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장 남자 코미디. 그 ‘낡은 이야기’가 조정석의 얼굴을 입고 돌아왔다. 경쾌하고, 웃긴다. 이 황당무계한 영화의 모든 개연성은 배우 조정석이다. 그는 뭘 해도 어쩐지 납득이 된다. <파일럿>의 주인공 한정우도 마찬가지다. 2024년에 여장 남자라니. 조정석이 아니었다면 과연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우리는 곧 이 질문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낡았다’고 말했지만 <파일럿>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영화는 여장 남자 코미디의 계보 안에서 장르 관습을 답습하고 또 비틀면서 성공적인 포스트 #미투 대중서사로 자신을 드러냈다.
(한국) 여장 남자 코미디의 계보
한국의 여장 남자 코미디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자는 안 팔려>(1963)와 <여자가 더 좋아>(1965)는 취직에 실패한 남자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여장을 한다는 기본 설정을 안착시켰고, 이후 <남자 식모>(1968), <남자 미용사>(1
[비평] 해석의 묘를 마음껏 즐기자, 성공적인 포스트 #미투 대중 서사 <파일럿>을 향유하는 몇 가지 경로
-
- 한준희 감독이 스웨덴영화제에서 발견한 <콕피트>(2012)가 원작이다. 이후 쇼트케이크와 무비락이 함께 제작하게 된 배경은 뭔가. 김한결 감독이 이 프로젝트의 적임자라고 판단한 이유는.
김명진 당시엔 본인이 영화제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한준희 감독의 기억 속에 있던 영화다. 직접 연출하는 것보다 옆에서 누군가가 도와주면 제작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 재미있는 기획 중 하나였다. 원작자에게 접촉한 것은 2019년이다. 스웨덴쪽 제작사와 연결이 되면서 구매 의사를 밝히고 스크리너를 받았다. 사실 한준희 감독의 피칭만 봤지 영화는 이때 처음 봤는데 다행히도 재미있었다. (웃음) 한편으로는 “감독님이 이런 이야기를 재미 있어 한다고?”라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에 논의를 시작했던 터라 실제 판권 구매 시기가 1년 넘게 지연됐는데도 원작 제작사에서 기다려줬다. 내가 원래 김재중 무비락 대표를 쫓아다녔다. 대표님이 만드는 작품 들의 색깔과 완성도,
[인터뷰] 코미디는 웃음이라는 공동관람의 시너지효과가 가장 큰 장르다, <파일럿> 김한결 감독 with 김명진 쇼트케이크 대표, 김재중 무비락 대표
-
* 영화의 결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공군사관학교 수석 졸업. 대형 항공사 3사 동시 합격.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성으로 SNS 스타로 떠오르며 <유 퀴즈 온 더 블럭>까지 출연 했던 화제의 인물. <파일럿>의 한정우(조정석) 같은 유명인일수록 구설수는 크게 터지고 치명 적인 타격을 입는 법이다. 그는 한국항공 회식 자리에서 술에 취해 여직원들의 외모를 입에 올리는 노상욱 상무(현봉식)에게 “요즘 그런 말하면 큰일 난다”고 말리다가 그 또한 여성 동료들을 “꽃다발”이라 비하하는 과오를 저지른 다. 당시 자리에 있던 직원이 언론사에 녹음 파일을 제보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노상욱 상무는 여느 재벌 총수들처럼 휠체어를 타기 시작하고 정우는 회사에서 잘린다. 정우의 아내(김지현) 는 오래전부터 지속된 남편의 무관심을 지적 하며 이혼을 요구한다. 코너에 몰린 그에게 노상욱 상무의 누나 한에어 노문영 이사(서재희) 가 여성 파일럿을 우선 채용하는 성평등 정책을 펼친다는
때로는 사회풍자적으로, 때로는 원초적으로 - 김한결 감독의 파일럿을 만나다
-
