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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5월7일(토) 밤 11시45분
영화 <거울>은 감독의 전작 <하얀 풍선>과 흡사한 점이 있다. 같은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무엇인가 ‘잃어버림’에 관한 영화란 것도 비슷하다. 영화는 학교가 수업을 끝내고, 어린이들이 학교 밖으로 쏟아져나오는 순간을 출발로 삼는다. 자, 과연 여기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 것인가. <하얀 풍선>과 어딘가 닮은 이야기를 취하고 있으면서 형식적으로 전혀 다른 모양새를 지니고 있는 <거울>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로 여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 될 것이다.
영화 속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린 아이를 연기하고 있다. 버스를 타지만 버스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아이는 혼란 속에서 갈등을 거듭한다. 그런데 엉뚱한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한다. 현실인지 허구인지 모호한 찰나, 영화의 분위기가 갑작스레 바뀌는 것. 소녀 역을 맡은 아역배우가 갑자기
현대 이란영화의 독보적 스타일,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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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5월5일(목) 밤 12시55분
봄 개편을 맞아 <독립영화관>이 매주 목요일 밤 방송된다. 이번주는 두편의 공포영화이다. 세개의 단편이 엮여 있는 장건재 감독의 <진혼곡>은 엘리베이터와 귀신을 불러오는 ‘분신사바 게임’,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TV 등 닫힌 공간과 특정 소도구를 이용해서 반복되는 공포의 고리를 보여주지만, 그닥 새롭거나 참신한 표현이 등장하진 않는다. 그런데 공포가 익히 아는 이야기들의 변주에서 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긴장을 자아내는 연출이 녹록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최형락 감독의 <술래잡기>는 강간당한 여교수가 범인을 착각하는 데서 오는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가해자라고 확신했던 사람에게 쫓기는 교수의 공포와 반대로 자신의 비밀이 드러날까봐 쫓는 자가 된 남자의 불안이 대비되어 표현된다. 위기의 끝에서 맞부딪친 세 사람은 공교롭게도 모두 안도의 숨을 내쉬지만, 관객에겐 그들의 미묘한 안도감이 불쾌함을 전
[독립영화관] 두편의 공포영화, <진혼곡> <술래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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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5월8일(일) 밤 11시45분
어버이날을 맞아 인상적인 가족영화 한편을 소개한다. 이두용 감독의 1985년작 <장남>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된 현대 한국사회에서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변하면서 겪는 세대간의 갈등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수작이다. 이 영화는 가족이란 무엇이며, 우리 사회의 오랜 전통인 가부장제가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겪는 와중에 변화되는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과 질곡, 전통적인 효 사상의 변화 등 가족 내 충격과 고통 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70년대 주로 액션영화를 연출했던 이두용 감독은 80년대로 들어서면서 <초분> <피막>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 등 전통적 가치의 근대화 과정에서의 충돌을 보여주는 작품을 연출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런 그의 80년대 필모그래피에서 <장남>은 다소 특이한 소재의 영화이다. 국적불명의 액션영화나 에로물들이 난무하던 80년대 중
[한국영화걸작선] 가족 갈등 그린 수작, <장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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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수·이성재 >>
최강의 카리스마,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유명했던 지강헌 사건을 다룬 영화 <홀리데이>에, 탈주범을 쫓는 비열한 경찰 안석으로 최민수가 캐스팅된 것. 탈옥 뒤 인질극을 벌이다가 사살된 지강헌은 <신석기 블루스>에서 충격 변신을 시도했던 이성재가 맡는다. 이성재는 최근 정우성, 전지현과 함께 유위강 감독의 <데이지>에도 캐스팅됐다. 드라마 <한강수 타령>에서 굵직한 카리스마를 나름의 귀여움(?)으로 승화시켰던 최민수의 마지막 영화는, 고독한 무사로 출연했던 <청풍명월>.
설경구·송윤아 >>
강한 남자 강철중 혹은 역도산은 잠시 잊어주세요. 알고보면 나도 부드러운 남자랍니다? “말랑말랑한 멜로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던 설경구가 목표를 정했다. 고등학교 조정 코치인 남자와 수의사인 여자가 10년 동안 인연을 이어가지만 계속해서 어긋난다는 내용의 ‘정통
[캐스팅 소식]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최강의 카리스마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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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네티즌들이 관객으로 참여하고, 세계 곳곳의 심사위원들이 온라인으로 작품을 심사하는 서울넷페스티벌이 5월1일부터 서울넷&필름페스티벌, 일명 세네프영화제 홈페이지(www.senef.org)에서 시작된다. 세네프영화제의 온라인 프로그래머 이강옥씨는 서울필름페스티벌이 열리는 9월까지 4개월 남짓 진행될 온라인 축제를 지휘하는 주요 인물 중 한명. 그는 92년 말 대입시험을 치르고 처음 발을 디뎠던 문화학교서울과의 인연으로 인디스토리의 창립을 함께 준비했고, 이후 프랑스에서 문화예술 프로젝트 진행과 관련한 공부를 하는 등 10년 넘게 영화 곁에 머물러왔다. 올해 처음으로 프로그래머라는 직함을 얻게 된 그에게,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온라인영화제에 대해 물었다.
