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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아껴주세요.” 배우 엘리자베스 스파클(데미 무어)은 언제나 이 말과 함께 자신이 진행하는 데이타임 에어로빅 쇼를 마무리한다. 하지만 그는 실상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수많은 외모 품평과 연령 차별 속에 스스로를 아끼기 어려운 처지다. 엘리자베스는 어느 날 한 남성 간호사로부터 일주일간 ‘더 나은 나’로 살 수 있는 신약 서브스턴스를 은밀히 권유받고, 투약 후 젊고 아름다운 분신 수(마거릿 퀄리)를 낳는다. 수가 스타덤을 얻어 비상할수록 엘리자베스는 비참해진다. 서로 평화롭게 공존할 수 없는 두 존재는 급기야 각자의 길에서 폭주하기 시작한다. <서브스턴스>는 여러 면에서 끝까지 가는 영화다. 여성의 외모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 비정상적 수준으로 노화를 거부하는 스타 시스템 등 미디어 산업의 뇌관을 과감한 상상력과 이에 기반한 고수위의 시각 묘사로 건드리며 관객을 극한으로 밀어붙인다. 이미지로든 사운드로든 다른 영화에선 쉽게 할 수 없는 극단의 극장 체험을 선사하는
[리뷰]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뇌관을 기폭하는 극단의 시청각적 자극, <서브스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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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이처럼 사소한 것들> <맡겨진 소녀>)의 세계에 제대로 접속했다는 확신이 선명한 첫인상으로 다가온다. 서로 거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사람들. 냉랭함이라기보다는 수줍음에 의해. 매일 제자리에 놓인 실내의 기물들과 이따금 그런 사소한 것들에 눈 돌리는 카메라. 하루치의 노동으로 더러워진 손을 씻어내는 구정물 가득한 세면대가 고요한 정물화의 연속으로서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일상을 전해온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1980년대 아일랜드의 소도시는 춥고 흐린 낮을 지나 밤이 되면 축복을 청하는 전구들로 반짝인다. 모두를 위한 안락의 계절, 그러나 말없이 근심하는 한 남자가 있다. 설명하기 힘든 슬픔과 불의를 감지하면서 불면하는 중년의 주인공, 빌 펄롱(킬리언 머피)이다. 그는 마을 곳곳에 무거운 석탄 자루를 배달하고 집에 돌아오면 검게 변한 손을 깨끗이 솔로 문지른 뒤 가족의 식탁으로 향한다. 아내 아일린과 결혼해 다섯 딸을 둔 성실한 가장,
[리뷰] 타인의 고통에 용기낼 때 자기도 치유됨을 알리는 크리스마스 영화의 새 고전, <이처럼 사소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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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가게>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은 저마다 슬픔을 안고 있다. 한명 한명 압축된 감정을 지니고 있어서 시적이다.” 정체를 도통 알 수 없는, 그러나 어쩐지 마음이 쓰이는 지영(김설현)에 흔들리는 현민을 그리기 위해 배우 엄태구는 그가 감각한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에피소드별로 나뉜 모든 감정을 납득하기보다 현민이 당장 직면한 현실, 그리고 그가 오랫동안 움켜쥐어온 애수에 집중하길 선택한 것이다. 춥고 어두운 겨울밤, 스산한 버스 정류장 시퀀스는 호러물로서 <조명가게>를 정체화하는 장면이지만 추위와 외로움에 떨고 있는 여자를 외면하지 않는 현민의 따스함이 전달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 아무리 날이 바뀌어도 현민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지영을 계속 마주친다. 1화 첫 장면부터 음산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극 중에서 나흘의 시간이 흐른다. 며칠 동안 퇴근길에서 지영을 만난 현민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보이도록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다.
[인터뷰] 슬픔을 외면하지 않는 눈, <조명가게> 배우 엄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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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모르게 골목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여자. 흰 원피스에 검고 긴 머리. 외형부터 섬뜩한 이 여자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일까. “나한테 시간이 없어요. 지금 좀 추운데. 집이 가깝다고 했죠?” 상대방의 물음에 답하기보다 일방적인 질문을 더 많이 건네고, 자신에 관한 정보는 쉽게 내어주지 않는 지영은 배우 김설현을 만나 완전한 구체성을 갖는다. 호러적 장르성, 인간성을 소생시키는 역동적인 이야기,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밀과 진실의 조우. <조명가게>를 구성하는 주요 키워드는 모두 김설현을 교집합으로 두고 있다. 어둡고 서글픈 세계관을 가로지르는 김설현은 그만큼의 용기를 손에 쥐고 있었다.
