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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레나르트 프리츠 크라빙켈, 홀거 타페/영국, 독일, 스페인/2004년/91분
<백투 가야>는 컴퓨터로만 제작된 첫번째 독일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므로 <토이 스토리> <슈렉>처럼 날렵하고 정교한 움직임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현실과 환상을 뒤섞는 스토리의 야심만은 초보라는 선입견을 무색하게 한다. <백투 가야>는 <토이 스토리>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환상으로만 존재해야 하는 세계가 현실을 깨닫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사악한 과학자 아이슬리는 판타지의 세계 가야를 배경으로 한 TV 프로그램 <부와 지노의 모험>이 인기를 얻자 질투를 불태운다. 아이슬리 또한 TV 프로그램의 주인공이지만, 당나귀 귀를 달고 말썽을 부리고 다니는 부와 지노 때문에 밀려나고 말았다. 그는 가야를 지탱하고 있는 크리스털을 빼앗아 온다. 크리스털의 힘이 사라지면서 현실 세계로 빨려든 가야. 부와 지노는 크리스털을 되
<백 투 가야> Back to G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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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라 / 한국| 2005년 | 90분
군대를 막 제대한 그는 서울역에서 기이한 남자에게 전단지 한 장을 받는다.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요, 누군가가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신태라 감독은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적혀있는 의문의 전단지를 서랍 속에 넣어두고 상상하기를 시작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앞서 말한 신태라 감독의 일화를 재현하고 그가 당시 실제로 받았던 전단지의 내용을 어지럽게 보여준다. 이상한 남자의 하소연이 감독에게도 그랬듯이 우리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한다. 그리고 바로 여기가 영화의 발단인 ‘업그레이드 된 신인류, Hy-brain들을 실험하는 어떤 집단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판타지의 시작점이다.
<브레인웨이브>의 Hy-brain이란 뇌파조절 능력을 갖은 신인류로서, 영화는 격리 수용되었다가 사고가 발생하자 실험실을 탈출하여 연구원들에 대항하는 한 명의 Hy-brain과 자신이 Hy-brain임을 모
[관객평론] <브레인웨이브>, 소재는 창대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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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김진성 /한국 | 2005년 | 85분
무술의 고수 거칠마루가 결투 신청을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하자, 인터넷 사이트 무림지존은 혼란과 흥분에 휩싸인다. 초대를 받은 무술인들은 모두 여덟 명. 택견, 우슈, 복싱, 무에타이 등 다양한 무술을 구사하는 그들은 거칠마루와 대련할 단 한명의 후보를 추리기 위해 눈 덮인 산 속에서 토너먼트를 벌인다. 강력한 우승 후보가 중도 탈락하는가 하면, 패전 기록을 속이는 이도 생겨나고, 이들을 폭력배로 오인한 동네 경찰관이 훼방을 놓는 등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사고가 속출한다. 이들 중에서 과연 누가 최종 후보로 선발될 것인가, 거칠마루는 과연 모습을 드러낼 것인가.
진정한 고수를 찾아나서는 무술인들의 이야기 <거칠마루>는 여러모로 색다른 시도다. 영화에 출연한 후보 대부분은 전문 배우가 아니라 실제로 각 종목에서 두각을 드러낸 바 있는 대표급 선수들로, 이들이 선보이는 액션에는 와이어나 컴퓨터 그래픽 같은 눈속임이 전혀 없다. “홍
<거칠마루> Geochil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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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의 사려깊은 팬들에게 5월4일은 의미있는 하루였을 것이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까지, 메가박스 10관에서는 영화음악 감독 조성우의 제작실습과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됐다. 영화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의 특징들을 살펴보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각 분야의 대가들과 관객과의 만남을 이끌어내려는 취지에서 마련한 마스터클래스는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열리는 행사. 올해의 마스터클래스에는 한일 양국의 영화음악 대가인 조성우와 가와이 겐지가 초빙되었다.
