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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고급 아파트에서 사는 파니(루 드 라주)와 장(멜빌 푸포)은 사교모임을 즐기는 이상적인 상류사회 커플이다. 완벽해 보였던 두 사람의 삶은 어느 날 파니의 고등학교 동창 알랭(닐스 슈나이더)이 나타나며 균열이 시작된다. 파니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알랭과 급속도로 가까워지며 서로에게 점점 빠져든다. 운명적인 만남을 믿는 문학가 알랭과 달리 부자 남편 장은 인생은 스스로 개척하고 선택하는 것이라 확신한다. 아내의 변화를 의심한 장은 사설탐정을 고용해 사생활을 캐고, 파니의 불륜을 확인한 뒤 위험한 선택을 결심한다.
우디 앨런 감독이 50번째 영화 <럭키 데이 인 파리>로 돌아왔다. 우디 앨런의 첫 번째 불어영화이자 프랑스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로마 위드 러브><미드나잇 인 파리><레이니 데이 인 뉴욕>등 도시 시리즈의 연장에 있다. ‘뜻밖의 행운’(Coup de Chance)이란 원제처럼 예상치 못한 순간, 우연과 운에 얽힌 아이러니
[리뷰] 찬스(Chance)와 초이스(Choice) 사이 여전히 반짝이는 농담(혹은 진실), <럭키 데이 인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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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소녀 이징(니나 예)이 엄마 그리고 언니와 함께 대도시 타이베이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시골에서 살다온 이징의 눈에 타이베이는 온통 신기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꿈의 공간이지만, 엄마 슈펀(저넬 차이)과 언니 이안(시 유안 마)에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착같이 버텨 살아남아야 하는 정글 같은 곳이다. 슈펀은 야시장 한편에 국수 가게를 차려 생활비를 마련하려 하지만 월세를 감당하기조차 여의치 않고, 이안은 뭐라도 하기 위해 찾은 일자리가 영 불편하다. 거기에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은 전남편과의 관계와 부모의 생일잔치까지 더해져, 슈펀이 어린 이징을 신경 쓰지 못하는 시간이 늘어만 간다. 어느 날 외할아버지로부터 왼손잡이에 관한 무서운 미신을 듣게 된 이징은, 그때부터 뭔가에 홀린 듯 아슬아슬한 일탈을 벌이기 시작한다.
<왼손잡이 소녀>는 2004년 숀 베이커 감독과 공동 연출한 <테이크 아웃>이후 21년 만의 단독 연출 데뷔작을 만든 쩌우스칭 감독
[리뷰] 시궁창을 댄스홀로 만드는 마법사 숀 베이커의 친구들, <왼손잡이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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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창간 30주년 특별 연재 ‘21세기 영화란 무엇인가?’의 세 번째 키워드는 ‘통과하는 공간’이다. ‘20세기의 기억’, ‘인간의 조건’에 이어 21세기 영화사가 점지한 여러 공간을 탐색하려 한다. 여기서 말하는 공간이란 우리가 영화에서 보게 되는 실제의 풍경과 영화가 촬영되는 장소에서부터, 인간의 신체와 같은 또 다른 맥락의 공간들, 혹은 영화 안팎의 프레임이나 인터미디어처럼 물질과 추상 사이에 존재하는 곳까지 다양하다. 이후 ‘통과하는 공간’의 필진은 이처럼 다양한 맥락에서 이야기되는 21세기의 영화적 공간에 대해 말할 예정이다. 연재의 두 번째엔 장병원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영화의 풍경과 장소를 통과해 21세기 현대 다큐멘터리의 주요한 의제를 살핀다. 샤론 록하트와 오다 가오리라는 두명의 다큐멘터리 작가는 이 탐색의 주요한 매개가 될 것이다.