- 지영과 현민(엄태구)이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는 1화 첫 장면은 <조명가게>의 공포감을 처음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 장면에서 어떤 점을 드러내고 싶었나.
=처음엔 지영이라는 캐릭터가 조금 어려웠다. 극 안에서 지영이 지닌 목표점이 있는데 정서를 담는 동
[인터뷰] 같은 길을 하염없이 맴돌면서, <조명가게> 배우 김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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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어둠, 삶과 죽음. 상반된 개념에서 시작되는 <조명가게>에서 영지는 언제나 빛을 잃지 않는다. 중환자병동의 24시간 환한 형광등 아래서 환자들을 돌보고, 어두운 병실이 무섭다는 목소리에 빠르게 작은 조명을 켜준다. 모두가 캄캄한 암흑에 혼란해할 때 길을 잃지 않는 유일한 사람, 나 홀로 어둠을 통과해가는 사람을 결코 지나치지 않는 사람. 영지의 차분하고 단단한 모습을 그린 박보영은 자신의 모난 것 없는 둥근 얼굴로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영지를 완성했다. 우리가 박보영의 작품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건 그가 성실히 마련해준 도움닫기가 있기 때문이다.
-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APAC 2024’ 행사에서 디즈니 공주 같은 모습으로 연일 화제에 올랐다.
=(박수 치며) 예상치 못하게 사진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주셔서 놀랐다. ‘와,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웃음) 아무래도 그때 미니와 미키를 함께 만난 게 행운이었던 것 같다.
[인터뷰] 해가 잠긴 새벽에도 빛은 사라지지 않는다, <조명가게> 배우 박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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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아주 자세히 들여다봐야 해.” 주지훈이 분한 <조명가게> 속 원영은 현주(신은수)에게 낯선 존재를 분간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하지만 이 대사는 자연히 원영에게 메아리처럼 돌아온다.
원영은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지만 쉽게 그 속내를 들여다보기 어려운 캐릭터다. 조명가게의 매출을 예스럽게 수기 출납부에 기록하고, 한밤중에도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 채 가게를 찾는 모든 손님을 ‘다나까체’로 맞이하는 등 모든 순간이 미스터리하다. 오직 원영만이 조명가게를 찾는 손님의 심연을 응시할 뿐이다. 그리고 주지훈은 원영의 시선이 곧 관객의 시선이라 상정하며 활자 속 원영을 바라보았다.
- 김희원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조명가게>의 출연을 제의했다고.
김희원 배우가 강풀 작가님의 만화를 원작으로 시리즈를 연출한다고 해서 1회 대본을 받아봤다. 대본이 술술 읽히고 재밌었다. 여느 때처럼 희원 형을 커피숍에서 만났다. 대본을 읽고 가졌던 이런저런 궁금증을 묻고
[인터뷰] 리액션의 액션, <조명가게> 배우 주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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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강풀 작가의 연재로 시작된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의 5번째 작품이자 강풀 작가의 두 번째 각본 집필작 <조명가게>가 드디어 공개됐다. 어둡고 비밀스러운 골목길의 끝, 원영(주지훈)의 조명가게만이 유일하게 빛을 내뿜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이곳으로 드물게 손님이 찾아오지만 그중에는 사람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려운 존재가 뒤섞여 있다.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기묘하고 낯선 행색에 극은 공포스럽고 긴장감 높은 장르적 해상도를 높인다. <무빙>에서 정원고등학교 최일환 선생님으로 분투했던 배우 김희원이 첫 시리즈 연출자로서 <조명가게>를 이끌었다. 강풀 작가의 온화한 휴머니즘 스토리와 김희원 감독의 섬세한 연출은 새로운 공식으로 각인될 준비를 마쳤다. 조명가게 주인장 원영 역의 주지훈, 중환자병동 간호사 영지 역의 박보영, 떠돌아다니는 미스터리한 여자 지영 역의 김설현, 퇴근길마다 지영을 마
[커버] 당신도 어둠 속에서 빛을 찾나요?, <조명가게> 주지훈, 박보영, 김설현, 엄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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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학교 듀이카에 진학하게 된 계기를 말해달라.
