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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난 몇십억, 몇백억, 이런 거 유산균 말고 돈으로 먹는 인생 살고 싶다!” 서울지검 비리 검사계의 에이스, 서평 남문파 적통 후계자, 권력의 미어캣을 자처하는 조연주(이하늬)는 선언한다. 뛰어난 성적으로 검사가 되었지만 돈 없고 ‘빽’ 없는 여자라 호구 취급당하다 분연히 떨쳐 일어난 그는 연줄이 이끄는 삶을 향해 성실히 뒷돈 챙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연주가 재벌가 며느리 강미나(이하늬)로 오인되면서 소동이 시작된다. 역행성 기억상실증을 진단받은 연주는 자신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전투력만큼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헤어졌던 첫사랑과의 로맨스, 재벌가 후계 구도를 둘러싼 음모, 검은돈이 오가는 미술품 거래 등 <원더 우먼>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 드라마가 가부장제의 여성 차별과 착취를 은근하고도 꾸준히 고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시 재벌가 딸이지만 혼외자식이라는 이유로 멸시당하고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되었던 미나는 시가에서
드라마 '원더 우먼', 100% 리얼 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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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1주년을 맞은 예술영화관 씨네큐브가 지난 9월 13일, 상영관 리뉴얼을 완료하고 재개관했다. 영화관에 오랜 기간 애정을 표한 멤버십 회원들을 포함해 관객에게 설문 조사를 진행하고 이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 상영관을 새롭게 단장한 것이다. 바뀐 영화관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영화 <노매드랜드>를 예매한 뒤 10월 6일 오전 11시 즈음 씨네큐브로 향했다. 비가 쏟아져내리는 수요일 오전이었지만 이미 10명 내외의 관객이 티켓을 끊거나 로비의 휴게 공간에 앉아 상영관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과 달리 가죽 시트로 바뀐 휴게 공간의 좌석들이 눈에 띄었다.
상영관 내부의 가장 큰 변화 또한 좌석이었다. 관객의 요청에 따라 씨네큐브는 1관, 2관의 좌석 시트를 전부 가죽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쿠션도 보강했다. 예전보다 너비가 넓고 등받이가 높은 의자로 바꿔 관객이 보다 편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좌석간 단차도 커져 앞좌석이 시야를 방해하는 일 없이 스크린
상영관 리뉴얼 후 재개관한 씨네큐브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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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노 타임 투 다이>
감독 캐리 후쿠나가 출연 대니얼 크레이그, 라미 말렉, 레아 세두
코로나19 여파로 공개를 미루고 미뤘던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9월 29일 수요일 개봉 후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에서도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3일간 38만3675명을 동원한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개봉 첫주 누적 관객수 56만4146명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추석 극장가를 책임진 한국영화 <보이스>와 <기적>은 나란히 2, 3위를 차지했다. 개봉 2주 만인 9월 29일 100만 관객을 달성한 <보이스>는 개봉 3주차에도 9만여 관객을 불러들였다. 9월 21일 150만 관객을 돌파한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또한 한국이 북미를 제외한 전세계 누적 박스오피스 2위에 등극하는 등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르며 저력을 이어가는 중이다.
[BOX OFFICE] '007 노 타임 투 다이' 007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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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마블 히어로가 온다. 7천여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 ‘이터널스’. 다양한 성별과 연령, 인종을 가진 이터널스 10인은 ‘어벤져스’ 멤버들만큼이나 각기 다양한 능력을 지녔다. 존재를 숨기며 살았던 이들은 인류를 위협해온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힘을 모은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이터널스>의 시간적 배경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로, 많은 어벤져스 멤버들이 떠나간 뒤다. <노매드랜드>로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거머쥔 클로이 자오 감독이 연출을 맡아, 그의 시그니처인 익스트림 풀숏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새겨넣었다. <이터널스>의 원작은 1970년대에 발간된 동명의 코믹스로, 선사시대에 외계의 지적 생명체가 지구를 방문했다는 가설이 담긴 에리히 폰 데니켄의 책 <신들의 전차>로부터 영향을 받아 탄생했다.