-각자의 방에서 모니터로 영화를 보는 영화제라는 것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진다.
=나만 해도 컴퓨터로 영화를 처음 본 것이 지난해 일이었다. 하지만 온라인영화제는 분명 특유의 매력이 있다. 관객과 작가들 사이에서 소
세네프영화제 온라인 프로그래머 이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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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베니퍼(벤+제니퍼), 탄생할 것인가. 원조 베니퍼는 결혼 직전 파경을 선언한 벤 애플렉과 제니퍼 로페즈. 그뒤 애플렉은 2003년 <데어데블>에 함께 출연한 제니퍼 가너와 사귀기 시작했고, 베니퍼는 유지될 수 있었다. 최근 <피플>과 <스타> 등의 주간지가 두 사람이 가너의 생일파티에서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렸다고 보도하면서, 다시금 베니퍼가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 두 사람은 이러한 보도를 강하게 부인하는 중. 최근작에선 줄줄이 고배를 마셨던 애플렉, 부디 연애전선에는 이상이 없기를.
벤 애플렉·제니퍼 가너, 비밀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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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의 딸>로 1971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영국 배우 존 밀스가 지난 4월23일, 97살로 숨졌다. 눈에 띄는 성격파 배우가 아닌 탓에 우리에겐 익숙지 않은 이름이지만, <위대한 유산>(1946), <간디>, <39계단> 등에 출연했던 그는 조용한 영국인 역을 주로 맡으며 변함없는 모습을 선보인 영국의 국민배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우리가 영국인임을 자랑스럽게 만든 사람”이라며 그를 칭송했으며, 엘리자베스 여왕 역시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고.
원로배우 존 밀스 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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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일본 최대의 황금연휴 기간인 골든위크가 시작됐다. 일본은 매년 4월말에서 5월초에 각종 휴일이 몰려있어 이 기간을 최대 연휴인 ‘황금주간’이라 부른다. 덩달아 극장가도 대목에 들어가는데 ‘골든위크’라는 말은 극장주들이 ‘극장가 최대 호황 주간’이라고 부르던 것에서 유래됐다.
하지만 올해 골든위크의 극장가는 예년에 비해 다소 썰렁하다. 지난 4월 29일 ‘녹색의 날’부터 시작된 연휴가 30일, 1일 주말을 거치면서 3일(헌법 기념일), 4일(국민의 휴일), 5일(어린이 날)까지 이어져 하루이틀 휴가를 더 낼 경우 최장 10일까지 쉬게 되는, 말 그대로 황금연휴가 되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기회복 영향과 맞물려 일본내 해외여행객이 급증했다. 연휴기간에 일본을 빠져나가는 해외여행객만 90만명으로 추산되는데다 일본 국내 여행객도 상승해 도심은 공동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달력이 심술을 부린 탓에 극장가는 때아닌 된서리를 맞았다.
연휴시작과 더불어 기대작의 개봉도 없었
골든위크 맥빠진 일본 극장가, <콘스탄틴>이 3주연속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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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기자, 휴대폰 전화번호 바뀌었으면 날래날래 신고해야 할 것 아니야.” 정답고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온다. 약간 쉰 듯하면서도 이북 사투리와 연륜이 녹아 있는 그의 목소리는 얼마나 매력적이었던가.
지난 4월25일 낮 1시30분께, 고우영 선생님의 차남 성언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고 선생님이 낮 12시34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도 차분했다. 오랜 간병으로 마음의 준비를 한 탓이리라.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니 머릿속이 멍해졌고, 기사를 쓰느라 노트북에 올려놓았던 손가락들이 와들와들 떨렸다. 먼저 데스크에 비보를 전하는데 가슴이 쿵쾅거려 말을 제대로 잇기가 어려웠다.
고 선생님이 마음 독하게 먹고 몸 관리를 하셨다면 최소 몇년은 더 사실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걸 원치 않았다.