바람을 보여다오, 침묵을 들려다오
현대 다큐멘터리가 풍경을 도입하는 방식의 진화
소녀가
[21세기 영화란 무엇인가?] 바람을 보여다오, 침묵을 들려다오 - 현대 다큐멘터리가 풍경을 도입하는 방식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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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는 미셸 공드리가 연출하고 찰리 코프먼이 각본을 쓴 <이터널 선샤인>이다. 만인의 인생 영화를 구태여 지금 다시 소환해야 하는 까닭은 지난해 개봉 20주년을 맞아 스콧 토비어스가 <가디언>에 쓴 평론의 일부로 대체한다. “이 작품이 지금도 21세기 최고의 러브 스토리 중 하나로 꼽히는 이유는, 로맨스의 필수 요소가 실패에 있다는 독특한 주장을 펼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사랑의 본질에 해당하는 어수선을,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혼란을 찬양한다.” 셀린 시아마의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10위에 올랐다. 이 영화는 한국 아트하우스 시장에서 셀린 시아마 열풍을 불러온 작품이자, 피메일 게이즈(여성적 응시)의 예술적 당위를 증명해낸 사례로서 “동시대 (여성)영화사의 최전선에 당당히 위치할 수 있는 영화”(남선우)임에 틀림없다. 작품이 표방하는 여성주의적 의제만큼 이 영화가 묘사하는 멜로의 정수를 극찬하는 평가도 뒤이었다. 셀린 시아마 감독
[특집] 영화가, 사랑을 담아, 해외영화 베스트 9위부터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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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그리고 둘>에드워드 양, 2000
에드워드 양의 영화는 늘 타이베이라는 도시와 그 안에서 길을 잃는 개인들을 다뤘다. 대만 중산층 가족의 일상을 세 시간에 걸쳐 응시한 <하나 그리고 둘>역시 1980년대부터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대만 사회의 피로와 공허함, 2000년대 초 경제성장의 둔화와 함께 정치적 격변기를 맞이한 혼란을 관류한다. 결혼식으로 시작해 장례식으로 끝나는 이 영화에서 관객에게 영원히 각인될 한 존재는 8살 소년 양양이다. 그는 카메라로 가족의 뒷모습만 부단히 찍는데, 영화가 우리 스스로는 볼 수 없는 삶의 이면을 섬광처럼 비추는 매체라는 감독의 믿음이 천진하게 반영돼 있다.
정제된 영화언어는 때로 삶의 교차와 순환을 아름답게 드러낸다. 대만 뉴웨이브 영화들의 한 종착지로서 <하나 그리고 둘>이 이를 방증한다. 30년 만에 타국에서 첫사랑을 만난 아버지 NJ와 기다리던 첫 데이트에 나선 딸 팅팅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공명하
[특집] 베스트영화10 해외영화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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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9위에 올랐다. 한국영화 최고의 황금기로 평가받는 2003년,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를 제치고 ‘<씨네21> 올해의 한국영화’ 1위에 당당히 오른 작품이기도 하다. <지구를 지켜라!>의 상상력은 개봉 이후 20여한국영화 베스트9위부터의 영화들C1531 특집-씨네21 30년, 베스트리스트.indd 58년이 넘게 흐른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2025년 11월 현재 아리 애스터와 CJ ENM 공동제작, 요르고스 란티모스 연출의 <부고니아>가 전 세계의 관객들과 만나며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10위는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이다. 이 영화는 <옥희의 영화>가 이룩한 반복의 미학이나 <북촌방향>이 발명한 시간축의 교차에 ‘반응’(Reaction)의 층위를 더하며 2010~20년대 홍상수 세계를 해석하는 규준으로 자리한다.