주요 배급사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여름 성수기 극장가, 특히 7월 말 8월 초는 흥행 면에서 가장 자신 있는 영화를 내놓는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는 김한결 감독의 <파일럿>과 오승욱 감독의 <리볼버>가 관객을 만난다. 먼저 <파일럿>은 1980~90년대 할리우드에서 유행했던 ‘여장 남자 코미디’의 문법으로 동시대 한국 사회의 젠더 문제를 영리하게 돌파해간다. 미투 폭로로 한순간에 추락한 남성 파일럿이 여장을 한 뒤 재취업에 성공한다는 설정을 주연배우의 화려한 개인기로 뻔뻔하게 설득해나간다. ‘장르가 곧 조정석’이라는 표현은 상투적인 마케팅 표어가 아니다. 연출을 맡은 김한결 감독과의 인터뷰에 김명진 쇼트케이크 대표, 김재중 무비락 대표가 함께해 <파일럿>에 대한 더욱 풍성한 이야기를 나눴다. 더불어 손희정 영화평론가는 포스트 #미투 대중 서사로서 <파일럿>을 읽은 비평을 보내왔다. <무뢰한> 이후 오승욱 감독이 내놓은 9
[특집] 이 여름을 누아르처럼, 코미디처럼 - 주목할 만한 한국영화 두편 <파일럿>과 <리볼버>를 만나다
-
-
이병현 당선자는 신인이 아니다. 201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부문에 당선된 후 2023년 박인환상 영화평론부문에도 수상했다. 올해 <씨네21> 영화평론상까지 받으면 이른바 3관 수상이다. 올해 초에는 단독비평집 <영화가 거기 있으니까>도 출간했으니 그야말로 왕성히 활동 중인 젊은 평론가라고 할 만하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한 결핍과 목마름으로 글을 쓴다. 지면과 독자를 찾아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는 이병현 평론가의 모습은 오늘날 한국에서 영화비평을 쓴다는 일의 현주소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계속하기로 했다”라는 그의 다짐은 어떤 계획보다 선명하고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 이미 두 차례 평론부문에 당선됐는데, 올해 <씨네21> 영화평론상에 다시 응모한 이유가 궁금하다.
=3이 길한 숫자니까. (웃음) 농담이고, 2019년에 등단했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개점 휴업 상태였다. 고정적인 지면이 없었
[인터뷰] 계속 쓰기로 결심했다, 우수상 당선자 이병현
-
스티븐 스필버그는 2021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개봉 당시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 자신이 다루지 않은 유일한 장르가 바로 ‘서부극’이라며, 언젠가 그 장르를 다룰 수도 있다고 밝혔다. 2015년, <스파이 브릿지> 프로모션 인터뷰에서는 ‘히어로물’에 대해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우리는 서부극(웨스턴) 장르가 죽은 시대에 살고 있다. 서부극이 쇠락의 길을 걸었듯이 슈퍼히어로 무비도 서부극과 같은 방식으로 사라질 것이다.” 따라서 만일 스필버그가 서부극을 찍겠다고 결심한다면, 그것은 ‘죽은 장르를 찍겠다’는 결심일 수밖에 없다.
‘죽은 자식 눈 열어보기’만큼이나 쓸데없는 일이 ‘쇠락한 장르 찍기’ 아닐까? 감독이 장르 수집가도 아니고, 찍어보지 않았다고 해서 꼭 도전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는 미국을 무대로 활동하는 영화 작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 서부극이라는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다. 코언 형제(&l
[우수상 당선자 이병현 이론비평] 스필버그는 왜 열린 지평선을 찍지 못하는가?, 아메리칸 시네마와 그 감독들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카메라는 인간의 시점숏을 피한다. 인간의 시점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흔들림 없이 트래킹하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별안간 자동차 후면이나 땅 와사비, 죽은 사슴의 시점을 취하는 숏까지. 마치 인간의 시점숏을 제외한 다른 모든 시점을 취하려는 것처럼 하마구치 류스케는 찍어나간다. 따라서 온갖 시점을 동원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작품이 그토록 기피하던 인간의 시점으로 추정되는 장면이 나올 때다.
