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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1년이 지나갔다. 새해는 묵은 먼지(라고 쓰고 ‘바이러스’라 읽는다)를 탈탈 털어내고 새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어느 해보다 간절하다. 이럴 때 모든 걸 잠시 잊고 영하 30도, 해발 6000m의 티베트 고지로 떠나 깊고 긴 심호흡을 해보는 건 어떨까.
끝없는 설원 속 봉인되어버린 듯 서서히 흐르는 시간. 두꺼운 파카를 잔뜩 껴입은 두 남자가 꼼짝 않고 잠복근무 중이다. 바로 프랑스 동물사진작가 뱅상 뮈니에와 작가이자 여행가인 실뱅 테송이다. 이들은 때로는 우직한 곰처럼, 때로는 약삭빠른 여우처럼 전략을 짜며 멸종 위기에 처한 눈표범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관객은 이들의 뒤를 쫓으며 야생 야크, 티베트 영양, 팔라스 고양이, 회색 늑대, 티베트 여우, 히말라야 갈색곰 등을 만나는 눈호강도 하고 티베트의 노마드 가족과 친분도 쌓지만, 막상 영화가 끝나갈 때까지 은둔의 여왕이라 알려진 눈표범을 만나게 될진 알 수 없다. 보일 듯 보이지 않고, 나타날 듯 꼬
[파리] 동물 다큐멘터리 '눈표범' 흥행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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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베스의 비극>
감독 조엘 코엔 | Apple TV+
조엘 코엔 감독이 연출한 <맥베스의 비극>이 Apple TV+에서 공개된다.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 <맥베스>가 원작으로,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의 욕망과 파멸에 관한 이야기. 로만 폴란스키, 구로사와 아키라, 오손 웰스, 저스틴 커젤 등 많은 작가들이 거쳐간 이야기를 왜 다시 소환해야 했나, 라는 물음이 우선적으로 떠오른다. 대신 형식적으로 독특하게 일관된 방법론을 추구하면서 새로운 작가적 면모를 공고히 한다. 흑백 화면과 1.33:1 화면비, 두드러지게 양식적인 톤을 고수하는 대사와 세트, 동선이 돋보인다.
<아네트>
감독 레오스 카락스 | 왓챠
유난히 과작인 감독이 오랜만에 들고 온 이 신작을 아쉽게도 극장에서 놓친 관객이라면 이번 기회를 반겨야 할 것이다. 미국 밴드 스파크스가 작업한 음악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장르라는 점에서도 생경한 매력을 주는 <아네트&g
조엘 코엔 감독의 '맥베스의 비극'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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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분장을 한 어린이들의 연극 공연, 표범 탈을 쓴 사내가 나타나 “너희 중 하나를 저녁 식사로 잡아먹겠다”라며 ‘토끼’ 소년을 골라 동굴로 데려간다. 여기까지는 대본 그대로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토끼의 노랫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아이는 사라졌다. 무대는 아수라장이 된다. 부모에겐 지옥이 시작된다. 인도 드라마 <아론녹>의 강렬한 오프닝이다. 무대는 다시 바뀌어 히말라야 인근의 작은 마을 시로나, 딸의 대학 입시에 집중하기 위해 1년간의 휴직을 앞둔 카스투리 경감(라비나 탄돈)은 후임으로 온 앙가드(파람브라타 차테르지)와 사사건건 부딪친다. 이때 프랑스에서 온 여행객 소녀가 강간당한 뒤 살해되어 밀림의 나무에 매달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마을은 19년 전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추정되는 ‘표범 인간’이 돌아왔다며 술렁인다.
작은 공동체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 가장 힘없고 연줄 없는 인물의 죽음, 외부의 압력에 맞서 진실을 좇는 경찰, 뿌리를 캘수록 복잡하게 얽힌
'표범 인간'의 진실, '아론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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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 명탐정 포와로(케네스 브래나)가 돌아온다. 부유한 리넷(갤 가돗), 사이먼(아미 해머) 신혼부부가 탑승한 나일강 여객선에서 밀실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용의자는 모두 11명인데, 그중엔 친구인 리넷에게 애인 사이먼을 빼앗긴 재클린(에마 매키)도 있다. 명탐정 포와로는 휴가를 즐기던 중 사랑과 질투, 증오가 뒤섞인 나일강 여객선 살인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나일 강의 죽음>은 애거사 크리스티가 1937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추리 스릴러다. 2017년 개봉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감독이자 주연배우 케네스 브래나가 다시 메가폰을 잡고 콧수염 명탐정 포와로로 변신했으며,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각본가인 마이클 그린과 해리스 잼바로코스 촬영감독이 이번에도 각본과 촬영을 책임졌다. 특히 해리스 잼바로코스 촬영감독은 <나일 강의 죽음>을 65mm 필름으로 촬영해 필름 특유의 질감을 스크린에 옮겼다.
