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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대지, 어머니, 여신’을 상징하던 시절에는 남성과 대등한 관계였을까. <제2의 성>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대지, 어머니, 여신은 인간 질서의 바깥에 있는 상징이고 공적 사회적 질서는 남성의 몫이다. 이집트 신화에서 ‘이시스’ 여신이 아무리 중요해도 최고의 왕은 남성적 에너지를 상징하는 태양신 ‘라’인 것처럼. 역사적으로 볼 때 농경사회에서 재생산이 중요해지며 여성이 출산과 양육을 떠맡고 가정에 묶인 후로 여성들은 재산권이나 교육의 기회 등 공적 영역에서 소외되었다. 여성들이 그나마 두각을 드러낸 분야가 문화예술이나 종교 분야처럼 상징과 맞닿은 우회적 분야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다 생산 방식의 혁명이 대대적인 변화를 불러오면서 여성이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또 과학의 발전으로 임신과 출산을 통제하게 되면서 여성의 지위도 달라진다. 물론 19세기 내내 이어진 개혁 운동과 투표권 쟁취 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제2의 성>은 두 부분으로 구성
씨네21 추천도서 <제2의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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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미끄럼틀 삼아 보드를 타고 내려가는 취미가 있다. 서핑처럼 서서 타는 것이 아니라, 크기가 더 작은 보디보드 혹은 부기보드에 엎드린 채 몰려오는 파도의 리듬에 맞춰 몸을 맡기는 방식이다. 이우일 작가의 <파도수집노트>는 평생 운동과는 거리를 두고 살다가 쉰살이 넘어 어쩌다 파도타기에 푹 빠진 이야기다.
파도를 타려면 일단 보드와 슈트, 서핑 장갑, 오리발이 필요하고 보드에 바를 왁스, 보드와 발을 연결하는 리시도 있어야 한다. 각종 장비를 갖추고 바다를 향해 차를 몰고 간 다음, 날씨 앱으로 바닷가 날씨를 확인하고 풍랑주의보가 뜨면 해경에 입수 신고도 해야 한다. 또 바다에 들어가서는 적절한 높이와 세기를 갖춘 괜찮은 파도를 찾는 한편 다른 서퍼들의 위치나 우선 순서도 눈치껏 확인해야 하는데 그렇게 안 했다가는 충돌 사고가 나는 등 위험할 수 있다. 저자는 파도타기를 위해 폭우가 쏟아지는 새벽에도 운전해보았고, 세탁기 속에서 빙글빙글 돌듯이 거센 파도에 빨려 들
씨네21 추천도서 <파도수집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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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높아진 하늘.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놓치기 아까운 책 5권을 소개한다.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10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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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여름!>은 펠릭스(에릭 낭트슈앙)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낸 여자를 좇아 남프랑스 휴양지로 친구 셰리프(살리프 시세)와 함께 떠나는 이야기다. 청춘들의 로드무비이자 흐뭇한 코미디 또는 성장담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장르, 패턴, 규격에 맞춰 설명하는 건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20세기 거장 에릭 로메르 영화의 21세기 버전”(<가디언>)이란 평처럼 기욤 브락 감독은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에서 특별한 순간을 포착해내는 탁월한 감각의 소유자다. 2011년 <여자 없는 세상> 이후 짧은 시간 동안 세계영화계의 사랑을 받아온 기욤 브락 감독의 신작 <다함께 여름!>에는 지금 이 순간 주어진 것들에 대한 충만함으로 가득하다. 인물들은 끊임없이 만나고 헤어지며, 사람과 사랑 사이에 피어난 대화엔 삶의 진심들이 알알이 맺힌다.
<다함께 여름!> 속 청춘들의 만남은 계속 어긋나고 실패한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이들의
충만한 당신의 ‘지금’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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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대규모 파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메이크업, 세트 디자이너, 촬영감독 보조, 편집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영상 제작 노동자들로 이루어진 국제극장무대종사자연맹(IATSE, International Alliance of Theatrical Stage Employees)의 근로환경 개선 요구가 표준계약서 협상에서 수면 위로 올라온 것. 10월 4일, 영화방송제작자연합(AMPTP, Alliance of Motion Picture and Television Producers)과 3년마다 갱신하는 표준계약서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 투표를 실시했고, 99% 지지라는 압도적인 결과로 파업을 가결했다. IATSE의 가입자 수는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해 약 6만명에 이른다.