영화는 어른들이 치열하게 글램핑장 건설 관련 논의를 하는 와중에 전날 밤 꿩 깃털을 줍는 꿈을 꾼 하나가 낮에 또 혼자서 꿩 깃털을 주우러 가는 장면을 은근슬쩍 끼워 넣는다. 여기서 하나는 사슴 발자국을 따라 들판으로 향한 후 하늘을 나는 맹금류와 같은 방향으로 달려 나가 꿩 깃털을 줍는다. 이 장면은 사슴 발자국을 내려다보며 걸어가는 하나의 시점으로 시작한다. 전형적인 핸드헬드 기법으로 찍혔고, 헉헉거리는 숨소리와 눈 밟는 소리가 카메
[우수상 당선자 이병현 작품비평] 카메라만이 답을 알고 있다,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인간의 눈을 빌릴 때
-
간절하면 이루어진다. 이렇게 말하면 그저 바라기만 하면 이뤄지는 것처럼 오해될 소지가 있다. 간절함은 그 자체로 강력한 에너지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은 가만히 있지 못한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는 문장 사이사이엔 부지런히 목표에 다가가는 과정의 시간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문주화 당선자의 차분한 말투와 정돈된 글에는 그런 간절함의 에너지가 들끓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씨네21> 영화평론상의 문을 두드렸던 문주화 당선자는 인터뷰를 시작하자, 올해도 낙선인 줄 알고 이미 내년도에 응모할 원고를 구상 중이었다고 수줍게 입을 열었다. 부지런함과 끈기는 마침내 번뜩이는 통찰로 이어진다.
- 당선을 축하드린다.
= 사실 문자를 받기 약 2시간 전까지 ‘지금쯤, 수상자들에게 개별 연락이 갔을 텐데’라고 지레짐작하고, 내년에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써야지 하는 생각으로 <씨네21>에 실린 여러 글들을 읽어보고 있었다. 문자를 확인한 뒤 길
[인터뷰] 아름다운 순간들을 나누겠다, 우수상 당선자 문주화
-
1967년 기 드보르는 “산업국가의 프롤레타리아는 독립적인 미래에 대한 확신과 종국에는 자신의 환상을 완전히 상실하지만, 자신의 존재는 망각하지 않는다. 프롤레타리아는 제거되지 않았다”며 스펙터클의 사회를 향해 외쳤다. 그리고 2023년,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피로 얼룩진 지금의 세상에 필요한 것은 사랑 이야기인 것 같았다”는 낭만적 고백이자 매니페스토적 발언과 함께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왔다. 빛을 다한 고엽(fallen leaves)을 가지고 온 노장의 복귀는 우리로 하여금 그가 선명하게 남겼던 두개의 영화적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첫 번째는 프롤레타리아 3부작으로 엮이는 <천국의 그림자> <아리엘> <성냥공장 소녀> 안에서 공명하고 있는 소외된 계급층의 시간이다. 이것을 기 드보르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환상은 탈각되었으나 절멸하지 않은 채로 살아가는 유령들에 대한 시간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은퇴작으로 명명했던 <희망의 건너편>
[우수상 당선자 문주화 이론비평] 비극의 시대에 불시착한 초상들에 대한 우화,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사랑은 낙엽을 타고>를 중심으로
-
세계를 화해시키는 힘 - 미야케 쇼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미야케 쇼의 전작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의 마지막 장면을 반드시 복기해야만 한다. 영화는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치코의 정면 얼굴을 한동안 응시하며 끝났다. 그러나 보다 엄밀한 영화의 끝은, 사치코의 시선이 머물렀을, 그러나 외화면에만 존재하므로 우리에게는 상상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나’의 얼굴이다. ‘나’는 숫자를 세는 동안 누군가 자신에게 먼저 와주기만을 바랐던 그동안의 세계를 막 깨고 나와, 멀어져가는 사치코에게 한달음에 달려가 그녀를 돌려세웠다. 나란히 걷거나, 몸을 포개거나, 혹은 음악에 몸을 맡긴 채 위태로우면서도 불안한 하나로 부대끼던 둘은 마침내 서로의 세계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영화는 닫히기 직전이었던 두 사람 사이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나’와 ‘나 아닌 사람’이라는 두개의 세계를 화해시키고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
[우수상 당선자 문주화 작품비평] 세계를 화해시키는 힘, 미야케 쇼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
제29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심사 결과 올해도 최우수상 없이 2명의 우수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총 58편의 응모작 중 12편을 최종 심사했고, 김병규, 정지혜 영화평론가와 함께 심사를 맡았다. 27, 28회에 이어 3년째 최우수상을 내지 못한 건 단지 눈에 띄는 글이 없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없는, 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신호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과 비평적 과제 설정”이 부족하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개별 영화에 대한 관찰과 성실한 분석이 돋보이는 글들은 많았지만 왜 지금, 그 영화를 읽어내야 하는가에 대한 거시적인 질문이 삭제된 글이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다소 거칠더라고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글에 무게를 싣고 전체적인 심사를 진행했다.
