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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연구를 위해 스톰 체이싱에 나선 케이트(데이지 에드거존스)는 강력한 토네이도에 사랑하는 애인과 친구들을 잃고 만다. 충격으로 토네이도 연구를 관둔 그녀는 가족과도 연락을 끊은 채 고향을 떠나 뉴욕 기상청에서 근무하게 된다. 어느 날 오랜 친구인 하비(앤서니 라모스)가 그녀 앞에 나타나 토네이도를 정교하게 분석할 방법을 찾았으니 연구팀에 합류해달라고 부탁한다. 고심 끝에 케이트는 하비의 제안을 수락하고 거대한 토네이도가 닥칠 오클라호마로 향한다. ‘토네이도 카우보이’라 불리는 유튜버 타일러(글렌 파월)가 이끄는 스톰 체이서팀도 같은 이유로 오클라호마에 집결한다. 목숨을 걸고 폭풍의 심장으로 향하는 재난영화 <트위스터>가 28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이 연출을 맡은 <트위스터스>의 소재는 여전히 픽업트럭을 몰고 토네이도를 쫓는 스톰 체이서다. 최근의 재난영화들이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의 비관론을 견지하는 것을 고려하면
[리뷰] 우직한 듯 변칙적인 질주로 재난의 비관론을 횡단한다, <트위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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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세기말, 지구 종말론과 함께 불안한 시기에도 아이들은 각자의 꿈을 꾸며 나아간다. 거제상고에 재학 중인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는 동네에서 알아주는 춤꾼이다. “춤은 삘이지.” 오락실 펌프는 물론 학교까지 평정한 이들에겐 힙합만이 삶의 낙이다. 떡잎부터 남다른 자신에게 거제는 너무 작다며 필선은 서울살이를 꿈꾸지만, 어린 동생들을 챙겨야 하는 미나는 오늘의 저녁상을 고민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동아리실 없이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생활이 지루해질 즈음 두 사람은 치어리딩을 배웠다는 전학생 세현(조아람)을 내세워 동아리실을 마련한다. ‘내가 추고 싶은 춤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치어리딩부를 유지해야 한다.’ 각기 다른 속내와 동상이몽을 품은 십대 청소년의 고군분투를 그린 <빅토리>는 1999년의 추억을 무기 삼아 기분 좋게 출항한다. 듀스, 김원준, 디바, NRG 등 당시 톱가수들의 노래를 십분 활용하고 장면 전반에 빛바랜 파스텔 톤을 유지하여 레트로 감성을 녹여냈다
[리뷰] 모든 사람은 친구의 응원과 웃음을 먹고 자라 어른이 된다, <빅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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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의 달바(젤다 샘슨)는 아버지와 헤어지기를 격정적으로 거부한다. 성인 여성이나 입을 법한 검은 레이스 원피스 차림을 한 달바는 눈두덩이와 입술에 짙은 화장을 하고 있다. 법원에서 만난 변호사가 무슨 일로 자신을 변호하고 왜 아버지와 헤어져 재판정에서 만나야 하는지 달바는 이해할 수 없다. 특수 교사 제이든(알렉시 마낭티)이 달바를 담당하는 청소년 보호 쉼터에서 달바는 반항적인 사미아(판타 기라시)와 룸메이트가 되고 난생처음 등교한 학교에서 아버지에 대해 이상한 말을 듣게 된다. 사미아를 통해 몰랐던 것을 배워가는 한편 5살 때 헤어졌던 엄마와 다시 만난 달바의 삶에 또 다른 변화가 찾아온다. 제75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4관왕을 달성한 에마뉘엘 니코 감독의 첫 장편 <러브 달바>는 그루밍 성범죄와 학대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집중한다. 어떤 폭력의 재현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영화는 달바가 겪은 폭력 이후의 징후만으로 그 참혹함을 그려보게 한다. 쉼터에 임시 거주하는
[리뷰] 성급히 치유를 말하기 보다 언젠고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는 마음, <러브 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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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독 마크(피에르 니네이)는 자신의 새 영화가 영화사 임원들의 입맛에 맞게 가위질될 위기에 처하자 영화의 미완성 편집본을 들고 숙모 드니즈(프랑수아 레브런)의 집으로 도망친다. 도심에서 떨어진 작은 시골 마을에 자리한 드니즈의 집에 동료 샤를로트(블랑슈 가르댕), 실비아(프랭키 월러치)와 함께 숨어든 마크는 머릿속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영화로 구현하기 위해 두 사람을 계속 괴롭힌다. 샤를로트와 실비아는 마크의 천재적인 면모를 인정하면서도 그의 괴짜 같은 언행에 지쳐간다. 마크 또한 자신의 고집과 기행이 동료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영화 만들기를 위한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어느 날, 마크는 자신의 ‘솔루션북’(해결책)에 영화 만들기에 관한 여러 가지 법칙들을 적어나가고, 난관에 봉착한 순간마다 이를 떠올린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 <수면의 과학>, 드라마 <키딩> 등 독특한 아이디어와 영상미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프랑스
