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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외톨이로 지내던 고토 히토리(아오야마 요시노)의 유일한 낙은 기타 연주다. 중학교 내내 골방에서 기타를 연습하고 유튜브에 커버 영상을 올리던 히토리는 사실 밴드 활동이 꿈이다. 어느 날 히토리 앞에 나타난 ‘결속밴드’의 리더 이지치 니지카(스즈시로 사유미)는 그녀를 객원 기타로 섭외한다. 엉겁결에 공연장에 온 히토리는 박스를 뒤집어쓴 채 첫 무대를 마무리한다. 베이시스트 야마다 료(미즈노 사쿠)와 니지카는 그런 히토리에게 밴드 입단을 정식으로 제안한다. <극장총집편 봇치 더 록! 전편>은 밴드물로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애니메이션 시리즈 <봇치 더 록!>의 전체적인 줄거리를 요약한 영화다. 팬들에겐 이미 익숙한 내용이지만, 한정된 러닝타임을 활용하여 코미디를 덜고 성장드라마에 집중하는 선택으로 서사의 밀도를 높였다. 처음 <봇치 더 록!>을 접하는 관객에게는 친절한 요약본이며, 동시에 팬들에게는 여전한 감동과 2기를 향한 하염없는 갈증을 느끼게
[리뷰] 서사의 밀도만큼 높아지는 2기 염원 수치, <극장총집편 봇치 더 록!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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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가 꿈인 자히아(울라야 아마라)와 첼리스트인 페투마(리나 엘 아라비), 쌍둥이 자매는 파리에 있는 명문 음악 고교로 전학을 간다. 하지만 교외에 거주하는 이민자 가정의 딸인 자매는 새로운 학교에서 차별로 어려움을 겪는다. 우연히 어릴 적 우상이었던 지휘자 세르주 첼리바디케(닐스 아레스트뤼프)에게 선택을 받아 제자가 된 자히아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구성원이 모인 새로운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를 창단한다. 영화 <디베르티멘토>는 차별에 맞서 오케스트라 디베르티멘토를 만든 지휘자 자히아 지우아니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자매가 직면한 다층적인 장벽을 다소 익숙한 방식으로 묘사하고 해소하지만, 영화는 끝내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소리로부터 개인과 세계가 변화하고 공명하는 순간을 포착해낸다. 어떤 정체성도 침범하지 않은 완벽한 조화의 상태를 꿈꾼 자히아 지우아니의 신념을 드러낸 선곡과 세심한 연출이 영화의 진정성을 더한다.
[리뷰] 단 하나의 정체성도 잃지 않은 조화와 공존의 볼레로, <디베르티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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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 티니핑>의 첫 번째 극장판인 <사랑의 하츄핑>은 인생의 솔메이트를 꼭 찾고 싶은 이모션 왕국의 공주 로미의 성장과 여정을 담는다. 우연히 하츄핑을 만난 로미는 그가 자신의 운명의 단짝이란 것을 직감하지만 하츄핑의 반응엔 온도차가 있다. 트러핑의 저주에 의해 티니핑이 몬스터가 된 곳에서 외롭게 살아남은 하츄핑은 슬픈 기억으로부터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인간 로미의 관심에서도 두려움을 먼저 느낀다. <사랑의 하츄핑>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상대방을 믿고 나아가는 신뢰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탄탄한 믿음을 기반으로 할 때 순수한 우정과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인류 보편적인 메시지를 확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전한다. 섬세한 애니메이팅도 눈에 띈다. 질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옷의 표현이나 머리카락 움직임,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파도까지 현실적인 애니메이션의 구사가 훌륭하다. 걸 그룹 에스파의 윈터가 영화 O.S.T <처음 본 순간&
[리뷰] 멀리서도 너를 알아볼게, 믿음을 토양 삼은 우정, <사랑의 하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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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에서 함께 사는 시게미치(고라 겐고)의 부탁으로 함께 살게 될 그의 조카 나오타츠(오니시 리쿠)를 마중 나간 사카키(히로세 스즈). 시게미치가 건네준 가족사진을 보고 나오타츠의 아버지가 10년 전 집을 나간 어머니의 과거 불륜 상대임을 알게 된다. 한편 차가운 태도의 사카키가 신경 쓰이던 나오타츠는 우연히 사카키의 대화를 엿듣고 아버지의 과거를 알게 된다. 사카키를 향한 죄책감과 간지러운 다른 감정 사이에서 나오타츠는 자신의 역할을 고민한다.