이번 파업 결의의 배경인 근로환경 개선 요구가 새로운 이슈는 아니다. 오래전부터 영화 및 TV 제작현장에서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안전사고가 수차례 발생해왔고 사망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2006년 해스컬 웩
[LA] 할리우드, 대규모 파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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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트니 VS 스피어스>
감독 에린 리 카 | 넷플릭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아메리칸 스윗하트’란 수식어를 가진 화려한 팝스타였다. 하지만 파파라치와 타블로이드의 먹잇감이 된 이후 그를 표현하는 말은 “미쳤다”(crazy)로 변한다. 그의 절망과 분노는 모두 미친 짓으로 치부되고, 스피어스는 성년 후견인인 친부 제이미 스피어스에게 자유를 박탈당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다. 다소 혼란스러운 연출에도 불구하고 스피어스가 법정에 서서 한 발언을 담은 마지막 장면에서의 울림이 크다. <바이스>(VICE)에서 활동한 다큐멘터리스트 에린 리 카가 연출을 맡았다.
<가현이들>
감독 윤가현 | VoDA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10월1일 다큐멘터리 전용 OTT인 ‘보다’(VoDA)를 열었다. 공개작 150편 중 하나인 <가현이들>은 윤가현 감독의 첫 장편이다. <가현이들>은 아르바이트 노조에서 활동한 세명의 여성이 주인공이다. 한데
아메리칸 스윗하트의 삶, '브리트니 VS 스피어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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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많은 약속을 ‘언젠가’로 미루다 보니 자연 술자리의 기쁨도 옅어졌다. 단골 술집이 안주 배달을 시작했으니 집에서 친구와 조촐한 술상을 마주하는 것도 좋다고, 집이니까 넷플릭스도 볼 수 있다고 자족했다. 그렇게 <백스피릿>을 틀었다가 백종원이 가수 박재범, 로꼬와 소주를 마시는 첫회부터 바깥 술자리가 그리워 엉덩이가 들썩이고 “사장님 여기요!”라고 외치고 싶어졌다. 집에선 못하니까. 앞서 백종원과 함께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시리즈를 만든 박희연 PD가 총괄 연출을 맡은 <백스피릿>은 술자리의 ‘정수’를 기막히게 짜냈다. 삼겹살을 자르는 ‘가위’가 화면을 꽉 채우는 장면에서 퍼뜩 알아챘다. ‘이거 내수 한정 콘텐츠가 아니고 전세계 대상 한국 식문화 해설지구나.’ 넷플릭스의 영어 자막을 켜니 불판에 남은 삼겹살을 순두부찌개에 잘게 잘라 넣던 백종원의 말, “나는 찌개에다 영혼을 넣잖아”는 “I put my soul into th
술자리의 정수 '백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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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온라인 영화제로 전환된 2020년의 전주국제영화제가 팬데믹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 축제였다면, 2021년의 부산국제영화제는 위드 코로나 시대에 도래할 영화제의 풍경을 짧게나마 가늠해볼 수 있었던 페스티벌로 기억될 듯하다. 영화제를 찾은 감독, 배우들은 다시금 관객의 환호 속에 레드 카펫을 밟았고, 영화제 곳곳에서는 오픈 채팅방에 입장하는 대신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고 육성으로 영화인들과 소통하게 된 관객의 질문이 릴레이처럼 이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지난 2년여 동안 긴 호흡으로 관객을 만나지 못했던 감독과 배우들의 들뜬 표정을 보니 관객의 빈자리가 그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반면 올해 영화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난 1년간 제작된 영화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일정상 주로 한국영화를 관람하게 되었는데, 저예산으로 제작됐을 한국 독립영화의 대부분이 실내를 배경으로 하거나 인적
[장영엽 편집장]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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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업을 종료한 서울극장 곽승남 대표가 별세했다. 서울극장과 합동영화사 측은 곽승남 대표이사가 15일 아침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고인은 아버지인 고 곽정환 회장이 운영한 합동영화사와 서울극장을 물려받아, 어머니인 원로배우 고은아씨와 함께 운영해왔다. 40년 넘게 종로3가를 지킨 서울극장은 지난 8월31일을 끝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곽승남 대표는 서울극장을 사랑한 관객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8월11일부터 영업종료일까지 3주간 '감사합니다 상영회'를 열고 티켓값을 받지 않고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다.
