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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가위의 말을 빌려서)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그리고 지금이 그때이다. 혹은 그것이 <씨네21>이 지금 이 난을 마련한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 난을 맡기면서 (사석에서) 제일 먼저 한 말은 여기에 “꼭 영화에 관한 평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첨언’이었다. 그리고 난 다음 (공식적으로) 이 난을 소개하면서 <씨네21>이 걱정스럽게 덧붙인 말은 “이젠 영화비평을 진지하게 읽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말을 듣는다”라는 더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는 객관적 상황의 환기였다. 절대적으로 구석에 몰린 상황. 그러니까 이 말을 하면서 시작해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는 그것이 내가 여기 지금 첫 번째 영화로 장 뤽 고다르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인생)>로 시작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갑자기 모든 것을 중단하고 다시 시작한 경우를 알고 있다. 이를테면 루드비히 요셉 요한 비트겐슈타인. 혹은 (알튀세르에 의하면) 1857년
장 뤽 고다르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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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국내 개봉된 존 트라볼타의 신작 <쿨!>이 전편 <겟쇼티>와 함께 다음달 DVD로 출시된다. 엘모어 레너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두 영화는 칠리 파머라는 갱스터가 영화와 음악 업계에 진출하여 벌어지는 일들을 코믹하게 그려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신작 <쿨!>은 2.35대 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과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가 수록되며 최근작답게 감독의 음성해설과 제작과정 다큐멘터리, 삭제 및 NG 장면, 뮤직 비디오, 캐릭터별 클립 등 비교적 충실한 부록을 담는다.
한편 전작인 <겟쇼티>는 극장용 예고편만이 부록으로 제공되지만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와 함께 DTS 사운드도 수록되며, 무엇보다도 국내 개봉 9년만의 첫 DVD 출시라는 점에서 팬들을 기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쿨> <겟쇼티> 6월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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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 신화’는 근대의 산물이다. 근대 자본주의는 공동체로부터 독립된 임금노동자를 필요로 하며, ‘노동력의 재생산’을 담당하는 가정을 요한다. 노동자가 다시 노동할 수 있도록 육체적·감정적 휴식을 제공하고, 새로운 노동자를 산출하는, 즉 ‘쉼터이자 아기공장’의 역할 기구로서 ‘사랑으로 맺어진 (핵)가족’이 이상화된다. 이제 분리된 일터와 가정을 중심으로 성별분업이 강화되고, ‘연애->결혼’은 낭만적으로 특화된다(그외의 관계, 가령 동성간의 사랑이나 이성간의 우정은 금기시되거나 도외시된다).
그런데 모든 가치가 교환가치로 환산되는 자본주의하에서 남성의 ‘돈을 받는 생계노동’은 가치화되지만, 여성의 ‘돈을 받지 않는 가사노동’은 무가치화된다. 이에 따라 남성성과 여성성도 재정의되는데, 남성성은 ‘경제적 능력’으로, 여성성은 ‘남성에 대한 의존’으로 재규정된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성애’란 생물학적 남녀의 사랑이 아니라, ‘경제적 능력을 지닌 남자’와 ‘순종적인 여자
권력남과 순진녀의 가면무도회, <댄서의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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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 베송 감독, 장 르노 주연의 영화 <그랑 블루>가 오는 6월 1일 UE(얼티밋 에디션) 버전으로 출시된다. 극장 개봉판에 비해 30여분 가량 늘어난 확장판(167분)과 함께 ‘빅블루’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개봉된 버전(119분)이 두 장의 DVD에 수록되며, 에릭 세라가 작곡한 OST CD도 동봉된다.
확장판의 경우 2.35:1 아나모픽 와이드 스크린 화면비와 돌비 디지털 5.1 및 DTS 음향을 지원하며 영어와 프랑스어 더빙이 함께 수록된 반면, ‘빅블루’는 화면의 좌우가 잘려나간 4:3 풀 스크린 화면비에 영어 더빙 2.0 채널만 지원된다. 오리지널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확장판을 선호하겠지만 대사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음악이 바뀐(에릭 세라 대신 <록키>의 작곡가 빌 콘티가 담당) ‘빅블루’도 팬들에게는 좋은 보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갤러리와 예고편 외에 별다른 부록은 없지만, 제작사에 따르면 선착순 구매고객에 한해 오리지널 포스터 3종을 증정할 계
<그랑 블루> 확장판으로 6월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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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진부하고 따분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자. 19살 소녀 문근영은 ‘나무랄 데 없는’ 스타다. 이 표현이 스타에게 어울리지는 않지만, 문근영에게는 딱 맞는다. 예쁘고, 연기도 나쁘지 않고, 공부도 열심이고, 착하고, 성실하다. 심지어 그 나이에는 하기 어려운 기부와 선행을 끊임없이 베푼다. 스크린의 이미지와 일상생활이 일치해서 연예인의 살생부 X파일을 오히려 스타덤의 디딤돌로 만든 거의 유일한 배우다. 그러니까 감추고 싶은 소문이 무성한 연예계에서 뒷이야기를 미담으로 채울 수 있는 인물이 문근영이다.
