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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일본식으로 각색한 구로사와 아키라의 <란>을 20대에 처음 보았을 때, 정말 충격적이었다. 미친다는 게 뭔지, 제정신이라는 게 뭔지, 세상을 새로 보는 느낌이었다. <춤추는 대수사선>은 총리실에 근무하던 시절에 봤다. 내가 보던 공무원과 공기업의 모습과 그렇게 똑같을 수가 없었다. <에반게리온>도 충격적이었고, <공각기동대>와 함께 나는 그런 일본의 얘기들이 너무 좋았다. 하다못해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시리즈는 애니메이션은 물론 실사판까지 전부 챙겨서, 그것도 여러 번 봤다.
그 시절에 비하면 일본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세계적인 문제작이 잘 나오지 않고, 다루는 얘기들도 점점 덜 충격적이다. 물론 작다고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협소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다.
일본 정치만 보면 세대교체에 실패한 대표적인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나
[우석훈의 디스토피아로부터] 새로움을 경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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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마지막 에디토리얼을 쓰게 된다면 어떤 영화와 더불어 독자 여러분과 인사를 나눠야 할지 고민하곤 했다. 언젠가 경험하게 될 그 순간을 위해 뜨거운 안녕을 고하는 영화들의 목록을 마음속에 하나둘씩 저장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막상 글을 시작하려다 보니 생각지 않았던 한편의 영화가 머릿속을 맴돈다. 어떤 이야기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지면을 할애받은 사람의 마지막 특권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더 포스트>와 나누고 싶다.
얼마 전에 이 영화를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를 지키려는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과 편집부 기자들의 고군분투에는 언제 보아도 기자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드라마가 있었지만 4년 만에 다시 본 영화에서는 다른 순간들이 눈에 밟혔다. 무엇보다 <더 포스트>는 협업의 아름다운 메커니즘을 이야기하는 영화였다. 공식석상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든, 우연히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을 기밀문서
[장영엽 편집장] 협업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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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문 매체 <씨네21>이 장영엽(37) 편집장을 새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서울 출신인 장 신임 대표는 2008년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해 <씨네21> 취재기자로 입사했다. 2015년 취재팀장을 거쳐 2019년부터 편집장을 맡아왔다. 책 <영화인이 말하는 영화인>(2017) <영화는 무엇이 될 것인가>(2021)를 공저로 펴냈다.
한편 <씨네21>은 임원인사와 더불어 인사 및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주현(41) 기획취재 2팀장이 <씨네21> 미디어본부 편집장으로, 김성훈(41) 기획취재 1팀장이 디지털콘텐츠 본부장으로 각각 선임됐다. 장영엽 신임 대표는 “디지털콘텐츠 본부를 신설한 이번 조직 개편은 씨네21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며 지면과 디지털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아우르는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편,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맞는 새로운 구독 모델과 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영엽 ‘씨네21’ 새 대표이사 선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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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배우이자 감독이자 제작자인 장애가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오랜 영화 동지였다. 미국에서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에드워드 양 감독은 당시 장애가가 공동 제작한 TV시리즈 <11명의 여인들> 중 한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에드워드 양이 가일정, 테첸타오, 이창 감독과 함께 참여한 옴니버스영화 <광음적고사>에는 장애가가 배우로 출연한다. 그때 두 사람은 영화적 교류를 활발하게 했고, 이후 그의 시나리오를 눈여겨본 장애가는 에드워드 양의 장편 데뷔작인 <해탄적일천>에 배우와 제작자로 참여해 그의 등장을 세상에 알렸다. 39년 만의 한국 개봉을 앞둔 지난 1월3일, 줌으로 만난 장애가에게 새해 인사부터 건넸다.
- 새해 첫날은 어떻게 보냈나.