이병현씨의 이론비평 ‘스필버그는 왜 지평선을 찍지 못하는가’는 질문으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서부극의 세계를 연결시켰다. 영화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질문이 흥미로웠고
[기획] "새로운 비평의 지평을 열다", 제 29회 <씨네21> 영화평론상 심사평 - 우수상 문주화, 이병현
-
일제강점기에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바다 건너 오사카의 방적공장에서 일했던 조선 소녀들. 어느 날 우연히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한 조각을 발견한 이원식 감독은 과거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록하기 위해 발자국을 따라갔다. 우리 모두가 식민지 역사를 학습해왔듯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추위와 더위, 허기와 과로, 폭력과 멸시 등 어린 소녀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그러나 한편으로 익숙한) 단어들을 쏟아내지만 놀랍게도 <조선인 여공의 노래>는 피해의 순간보다 그것을 견디고 이겨낸 삶의 의지와 인내의 숭고함을 포착하는 데 집중한다. 조선인 여공들을 피해자로 위치시키기 이전에, 어엿한 노동자로 먼저 인지한 영화는 그들의 수동성보다 자주성과 주체성, 저항력 등을 생동감 있게 드러낸다. 영화 <귀향>으로 슬픔의 역사를 재현한 강하나 배우가 이원식 감독과의 의미 깊은 여정을 함께했다. 어떤 시간은 그것을 기록하는 것만으로 회생한다.
- 일제강점기 여공들 이야기에 관심을
[인터뷰] 그들이 얼마나 강했는지 짚어내고 싶었다, <조선인 여공의 노래> 이원식 감독, 배우 강하나
-
압도적이다. 7월31일에 개봉하는 <극장판 프리큐어 올스타즈 F>(이하 <프리큐어 올스타즈>)의 첫인상은 놀라움 그 자체다. 총 78명에 달하는 프리큐어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 순간은 한번 보면 잊기 힘든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다. 각자의 색으로 반짝이는 프리큐어가 보석함을 연 듯 황홀한 비주얼을 선사한다는 점에서도, <프리큐어> 시리즈의 오랜 역사를 총결산하는 순간이라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지난 7월27일 <프리큐어 올스타즈> 국내 개봉을 기념해서 <프리큐어> 시리즈를 만들고 총괄해온 와시오 다카시 프로듀서와 <프리큐어 올스타즈>를 제작한 무라세 아키 프로듀서가 내한했다.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프리큐어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담아서 <프리큐어> 시리즈의 역사와 함께 <프리큐어> 시리즈의 매력, 이번 영화의 탄생 비화를 들려주었다.
- 한국 관객은 <프리큐어> 시리즈를 TV로만 보아왔기
[인터뷰] 우리가 여기 다 모였다!, <극장판 프리큐어 올스타즈 F> 와시오 다카시, 무라세 아키 프로듀서
-
하수영(전도연)은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비리에 연루되어 교도소에서 2년을 복역한 전직 경찰이다. 혼자서 모든 죄를 뒤집어쓰는 조건으로 앤디(지창욱)에게 거액의 보상을 약속받았지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수영에게 있어 가장 용서할 수 없는 연인은 이미 자살한 뒤라 수영은 약속한 돈만큼은 받아내기로 결심한다. 그런 수영 앞에 적인지 조력자인지 모를 정윤선(임지연)이 찾아온다. <리볼버>는 <무뢰한> 이후 9년 만에 관객을 찾아온 오승욱 감독의 신작이다. 거칠고 단순한 제목에서 하드보일드 액션을 기대할 수도 하지만 <리볼버>는 전직 경찰을 주인공으로 앞세워 인물을 수소문하고, 돈과 문서의 행적을 좇는 수사물에 가깝다. 거미줄처럼 얽힌 인물 관계도 사이에 놓인 서사적 맥거핀과 범죄 누아르 장르의 외피가 수영이 진정 따르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감추려 한다. 전작 <무뢰한>에서 보인 개성은 얼마간 희석됐어도 오승욱 감독만의 독특한 기류는 여전하다
[리뷰] 장르의 서사와 허위 속 엷게 떠오르는 허무의 얼굴, <리볼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