지난해 5월1일이 생각난다. 나는 고우영, 신문수, 이정문 선생님 세분과 한 호프집에서 올림픽
천재 사나이, 안녕히… , 만화가 고우영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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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씨네 신철 대표가 돌아왔다. 그의 뛰어난 기획력과 마케팅 능력이 빛났던 <엽기적인 그녀>가 관객 500만명을 구가하던 2001년, 방랑자처럼 미국으로 떠난 이후 거의 4년 만에 한국에서 장기체류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미국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는 CG 기술을 통해 이소룡을 실사로 ‘부활’시키는 <드래곤 워리어>. 당시 2003년이면 끝날 것이란 이야기를 남기고 떠났건만, 그의 귀환은 계속 늦어져갔다. 초반에는 할리우드에 혈혈단신으로 날아간 이 자그마한 동양인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느라, 지금은 이소룡의 유가족과의 협의 때문에 LA에서 마치 볼모처럼 스스로에게 붙들려 있었던 것이다. 한때 “국제미아가 된 심정”이기도 했다는 그는 이제 <드래곤 워리어>에 대한 조바심을 달래고 할리우드와 한국에서 제작을 병행할 계획을 세웠다. 일본과 중국시장에 대한 공략도 시작할 것이다. 4년 동안 공력을 모았던 신씨네의 파괴력이 자못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결혼이야
이소룡 부활 프로젝트 <드래곤 워리어> 준비 중인 신씨네 신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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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이 아무리 융성한들 늙고 유능한 배우의 눈에 영화판은 언제나 발뻗을 데 없이 좁아터진 골방이다. 이 달인들은, 고작해야 “영화에 과분한 연기”니 “낭비된 배우”니 하는 소리를 찬사랍시고 돌려주는 영화를 줄줄이 찍다가, 이따금 그들의 재능을 예우하는 영화를 만나 숨통을 틔운다. 물론 그때는 구경꾼도 정신이 번쩍 난다. 늘어져라 낮잠만 자던 우두머리 사자가 포효하는 찰나를 운 좋게 목격하는 짜릿함에 비할까. 아버지 역으로 출연한 TV시리즈 <안네 프랑크>에서 로버트 헬름 감독으로부터 “마치 스트라디바리우스(바이올린 명기)를 얻은 기분이었다”는 찬사를 끌어낸 바 있는 노장 벤 킹슬리(62)의 필모그래피도 꽤나 들쭉날쭉하다. 하지만 최근 개봉한 <모래와 안개의 집>은, ‘간디’의 이미지를 박살낸 완벽한 런던 갱 연기를 과시한 <섹시 비스트>(2000) 이후 그가 3년 만에 내지른 사자후다.
이란 왕정기에 장교로 영화(榮華)를 누리다 이슬람 혁명
근본주의 연기파, <모래와 안개의 집>의 벤 킹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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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공덕동의 한 빌딩 꼭대기층에 자리한 9046호 방에 먼저 도착한 것은 김상경이었다. 단정한 머리가 인상적인 그는 꿈결같았지만 이제 허망하게 스쳐간 사랑의 그림자를 되새기는 듯 보였다. 그리고 얼마간 초조해 보이기도 했다. 이윽고, 몸매가 드러나는 꽃무늬 드레스를 입은 엄지원이 약간은 도도하고 약간은 무심한 표정으로 들어왔다. “그동안….” 김상경이 말을 꺼낸다. “잘 지냈는지?” 엄지원은 속눈썹이 두드러져 보이게 눈을 내리깐 채 답했다. “… 네.” 약간의 침묵이 흐른 뒤 엄지원이 몸을 확 돌리며 말을 뱉는다. “아니… 그럼… 이만….” 바로 그 순간 김상경의 손이 엄지원의 몸을 꽉 부여안는다. “우리, 잠시, 이러고 있으면 안 될까?”
<화양연화>의 한 장면을 꼭 빼닮은 표지 사진 안에는 이런 사연이 담겨 있을 법하다. 하지만 사정은 영판 달랐다. 김상경은 포마드가 진득한 양조위의 헤어스타일을 만드느라 힘들었다며, “꼴이 이게 뭐냐”며 혼자 웃었고, 엄지원은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백과사전, <극장전>의 김상경 & 엄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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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만화] <미트 페어런츠2> 남기남,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다
[정훈이만화] <미트 페어런츠2> 남기남, 그녀의 아버지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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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에 대한 보통 때의 좁은 시야로 봐도 올해 칸의 공식부문 선정은 어느 해보다 심했다. 이번 선정은 파리의 영화 정치(평론쪽과 비즈니스쪽을 둘 다 아우름)에만 전적으로 관련되고 객관적 프로그램 선정과는 별로 관계없는 것이었다. 몇달 전엔 동아시아의 알려진 감독들 영화 여러 편이 시간 내에 준비되지 않을 것 같아 프로그램 선정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 보였다. 그렇지만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결국 공식부문에 동아시아 장편 8편을 갖게 됐으며- 이는 10∼11편이 출품됐던 2004년, 2001년, 2000년보다는 적지만 존중할 만한 편수다- 영화제 전체로는 15편이 출품됐는데 거의 기록적이다.
큰 소식은,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한데 한국 소식이다. 즉 기록적으로 5편의 장편이 전체 영화제에 출품된다는 것인데 공식부문과 감독주간에 각각 2편, 그리고 (조선족 장율 감독의) 1편이 비평가 주간에 들어갔다. 이것은 2000년 이후 한국이 칸에 가장 크게 진출하는 것인데
[외신기자클럽] 칸의 기준은 무엇인가 (+영어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