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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패기, 유럽과 교감하다
공공장소에도 영어 표지판 하나 없는 이곳 독일에서, 수천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나 영어할 줄 알아”하고 외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2월20일 밤, 열이틀의 행사를 마감하는 폐막식 자리에서 금곰상 수상자 폴 토머스 앤더슨이 독일어를 모른다고 사과하자, 관객이 보인 반응이다. “정말?” “예스!” 마치 록 공연을 방불케 하는 열기로 유럽 관객과 교감한 할리우드의 젊은 감독은 그제야 “이건 정말 환상적인 일이다. 심사위원 모두에게, 그리고 베를린에 감사한다”고 달뜬 얼굴로 소감을 전했다. <매그놀리아>의 감독 폴 토머스 앤더슨은 수상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스타였다. 그는 이미 관객이 가장 많은 찬사를 보낸 작품을 만든 감독, 배우를 제치고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거의 유일한 할리우드 감독이었다.
“오스카가 저버린 영화, 우리가 살렸다”
금곰상 이외의 관심거리도 있었다. 심사위원장 공리가 본선에 진출한 장이모에게 과연 상을 주겠
제50회 베를린영화제 결산 [1] - 수상작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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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우 주연의 <말아톤>이 지난주 일본에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5위에 데뷔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스크린수가 120여개로 그다지 많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첫주 5위 데뷔는 선전한 편이다. 한류스타들이 출연했고 스크린 규모가 비슷했던 <스캔들>과 <달콤한 인생>이 각각 8위와 9위를 차지했던 얼마전을 떠올려보면 비교가 쉽다. <말아톤>은 일본어로 원제의 묘미를 살릴수 없어 <마라톤>으로 개봉했는데, 같은주에 역시 스포츠를 소재로 한 황당엽기 일본 야구영화 <역경 나인>은 8위로 출발해 대조를 보였다.
박스오피스 1위는 예상했던대로 6월 29일(수) 전세계 80개국에서 동시 개봉한 <우주전쟁>이 차지했다. 개봉 첫날에만 3억5천만엔을 벌었는데 개봉일이 레이디데이(여성관객에게는 입장료를 할인해주는 날)였던 호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5일동안 동원관객은 130만6천여명, 흥행수입은 16억4천만엔을 기록했으
<말아톤> 일본 박스오피스 5위 데뷔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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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타이틀이 또 다른 정치스릴러<핫 스터프>(Hot Stuff)를 제작한다고 <스크린 데일리>가 7월4일 보도했다. <본 콜렉터><토끼 울타리>의 필립 노이스 감독이 연출하고 팀 로빈스와 데렉 루크가 캐스팅됐다.
영화는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에 대항해 테러를 감행하는 평범한 흑인남자 패트릭 샤무소의 실화를 1980년대와 현재를 오가면서 담는다. 팀 로빈스는 강단있는 경찰을 연기하며 데렉 루크는 테러를 벌인 죄로 24년 징역형을 선고받는 패트릭 역을 맡는다. 데렉 루크는 <앤트원 피셔>에서 주연으로 출연했던 배우다. 팀 로빈스는 <우주전쟁>에도 출연했다.
제작자로는 팀 비반, 에릭 펠너, 앤서니 밍겔라 등이 참여하며 감독 시드니 폴락이 제작 총지휘를 맡는다. 영국의 워킹 타이틀은 <노팅 힐><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로 알려진 제작사지만 올해 초 처음으로 정치스릴러<인터프
워킹 타이틀, 또 정치스릴러<핫 스터프>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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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선택, 사실은 느낌으로 한다”
아침 8시의 블라디보스토크 광장. 흐트러진 머리칼과 아무렇게나 걸쳐입은 듯한 의상. 영화 촬영을 위한 모습 그대로 나타난 이미연은 약간 피곤한 기색이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에너지를 쏟아서 연기하면 삭신이 쑤신다. 소염제, 파스… 약만 늘어난다”며 웃어젖힌 그는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포즈를 취하는 순간만큼은 에너지를 되찾은 듯 생생해졌다. 누추한 의상에 당황했던 사진기자의 셔터 소리도 덩달아 탄력을 받는다.