[Coming soon] '이터널스' 새로운 마블 히어로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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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레이, 여성감독·여성인권단체와 연대하는 기부 캠페인 ‘함께 프로젝트’ 진행
여성영화 전문 OTT 퍼플레이가 여성감독과 여성인권단체와 함께하는 기부 캠페인을 펼친다. 이영음 감독의 <까만점>을 독점 공개하며, 수익금의 50%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 기부하는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함께 프로젝트’는 여성영화로 사회 이슈를 환기시키고 수익금의 일부를 여성인권단체에 후원하는 퍼플레이 연대 캠페인이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이경미 감독의 <아랫집>의 수익금을 십대여성인권센터에 전달했던 첫 번째 프로젝트에 이어 이번 <까만점>이 두 번째다.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 <까만점>의 상영료는 편당 7천원으로, 캠페인은 12월31일까지 계속된다.
여성영화인모임 신임 회장, 김선아 교수 선임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의 신임 회장으로 김선아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부교수가 선임됐다. 김선아 교수는 영화 <어느날> <
퍼플레이, 여성감독·여성인권단체와 연대하는 기부 캠페인 ‘함께 프로젝트’ 진행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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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 이선균, 유재명
추창민 감독의 신작 <행복의 나라>(가제, 제공·배급 NEW, 제작 파파스필름·오스카10스튜디오)에서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이 뭉쳤다. 현대사를 뒤흔든 사건 속에 휘말린 한 인물과 그를 살리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변호사 이야기로, 조정석은 법정에는 정의가 아닌 승패만이 있다고 믿는 생계형 변호사를 맡았다.
송중기, 이희준, 권해효
송중기가 콜롬비아 보고타를 배경으로 한 <보고타>(감독 김성제, 제공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작 영화사 수박·이디오플랜)로 돌아온다. 무일푼의 10대 청년 국희(송중기)가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는 범죄 드라마로, 이희준은 대기업 상사 주재원으로 자리 잡은 수영을, 권해효는 국희 아버지의 베트남전 전우이자 성공한 상인 박 병장을 연기한다. 10월 6일 크랭크업했다.
김유정, 변우석, 박정우
김유정이 <20세기 소녀>(감독 방우리, 제작 용필름, 제공 넷플릭스)에 출연한다. 김유정은
추창민 감독의 '행복의 나라'에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이 뭉쳤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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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지난 10월 6일 오후 6시부터 부산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렸다. 배우 안성기·유아인·한소희·최희서·서영희·전여빈·변요한·김혜윤·엄지원·오윤아·김규리·고민시·쇼겐, 감독 봉준호·임상수·하마구치 류스케·전수일·로이스톤 탄, 올해 뉴 커런츠상 심사위원인 장준환·정재은 감독 등이 레드 카펫에 올랐다. 한국 모던 포크의 선구자 한대수가 개막작을 축하하며 동명의 곡 <행복의 나라로>를 열창한 후 배우 송중기와 박소담이 사회자로 등장해 본격적인 개막식의 문을 열었다.
2021년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된 고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을 대신해 아들 이용진씨가 첫 순서로 트로피를 안았고, 아시아 영화산업과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아시아영화인상은 한국영화의 산증인, 임권택 감독에게 돌아갔다. 영화인들의 기립박수 속에서 봉준호·임상수 감독에게 상패와 꽃다발을 받아든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10월 6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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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즐겨 보고 있다. 전략적으로 싸울 상대를 고르고, 있는 힘을 다해 싸우고, 승부가 난 뒤엔 서로를 힘껏 껴안아주는 대한민국 정상급 여성 댄서들의 품격도 이 프로그램의 매력 포인트지만 개인적으로는 배틀에 참여한 댄서들이 선보이는 몸의 움직임을 구경하는 재미에 매 화를 챙겨 본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는 시그니처 포즈로 팔뚝의 알통을 자랑하는 팀이 있고, 머리채를 상모처럼 돌리는 댄서가 있고, 어느 부족의 전통춤처럼 힘차게 발을 구르며 몸통을 울리는 묵직한 춤을 추는 경연자들이 있다. 이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자면 그간의 대중문화가 미디어를 통해 구현해온 여성 댄서의 모습이 얼마나 편협한 것이었는지 체감하게 된다.