[리뷰] 금쪽같은 감독을 키워낸 우연과 인연, <공드리의 솔루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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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달바>는 어른의 옷을 입고 화장한 소녀의 모습에 사건이라 부를 만한 이야기를 숨겨놓는다. 달바(젤다 샘슨)는 이웃의 신고로 사랑하는 아빠와 강제로 떨어져 보호 쉼터에 도착한다. 스스로 이해하지 못할 일을 겪은 한 소녀의 내외적 변화를 따르는 이 영화는 에마뉘엘 니코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보는 이의 공분이나 죄의식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영문도 모른 채 무너진 자리에서 달바가 스스로 일어서기를 바라는 시선에 관해 에마뉘엘 니코 감독에게 질문을 건넸다.
- <러브 달바>를 영화로 만든 계기가 있나.
= 이 영화는 6년 전부터 준비했다.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청소년 보호 쉼터에 들어갔다. 학대 의심 아동을 보호시설로 보내는 교사를 알게 되었는데 언젠가 신고를 받고 6살 여자아이 집을 방문했을 때 아버지와 딸이 유혹 게임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했다. 그 아이가 사춘기와 첫사랑을 겪을 나이에는 어떤 모습일지, 엄청난 일을 겪은
[인터뷰] 너라는 희망이 자리한 곳에서, <러브 달바> 에마뉘엘 니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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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가 없는 말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코비(케이시 애플렉)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필요한 말만 하는 로리(맷 데이먼). 맷 데이먼과 케이시 애플렉은 <인스티게이터>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서부터 불협화음 콤비를 연기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어린 시절 한동네에서 살면서 친해진 뒤 수십년째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둘에게 초면이라 어색한 사이는 짜릿한 역할놀이 같았다. <굿 윌 헌팅> 이후 맷 데이먼과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케이시 애플렉은 “코비와 로리는 첫 만남에서부터 자기들이 서로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또 둘은 같이 다니는 내내 서로에게 무례하게 굴고 언쟁을 벌인다. 현실에서 나와 맷 사이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상황이라 재밌었다”며 옆에 앉은 데이먼을 향해 환히 웃었다. “단순히 오래된 사이가 아닌 긴 세월 함께 작업해온 동료로서의 경험이 화면 속의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게 됐다”며 이번 작품으로 깨달은 바에 관해서도 설명했
[인터뷰] 경쾌하게 무작정 직진!, <인스티게이터> 배우 맷 데이먼, 케이시 애플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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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누가 더 돈이 절실한지 겨루는 보스턴의 두 남자가 있다. 로리(맷 데이먼)는 떨어져 사는 아들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밀린 양육비를 해결하고 싶고 전과자인 코비(케이시 애플렉)는 제대로 살기 위한 정착금이 필요하다. 절박한 남자들은 끝내 고위 정치인의 비자금을 훔치기로 작정하지만 평생 불운을 달고 살았던 사람들답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Apple TV+ 영화 <인스티게이터>(8월9일 공개)는 <본 아이덴티티>를 함께한 더그 라이먼 감독과 맷 데이먼의 20년 만의 재회, 오랜 친구 사이인 맷 데이먼과 애플렉 형제(벤 애플렉, 케이시 애플렉)가 합심한 작품으로 제작 당시부터 주목받았다. 인터뷰로 만난 감독과 두 주연배우는 자신들의 우정이 여전히 이어져오고 계속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맷 데이먼에게 받은 <인스티게이터> 시나리오를 읽는 동안 더그 라이먼은 승리의 기운을 느꼈다. “세상의 모든 강도영화는 도둑이
[인터뷰] 티격태격 버디무비의 웃음 전략, <인스티게이터> 더그 라이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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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인간의 다른 활동과 달리 이기적이지 않아.”(<잠입자>) 정말 그럴까. 적어도 <희생>의 바로 전작인 <노스텔지아>까지의 안드레이 타르콥스키는 꽤 그렇게 생각한 듯하다. 15세기 몽골제국의 침략 등 러시아의 온갖 수난을 거치며 <삼위일체>를 그려 인간들의 구원을 도모하고자 했던 <안드레이 루블료프>의 수도사도, <노스텔지아>의 고르차코프도 촛불 하나를 세상의 온 믿음인 양 소중히 감싸며 무한히 이타적인 예술가의 숭고를 지켜냈다.
