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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 맨션> Strawberry Mansion
앨버트 버니, 켄터커 오들리 / 미국 / 2020년 / 91분 / 개막작, 국제장편경쟁
사람의 꿈에도 세금을 매기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세금 징수원 제임스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정체 모를 환상의 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SF 어드벤처영화다. 빨간색으로 뒤덮인 방에 갇혀서 치킨 먹는 게 유일한 낙이라 여기는 남자의 꿈을 꾼 제임스는 잠에서 깨자마자 자신의 꿈을 메모리에 기록하고, 무엇에 홀린 듯 패스트푸드점으로 가서 치킨을 사먹는다. 이처럼 국가는 사람의 꿈에도 광고를 내보내고 세금을 부과하는데, 제임스의 직업은 제대로 꿈을 업로드하지 않아 세금이 밀린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세금을 징수하는 일을 한다. 어느 날 그는 오랫동안 ‘꿈세’를 납부하지 않은 벨라라는 여인을 찾아가는데 그녀의 방에 잔뜩 쌓인 VHS테이프를 보고는 아연실색한다. 낡디낡은 비디오 포맷에 기록된 꿈속을 헤매던 그는 벨라의 꿈 기록 속 여인에
GIFF #1 [프리뷰] 앨버트 버니, 켄터커 오들리 감독, '스트로베리 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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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영화 <로건>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이 든 슈퍼히어로는 어디로 갈까. 어떤 삶을 살까. 교외의 소박한 집에 머물며 주변의 존경을 받으며 조용한 삶을 살다 죽을까. 아니면 인지도와 인기, 지금까지의 공적을 토대로 정계에 진출하여 정치인이 될까. 아니면 슈퍼히어로 연금이 들어오는 매월 25일을 기다리며 시간을 죽일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고생할까. 그 모든 것의 믹스일까.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영화는 슈퍼히어로가 슝슝 날아다니는 영화보다 흥행은 안될 것 같다. 시원하고 통쾌하고 빵빵 터져서 집에 오는 길에 개운한 마음으로 “아 재미있었다!” 할 순 없을 테니까.
<엑스맨> 시리즈는 한편밖에 보지 못했다. 시리즈물이 그렇다. ‘언젠가 각 잡고 시작해야지’ 하는 마음은 분명 있는데 그 마음보다 새 시리즈가 나오는 속도가 빨라서 정신을 차려보면 5편을 내리 봐야 한다. 평행 세계가… 어쨌다고? 그렇게 우물쭈물하던 차에 시리즈를
[오지은의 마음이 하는 일] 아이의 손을 잡고 지뢰밭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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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평론가의 프런트 라인]
한때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누군가의 일기처럼 보이고 들린 적이 있다. 이제는 아니다. 일기를 써야 하는 이는 관객이다. 그의 영화는 하루의 파편들이며, 파편은 흔한 감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영화가 시작되면 안경을 쓴 상옥(이혜영)이 소파에 앉아 작은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인다. 그 후 아파트 단지의 전경을 보여주는 타이틀 시퀀스가 잠시 등장한 뒤, 이번에는 침대에서 이불을 덮은 채 누워 잠든 상옥의 얼굴이 보인다. 그런데 화면 밖에 앉은 누군가의 손이 상옥이 누운 침대 곁에 가만히 놓인다. 카메라가 천천히 오른쪽으로 패닝하면 상옥의 옆얼굴이 보인다. 상옥은 분명 바로 옆에서 잠들어 있는데 어떻게 상옥이 여기에 앉아 있을 수 있나. 기억하는 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이런 방식으로 인물의 분화를 새기는 트릭을 사용한 적은 없다. 그의 영화가 꿈처럼 분화된 시간을 그릴 때도 숏 내부에서만은 현실적인 조건과 한계를 벗어나지 않았다. 잠시 후 잠든 인물
마주한 얼굴 사이에 놓인, 우리는 모르는 것: '당신얼굴 앞에서' 영화를 성립시키는 얼룩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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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제작 남아진흥주식회사 / 감독 유현목 / 상영시간 114분 / 제작연도 1979년