[특집] 마스터피스! 한국영화 베스트 9위부터의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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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창동, 2010
예술과 윤리의 상관성을 논하는 현대사회의 공론장은 종종 예술의 주체인 예술가를 조명한다. 예술 활동을 하는 예술가는 도덕적인가? 예술가의 미적 가치관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얼마만큼 윤리적 책임을 지는가? ‘1995-2024 한국영화 전체 베스트10’ 1위에 오른 이창동 감독의 <시>또한 예술과 윤리가 어떻게 서로를 물고 삼키며 예술가의 ‘감수성’을 잉태하는지를 응시한다. 그 감수성은 시를 한번도 써본 적 없는 60대 여성 양미자(윤정희) 개인이 예술가의 지위를 획득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양미자가 수행하는 미적 탐구는 곧 한국 사회 전체의 부채의식으로도 환원된다. 양미자의 시 쓰기는 집단 성폭행 사건의 주범인 손자 종욱(이다윗)의 범죄에 대해 속죄하는 과정과 교차하고, 이는 동시대 관객으로 하여금 현대사의 여러 참사 앞에 직접적으로 가해하지 않았다고 해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공유하는 최후의 죄책감을 일깨운다. 돌아보면 이창동의
[특집] 베스트영화10 한국영화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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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한국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시>다. 2위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박빙의 승부 끝에 나온 결과다. <시>는 ‘2010년 <씨네21>올해의 영화’에서도, 2020년 시행한 ‘2010년대 최고의 한국영화’와 2021년 시행한 ‘201020년 베스트영화’에도 “이창동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최고”라며 순위에 오른 바 있다. <초록물고기>부터 <버닝>까지 이창동 감독의 모든 장편영화가 리스트에서 두루 거론됐지만, <시>는 그의 또 다른 최고작으로 꼽히는 <밀양>의 2배가 넘는 지지를 얻으며 1위를 수성했다. 2, 3위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과 <마더>가, 4위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자리했다. 이외에도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을 6위에,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를 7위에 안착시키며 전체 순위에 여러 작품을 올리는
[특집] 다른 듯 비슷한, 1995-2024 영화 베스트 1위에 오른 <시><하나 그리고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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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트를 선정하는 일은 언제나 탐탁지 않지만 그럼에도 비평가와 예술가, 관객과 창작자, 독자와 필자 모두에게 효용을 지닌다. 현재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겸하는 직군 종사자들이 업계의 조류를 어떻게 진단하는지 다수결 합의를 통해 해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씨네21>은 창간 이래 기념일마다 꾸준히 영화의 리스트를 만들어왔다. 올해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지난 30년의 영화를 결산하는 시간을 갖는다. 53명의 기자, 평론가, 영화인에게 ‘1995~2024년에 나온 한국, 해외 영화 중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영화는 무엇입니까?’를 물었다. 신선하면서도 예측 가능한, 동시에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나눌 수 있는 이 통계가 어떤 이에겐 놓친 영화의 보고이길, 다른 이에겐 연구의 제재이길 바란다.
한편 <씨네21>이 선정한 20편의 영화 중 일부는 올해 개관 25주년을 맞는 한국의 대표 예술영화관 ‘씨네큐브’에서 상영된다. 21세기가 도래한 이후 사반세기 동안 씨네큐브는
[특집] BEST OF BEST, <씨네21> 30주년 특집 – 영화인, 평론가 <씨네21>기자가 꼽은 영화베스트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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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1회를 맞이한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이하 아동권리영화제)가 지난 11월1일 개막을 알렸다. 11월30일까지 한달 동안 이어지는 아동권리영화제는 아동 체벌 근절을 향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끌고 ‘아동 권리’라는 어엿한 영화적 장르를 구축하기 위해 국경을 넘은 다채로운 작품과 관객을 연결해왔다. 이날 개막식에는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과 영화제 홍보대사 배우 문소리, 박경림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 등이 참석하고 가수 안예은이 축하의 노래를 불렀다. 영화제 사이트(www.sc.or.kr/crff)에서는 올해의 수상작 6편과 초청작 3편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 주목해 ‘전쟁과 아동 특별전’을 마련했다. 유엔이 발표한 ‘아동과 무력분쟁에 관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분쟁지역에서 발생한 중대한 아동권리 침해 사례는 총 4만1370건으로 역대 최다에 이르렀다. 영화 한편이 모든 갈등을 무력화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를 통해 어린이의 마음