= 연말과 새해에는 친구와 가족을 위해 요리를 했다. (웃음)
- <해탄적일천>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 당시 나는 홍콩 제작사 시네마시티(1980년 배우 황백명, 맥가, 석천이 합작으로
'해탄적일천'의 배우·제작자 장애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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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뉴웨이브가 시작된 1983년 전부터 새로운 바람은 이미 불고 있었다. 타이베이의 한 아지트(이 아지트의 이름은 ‘리오 브라보’. 하워드 혹스의 서부극 제목에서 따온 이름이다.-편집자)에서 영화, 음악 등 문화예술을 논쟁하던 젊은 재능들이 모여 만든 옴니버스영화 <광음적고사>(1982)는 훗날 세계 영화계에 열풍을 불러일으킨 ‘신랑차오’(新浪潮, 대만 뉴웨이브)의 등장을 알린 작품이다. 에드워드 양, 가일정, 테첸타오, 이창 등 네명의 감독이 각각 연출한 단편영화 <지망> <도와> <소룡두> <보상명래>는 소재도 장르도 출연배우도 다르고, 스토리가 서로 이어지지도 않지만 흘러가는 시간으로 인해 생긴 일상의 균열을 통해 대만 사회의 변화를 면밀히 담아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 작품에서 돋보이는 작품은 단연 에드워드 양의 <지망>이다. 짝사랑의 열병을 앓는 10대 소녀의 상처와 그로 인한 성장을 대만 사회와 관계 맺
'해탄적일천' 리뷰: 여성과 대만 사회의 관계를 담다, 대만 뉴 웨이브의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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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판권 문제 때문에 국내 개봉이 불투명했던 에드워드 양 감독의 첫 장편영화 <해탄적일천>이 1월6일 극장 개봉했다. 대만 외 지역에서 극장 개봉한 건 한국이 처음이다. 이 영화는 자리라는 여성의 10대부터 30대에 이르는 생애를 그려낸 가족 멜로 드라마다. 1983년 전세계에 열풍이 불었던 대만 뉴웨이브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인 동시에 <타이페이 스토리>(1985), <공포분자>(1986),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 <하나 그리고 둘>(2000) 등 이후 나오게 될 에드워드 양 영화 세계의 출발점이다. <해탄적일천>이 어떤 영화인지 소개하는 리뷰와 함께 이 영화를 제작하고 주인공 자리 역을 맡은 배우 장애가를 줌으로 만나 나눈 대화를 전한다. 홍콩 최초의 배우 출신 여성감독인 장애가는 <최가박당> 시리즈의 왈가닥 형사로 많은 인기를 얻었고, <20 30 40>(2004), <마
에드워드 양 감독의 첫 장편영화 '해탄적일천' 소개와 배우·제작자 장애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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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에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에 캐스팅됐다. 그것도 전설적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역에. 그야말로 할리우드의 떠오르는 신데렐라로 부르기에 손색없지만 이런 수식어는 레이첼 지글러의 매력을 전혀 설명해주지 못한다. 1년의 캐스팅 과정을 거쳐 발굴했다는 이 무서운 신예는 독보적인 음색과 깊은 감정 표현, 내털리 우드를 연상시키는 대체 불가한 매력으로 영화를 장악한다. “그녀에겐 마치 이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것 같은 신비로운 자질이 있다”라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찬사에는 한치의 과장도 없다.
-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역에 캐스팅됐다.
= 믿을 수 없었다. 심지어 스티븐 스필버그 연출이라니. 위대한 작품, 그중에서도 마리아의 유산을 이어받을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이다. 2018년 6월부터 꾸준히 테스트를 받았고, 2019년 1월 무렵에 확정됐다. 고등학교 재학 중에 합류한 건데, 최대한 비밀로 하고 싶었지만 알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배우 레이첼 지글러 "마리아와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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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백인 10대 갱들의 집단 제트파의 일원이었던 토니(앤설 엘고트)는 어느 날 무도회장에서 우연히 만난 마리아(레이첼 지글러)와 운명적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마리아는 제트파와는 앙숙인 샤크파의 리더 베르나르도의 동생이다. 사랑에 모든 것을 걸 만큼 순수하고,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고민하는 청년 토니를 <안녕, 헤이즐> <베이비 드라이버>로 이름을 알린 앤설 엘고트가 연기한다.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영화배우가 된 ‘뉴요커’ 앤설 엘고트는 “내 삶의 많은 것들이 토니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라고 말했다.
-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의 첫 만남을 기억하나.
= 처음으로 만난 건 2018년 오스카 시상식에서였다. 그때 스필버그 감독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준비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지만 오스카 무대에서 <Maria>를 불러볼까 하는 미친 생각도 했었다. 나중에 스필버그 감독에게 그 얘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배우 앤설 엘고트 "아버지를 참고해 토니를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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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스> <E.T.> <인디아나 존스> <쥬라기 공원>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터미널> 등 대표작을 꼽자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인 이 시대 가장 성공한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처음으로 뮤지컬영화를 연출했다. 원작 뮤지컬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그는 현 시대를 향한 메시지까지 힘 있게 담으며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적인 영화 한편을 선물한다. 10살 때부터 듣고 자란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음악부터 20세기 원작을 21세기에 다시 꺼낸 이유까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나란히 앉아 차 한잔한다 생각하라”라며 인터뷰어의 긴장까지 풀어준 그는 친절하고 다정한 영화 거장이었다.
- 예전부터 뮤지컬 장르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나.