-입은 옷과 몸상태를 보아하니, 명주라는 역할이 대충 가늠은 된다.
=20년을 자기 뜻과 상관없이 험난하게 살아온 여자다. 그런데 그 인생역정은 생략하고 망가진 이후부터 보여줘야 하니, 한신만 촬영해도 몸도 마음도 녹초가 되는 기분이다. (온몸의 멍을 보여주며) 차라리 액션장면 찍다 이랬으면 남들이 고생했다고 치사나 하지. (웃음) 몸이 아픈 상태라 항상 기운없이 자빠져야 한다. 또 가슴에 멍을 안고 사는 여자이기도 하고
<태풍> 블라디보스토크 촬영현장 [3] - 이미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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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된다는 믿음으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해냈다”
곽경택 감독은 예전보다 살도 10kg 이상 빼고, 머리도 깍두기 스타일로 짧게 잘랐다. 감독 자신이 건강한 모습을 지켜야만 지난 11월부터 한국과 타이와 러시아를 유랑민처럼 돌고 있는 스탭들을 지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나자마자 그간 <태풍>의 이미지나 스토리에 대해서 극도로 노출을 꺼려와서 원성이 높았다고 전하자 “오래 찍어야 하니까. 개봉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괜히 조금씩 보여드렸다가 ‘벌써 개봉했나?’ 이런 말 나오면 안 되지 않냐”며 능글맞게 우회로로 들어선다.
-<똥개>를 끝내고 나서 김형욱에 대한 영화를 준비 중이었는데, 결국 <태풍>을 차기작으로 선택한 이유는 뭔가.
=사실 <똥개>보다 <태풍>의 시놉시스를 더 일찍 만들어놓았었다. <똥개>를 촬영하면서도 끝내자마자 <태풍>에 들어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l
<태풍> 블라디보스토크 촬영현장 [2] - 곽경택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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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서 비행기로 세 시간. 인구 70만명의 러시아 항구에 내려앉는 순간 극동 끝자락의 냉기가 슬며시 얼굴을 때린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착역이 있는 도시, 소비에트연방의 극동함대 본부가 자리잡았던 도시. 이곳이 바로 꽁꽁 숨겨져 있던 곽경택의 150억원 블록버스터 <태풍>의 제작진이 한달여간 자리잡고 촬영을 진행 중인 곳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태풍>의 제작진은 극소수의 매체만을 초빙한 채 6월17일부터 19일까지 현장의 문을 비밀리에 열어젖혔다. 지난 5월26일 부산 해운대에서 선행되었던 1차 현장공개는 쓰나미처럼 몰려든 100여명의 기자단으로 가득했고, 도저히 <태풍>의 진면모와 곽경택의 솔직한 비전을 훔쳐볼 수조차 없는 이벤트였다. 초대받은 소수로서 지나치게 많은 것을 기대한 탓일까. 블라디보스토크의 현장에서도 <태풍>은 빙산의 일각만을 슬쩍 내보였을 뿐이다. 바다도, 액션도, 스펙터클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태풍> 블라디보스토크 촬영현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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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 빌어먹을 섹스 심벌은 뭐하는 직업인가?”
인터뷰 시간은 낮 12시30분으로 예정돼 있었다. 기자들은 마제스틱호텔 8층 스위트룸 야외 테라스에 모여 “10분만”, “20분만” 하는 영화사 직원 말에 “그럼 그렇지” 하며 기다렸다. 미키 루크는 1시30분에 나타났다. 전날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고, 미안하다고 그가 말했다. 술냄새가 풍겼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담배를 꺼내며 “햇볕을 쬐고 싶은데 파라솔을 걷어도 되겠느냐”고 물어왔다. 이미 햇빛을 1시간이나 쬐고 벌겋게 익은 기자들의 얼굴색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리라. 새카만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으니까. 그가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변해버린 그의 얼굴을 기자들도 다 보지는 못했다.
-연기를 그만두고 복싱을 했던 것은, 어떻게 보면 당신 스스로를 망가뜨린 것 아닌가.