‘미’가 아닌 ‘선’으로 스타가 된 배우
귀엽고 깜찍한 스타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그녀에게는 다른 점이 많다. 부모님 모두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기에 많은 여자 스타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곤 하는 소녀 가장이 아니다. 외할아버지가 좌파 통일운동가였다는 등등의 집안 내력과 광주 출신이라는 태생도 이제는 더이상 금기가 아니며, 오히려 한국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도 맑고 건강하게 자라난
우리 시대의 도덕적 아바타, 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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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예술을 ‘감성의 살을 뜯어 짓는 집’에 비유하곤 한다. 그래서 작가의 감성은 작품의 색깔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정일의 예술가적 감성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의 작품을 여는 키워드는 ‘보아 뱀’이다. 바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그 주인공이다. 대개의 작품에 감성적 교감을 유도하는 아이콘으로 ‘보아 뱀’을 등장시킴으로써, 동화적 감수성이 배어 있는 편안하고 친근한 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이는 정일의 회화가 지닌 문학성을 좀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 <이야기 정원> 시리즈를 중심으로 그의 작품에는 약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이전의 작품이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나 상황을 감미롭게 전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 작품들은 전통적인 ‘책거리 그림’을 모티브로 삼아 좀더 정리된 조형감각이 엿보인다. 물론 그 저변에 깔린 감성은 그만의 ‘행복론’이다. 피아노, 바이올린, 로맨스에 빠진 연인 등이 지녔던 따뜻한 사랑의 음
한없이 몽환적인 정물화 <정일의 이야기 정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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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누벨바그엔 혁신적인 기운이 있었다. 1960년대 초반 고다르를 비롯한 영화감독들은 영화에 관한 글을 썼고, 윗세대 영화인들에 대해 단절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거리로 카메라를 지니고 뛰쳐나간 몇몇 영화인들의 작품은 결국 창조적인 영화운동이 되기에 이르렀고, 당시 젊은 영화인들은 열광했다. 이 누벨바그의 흐름에 이어, 독창적인 영화세계를 구축한 영화감독으로 꼽을 수 있는 인물이 자크 드미다. 자크 드미의 이름을 우리가 쉽게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은 <쉘부르의 우산>(1964)이라는 영화 탓이다. 전쟁으로 헤어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쉘부르의 우산>은, 앳된 카트린 드뇌브의 모습과 함께 오랫동안 기억되는 영화가 될 것이다.
운명에 이끌리는 여주인공 그린 데뷔작 <롤라>
1931년생인 자크 드미는 원래 단편영화 작업 등을 거친 뒤 <롤라>라는 영화로 본격적인 영화인생을 시작했다. 드미의 첫 장편영화
달콤쌉싸름한 꿈의 시학, 자크 드미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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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수많은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이와이 순지 감독의 국내 미공개작 4편이 6월 23일부터 동시에 상영된다. 이와이 순지 감독의 작품중 <러브레터>만 국내 주요 극장의 배급라인을 통해 개봉됐었고 <피크닉>, <언두>, <릴리 슈슈의 모든 것>등은 영화제를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공개된 바 있다. 이 네편을 동시에 수입/배급하는 튜브엔터테인먼트는 진작부터 이와이 순지의 영화를 수입한 상태였으나 이번에 뒤늦게 관객에게 선보인다.
튜브엔터테인먼트가 한동안 개봉을 늦춘 까닭은 2000년대초 수입당시 “영화제에서 수상하지 않았고,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극영화는 국내개봉할수 없다”는 일본문화 3차 개방의 제한 때문이었다. 그동안 4차개방을 통해서 이런 규제는 없어졌지만 문제는 시장상황이었다. 두터운 매니아층을 확보하고 있고 세간에 회자됐던 유명 일본작품들도 국내 시장에서 별반 호응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극장가를 와
이와이 순지 미공개 4편 동시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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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신감각 무협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이 영국에서 DVD로 출시된다. 삭제 장면, 메이킹 필름, 60년대~80년대까지의 무술 영화 변천사 등이 부록으로 제공되며 1.85대 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과 돌비 디지털 5.1 사운드가 수록된다. 작품의 영어 제목은 'Arahan'으로 확정되었다.
옵티멈 아시아 레이블로 7월 18일, 19.99파운드의 정가로 발매될 예정.