유현목은 1956년 개봉한 <교차로>로 감독 데뷔하여 1994년 <말미잘>까지 40여년간 모두 43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했다. 39번째 연출작인 <장마>는 그의 후기 필모그래피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1973년 발표한 윤흥길의 중편소설이 원작이다. <분례기>(1971, 방영웅 원작), <불꽃>(1975, 선우휘 원작) 등 1970년대에도 그는 소설 원작의 문예영화를 연출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원래 과작 감독이기도 했지만, 이 시기는 문예영화를 만들 수 있는 우수영화 제도가 부침을 겪었던 탓에 꾸준한 작업이 쉽지 않았다. 그는 <분례기> 이후 장편 연출이 힘들게 되자 유프로덕션을 설립해 문화영화를 만들며 아마추어 영화인들을 양성하기도 했다. 필모그래피의 연속성으로 보면 1981년에 개봉한 <사람의 아들>
[정종화의 충무로 클래식] 분단영화의 걸작 '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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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 퍼플> <푸른 호수>, 차기작 <자모자야>까지. 한국계 미국인 저스틴 전 감독의 영화에는 한국인 프로덕션 디자이너의 손길이 함께했다. 그 주인공은 <접속> <태극기 휘날리며> <동창생> 등 199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충무로에서 활약해온 신보경 미술감독. 미국 채프먼대학교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지낼 당시 LA에 있는 프로듀서로부터 저스틴 전 감독을 소개받았다는 그는, 새로운 10년의 시작을 할리우드에서 맞이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영화인들로부터 남다른 자극을 받았다는 그에게 <푸른 호수>를 채운 색과 무늬에 대해 물었다. 낯선 땅에서의 기억을 반추한 신보경 미술감독은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마음만큼은 이어져 있었던 스탭들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그가 다시 영화를 사랑하게 만든 시간과 사람들에 대한 대화를 옮긴다.
- <푸른 호수>라는 제목에서부터 프로덕션 디자인의 힌트를 얻었을
<푸른 호수> 신보경 미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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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회를 맞이한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가 10월21일부터 25일까지 충북 청주에서 열린다. ‘무예의 변주, 액션!’이란 슬로건 아래 총 20개국 66편의 다양한 액션영화를 상영한다. 이중 37편은 영화제 전용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Onfifn)에서 만날 수 있다. <쓰릴 미> <명성황후> <그날들> 등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며 클릭비의 메인 보컬에서 뮤지컬·연극 배우로 거듭난 오종혁이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 홍보대사를 맡았다. 평소 액션영화를 좋아한다는 그는 최근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강철부대>에 출연하며 강인한 이미지를 새롭게 부각시킨 바 있다. 오종혁은 “액션영화 장르와 무술감독, 스탭의 공로에 주목하는 영화제인 만큼, 그 의미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홍보대사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의 홍보대사를 맡았다. 3회밖에 되지 않은 신생 영화제라 책임감이 남다르겠다.
= 아직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서 영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 홍보대사 오종혁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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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6411>은 고 노회찬 의원이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남긴 육성으로 시작한다. “남은 인생을 어디에 바쳐야 할까. 대중과 함께해야겠다, 자기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소외된 그런 노동자들과 함께해야겠다, 라고 거기서 결심을 완전히 굳혔습니다.” 그가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고 결심을 굳힌 곳은 어느 조용한 산속 암자였다.