다지마 렛토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는 부모 세대의 불륜으로 엮인 두 자녀 세대의 만남을 그린다. 고등학생 나오타츠는 평소 온화한 아버지의 불륜 사실에 어른에 대한 불신과 혼란을 경험한다. 마음이 16살에 멈춘 20대 후반의 사카키 또한 다르지 않다. 완치되지 못할 상처를 다듬는 이들은 미봉책보다는 각자의 감정에 솔직해지고자 한다. 일본 청춘 성장물의 특징적 연출과 조응하는 섬세한 심리 묘사 또
[리뷰] 순탄치 않은 물길이어도 우리 결국 바다에 닿았다면,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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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여공의 노래>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인 1910~50년대 일본 오사카로 우리를 데려간다. 여기에는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에서 태어나 오사카 방적공장에서 일한 여자들이 있다. 1910년대 일본의 섬유산업은 호황을 맞았고, 방적 회사들은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려 조선 여자들을 모집했다. 당장 먹고살 길이 막막한 집안의 딸들이 무수히 바다를 건넜다. 기시와다 방적공장의 경우 20여년 동안 3만명이 넘는 조선인 여공이 일했다고 알려진다. 대부분 10~20대였고, 절반 이상이 10대 소녀였다 한다. 여공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24시간 돌아가는 공장에서 12시간씩 교대로 일했는데, 야간에 졸다 실을 끊어먹으면 매질을 당했다. 외부 출입은 철저히 통제됐고, 견디다 못해 도망가다 붙잡히면 고역을 치러야 했다. 공장에는 전염병이 자주 돌았고, 과로와 영양부족에 시달린 여공들이 매년 여러 명씩 죽었다. 하지만 이들은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살아낸다. 배가 고팠던 재일 교포
[리뷰] 혐오와 모멸 사이에서 삶의 자존을 지켜내는, <조선인 여공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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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용 식탁
감독 이수연/ 출연 박신양, 전지현/15세이상관람가/2003년
공포 지수 ★★★
<4인용 식탁>을 지하철에서 보는 시도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늦은 밤 지하철에서 내린 인테리어 디자이너 정원(박신양)은 텅 빈 줄 알았던 지하철에 어린이 둘이 잠들어 있는 걸 본다. 다음날 그 아이들이 죽은 채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한 뒤부터 혼령을 본다. 집 천장에서 떨어지는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받는 정원의 4인용 식탁은 정직한 공포의 공간이다. 행동이 느릿느릿한 주인공은 집 안에서 어떤 낌새를 느낄 때마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곤 하는데 그 몇초가 엄청난 긴장감을 준다. 정원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시작되는 후반부, 커다란 차가 좁은 골목길에 들어서는 순간을 기억해두어야 한다. 그대로 그 장면을 목격한다면 끔찍함에 날밤을 지새울 수 있다.
덜 무섭게 보고 싶다면
<4인용 식탁>의 정원과 <파리의 연인>의 한기주(박신양)를 겹쳐 보는 게 은근슬쩍
[기획] 손가락 사이로 보면 괜찮을 거야, 겁쟁이 기자들과 함께 보는 한국 납량영화 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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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미스테리 극장>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 등 브라운관의 호러 장르를 톡톡히 책임졌던 예능프로그램들이 있다. 숫자 444에 얽힌 기묘한 사연부터(유독 숫자 4를 많이 다뤘다) 귀신, 무속신앙 등 공포심을 자극하는 이야기까지 일종의 공포드라마가 매주 연출됐다. 예능도 다르지 않다. 방송국은 여름철마다 무서운 이야기를 다루는 납량특집 토크쇼를 꾸렸고 <슈퍼선데이-서세원의 공포체험 돌아보지마> 등 폐가, 흉가를 배경으로 한 깜짝 쇼도 준비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교양·예능 프로그램에서 호러 소재를 다루는 경우는 잦아들었고,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등 취재·탐사 프로그램 속 실제적인 범죄만이 공포를 탐닉하고 싶은 욕망을 채워줄 뿐이다. 방송가에 나타난 변화는 보다 현실적인 어려움을 맞닥뜨렸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1조 ‘방송은 미신 또는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하여서는 아니되며 사주, 점술, 관상,
[기획] 2024년형 미스터리는?!, <샤먼: 귀신전> <심야괴담회>를 중심으로 말하는 요즘의 호러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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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기자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영화기자는 무서운 영화도 잘 보나요?”다. 그에 대한 대답은 재미없게도 반반이다. 공포물은 물론이고 잔인한 고어영화까지 허허실실 여유롭게 즐기는 기자가 있는 반면 공포영화 시사 때마다 속으로 우는 자신을 기자 정신으로 극장에 앉히는 기자도 있다. 올해는 취재팀의 두 겁보 기자에게 한국 대표 납량영화를 소개하는 코너를 맡겼다. 스포일러 포함, 꼭 눈을 감아야 할 장면부터 덜 무섭게 보는 방법까지 담은 기사를 읽고 나면 올여름, 무서운 영화에 도전할 용기가 조금은 생길 것이다. 그에 앞서 여름마다 볼 수 있었던 TV 납량 특집 프로그램이 왜 지금은 사라졌는지, 현재 호러 콘텐츠는 어떻게 변화해나가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글을 실었다. 기사에 대한 주의 사항은 오직 한 가지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 것.