윤정은 전직 군인으로 장교로 7년 근무 후 대위로 전역하고 입학했다. 영화를 시작하기에는 늦은 나이지만 석사까지 공부해 기반을 다진 다음에 영화 현장에 들어가고 싶었다. 이곳에 진학하는 것이 대학원 진학이나 편입에 제대로 도움을 줄 듯했다. 커리큘럼도 연출이나 제작, 연기까지 배울 기회를 주어서 학생이 기본기를 다지기에 괜찮아 보였다.
정승원 다른 4년제 영화과 대학교를 자퇴하고 심적으로 방황하던 차에 입학했다. 듀이카라면 내 진로를 조금 더욱 명확히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컸다.
- 전공 생활을 하면서 어떤 기대가 충족되었고, 어떤 점이 새로웠는가.
윤정은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학우와 교수는 물론 영화 스태프를 많이 만날 기회를 얻었다.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늘었고, 포트폴리오를 성실하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혼자 할 때보다 여럿이 함께 할 때가 훨씬 든든하다.
[인터뷰] ‘내가 한 차례 성장한다는 느낌이 든다’, 윤정은, 정승원 동국대학교 듀이카 영화학 전공 24학번 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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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대학교 듀이카 영화학 전공은 커리큘럼이 실습 중심으로 짜여 있다. 5학기 안에 연출과 제작, 음향 등을 고루 배울 수 있다. 자랑할 만한 과목을 하나 소개해준다면.
워크숍 수업이다. 이 수업에서는 모든 학생이 연출, 제작, 편집, 촬영, 시나리오, 기획, 미술, 연기 등을 한번씩 경험하도록 지도한다. 커리큘럼대로라면 학생들은 재학 중 3편 정도의 영화를 제작할 수 있다.
- 실기 60%, 면접 40%를 합산해 학생을 선발한다. 실기 전형에서 감상문 쓰기와 자유연기를 본다고 했는데 어떤 것을 중점에 두고 심사하나.
영화영상제작 트랙의 경우 감상문에 녹아든 영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중점에 둔다. 연기 트랙의 경우에는 기본기를 중점에 두지만 기본기가 없을 경우 표현하는 데에 자신이 있는지를 본다. 학생에게 열정이 보인다면 웬만하면 다 포용하려고 하고 있다.
- 학생들에게 어떤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는지 궁금하다.
영화제에 관한 정보를 최대한 알려주려고 한다. 국
[인터뷰] ‘꼼꼼한 지도로 학생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김재영 동국대학교 듀이카 영화학 전공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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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DUICA(듀이카)는 내년에 설립 50주년을 맞이한다. 듀이카는 동국대학교 핵심역량교육원(Dongguk University Institute for Core Ability)의 약칭으로, 2021년에 새로운 시대의 핵심 인재들의 역량을 키우는 교육기관을 목표로 지은 이름이다. 듀이카는 현재 영화학, 경영학, 컴퓨터공학, 멀티미디어학, 행정학 등 스펙트럼이 다양한 9개의 전공과 17개의 세부 트랙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전공에서 고교 내신과 수능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100%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하며 4년제 학사과정보다 빠르게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듀이카 영화학 전공은 영화영상제작과 연기라는 투 트랙으로 운영된다. 졸업 후 어떤 촬영 현장에 가더라도 학생이 자신의 역량과 개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이 체계적으로 짜여 있다. 5학기제로 운영되는 동국대학교 듀이카 영화학 전공에서는 연출은 물론 연기, 기획, 편집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가르친다. 실습
[동국대학교 듀이카 영화학 전공] 학생 하나하나를 섬세히 살피며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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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사이버대학교 자유전공은 마이크로디그리대학 내의 유일한 전공이라는 점이 중요해 보인다. 단과대학과 함께 전공을 소개해준다면.