타르콥스키가 꾸준히 도스토옙스키류의 ‘약한 인간’을 그려왔다고는 하나, 사실 그 면면을 자세히 살피면 그 인간들은 약한 만큼 동시에 드센 자기만의 숭고를 지켜낸 위인들에 가까웠다. 전세계 관객들이 타르콥스키의 인물에 절절히 감동한 이유도 그들의 약한 듯하면서 위대한 숭고에 있었다. 여기서 숭고란 인간이 도저히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아득한 세계의 압도감을 언어화한, 형용할 수 없
부끄러운 아버지의 초상, 숭고하기보단 아득한 회한으로서의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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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누워 <희생>을 보며 잠들지 않을 수 있을까. ASMR처럼 쉼 없이 흘러나오는 형이상학적 대사와 신의 변화를 뚜렷하게 감지하기도 어려운 장면간의 유동성, 장장 몇분간 지속되는 상승과 하강 이미지의 교차, 그리고 한정된 무대에서 펼쳐지는 꿈같은 이야기, 아니 사실은 이야기라고 하기도 마땅찮은 어떠한 순간들의 연속을 보며 맨정신을 부여잡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니까 단출하게 말하자면 <희생>은 아주 지루해서 졸음을 참기가 어렵다.
김영진 평론가(당시 기자)도 1995년 5월 <씨네21>에 “필자는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감독의 팬이다. 그의 유작 <희생>을 다섯번이나 봤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다섯번 모두 특정 부분에서는 항상 졸았다”라며 극장에서조차 그 수마를 이기지 못했단 기록을 남겼다. <희생>을 보다 잠드는 건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모두에게 평등한 불가항력의 과정인 듯하니 딱히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
시네필은 왜 잠 오는 영화만 좋아하나요, <희생> 이후 30년, 한국 예술영화 담론의 나쁜 기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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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는 한국의 영화 문화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시기였다. 코아아트홀과 동숭아트센터 같은 예술영화관들이 호황을 누렸고, <씨네21>과 <키노> 등 영화 전문 잡지들이 잇달아 창간되기도 했다. 또한 대학가에서는 극장에서 볼 수 없는 고전영화나 미개봉 영화들을 비디오테이프로 상영하는 행사들이 연일 열리곤 했다. 레오스 카락스, 뤼크 베송, 크지슈토프 키에슬로프스키, 테오 앙겔로풀로스, 에미르 쿠스투리차, 왕가위, 기타노 다케시, 이와이 슌지 등은 1990년대 한국의 시네필이 각별히 아끼는 감독들이었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역시 이들 중 한명이었다.