민환기 감독은 노회찬 의원이 생전에 남긴 여러 방송 인터뷰와 기록 영상,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정치인 노회찬이 평생을 갈고닦아온 ‘진보정치’의 궤적을 한편의 영화로 옮겨 담았다.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이다. 아직은 아물지 않은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는 순간을 들춰내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노회찬6411>은 정치인 노회찬의 일대기가 곧 한국 진보정치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패션업계의 노동 행태에 맞선 젊은이들을 다룬 <미스터 컴퍼니>, 제주 최초 여성 도지사에 도전한 고은영씨에 관한 영화 &
<노회찬6411> 민환기 감독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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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 티빙이 독립 출범 1주년을 맞아 1년간의 성과를 정리하고 미래 전략을 소개하는 'TVING CONNECT 2021'을 개최했다. 18일 오전 10시 온라인으로 열린 'TVING CONNECT 2021' 행사에는 양지을, 이명한 티빙 공동 대표가 발표자로 나섰다.
이날 행사에서 티빙은 230여개 국가에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인(LINE)과 협업해 글로벌 OTT 시장 진출할 계획임을 알렸다. 양지을 공동 대표는 “2023년까지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시장의 진출을 완료하고 곧바로 미국과 유럽 등 10개국 이상으로 글로벌 서비스를 확장할 것”이라며 “K-콘텐츠를 가장 잘 만드는 티빙을 전 세계에서 시청할 수 있는 일이 머지않아 실현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더불어 국내에서는 TV를 통한 고객 유입을 확대하기 위해 삼성, LG를 비롯해 다양한 기업의 스마트 TV에 티빙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모든 스마트TV 신제품에 티빙 전용 버튼을 제공하
티빙, 라인과 손잡고 글로벌 OTT 시장 진출... 2023년까지 아시아 진출 완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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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플랫폼 티빙이 독립 출범 1주년을 맞아 지난 한 해의 성과를 정리하고 미래 전략과 신작 라인업을 소개하는 'TVING CONNECT 2021'행사를 개최했다. 현재 16000여개의 콘텐츠를 보유한 티빙은 지난 1년간 오리지널 콘텐츠만 25편을 선보였다. 이명한 공동 대표는 “강력한 오리지널 컨텐츠가 주는 사업적 동력이 크다”며 “유료 시청자의 75% 이상이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로 유입됐다”고 강조했다. 티빙은 올해 하반기부터 주력 분야인 예능과 드라마 외에도 오리지널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시청자층을 다양하게 포섭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나영석 PD(<스프링 캠프>), 이욱정 PD(<푸드 크로니클>), 석종서 PD(<구미호뎐>), 이준익 감독(<욘더>)이 예능,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드라마 분야의 대표 주자로 나서 준비 중인 신작에 관해 소개했다.
티빙이 발표한 신작 라인업은 총 20편이다. 먼저 올해 공개 예정인
강하늘 구교환 이동욱 임윤아 한지민의 신작이 온다...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 20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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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OTT 작품들로까지 외연을 확장한 부산영화제의 결심은 왓챠 오리지널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 <지옥> 등이 참여한 야외무대 오픈 토크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또 신설 토크 프로그 램인 액터스 하우스는 매회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6인의 배우(조진웅, 엄정화, 변요한, 이제훈, 전종서, 한예리)와 관객에게 잊지 못할 저녁을 선사했다. 낮이든 밤이든 무성한 별이 내리는 곳, 부산영화제의 배우 열전을 화보로 전한다.
10월 7일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의 <승리호> 오픈 토크. 조성희 감독과 함께 나란히 참석한 배우 진선규, 송중기(왼쪽부터)가 영화에 얽힌 뒷이야기를 유쾌히 나누는 중이다. 두 사람은 이날 오픈 토크에 배우 김태리가 왔어야 한다고 애정 묻은 아쉬움을 드러내며 <승리호>가 좋은 사람들과의 행복한 작업이었다고 거듭 회상했다.
“나도 다른 배우들을 곧잘 부러워하고 질투하기도 한다. 요즘
낮에도 밤에도 별이 내리는 곳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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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OTT 작품들로까지 외연을 확장한 부산영화제의 결심은 왓챠 오리지널 프로젝트 <언프레임드>, 넷플릭스 시리즈 <마이 네임> <지옥> 등이 참여한 야외무대 오픈 토크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또 신설 토크 프로그램인 액터스 하우스는 매회 매진 행렬을 이어가며 6인의 배우(조진웅, 엄정화, 변요한, 이제훈, 전종서, 한예리)와 관객에게 잊지 못할 저녁을 선사했다. 낮이든 밤이든 무성한 별이 내리는 곳, 부산영화제의 배우 열전을 화보로 전한다.