[Coming Soon] 콧수염 명탐정 포와로가 돌아온다 '나일 강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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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감독 존 와츠 / 출연 톰 홀랜드, 젠데이아, 베네딕트 컴버배치
2022년 새해 극장가를 지켜준 건 결국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었다. 누적 관객수 600만명을 돌파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2021년 12월15일 개봉 이후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극장가로 관객을 불러모았지만 주말을 지나면서 기세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얼핏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덕분에 극장이 오랜만에 활력을 찾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2위 이하의 영화들과 스코어를 비교하면 극장가 전체의 관객 유입과는 별개인 듯 분석된다. 2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20만 관객을 동원하며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고 5위 이하는 1만 관객이 채 되지 않았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이후 이어질 <경관의 피> <킹메이커> <해적: 도깨비 깃발>을 비롯한 한국영
[BOX OFFICE]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이후의 극장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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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설경구, 이솜, 구교환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에 전도연, 설경구, 이솜, 구교환이 캐스팅됐다.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영화로, 전도연이 초A급 킬러와 싱글맘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타이틀 롤 길복순을 연기한다. 설경구는 길복순이 소속된 청부살인업체 M.K. 대표 차민규를, 이솜은 차민규의 동생이자 M.K.의 이사 차민희를, 구교환은 능력은 A급이지만 민규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킬러 한희성을 연기한다. 변성현 감독은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킹메이커>에 이어 또 한번 설경구와 호흡을 맞춘다.
최민식
디즈니+의 오리지널 콘텐츠 <카지노>(가제)에 최민식이 캐스팅됐다. <카지노>는 카지노 왕의 매혹적인 이야기를 그린 범죄 액션물로, 목숨을 걸고 게임에 복귀하는 이야기다.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 전도연, 설경구, 이솜, 구교환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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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영업시간 제한이 완화됐다. 정부는 1월3일부터 2주 동안 거리두기 강화 조치를 유지하면서 영화관, 공연장의 운영시간은 당일 마지막 영화 상영이 밤 9시를 넘지 않도록 조정안을 발표했다. 다만 상영 종료 시각은 24시를 초과할 수 없다. 극장 이용 가능 대상은 접종 완료자 등이며 취식은 불가능하다. 시설 내 별도 부대시설이 마련된 경우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1월 3일부터 극장 영업시간 제한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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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위기에 직면한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TV 중계와 레드 카펫 행사 없이 소규모로 진행된다. 주최측인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팬데믹 상황에 따른 방역 조치라고 밝혔지만 방송사 <NBC>는 지난해 불거진 HFPA 회원 다양성 문제 등으로 올해 시상식을 방송하지 않겠다며 보이콧한 바 있다. 올해 텔레비전 시리즈 드라마 작품상 부문 후보에 오른 <오징어 게임>의 제작진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이정재도 불참하기로 했다. 제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1월9일(현지 시간) 열릴 예정이다.