<아라한 장풍대작전> 영국에서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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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3기의 진용이 서서히 갖춰지는 중이다. 4월17일자로 문화관광부에서 총 24개 영화계 제 단체에 추천을 제안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이 그 신호탄이다. 이충직 위원장이 이끄는 2기 영진위는 5월27일부로 만료된다. 영화진흥법 3장8조에 의하면 영화진흥위원회의 의결기구인 위원회와 위원은 “문화관광부 장관이 위촉하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하며, 위원장 1인과 부위원장 1인은 위원 중에서 호선에 의해서 선출한다”고 규정된다. 3년 임기인 위원장과 위원은 1기의 경우 위원장만 세 차례가 바뀌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문화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각 단체에서 추천한 57명의 인물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2기가 지나치게 학계에 편중되었다는 영화계 전반의 평가를 감안하여 가급적 차기 위원회에는 영화 현장에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구성한다는 방침”이라고 조심스럽게 진행상황을 전했다. 영진위 내부에서도 “현장과 밀접하고 전문성이 있는 분이 오실 것으로 예상한다”고 이에 화답
제3기 영진위 구성 임박… 안정숙, 오지철, 박광수, 김동원 등 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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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만화] <댄서의 순정> 영국왕자 극비리에 내한하다
[정훈이만화] <댄서의 순정> 영국왕자 극비리에 내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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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새로운 영화배급 방식에 도전한다. 지난 4월28일 소더버그는 6편의 HD영화를 제작하는 조건으로 2929엔터테인먼트와 계약했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완성된 영화들을 2929 HDNET프로덕션을 통해 극장 개봉, DVD 타이틀 판매, 유료 케이블, 위성TV에 동시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극장 개봉을 중심으로 DVD를 비롯한 부가판권으로 일정한 홀드백(유예기간)을 거쳐 진행되는 영화배급의 관례와는 정반대의 배급전략이며, 콘텐츠 하나로 모든 윈도를 동시에 사용한다는 역발상의 결과이다.
소더버그 감독과 이 계약을 성사시킨 장본인은 브로드캐스트닷컴의 창립자인 부호 마크 큐반과 토드 와그너. 2929엔터테인먼트는 조지 클루니의 감독작 <굿 나잇, 굿 럭> <크리미널> 등의 작품을 통해 소더버그와 공동제작했던 경험이 있다. 첫 작품인 <버블>은 오하이오주 어느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미스터리물로 소더버그가 집필과
소더버그의 새 영화, 극장·DVD·케이블·위성TV서 동시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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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올 여름 극장가가 이례적으로 진한 핏빛으로 물들 전망이다. <CNN>은 최근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올 여름 미국 내에서 개봉할 호러영화가 12편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여름이 호러영화의 계절임은 자명하나, 올해 개봉예정인 영화의 편수는 지난해보다 2배가 많은 수치라고 <CNN>은 덧붙이고 있다.
본격적인 시즌의 포문을 여는 영화는 미국 내 개봉이 5월6일로 예정된 <하우스 오브 왁스>. 워너브러더스의 1953년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는 여섯명의 10대들이 겪는 끔찍한 주말여행을 소재로 했다. 5월20일에는 폴 슈레이더가 연출한 <도미니언: 엑소시스트 전사(前史)>가 개봉하며, 6월24일엔 B급호러의 거장 조지 A. 로메로의 <시체들의 땅>이 개봉할 예정이다. <중앙역>으로 남미영화계의 신성이 된 월터 살레스는 <검은 물 밑에서>의 리메이크작 <다크 워터>를 최근 완성했고, <
호러 영화 무더기 개봉하는 할리우드 여름 극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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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요한슨의 <미션 임파서블3>출연은 그야말로 ‘미션 임파서블’이 되고 말았다. 애초 톰 크루즈와 함께 <미션 임파서블3>에 출연하기로 계약했던 요한슨은 자꾸 늦어지는 촬영일정과 스크립트의 변동에다가 우디 앨런의 영화 출연 스케줄까지 겹쳐 도중하차를 결정했다. 원래 이 영화는 올여름 촬영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최근까지 톰 크루즈가 스필버그와 <우주전쟁>을 찍었고 감독 J. J. 에이브람스가 시나리오를 다시 쓰겠다고 하면서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요한슨 외에도 이 영화에 캐스팅됐던 캐리 앤 모스 역시 같은 이유로 출연하지 않을 예정이다.
TV시리즈<로스트>와 <앨리어스>로 인정받은 감독 J. J. 에이브람스는 “시나리오를 재집필했다. 애초 캐스팅했던 배우들이 모두 훌륭하긴 하지만 대본이 완전히 바뀐 마당에 같은 배우들을 고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라고 <about.com>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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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요한슨 <미션 임파서블3>출연 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