[씨네스코프] 어린이들이 어린이답게 살 수 있도록, 제11회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 개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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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독립영화를 결산하는 서울독립영화제 2025 기자회견이 11월5일, 아트나인 야외 테라스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모은영 집행위원장, 김동현 프로그램위원장, 권해효 배우, 백재호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이사가 자리했다. ‘영화가 오려면 당신이 필요해’를 올해 슬로건으로 선정한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단편 84편, 장편 43편(개막작 및 특별전, 해외초청 제외)을 포함해 총 127편을 상영한다. 출품작은 1805편으로 지난해 대비 101편이 증가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본선 경쟁’ 부문에서는 총 12편의 장편이 상영되며, 다큐멘터리가 강세였던 지난해와 달리 극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본선 경쟁과 새로운 선택 부문 모두 10대 청소년의 현재를 다룬 작품이 많았다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하다. 한해의 독립영화 화제작을 망라하는 ‘페스티벌 초이스’ 부문에선 역대 최대인 23편을 상영하는데 영화와 극장, 관객에 관해 논하는 작품들이 다수 초청됐다. 서울독립영화제가 한국영상자료
[국내뉴스] 영화가 오려면 당신이 필요해, 서울독립영화제 2025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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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은 만남의 장소다. 그저 사람을 만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요즘은 영화를 ‘본다’라기보다는 차라리 ‘만난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영화를 만날 때 극장의 분위기와 상황, 이른바 극장의 ‘공기’까지 포함하여 유일한 형태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나의 첫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떠올릴 때 이 영화를 만났던 부영극장의 추억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남포동 극장가 초입에 있던 부영극장은 부산에서 가장 좌석수가 많았던 초대형 극장으로 스크린 사이즈도 당시 최대였다. 돌이켜보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처럼 잔잔한 영화를 굳이 그 극장에서 볼 필요는 없었지만 덕분에 아직도 클린트 이스트우드 얼굴의 깊게 팬 주름까지 선명하게 기억난다. 정확히는 부영극장에서 보지 않았다면 이스트우드의 구겨진 얼굴이 그렇게까지 인상적이지 않았을 것 같다. 부영극장은 2000년 무렵에 결국 문을 닫고 없어졌는데, 그 이후로는 당시의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는 기분이다. 이젠 그날의 공기가
[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영화가 사랑한 우리들: 극장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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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니아>를 말하기 전에 현실화되지 않은 가능성을 상상하며 글을 출발하겠다. 처음 <지구를 지켜라!>(2003)의 리메이크 소식을 접했을 때 아리 애스터 감독이 제작을 맡고 원작 감독인 장준환이 연출이 맡는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연출을 맡게 된다. 장준환 감독이 만들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프로젝트 초기에 왜 그가 감독으로 거론됐던 것일까? <지구를 지켜라!>엔 번역 불가능한 지점이 존재한다. 특유의 B급 감성이 영화 전반에 깔렸다. 영화는 2000년대 초반의 유치하고 엽기적인 무드를 물씬 내뿜는다. <지구를 지켜라!>는 당대 한국의 시대적 감수성의 산물이다. 그렇기에 그 감성 자체를 2020년대에 그대로 이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것을 따로 떼놓고 <지구를 지켜라!>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어쩔 수 없이 이 영화의 인장은 리메이크 시 난제가 된다. 또한 배우의
[비평] 끝 이후에 펼쳐져가는 시간, 프런트 라인 연속 기획 <부고니아> ① - 오진우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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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주인>에 대한 직접적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시점숏은 등장인물의 시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숏이다. 우리는 영화를 볼 때 이 시점숏을 통해 주인공의 눈이 되곤 한다. 바라보는 인물의 표정이나 행동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는 리액션숏과 달리 시점숏은 대상 그 자체를 보여주며 관객의 감정적 몰입을 돕는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 시점숏이 어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창작자들이 리얼리티를 중요하게 생각할수록 카메라를 인물의 눈높이(아이레벨)에 정확히 맞추려 애쓰지만, 실제 인물의 눈높이에서 촬영하면 대상이 살짝 부감으로 보이며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곤 한다. 이 시각적 괴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인간의 눈은 대상을 볼 때 시선을 약간 아래로 내린다. 평행한 눈높이에 있는 물체를 볼 때조차 눈동자의 움직임은 보통 아래쪽을 향한다. 우리의 ‘실제 눈높이’와 ‘대상을 인지하는 높이’는 같지 않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정직하다. 카메라를 인물의 눈높이에 맞추어 대상을 촬영하면
[박홍열의 촬영 미학] 시점숏, 마음의 높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