오후 2시의 영화음악 제작실습에 이어서 열린 영화감독 조성우의 마스터 클래스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이었다. “영화음악을 좋아하는 분들과 만나서 매우 의미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조성우는 1시간여동안 특유의 조용한 어법으로 영화음악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자신의 소견을 털어놓았다. 특히 그는 “영화음악은 추상적인 음악이 아니다.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영화라는 문맥속에서 구체화시켜야만 진정한 영화음악”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영화음악 조성우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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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장 뤽 고다르/ 프랑스/ 2004년/ 80분,/p>
장 뤽 고다르가 만든 영화사란 얼마나 고통스러울만큼 난해할까. 이 거창한 제목의 영화를 앞에 두고 지레 겁먹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영화사-선택된 순간들>은 1986년에 시작되어 98년에 완성된 5시간14분짜리 <영화의 역사(들)>를 80여분 길이로 재편집한 작품. 오리지널은 총 4부로 구성되었으며 연작 비디오와 책으로 만들어진, 그야말로 거대한 영화의 일대기였다. 전주에서 보게될 <영화사-선택된 순간들>은 그보다는 길이가 짧아졌으니 다행이다. 하지만 이것을 ‘재편집본’이라고 한다면 고다르에게는 모욕적인 언사가 될 것이다. 고다르에게 이미지의 재편집이란 완벽하게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사란 텍스트가 아니라 이미지와 사운드로 이루어진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영화사-선택된 순간들>은 이미지와 소리와 타이포그래피가 현란하게 지나가는 몽타주의 난교처럼
<영화사-선택된 순간들> Histoire(s) du Cinema-Moments Choi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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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선명하고 진짜같은 화면이, 오히려 거짓처럼 느껴지는 것 같지 않나요?” HD카메라로 촬영한 <이엠알>의 대니 맥클러우 감독은 “짧은 시간 안에 찍으려고” 선택한 ‘디지털’이 낳은 결과물이 영화의 내용과 잘 어우러진다며 스스로 만족스런 평가를 내렸다. 공동연출자인 제임스 얼스킨이 결혼준비와 TV영화 편집 일로 시간을 내지 못해 혼자만 전주에 왔다는 그는 관객들이 영화에 보인 호응을 덤덤하게 전하면서도 기분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엠알>은 웹 서핑 중 발작을 일으킨 주인공 아담이 겪게되는 꿈과 현실, 무의식과 의식의 세계를 담은 영화다. 평소 코마에 빠졌다가 깨어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이 영화의 기본 아이디어가 되었다고. 맥클러우 감독은 “그들이 무의식 속에서 인지하는 일들은 기억 속의 다른 것들을 끌어낸다”면서 영화를 현실에서 아담의 의식이 인지한 것들이 무의식이 결합하여 만들어 낸 것으로 풀이했다. 주인공의 행동과 의상, 장소 등을 통해 이야기의 연
<이엠알>의 대니 맥클러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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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5일 어린이날을 맞은 전주국제영화제가 막바지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5월5일 매진된 영화는 <별별 이야기>(2회 매진) <아이언 자이언트> <한국단편애니메이션> 등으로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보였고, 매표구에도 어린이와 함께 볼만한 영화가 무엇인지 묻는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마법의 회전목마> <철인 28호> 등이 매진된 영화 대신 추천받은 영화들. 5월1일 문을 닫았던 ‘아름다운 가게’도 다시 한번 문을 연다. ‘병아리떼 쫑쫑쫑, 나눔 나들이 갑니다’라는 제목으로, 돈벌이와 나눔의 이치를 가르치는, 어린이를 위한 교육의 장을 마련할 계획. 행사 시간은 오후 1시~6시다.
영화제도 어린이날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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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공형진과 윤지혜가 제6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 사회자로 나선다. <파이란> <동해물과 백두산이> 등에 출연했던 공형진은 TV 오락프로그램 등에서 걸출한 입담을 과시해왔던 배우. <여고괴담>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윤지혜는 지난해 전주영화제 개막작인 <가능한 변화들>에 출연해 이미 전주와 인연을 맺은바있다. 폐막식은 5월6일 오후 7시 전북대 문화관에서 열릴 예정. ‘인디비전’ 섹션의 ‘우석상’, ‘디지털 스펙트럼’ 섹션의 ‘JJ-Star’상, 관객이 뽑는 ‘JIFF 최고 인기상’, 올해 처음 도입된 관객평론가가 최고의 한국영화를 뽑는 ‘관객평론가’ 상의 시상식도 함께 열린다. 이날 폐막식에는 폐막작인 <남극일기>의 감독과 배우들, 영화제 홍보대사 김동완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공형진-윤지혜, 전주 피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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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1, 2편에서는 카메오로 등장하는 피터 잭슨의 모습을 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완결편인 <왕의 귀환>에서는 그의 모습이 나오지 않았는데, 이는 카메오 출연을 중단했기 때문이 아니라 편집 과정에서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어지간히 아쉬움이 남았는지 그가 힘들게 찍었다는 문제의 장면은 확장판 DVD를 통해 되살아났다.
<왕의 귀환>에서 피터 잭슨이 열연한 역할은 죽은 자들의 길을 뚫고 나온 아라곤 일행에게 배를 빌려주는(?) 해적 중 한사람. 등장한 것까진 좋았으나 레골라스가 쏜 화살에 맞아 최후를 맞이하는 비운의 캐릭터다(사실 레골라스는 다른 해적을 노렸으나 김리 때문에 빗나가서 대신 맞았다). 음성해설에서 피터 잭슨은 “보호대 없이 화살을 6~7대나 맞고 갑판에 나뒹구는 엄청난 스턴트 액션”이라고 자화자찬을 하지만, 그의 아내인 프란 월시와 각본가 필리파 보이엔은 “불쾌한 장면”이라며 비꼬고 있다.
그런데 사실 피터
<왕의 귀환> 피터 잭슨의 어이없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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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제작 독립 애니메이션 <별의 목소리>로 주목을 받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첫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남북으로 분단된 가상의 일본을 무대로 소년소녀들의 가슴 아픈 추억과 꿈을 그린 작품이다.