타르콥스키 감독의 영화 <희생>(1986)은 1995년 2월에 개봉했다. 제작된 지 약 10년이 넘은 오래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누군가는 당시 <희생>의 관객이 3만명이 넘었다고 하고, 다른 누군가는 5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심지어 10만명이 넘었다고 말하는 사
두 그루의 나무 사이에 서 있는 사람,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와 1990년대 한국의 영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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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의 성인, 순교자 혹은 유례없는 영화 시인. 1960년대 무렵부터 20세기 러시아를 넘어 전세계 영화예술의 부흥을 이끌었던 영화 작가 중 한명,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희생>(1985)이 8월21일 한국 극장가에 4K 리마스터링으로 돌아온다. <희생>이라 하면 1995년 한국에서 늦깎이 개봉하여 3만~10만 관객이라는 기록적 흥행을 이끈 영화 바깥의 신화와 함께,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필모그래피와 인생사를 총집약한 걸작으로도 공인되고 있다. 영화의 구조는 무척이나 간결하다. 은퇴한 저널리스트 알렉산더는 말하지 못하는 아들 고센과 어느 한 외딴집에서 지내고 있으며, 바깥세상은 세계 멸망을 눈앞에 둔 전쟁 소식으로 시끄럽다. 이 와중에 알렉산더의 집을 찾은 몇몇 친구들은 세계, 예술, 믿음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그 끝에서 알렉산더는 장대한 희생을 감행하며 아들 고센에게 자신과 세계의 의지를 잇는다. 간단하고 일견 허무해 보이는 이야기는 영화의 프레임을 길고 넓
[커버] 영화의 순교자, 극장에 돌아온 <희생>과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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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갔다가 우연한 기회에 들른 박물관에서 봤던 개미들을 잊을 수 없다. 한구석에 얕게 물이 채워진 수조가 있고 그 안에 큰 잎사귀가 여럿 달린 나뭇가지가 꽂힌 유리병이 두어개가 놓여 있었다. 그 사이를 다리처럼 연결하고 있는 베이지색 굵은 로프와 함께 거의 모든 잎의 가장자리가 톱니바퀴처럼 뜯겨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이 전시물이 뭘까 의아해하며 가까이 가보니 수조의 한쪽에 뚫린 구멍을 두고 로프 위를 양방향으로 줄지어 가는 개미들이 보였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같기도 하고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부품 같기도 했다. 잠깐 동안 진짜 개미가 아니라 혹시 ‘로봇 개미’가 아닐까 의심이 들 정도로 질서정연하게 작동하는 자연을 보여주는 전시에 감탄하며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그런데 영상 촬영을 하다 보니 다른 모습의 개미들이 눈에 띄었다. 길게 뻗어 있는 나뭇가지 끝쪽에 자기 몸집보다 큰 잎사귀 조각을 물고 모여 있는 개미 무리였다. 가만히 보니
[임소연의 클로징] 언캐니 밸리에 빠진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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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단지 생계 때문만은 아니다. 일이 우리를 만성피로와 수면 부족에 시달리게 하고 공황장애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불러일으키고 심지어 일을 그만두느니 삶을 그만두는 게 빠를 것 같다고 생각하게 할지라도, 우리는 일을 도무지 그만둘 수가 없다. 왜일까? 우리가 일을 너무 ‘사랑’해서일까? 아니면 우리가 일이 삶을 완전히 망치고 부숴주기를, 천천히 물어뜯어 숨통을 끊어주기를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갈망하고 있는 마조히스트이기 때문일까? 2022년 6월 훌루(한국에서는 디즈니+)를 통해 첫 시즌, 그리고 마찬가지로 올해 6월 세 번째 시즌이 공개된 드라마 <더 베어>는 주인공 카르멘(‘카미’) 베어제토를 통해 우리가 일과 맺고 있는 애증 병존의 교착 관계를 거울처럼 보여준다. 이탈리아계 이민자 집안 출신인 카미는 마약중독자였던 형의 자살 이후 이탈리안 비프 샌드위치를 주 종목으로 하는 형의 가게 ‘더 비프’를 운영하기 위해 고향 시카고
[이연숙의 장르의 감정] 일의 고통과 고통, <더 베어>와 자기 파괴적 열정으로서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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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적 리얼리즘 영화들의 계보 속에 있으면서도 고유한, 그래서 정말로 귀중한 영화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감독 알리체 로르바케르의 <더 원더스>는, 모두가 이미 알고 있듯 여기에 로르바케르의 첫 ‘마술’이 있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답사할 가치가 있는 영화임이 분명하다. 미래의 시점에서 무언가의 처음을 목격한다는 건 늘 생경한 감흥을 불러일으키기 마련인데, 심지어 그 무언가가 마술이라면 보는 이의 입장에서 놀라움을 느낌과 동시에 마음의 벽까지 허물 수도 있다. <더 원더스>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마술이 그렇다. 이 쇼의 마술사는 가족의 대표 젤소미나(마리아 알렉산드라 룬구)이고, 관객은 젤소미나 가정에 위탁된 외부인 마르틴(루이스 휠카)이다. 젤소미나는 마르틴의 호감을 얻기 위해 입에서 벌을 꺼내는 마술을 선보인다. 과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상대의 긴장을 풀기 위해, 그럼으로써 관계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사용되는 이 마술이 알리체 로르바케르 영화의 본질이라는
[비평] 모든 성장 서사는 마술적이다, <더 원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