최규석 작가와 연상호 감독이 함께 만든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지옥>은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총 6부작 중 3부까지 상영했다. 10월 8일 오픈 토크에 나선 유아인의 표현에 의하면 “지옥과 천국, 선과 악을 다루는 작품은 많지만 이렇게 지옥을 내세우는 작품은 처음”이다. 한편 배우 원진아에게 <지옥>은 매일이 생소하고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런 장르는 처음이라 괴물의 형상이 어떻게
낮에도 밤에도 별이 내리는 곳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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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데뷔작 <두만강아 잘 있거라>를 시작으로 2014 년 <화장>까지, 60여년간 102편의 영화를 만든 한국영 화의 살아 있는 전설 임권택 감독이 제26회 부산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0월6일 개막식 무대에서 이루어진 시상식에는 임상수, 봉준호 감독이 시상자로 나서 임권택 감독에게 트로피와 꽃다 발을 안겼다. 이를 지켜본 객석의 영화인들은 모두 기립해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이 순간은 개막식 무대의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남았다. 개막식 다음날 만난 임권택 감독은 수상의 기쁨을 말하면서도 재차 “이런 상은 노감독에게 줄 것이 아니라 한창 영화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산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현역 일선에서 벗어난, 영화 일을 쉬고 있는 시기에 상을 받게 되었 는데요. 지금 한창 힘차게 일하고 있는 현역 감독들한테 상을 줘서 용기를 북돋워줘야 하
"부족함을 느끼는 마음이 영화적 발전으로 이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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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전 감독의 <푸른 호수>는 선명한 메시지를 아가미 삼아 인물이 처한 혼란으로 깊이 잠수한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산영화제 월드 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이 영화가 들여다보는 웅덩이는 3살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입양돼 시민권 없이 살아온 남자 안토니오(저스틴 전)의 방황. 억울한 사건에 휘말려 강제 추방 조치를 당한 그는 아내 캐시(알리시아 비칸데르), 딸 제시(시드니 코왈스키) 와 영영 헤어질 위기에 처한다. 아동시민권법에 의해 2000년 이후 입양된 사람들의 시민권은 인정되지만, 그 이전에 입양된 사람들에 게는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안토니오를 뒤로한 스크린은 줄곧 물의 이미지로 일렁인다. 그는 강가에서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그에게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폭우가 쏟아진다. 제목 속 호수는 그의 아지트면서 오래된 기억 속 장소와 닮은 공간이기도 하다.
부산영화제 기간에 서면으로 인터뷰에 응한 저스틴 전 감독은 호수는 구
아시안 커뮤니티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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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밴드 스파크스 형제가 레오스 카락스에게 제안한 영화 <아네트>에서 음악과 공연은 오직 스크린이라는 기계장치에 담기기 위해 존재하는 질료다. 그 속에서 배우들은 카메라가 돌아가는 시간만큼만 노래하고, 목각인형 아네트는 CG로 지운 인형술사의 조종 아래서 미숙한 부모 헨리 (애덤 드라이버)와 안(마리옹 코티야르)의 품에 안긴다. 올해 부산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아네트>로 초대받은 레오스 카락스는 3회째 방문하는 영화제가 한결 편안해 보였다. 기자간담회와 GV, 마스터클래 스까지 모두 마친 뒤 여유를 찾은 그와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첫 뮤지컬영화 <아네트>의 세부를 가로지르는 동안 레오스 카락스는 언제나처럼 초기 영화의 존재론을 예찬하는 영화 근본주의자였고, 자신의 음악적 영혼을 “영화와 결혼시킨” 무경계의 예술가였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 <폴라 X> <
심연에의 교감을 노래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