빈소는 연세대학교 신촌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오는 17일 오전 8시다. 장지는 양평 하이훼밀리 수목원이다.
'한국 최초의 멀티플렉스' 서울극장 곽승남 대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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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김용화 감독의 차기작 <더 문>(가제)이 4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10월12일 크랭크업했다. <더 문>은 우주에 홀로 남겨진 우주대원 선우와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 센터장 재국의 이야기를 다룬다. 재국은 설경구가, 우주대원 선우는 도경수가 맡았고, 김희애가 비밀을 쥔 나사 우주정거장 총괄디렉터 문영을 연기했다.
킬리언 머피
킬리언 머피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킬리언 머피는 <덩케르크> <인셉션> <다크 나이트> 등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에 이미 여러 차례 출연했다. <오펜하이머>는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다룬다. <오펜하이머>의 판권은 유니버설 픽처스에 있으며, 영화는 2023년 개봉예정이다.
앤서니 홉킨스, 제레미 스트롱, 앤 해서웨이, 제일린 웹, 라이언 셀
앤
설경구, 도경수, 김희애 '더 문'에서 뭉쳤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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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10월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막작 <안녕, 내일 또 만나>(감독 백승빈)를 포함한 32개국 124편의 상영작을 소개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주목할 만한 영화를 소개해온 기존 ‘핫 핑크 섹션’을 없애고 신인감독에 주목하는 ‘뉴 프라이드 섹션’을 신설했다. 폐막작은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티탄>(감독 줄리아 뒤쿠르노)이다.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11월4일부터 일주일간 열린다.
10주년 맞은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기자간담회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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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이 <브리저튼>을 제치고 ‘넷플릭스 역대 시청 기록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는 10월13일 “전세계 1억1100만 넷플릭스 구독 가구가 한국 창작자들이 만든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선택해 시청했다”고 밝혔다. <오징어 게임>은 총 94개국에서 ‘오늘의 톱10’ 1위에 올랐고, 미국에서는 비영어권 시리즈 중 최초로 21일 연속 ‘오늘의 톱10’ 1위를 기록하는 중이다. 기존 1위인 영국 로맨스 시리즈 <브리저튼>은 공개 후 한달 동안 8200만 가구가 시청했다.
'오징어 게임', 전세계 1억1100만 가구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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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김세인 감독은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과 왓챠상도 함께 받았다. 왓챠상은 오성호 감독의 <그 겨울, 나는>이 공동 수상했다. 지석상은 아파르나 센 감독의 <레이피스트>와 브릴란테 멘도자 감독의 <젠산 펀치>, 선재상은 이현주 감독의 <장갑을 사러>와 툼팔 탐푸볼론 감독의 <바다가 나를 부른다>에 돌아갔다. 윤서진 감독의 <초록밤>은 CGV아트하우스상과 시민평론가상을, 박송열 감독의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는 KBS독립영화상과 크리틱b상을 각각 차지했다. 올해의 배우상 남자부문은 <그 겨울, 나는>의 권다함 배우, 올해의 배우상 여자부문은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의 임지호 배우가 받았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와 '안녕, 내 고향',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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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베일에 싸였던 디즈니+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11월 12일 디즈니+ 한국 론칭을 앞두고, 10월 14일 오전 열린 디즈니+코리아 미디어데이에서 한국 시장 비즈니스 방향 및 마케팅 전략을 공개했다. 오상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대표는 “디즈니 코리아가 지난 30년 동안 한국 시장에서 다양한 영화를 선보인 것처럼 디즈니+ 또한 디즈니의 오랜 콘텐츠뿐만 아니라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 지오그래픽, 스타 등 풍성하고 다양한 디즈니 브랜드의 콘텐츠를 제공해 선택의 폭을 넓혀 최상의 엔터테이닝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가 발표한 디즈니+의 한국 시장 전략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 콘텐츠 제작사와 지속적으로 협업해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내놓겠다는 거다. 오상호 대표는 “전세계적으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만큼 많은 구독자들에게 한국 콘텐츠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한국 콘텐츠 업계 성장에 기여하겠다”고 전
디즈니+, 베일을 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