=맞다. 연기를 시작하기 전에도 했던 일이지만 그때의 선택은 그랬을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서는 그 전의 내 행동들
돌아온 탕아 미키 루크 [2]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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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세번째 인생
미키 루크는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름이다. 그의 화려한 시절은 <럼블 피쉬> <나인 하프 위크> <엔젤 하트> 등을 찍었던 80년대였고 그 시절은 그때로 끝났다. 그는 한심한 액션영화 주연이나 별볼일 없는 조연으로 훨씬 긴 침체기를 보냈다. 6월30일 국내 개봉을 앞둔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신작 <씬 시티>는 그런 점에서 눈길을 끈다. 멋쟁이 반항아 미키 루크가 못난이 부랑아가 되었다. 영화 속 캐릭터 마브가 그와 썩 잘 어울리며, 입체적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해졌는지 궁금해졌다. 미키 루크의 지난 20년을 들춰보기로 하면서 올해 칸에서 만나 나눈 이야기를 함께 실었다.
미키 루크는 늙고 상처입은 곰 같았다. 그의 몸은 아름다움 없이 비대하기만 했고, 넙적하고 푸석푸석해진 얼굴 오른쪽 귓가에는 뚜렷한 흉터가 있었다. 영화 <씬 시티>의 캐릭터 마브의 사포면 같은 목소리는 배우가 만들어낸 변조
돌아온 탕아 미키 루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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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써클’ 등 여성주간 특선
홈CGV 동남아 열기 속으로
‘여성’과 ‘동남아’는 울림이 유사하다. 남성 중심, 서구 지배 세계에서 둘 다 열등하고 연약하며, 통제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자리지워진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여성이 최후의 식민지라면, 동남아는 현재진행형의 제3세계다. 물론 점점 깨지고 있는 착오적 시각이다.
이들의 현실과 내면을 영화를 통해 들여다보는 기회가 마련된다. 모르거나 잘못 이해했던 세계의 한 지평을 발견하는 재미가 색다를 듯하다. 먼저 여성은 에스비에스가 마련했다. 5일 방영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하얀 풍선>을 시작으로 9일까지 8일을 빼고 4편의 특선 영화를 내보낸다. 가장 주목되는 건 6일 방영될 <써클>(밤 0시45분)이다. 역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2000년작으로, 57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검은색 차도르로 대표되는 억압받는 이란의 여성 문제를 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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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 비슷한 여성·동남아 이색적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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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화 <극장전>에 관한 평이자, 그 영화에 관해 묶여 있는 두 고서에 대한 보론이다. 나는 <씨네21>에 실린 <극장전>에 관한 허문영(505호 전영객잔)과 정성일의 글(507호 전영객잔) 두편을 정성일의 제안처럼 느슨하게 묶인 두개의 고서로 보기로 했다. 그래서 마치 선배감독 이형수의 영화를 보고 나와 영향을 받은 동수가 행위를 반복하고 흉내내면서 혹은 차이를 만들면서 완성되는 영화 <극장전>의 그것처럼 이 글을 끌고 가려고 한다. 나로서 그들의 글을 참조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들이 먼저 제시한 몇몇 견해가 매우 흥미로운 탁견이며, 내가 미처 진전시키지 못한 몇 가지 질문들을 훨씬 더 정교한 방식으로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장전>의 영화 속 영화와 영화 속 현실의 행위들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듯이, 반복과 흉내 속에 차이화의 시도가 있음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감독의 말대로 영화보기
“<극장전
죽음이라는 자연현상에 대한 풍경화, <극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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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큰가족>은 남한사회의 통일에 관한 의식과 현실을 잘 보여준다. 첫째, 통일의 당위성은 여전히 민족적(혈연적) 동질성으로부터 나온다는 믿음, 둘째, 통일은 현실적으로 경제문제이며 미래의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돈을 투자해야 하는 ‘사업’이라는 인식, 셋째, 그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선 상존하는 군사적 위협(서해교전)과 적개심(“이런 놈들과 무슨 통일을 한다고”)을 눈속임해서라도 ‘평화’를 상연(上演)해야 한다는 통찰이 녹아 있다. 그러나 <간큰가족>이 누설하는 ‘우리 사회 통일론’의 진정한 비급(秘급)은 따로 있다. 남한사회의 가족질서와 통일사업을 철저하게 남성중심적으로 재현하는 이 영화는 우리 사회 통일 담론의 가부장적 성격과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상속법 바뀐 지가 언제인데, 장자상속이 웬말?