위기의 골든글로브 시상식, 레드 카펫도 중계도 없이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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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는 2022년 디즈니+에서 시청 가능한 한국 및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신규 콘텐츠 라인업을 공개했다. 한국 드라마 <카지노>(가제)를 비롯해 홍콩의 전설적인 가수이자 배우인 매염방의 일대기를 그린 특별 5부작 (제작 윌리엄 콩, 감독 렁록만)이 2월2일부터 공개된다. 2019년 마오둔문학상 수상작을 원작으로 한 중국 노동자 계층 가족의 변화를 그린 <어 라이프 롱 저니>와 대만과 홍콩, 할리우드가 합작해 만든 살인, 성범죄, 사기 등 범죄 사건을 다른 12부작 시리즈 <타이완 크라임 스토리> 등은 올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디즈니+, 신규 콘텐츠 라인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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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4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새로운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비상임 위원 6인을 발표했다. 이에 김동현 메리크리스마스 영화사업본부 본부장, 김동현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 김선아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부교수, 김이석 동의대학교 영화학과 교수, 안병호 촬영감독, 최낙용 영화사 폴 대표가 새로운 위원으로 임명되었다. 문체부는 영화 관련 단체의 후보자 추천을 거쳐 영화예술, 영화산업 등에서의 전문성과 경험을 비롯해 성별과 나이 등 여러 요소를 균형 있게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인사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한 기존 위원 6인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신임 위원의 임기는 2025년 1월3일까지 3년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극장에서 OTT 플랫폼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한국 영화산업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이라 강조한 익명의 영화계 관계자는 “독립영화계 인사(김동현)나 전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신임 위원 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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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그 책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대해, 개인성과 역사성을 교차시키는 방식에 대해, 역경을 극복하는 내용에 대해, 인간의 본질을 통찰하는 방식에 대해 말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 책에 대해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책의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하기 시작하는 순간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그 책을 온전히 느낄 기회를 박탈당할 위험에 처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나는 인간의 통제 욕구에 대해 말하려 한다.
근대인이 빠져 있는 줄도 잊고 빠져 있는 환상들이 있다. 교환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아득히 뛰어넘어 그 자체로 물신이 된 화폐라든지, 모든 것을 인간을- 혹은 자신을- 위해 진열된 상품으로 보는 시선 같은 것이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삶과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강력한 믿음이라는 달콤한 환상이 있다. 이 환상은 우리의 문명을 발전시키고 이끌어간다. 나는 나의 몸을 통제할 수 있어. 나는 나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어. 우리는 자연을 통제할 수 있어. 우리
[김겨울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인류라는 컨트롤 프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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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가 기획한 대선 후보 인터뷰 영상을 보며 새해를 맞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네명의 유력 대선 주자가 출연해 경제 정책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는 자리였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공약을 점검하는 수많은 콘텐츠가 기획되지만 유독 <삼프로TV>의 인터뷰가 1천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열띤 반응을 이끌어낸 건 상대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이나 하나의 사안에 대해 답변하는 시간의 제약 없이 오롯이 정책에 대한 각 후보의 의견에 집중하는 자리를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시간30여분이라는 긴 시간을 두고 한 사람의 생각을 경청하다보니 각 후보가 바라보는 국정 운영과 정책의 방향이 보였다. <씨네21> 또한 대선 후보들의 문화 정책, 영상 정책을 비중 있게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독자 여러분께 드린다. 이번호에서는 2022년 개
[장영엽 편집장] 2022년의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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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 레이터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의 눈치가 보인다. 가려져 있을수록 자유롭다는 믿음. 작품이 남들에게 보일 만큼 가치 있지 않다는 판단. 사진집 한권으로 족하다며 다큐멘터리 촬영을 탐탁지 않아 한 심경. 2013년 11월 숨을 거두기까지 그런 마음들을 지고 산 유대인 예술가는 그로부터 8년이 흐른 한국에서 전에 없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지난 12월18일 피크닉(piknic)에서 전시가 시작되었고, 29일에는 다큐멘터리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가 개봉했다. 힙스터들의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가 생기고, 한글로 된 영화 잡지까지 나서서 자신을 조명하는 이 상황이 먼 곳의 레이터에게 퍽 당혹스러울지 모르겠다.물론 미술사가 맥스 코즐로프가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의 초입에서 읽은 글귀처럼, 레이터의 겸손을 넘어선 도피는 “그의 진심이지만 대단한 착각이기도 하다”. 컬러사진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챈 선구안과 매일의 도시 생활로부터
다큐멘터리와 전시로 만나는 포토그래퍼 사울 레이터의 삶과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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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 <E.T.>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을 연출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감독 중 한명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처음으로 뮤지컬영화에 도전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선보인다. 195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원작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이후 1961년 로버트 와이즈 감독이 영화로 만들어 제3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등 총 10개 부문을 휩쓸기도 한 작품이다.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뉴욕에 정착한 푸에르토리코인 10대 아이들 샤크파와 그들을 못마땅해하는 백인 아이들 제트파가 세력 다툼을 하는 상황 위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를 겹쳐놓은 작품으로, 비극적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은 한때 제트파 친구들과 어울렸던 토니(앤설 엘고트)와 샤크파의 리더인 베르나르도의 동생 마리아(레이첼 지글러)다. 창작자로서 매번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영웅' 윤제균 감독의 대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