*이어지는 기사에서 2000년대 납량영화 기획이 계속됩니다.
[기획]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겁쟁이 영화기자가 말하는 2000년대 한국 공포영화 추천 9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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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은 어느 배우가 갈고닦은 매력 팔레트의 총집합체로서 추진력을 얻어 비상하는 영화다. 전작 <엑시트>에서 수년째 취업 실패로 고통받던 백수 청년은, 5년 만에 돌아온 <파일럿>에서 어엿한 가장이자 승승장구하는 사회인으로 추앙받다가 졸지에 몰락한다. 파일럿 한정우(조정석)가 표류하는 한국 사회의 현재란 분초를 다투며 갱신되는 SNS 피드만큼 어지럽다. 성차별과 젠더 갈등, 온라인 여론전, 그리고 캔슬 컬처의 돌풍 속에서 그저 ‘열심히만 살아온 남자’의 삶은 일시적으로는 하드웨어, 본질적으로는 소프트웨어의 개조에 처한다. 이를테면 역지사지의 체험을 통한 젠더 감수성의 업데이트다. 조정석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에서 보여준 특유의 말끔한 다정함과 <질투의 화신>이 품은 안하무인의 매력을 골고루 장착한 채로, 여장 남자 코미디의 태생적 약점은 최소화하고 <헤드윅>에서 단련한 그만의 장점은 최대치로 키워냈다. 여기,
[인터뷰] 매력 팔레트 총집합, <파일럿> 조정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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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생활밀착형 코미디란 바로 이런 것이다. 여장 남자 주인공의 좌충우돌 직업 생활기인 <파일럿>은 술자리 성차별 발언이 공론화되면서 사회적 지위를 모두 잃은 남성이 자신을 여성으로 속이고 재취업하면서 벌이는 아찔한 이야기다. 공군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한국항공의 기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한정우(조정석)는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할 정도로 이름을 알린 일반인 스타. 하지만 그에게 쏟아졌던 관심이 캔슬 컬처의 화살로 뒤바뀌는 일도 순식간이다. 블랙리스트를 벗어날 수 없겠다고 판단한 그는 외모와 목소리, 걸음걸이를 개조해 유능한 여성 파일럿 ‘한정미’가 된다. 한국을 살아가는 남성-되기와 여성-되기의 과정을 오가면서 그야말로 최상의 장기를 펼치는 이는 배우 조정석이다. 화려함과 겸손함이 공존하는 그의 연기는 성차 코미디의 오페라틱한 매력을 십분 살리는 동시에 영화의 윤리적 민감도를 지켜보는 관객의 불안까지 다정하게 잠재운다. 뮤지컬 스타다운 탁월한 복장 소화력과 넘쳐흐르는 끼
[커버] 뛰는 조정석 위에 나는 조정석 있다, <파일럿> 조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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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병 제도는 전쟁과 군대로 인한 제반 논의가 특정 소수집단의 문제로 축소되는 체제다. 이에 반해 보편적 의무로 운영되는 징병제는 어쩔 수 없이 전 사회적인 관심사가 된다.”(‘징병제는 최선의 선택’, 정희진, <한겨레> 2013년 10월11일) 한때 징병제는 국민을 상명하복 질서에 총동원하고 전 사회를 병영화했다. 하지만 군에 대한 문민 통제가 뿌리내릴수록 징병제는 민주주의와 어울리게 된다. 병사 하나하나를 무사히 민간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이 국가와 군의 가장 중요한 작전이 된 원동력은, 군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여기는 온 국민에게서 나왔다.