사건의 발단은 50억원 유산이었다. 그런데 처음 유산에 대해 들은 자도, 중간에 김 노인과 재론한 자도, 마지막 유서를 받는 자도 장남이다
통일의 꽃은 들러리 전문? <간큰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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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국산 연애영화는 늘 두 부류 중 하나였다. 첫 번째 부류는 사랑에 대한 상투적 판타지밖에 없는 영화다. 여기에는 암컷과 수컷의 운명, 남과 여의 사회적 현실, 남성과 여성의 정치적 갈등 같은 관계의 점액질은 말끔히 탈지돼 있다. 난폭한 리비도는 사랑이라는 무구한 의존증을 길잡이 삼아 언제나 맹목적 호의의 포즈를 취하며 방긋 웃는다. 이 미소 뒤에 무엇이 있는지 자라나는 세대한테 굳이 말할 필요가 없노라고, 언젠가 쿤데라가 말했다. 연애의 속셈과 결과는 모르는 게 약이라고.
두 번째 부류는 이 가정을 위반한다. 연애도 알고 하는 게 힘이라고. 그리하여 죽은 판타지밖에 없는 영화의 결핍을 지혜롭게 악용한다. 연애의 속셈은 ‘맛있는 섹스’이며 결과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 이들 부류에서 즉물적이고 파편적인 욕망의 기표들은 적의 무지를 동맹군 삼아 점령군처럼 당당하게 행진한다. 연애의 대차대조표를 아무리 작성해봐도 남는 게 이거밖에 더 있더냐고. 여기에는 수정 불가능한 내
연애라는 게임의 법칙, <연애의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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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과 예고편만 수록된 DVD로 출시되어 아쉬움을 자아냈던 주성치 주연의 쿵푸 코미디 영화 <쿵푸 허슬>이 메이킹 다큐 등 다양한 부록이 포함된 UE(얼티밋 에디션) 버전으로 재출시된다.
발매원인 소니픽쳐스 관계자에 따르면 <쿵푸 허슬 UE>는 오는 9월 발매 예정으로 현재 심의에 들어간 상태. 주성치의 음성해설 및 삭제 장면, NG 장면 등 풍성한 부록이 수록되며, 기존판에 수록되지 않았던 북경어 더빙 트랙도 포함될 전망이다.
원래 홍금보가 맡았던 무술 감독이 원화평으로 바뀐 사연 등 제작에 얽힌 뒷이야기들을 DVD에 수록된 부가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하니, 영화 본편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던 주성치 마니아들에게는 반가운 타이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8월에는 PSP로 볼 수 있는 <쿵푸 허슬> UMD 비디오도 국내에 발매될 예정. UE 버전처럼 다양한 부록이 수록되는 것은 아니지만 휴대하면서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쿵푸 허슬> 부록 보강해 재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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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세계는 음울하다. 도식적인 기승전결의 구조가 선사하는 쾌락을 그의 영화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호기심에서 긴장으로, 긴장에서 짜릿함으로 이어지는 스릴러의 기본 줄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그 모든 것을 진공 상태로 만드는 기묘한 기운이 존재한다. <메멘토>와 <인썸니아>가 시종일관 뿜어내던 우울한 가스는 영화 속 반전의 충격을 녹여버리곤 했다. 이를테면, 그의 영화에서는 복잡한 실타래가 풀려 마침내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에도 아무런 쾌감이 밀려오지 않는다. 영화 초반부터 줄곧 영화 전체를 꽉 메우던, 멀미가 날 것 같은 기운이 여전히 포화상태로 영화 끝까지 숨을 짓누를 뿐이다. 그 기운은 기발하고 탄탄한 내러티브나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만으로는 도무지 설명되지 않는 분위기, 말하자면 ‘놀란표’ 아우라였다. 그러므로 다섯 번째 <배트맨> 시리즈의 감독으로 놀란이 선택된 것은 꽤 시의적절해 보인다. 캐릭터와 내러티브적 측면에서 이미 네번의
광활함 안의 폐쇄성, 과잉 안의 결핍, <배트맨 비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