이번호에서는 임수연·배동미 기자가 <스트릿 우먼 파이터>부터 <골 때리는 그녀들> 등의 예능 프로그램, 여자 배구 열풍이 주도적으로 촉발한 여성의 신체적 재현에 대한 질문을
[장영엽 편집장] 다양한 몸을 볼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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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전에 나 역시 그의 열렬한 팬이므로 오늘 작정하고 그의 비밀을 캐내보도록 하겠다. 미친듯이 계속 질문할 예정이다.” 일본의 젊은 거장 하마구치 류스케(<해피 아워> <아사코>)를 향한 봉준호의 살벌한 애정 고백으로 시작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X 봉준호 감독' 스페셜 대담은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 2시간을 꽉 채웠다.
10월 7일, 개막식의 흥분을 아직 품은 채로 본격적인 관객 맞이에 나선 부산국제영화제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두 신작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을 연달아 상영하고 관객과의 대화(GV)를 이어갔다. ‘류스케 행진’의 피날레는 올해 가장 치열했던 예매전쟁으로 회자될 봉준호 대 하마구치 류스케의 스페셜 토크. 조용한 유머 감각과 관객의 스포일러를 각별히 배려하는 다정함까지 닮은 두 사람은 가히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구로사와 기요시와 에릭 로메르를 회자하는 영화광적 면모,
BIFF #3호 [기획] 봉준호가 하마구치 류스케에게 묻다, “나는 불안의 감독. 자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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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산 펀치> GENSAN PUNCH
브리얀테 멘도자/필리핀, 일본/2021/110분/아시아영화의 창-지석상 후보작
츠야마 나오는 프로 권투선수를 꿈꾸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친다. 어린 시절 사고로 의족을 달고 있는 그에게 일본권투협회는 선수자격증을 발급할 수 없다고 거절한다. 츠아먀는 권투선수의 꿈을 좇아 혈혈단신 필리핀으로 건너가 국제선수자격증에 도전한다. 변두리 허름한 복싱클럽을 운영하는 트레이너 루디는 그런 츠야마의 열정에 감화되어 돕기로 한다. <젠산 펀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정통 스포츠 드라마다. 충분히 감동적인 이야기에 과한 양념은 독이 될 뿐이다. 자잘한 기술이나 잔 펀치 없이 정공법을 택한 브리얀테 멘도자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진심에 초점을 맞춘다. 각자의 사정을 가진 인물들이 스포츠를 통해 하나가 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묵직한 감동을 안긴다. 누구나 꿈을 꿀 권리가 있고 누군가와 함께 꾸는 꿈은 한층 빛난다. 승리의 드
BIFF #4호 [프리뷰] 리얀테 멘도자 감독, '젠산 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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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버세이션> The Conversation
김덕중/한국/2021년/120분/한국영화의 오늘-비전
관계에 대한 섬세하고 독특한 관찰력이 돋보였던 <에듀케이션>의 김덕중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 이번에는 은영(조은지)을 중심으로 한 무리, 승진(박종환)을 중심으로 한 군상들의 모습을 통해 관계에 얽힌 다양한 반응들을 쏟아낸다. <컨베세이션>은 제목 그대로 대화 그 자체의 본질을 담아내는 영화다. 여기엔 선형적인 내러티브나 특별한 사건이 필요치 않다. 그저 인물 사이에 쉴 새 없이 오가는 대화를 곁붙 쬐듯 함께 듣는 걸로 족하다. 카메라는 한 쪽에 가만히 서서 상황을 그대로 담아내고 인물들은 일상처럼 의미 없는 말들을 쏟아낸다. 얼핏 잉여로운 순간들로 채워진 관찰 카메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영화는 고요한 가운데 묘한 리듬을 자아내기 시작한다. 젊음과 연애, 추억에 얽힌 소소한 말들은 마치 파도처럼 인물들 사이를 오가고 마침내 장면과 장면 사이