전작과는 달리 감독 혼자서가 아닌 실력파 스탭들과의 공동 작업으로 완성도를 높였으며, <겨울연가> 일본어판 더빙에서 배용준의 목소리를 맡아 인기를 끈 하기와라 마사토와 <카우보이 비밥>의 이시즈카 운쇼 등 유명 성우들이 참여했다. 일본 개봉 시 감독 특유의 따스한 색감과 뛰어난 풍경 묘사 등 아름다운 영상미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얻었다.
DVD는 풀 디지털로 이루어진 고화질의 16:9 영상과 돌비 디지털 5.1 채널 음향을 지원하며, 부록으로는 감독 및 성우 인터뷰, 그리고 여러 가지 버전의 예고편을 수록했다. 전작 <별의 목소리>에 매료된 신카이 감독의 팬들에게 반가운 타이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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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특수부대 대장으로 분한 <프레데터>는 개봉 당시 관객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안겨준 영화였다. 당시 관객들은 <코만도>와 같은 밀리터리 액션 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지만, 영화 속에서 아놀드를 곤경에 빠트린 적은 외계에서 온 흉포한 사냥꾼 프레데터였다. 이후 로스엔젤레스라는 도시의 정글을 무대로 한 후속편 <프레데터 2>를 거쳐, SF 영화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악역으로 인기를 얻게 된 프레데터는 강력한 라이벌 에이리언과 맞대결을 하는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에서 다시금 그 매력을 발산하게 된다.
한편 첫 공개 당시에는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으나, B급 영화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던 <프레데터 2>는 최근 SE 버전의 DVD로 발매되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비록 아놀드 슈워제네거라는 걸출한 배우는 빠져있지만, 실질적인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레데터의 존재감을 더욱 확고하게 나타낸 작품으로 평가 받고
완벽한 전사, 프레데터 해부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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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인간 대신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공룡이라는 존재를 알게 된 이후,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으로 공룡을 형상화시켜왔다. 화석이나 복원된 골격과 같은 공룡 자체의 흔적은 물론, 그것을 소재로 한 그림, 모형, 장난감 등의 여러 가지 물건들은 사람들의 공룡에 대한 꾸준한 관심의 결과였다.
영화의 장점은 피사체를 눈앞에 직접, 살아있는 상태 그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공룡 역시 영화의 초창기부터 일찌감치 ‘활동사진’이라는 매체 특유의 매력과 미지의 생물들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그와 동시에 공포)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매력적인 영화감으로 각광을 받았다. 영화 제작자들은 공룡을 화면에 부활시키기 위해 모형을 한 프레임씩 찍어 연결하거나, 아예 배우에게 공룡 옷을 입혀 카메라 앞에 세웠고, 기계 장치를 내장한 로봇에 가까운 모조품을 만들어 작동시키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왔다. 따라서
<쥬라기 공원> 공룡은 실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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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9일과 3월14일,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가 ‘미션 임파서블’을 달성했다. 이 영화들을 관람 가능한 15살 이상 인구의 27%에 해당하는 전국관객 1천만명을 동원한 것. 특정영화를 보지 않으면 대화에 참여할 수 없다는 식의 국민적 분위기가 형성된 결과 2월 한달간 한국영화 점유율이 82.5%로 최고를 기록했다. 이같은 결과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멀티플렉스와 엄청난 물량을 투여한 볼 만한 대작임을 강조했던 마케팅에 힘입은 바가 컸다. 민감한 소재를 다룬 영화(<실미도>)가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자 역사적 사실이 다시금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일찍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스펙터클(<태극기…>)을 목격한 관객은 한국영화를 할리우드영화와 대등한 것으로 여기게 됐다. 영화계 전체에서는 스크린 독점과 덤핑 의혹 등도 있었지만 한국영화 관객의 층을 한결 넓혔다는 점에서 장기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2002년 블록버스터영화들의 줄지은 참
한국영화 10년, <씨네21> 10년 [11] -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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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올드보이> <장화, 홍련>. <씨네21>이 선정한 그해의 한국영화가 아니다. 전국관객 300만명 이상을 동원하면서 2003년 한국영화 흥행 5위 안에 포함된 영화들이다. 이는 변형된 조폭코미디 <가문의 영광>이 서울 160만명을 동원하면서 2002년 최고 흥행작이 되었던 것과는 분명 다른 현상이었다. 시나리오부터 촬영, 연출, 연기, 미술 등 제작 전반에 걸쳐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에 투철한 작가정신이 결합한 수작들이 양산되어 관객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킨 탓에 2003년 한해는 제작자와 관객, 그리고 영화저널 종사자들 모두에게 행복한 한해가 됐다. 실제로 이해 연말 <씨네21>이 설문을 돌린 제작자 10명 중 8명이, 한국 영화계의 주목할 만한 변화로 웰메이드 영화의 성공을 꼽았다. 상업영화의 당연한 미덕에 불과한 웰메이드가, 한국영화의
한국영화 10년, <씨네21> 10년 [10] - 200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