한국 사회는 최근 연달아 작전에 실패했다. 지난 5월 수류탄 훈련 도중 훈련병이 사망하고 부사관은 중상을 입었다. 2019년 실수류탄 훈련이 부활했을 때 시민들은 토론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또 어느 훈련병은 완전군장 차림으로 구보하고 팔굽혀펴기를 하다 숨졌다. 완전군장 상태에서는 걷기만 한다는 건 20여년 전 훈련소에도 있
[김수민의 클로징] 돌아오지 않는 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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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그림, 만화, 광고, 영상 작품처럼 여러 영화도 <최후의 만찬>(1495`~98)을 인용한다. 최후의 만찬 도상은 반복적으로 그려진 기독교 도상 중 하나이고, 특히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최후의 만찬>의 구도는 에펠탑의 실루엣만큼이나 유명하다. <최후의 만찬>은 인터넷 밈처럼 가볍게 사용되는가 하면, 짐짓 심각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루이스 부뉴엘 감독의 <비리디아나>(1961), 피에로 파올로 파솔리니 감독의 <맘마 로마>(1962) 같은 경우가 그렇다. 매춘 포주를 도상 속 예수의 자리에 배치한 <맘마 로마>는 최근 논란이 된 파리올림픽 개막식 장면 못지않게 불손한 장면일 것이다.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선 센강 다리 위에서 스트리트댄스를 추던 드랙 퀸, 어린이, 장애인, 초고도 비만인 등이 디오니소스로 분장한 가수 뒤쪽에 서며 활인화(tableau vivant, 살아 있는 모델이 회화, 조각, 문학 속 구성
[이나라의 누구의 예술도 아닌 영화] 인간 예수, 소수자 예수, 올림픽과 교회 그리고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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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크로넨버그 영화의 중핵은 인간 신체를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 훼손하는 변형의 공포가 아니다. 물론 그의 영화는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절단되는 신체와 부서지는 살덩어리, 쏟아지는 분비물과 짓이겨진 얼굴을 스크린에 전시하며 정상적인 인간 규격에 야유를 보내는 혐오스러운 비체(abject)의 영화다. 크로넨버그는 신체의 일관된 질서로부터 추방된 부위들의 조각과 점액을 건조한 기계장치들과 병치시키며 스크린의 매혹으로 교정한다. 그의 영화는 고정된 몸을 변형하는 급진적인 유혹과 역겨운 형태로 변형된 몸이 건네는 두려움의 모순적 체험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는 표면의 진실만을 가리키는 진술이다. 그가 묘사하는 과격한 신체의 변형은 한 가지 특수한 절차를 전제하고 있다. 크로넨버그 영화의 유혹은 이 절차에서 비롯되는 긴장에 있다.
가시적 무대와 비가시적 침입
많이 거론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크로넨버그의 영화에서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하는 것은 새로운 발명품이나 현상을 발표하고
[비평] 기계는 벌레를 포획할 수 있는가?, <미래의 범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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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수프>의 엔딩 장면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식은 음식은 미식의 세계에서 폐기 대상이다. 제철 식재료가 무르익는 계절을 기다렸다가 주방에서 준비와 조리에 몇 시간을 투자해도 코스 식사의 지속시간은 길어야 몇 시간. 순간을 위해 강도 높은 노동과 극도의 섬세함에 헌신하는 요리사를 다루는 오늘날의 인기작들이 퍽 전투적인 까닭도 이해가 간다. 대표적으로는 <보일링 포인트>(2021)와 <더 베어>(2022~) 시리즈가 있다. 전쟁터로서의 주방 재현에 충실한 이들 영화는 속도가 중요한 요리전에 걸맞게 카메라를 채찍처럼 휘두르고, 그보다 빠른 칼날 같은 편집으로 주방을 해부한다. 폭발하는 감정과 고함 소리로 동요하는 일도 예사다. 그에 비하면 트란 안 훙 감독의 새 영화는 다분히 시대를 역행하는 작품이다. <프렌치 수프>의 진원지가 19세기 프랑스 전원저택 1층에 자리한 커다란 주방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도입부부터 무려 40분 동안 하나
[김소미의 편애의 말들] 초월에 필요한 시간, <프렌치 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