 중요한 역할해온 인천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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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희망>
감독 몰리 스미스 메츨러 / 넷플릭스
한밤중에 알렉스는 잠든 남편 숀을 피해 세살짜리 딸 매디와 함께 서둘러 집을 나온다. 빈털터리 신세지만 폭력적인 남편의 집으로 돌아갈 수도, 못 미더운 엄마에게 의지할 수도 없는 알렉스는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가사도우미 일을 시작한다. <조용한 희망>은 스테파니 랜드가 쓴 회고록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넷플릭스 시리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집시 소녀 마거릿 퀄리가 세파에 치이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주인공 알렉스로 분해 열연을 선보인다.
<리빙 위드 유어셀프>
감독 조너선 데이턴, 발레리 페리스 / 넷플릭스
부부 관계는 소원해진 지 오래이며 직장에서도 신임을 잃은 마일스(폴 러드)는 어느 날 동료로부터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마사지숍에 관한 정보를 얻는다. 거금 5만달러를 인출해 그곳으로 향한 그는 과연 무기력함을 털어내고 새롭게 거듭
시리즈 '조용한 희망', 폭력적인 남편에서 도망친 한 모녀 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