마이크로디그리(MicroDegree)라는 건 소학위 과정이다. 파트별로 지정된 최소 학점을 이수하면 작은 학위를 딸 수 있다. 예컨대 AI융합대학 추천 과정에서 3학점짜리 수업을 3개 듣고 최소 학점인 9학점을 맞추면 학위가 나온다. 자유전공은 기초 역량 강화를 위해 신설한 학과라고 정의하고 싶다. 지금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르는 학생들에게 시작할 힘을 길러주는 곳이다. 그래서 입학하면 2학년 1학기까지 공학, 디자인, 문화예술, 사회복지 등 다양한 수업을 들어보게 한다. 이후 가장 흥미를 느낀 학문을 선택해서 깊이 탐구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설계해준다고 알고 있다.
인생의 전체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대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SCU 진로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터뷰] ‘인생의 방향을 설계하는 교육’, 김윤정 서울사이버대학교 자유전공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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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사이버대학교 요가명상학과는 요가와 명상을 학문적으로 접근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호기심을 느낄 학과다. 구체적인 교육과정을 설명해준다면.
요가와 명상 하면 신체적인 요소를 쉽게 떠올리지만 두 분야 모두 글로 읽고 펜으로 써야 하는 두터운 학문이다. 그만큼 커리큘럼에 다양한 이론 강좌를 포함했다. 요가와 명상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지금에 이르러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배울 수 있는 과목들이다. 예컨대 ‘아유르베다’ 수업은 인도 전통의학의 기본 이론과 실천법, 웰니스를 실천할 수 있는 기초 지식까지 제공한다. 요즘 자주 쓰이는 마음챙김도 오랫동안 계승되어온 학문이다. 마음챙김명상입문, 마음챙김치유법통론 등의 강좌를 통해 전통적인 체계를 익힐 수 있다. 이론적 지식을 쌓으면서 요가와 명상을 한다면 더 깊게 몰입할 수 있을 거라고 자신한다.
- 신설 학과인 만큼 교수진 구성에 신경을 많이 썼을 것 같다.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석좌교수님들을 학과에 초빙했다. 요가 분야에서는 이거
[인터뷰] ‘각 분야의 권위 있는 교수진 꾸렸다’, 이민영 서울사이버대학교 요가명상학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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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이버대학교의 시작인 서울사이버대학교는 2001년 개교 이래 온라인 평생교육의 확장을 선도해왔다. 교육부가 2007년부터 진행 중인 사이버대학교 공식 평가에서 모두 최우수·A등급을 획득하였으며, 사이버대학교 최초로 정부의 원격대학 교육혁신 지원사업에 2회 연속 선정되고 그 성과를 인정받았다. 특히 이번 2주기 지원사업을 통해 대학은 다년간 축적한 원격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소외계층 원격교육 활성화 모델을 개발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최신 교육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런 노력으로 공신력 있는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내 사이버대학교 중 최근 5년 연속 가장 많은 신입생이 입학했다(2020~2024 대학알리미).
서울사이버대학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샌버나디노(CSUSB)와 온라인 복수학위 협약을 체결하면서 최초의 기록을 다시금 세웠다. 이 협약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온라인 복수학위 취득 프로그램으로 서울사이버대학교 융합경영대학에서 2년, CSUSB에서 2
[서울사이버대학교 자유전공, 요가명상학과] AI기술을 앞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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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낯섦’이다. 낯선 이, 초행길, 그리고 그 속에서 낯선 모습의 나. 무엇이든 쉽게 예측할 수 없고, 계속해서 퍼즐을 맞춰가는 길이 지겹지가 않다. 또 어떨 때는 모르기 때문에 더욱 용기가 생긴다. 이는 자아가 흐릿해지기 때문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행자의 신분으로는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리고 될 수 있는 사람도 많다. ‘나’는 꼭 ‘나’일 필요가 없어진다.
혼자 여행하는 것을 더 추구하는 이유는, 뭐든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사람들을 관찰하는 일이라든지, 모르는 사람과 몇 시간이건 수다를 떠는 일들이 있다. 평생 한번도 보지 못했던 사람들(그리고 아마 높은 확률로 남은 생에서도 마주치지 않을 사람들)을 넋 놓고 바라보는 일을 할 때면 시간이 이상하리만큼 빨리 흘러간다. 그들을 관찰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내 멋대로 만든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높은 하이힐을 신고 뛰다가 지하철을 놓쳐버렸다.
[김민하의 타인의 우주] 영원한 그림자는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