=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면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원작의 음악에는 시대를 초월한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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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브로드웨이 초연 후 현재까지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손에 의해 다시 태어났다. 레너드 번스타인이 작곡한 명곡들은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지휘를 거쳐 또 한번의 마스터피스로 거듭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부신 영상미와 완벽한 음악, 환상적인 퍼포먼스” (FanboyNation.com, 숀 멀비힐)를 선보이는 이 영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 (<할리우드 리포터>, 데이비드 루니)다. 스필버그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에 어떻게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짧은 리뷰와 함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토니 역의 앤설 엘고트와 마리아 역의 레이첼 지글러의 인터뷰를 전한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언젠가부터 스티븐 스필버그는 할리우드 시네마 최후의 보루가 되었다. 스필버그가 거장으로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필요한 것들만 간결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리뷰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배우 앤설 엘고트/레이첼 지글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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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제작 영화사 월광
감독 이일형
출연 이성민, 남주혁
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개봉 2022년
관전 포인트 “드라마든 영화든 1년에 한두편은 일제강점기와 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뉴스에서도 관련 소식을 자주 볼 수 있다. 내가 고민한 것은 ‘왜 이 이야기를 2022년에 또 해야 하는가’다. 과거에 머무르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장르적이고도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녹였다. <리멤버>의 관객 또한 영화가 왜 이 이야기를 지금 또다시 꺼낼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봤으면 한다.”(이일형)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며 친해진 할아버지의 살인 현장을 목격했다고 상상해보자. 그 순간부터 슬금슬금 그를 피하다 일터를 뛰쳐나오지 않을까. 떨리는 손으로 경찰에 신고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겨눈 총구의 방향이 일제강점기에 가족을 앗아간 친일파를 향해 있다면, 그가 기억을 잃어가는 와중에 필생의 복수를 다짐한
2022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리멤버' 이일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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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제작 글뫼
감독 육상효
출연 김해숙, 신민아, 강기영, 황보라
배급 쇼박스
개봉 2022년
관전 포인트 <휴가>의 모녀는 2021년 TV드라마로 다시금 존재감을 각인한 두 여성배우가 연기한다. 육상효 감독은 김해숙을 “유머러스하면서도 힘 있는 엄마 역할에 최적”인 배우로, 신민아는 “자신만의 감수성이 느껴지는 감정 전달 능력을 갖춘 딸”에 잘 어울리는 배우로 소개하며 캐스팅 이유를 밝혔다.
육상효 감독은 <나의 특별한 형제> 다음으로 기적 같은 모녀 이야기를 준비했다. 그의 신작 <휴가>에는 외롭게 세상을 떠난 엄마 복자(김해숙)와 무심히 엄마를 보낸 딸 진주(신민아)가 있다. 이들의 재회는 엄마가 하늘에서 얻은 지상으로의 ‘휴가’ 덕분. 엄마는 저승에서부터 동행한 가이드(강기영)의 인솔에 따라 3일로 제한된 여행을 시작한다. 이 기간 중 엄마는 딸을 살피고, 딸은 보이지 않지만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엄마의 존재를 느낀다.
2022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휴가' 육상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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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제작 조이래빗
감독 박동훈
출연 최민식, 김동휘, 박병은, 박해준, 조윤서
배급 쇼박스
개봉 미정
관전 포인트 수학과 음악의 독특한 조화를 보게 될 것이다.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이지수 음악감독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 수학을 음악으로 승화하는 ‘파이 송’ 등을 활용해서 영화 곳곳에 생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파이 송’은 수학을 어려워하는 지우에게 학성이 수학의 아름다움을 증명하는 데 쓰일 예정.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을 공부하길 포기한 고등학생 지우(김동휘)와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 학성(최민식)이 만나 서로가 지닌 상처를 마주하고 내일의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바로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연출을 맡은 박동훈 감독은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해 걱정하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리고 윽박지르기보다는 다른 선택에 대해 안
2022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박동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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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제작 트릭스터
공동 제작 에이치앤드엔터테인먼트
감독 김경원
출연 주지훈, 박성웅, 최성은
배급 콘텐츠웨이브
개봉 2022년
관전 포인트 “주지훈, 박성웅 모두 여러 작품에 출연한 베테랑 배우이지 않나. 두분 다 새로운 얼굴을 내보이고 싶은 욕망이 있었고, 촬영을 하면서 <아수라> <신세계> 등 기존 작품에서 보지 못한 얼굴들을 많이 만났다. 상대적으로 신인이라 할 수 있는 최성은 배우도 정말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세 배우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순간들이 많다.”(김경원)
“‘젠틀맨’은 내게 굉장히 복잡한 이미지다. 무척 멋 부린 것 같지만 과시적이진 않은, 뒷골목의 술집과 같은 느낌이다.” 이처럼 다채로운 면을 지닌 ‘젠틀맨’ 현수(주지훈)는 흥신소 사장으로, 고객의 의뢰를 받고 현장에 갔다 누명을 쓰게 된다. 누명을 벗고자 검사 화진(최성은)과 협력하는데 그 과정에서 악의 축인 도훈(박성웅)을 잡기 위해 공조를 벌인다. 김경원
2022년 한국영화 신작 프로젝트: '젠틀맨' 김경원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