BIFF #4호 [프리뷰] 김덕중 감독, '컨버세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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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옥 > Hellbound
연상호/한국/2021년/151분/온 스크린
의도란 무엇인가. 의도가 무엇인가. 비슷해 보이는 두 문장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간극이 있다. 우리는 대개 전자보단 후자에 익숙하다. 의도의 본질을 탐문하는 것보다 의도를 짐작하고 결정짓는 편이 더 손쉽고 안심이 된다. 세상 모든 일이 명확하게 설명될 수 없음에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공백을 허용하지 못하고 의도와 의미를 채워 넣기 위해 발버둥 친다. 어쩌면 그 때부터 지옥이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연상호 감독의 상상력은 대체로 ‘그렇다고 치고’에서 출발한다. 어느 날 세상이 좀비로 뒤덮이거나(<부산행>) 갑자기 초능력이 생겨도(<염력>) 연상호는 굳이 이유를 묻지 않는다. 대신 갑자기 변해버린 세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행동할 것인지를 지켜본다. 요컨대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대신 차라리 그런 세상에 떨어진 인간들의 행동을 궁금해하는 쪽에 가깝다.
BIFF #3호 [프리뷰] 연상호 감독,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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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7일 영화의전당 BIFF×GENESIS 야외무대에서 <승리호>의 오픈토크 행사가 열렸다. 백은하 배우연구소 소장이 진행하고 조성희 감독과 송중기, 진선규 배우가 참석한 오픈토크에는 많은 관객들이 모여 영화에 얽힌 뒷이야기를 나눴다.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는 한국 최초의 본격 우주SF영화로 2021년 2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현실적인 문제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택했던 영화지만 실은 극장 상영을 전제로 제작된 영화였던 만큼 이번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스크린 상영을 함으로써 관객들도 온전히 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10년 만에 부산영화제에 다시 왔다”며 남다른 감회를 전한 조성희 감독은 “<늑대소년>(2012)이 첫선을 보인 이 자리에 송중기 배우와 다시 설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는 10년이 아닌 4년 안에 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첫인사를 건넸다. 전날 개막식 사회를 맡기도 한 송중기 배우는 “영화제 사회는 작년부
BIFF #3호 [화보] 송중기가 말하는 <승리호>, 이제훈이 말하는 <파수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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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산골영화제는 2019년부터 상영작에 대한 비평적 지지를 통해 영화제의 생산적 역할을 강화하고, 영화비평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평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영화평론가상"을 신설했다.
2021년 제9회 무주산골영화제의 세 번째 영화평론가상 수상의 기쁨은 이동우 감독의 <셀프-포트레이트 2020>에게 돌아갔다. 올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남다은, 이나라, 이도훈 평론가는 영화제 이후 수상작을 포함하여 이란희 감독의 <휴가>와 권민표, 서한솔 감독의 <종착역>에 대한 비평을 각각 작성했다.
씨네21는 무주산골영화제가 보내온 영화평론가상의 결과물인 3편의 비평을 소개한다. 동시대 한국영화를 대표할 만한 3편의 영화를 깊이 들여다보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2021년 무주산골영화제 영화평론가상으로 이동우의 <셀프-포트레이트 2020>이 선정되었다. 심사과정에서 이 영화와 함께 최종까지 언급된
[무주산골영화제 영화평론가상 수상작 비평 전문] 남다은 평론가의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