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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당했다! 그것도 뇌수술이다!
신태라 감독은 8년 전 서울역에서 이런 전단을 받은 일이 있다. “저는 실험을 당했습니다. 그때부터 내 몸이 이상해졌고, 환청도 들립니다. 난 감시당하고 있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전단 돌리던 남자를 찾아보려 했지만, 그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는 미친 걸까? 그가 제정신이라면, 진실을 말하고 있는 거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실제로 모종의 사건을 겪었고,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에 휘둘려 고통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브레인 웨이브>는 이처럼 언뜻 떠오른 음모론에서 꼬리에 꼬리를 문 상상으로 태어난 SF영화다.
영화는 거리의 화가 준오가 엽기적인 연쇄살인사건에 연루되면서 시작된다.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형사들은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이 준오의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준오를 취조하지만, 엄청난 두통과 청각장애를 앓던 준오는 자신에게 비상한 초능력이 있음을 깨닫고 혼란스러워한다. 준오는 자신이 특수한 뇌파 조절 능력을
전주영화제의 발견2: 디지털 장편영화 [5] - <브레인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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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장에서 벌어진 섬뜩한 괴담
정강우 감독은 평소 막걸리를 마시면서 소일하다가 꿈에서 영화의 소재를 얻곤 한다. 그의 첫 번째 장편영화인 <책을 읽거나 비둘기 모이주기>도 꿈에 나온 영화였지만, 이번엔 스토리가 아니라 제목만 하나 떠올랐다. 천사가 그녀와 섹스한 진짜 이유는. 너무 직접적이고 재미없는 듯하여 제목을 바꾼 <책을 읽거나…>는 정강우 감독이 그 진짜 이유를 만들고 몇 가지 에피소드를 덧붙여 500만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완성한 영화다. 소박한 발상과 규모지만 드문드문 던져진 단서와 조각난 플래시백을 조합해 단숨에 풀어헤치는 솜씨는 소박하지가 않다.
영화는 폭설 때문에 길이 끊긴 산장에서 진행된다. 고등학교 동창 영미와 지혜는 산장에서 하룻밤을 묵고 아침에 떠나려고 하지만, 옆방 남자가 위험하다며 말려서 눈이 녹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다. 무심코 현관을 열어본 지혜는 죽은 애인과 똑같이 생긴 알몸의 남자가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고 그를 방 안에 들
전주영화제의 발견2: 디지털 장편영화 [4] - <책을 읽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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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뻥쟁이들의 영화
늦은 밤 집으로 들어온 엄마가 배가 고프다며 뭔가를 먹고 있다. 입에 국수 자락을 문 채로 고개를 돌리는 엄마의 얼굴이 공포영화의 괴물처럼 기괴하다. 순간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아들, 그뒤를 플래시맨처럼 달려 쫓아가는 엄마. 다행이다. 꿈이었다. <다섯은 너무 많아>의 첫 장면은 소년 동규의 꿈에서 시작된다. 그에게 엄마는 낯설고 공포스런 존재다. 피를 나눴다는 이유로 무조건 희생과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가족의 굴레가 그에겐 답답하다. 뛰쳐나왔지만, 아직 홀로 설 수 없는 그는 누군가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
<다섯은 너무 많아>는 가출 청소년, 불법 체류자, 파산한 자영업자, 처녀 가장 등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이 대안가족을 이루는 이야기다. 가출한 동규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 업소를 단속하는 ‘환파라치’가 되기로 한다. 인근 도시락집을 타깃으로 정한 그는 점원 시내와 승강이를 벌이다 그의 집에 얹혀살기 시작한다
전주영화제의 발견2: 디지털 장편영화 [3] - <다섯은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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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무술 영화
<거칠마루>는 이상한 무술 영화다. 무술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에서 흔히 봐왔던 복수의 테마도 없고 유혈낭자한 폭력도 없다. 그저 “도복을 입고 있을 때 최고이고 싶다”는 무술인들이 ‘진검승부’를 벌이는 과정의 이야기일 뿐이다. 무림 최고의 고수 거칠마루를 한번 만나보고 싶어서 혹은 겨루고 싶어서 모여든 무술인들은 그나마도 승부에 연연하는 모습이 아니다. 대련을 피해 도망다니는 이가 있는가 하면, 탈락한 이들끼리 번외 경기를 펼치기도 한다. “우물을 파는 데 이기고 지는 건 없다”면서. 그러니까 <거칠마루>는 ‘무술’보다는 ‘무술인’ 그리고 ‘무도’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그저 ‘강해지고 싶어서’ 몸을 단련하는 그들의 모습은 어쩌면 시대착오적이다. 생활인으로서 약자이고 부적응자일 수밖에 없는 이들의 애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술을 놓지 못하는 열정이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이 영화는 ‘무술영화의 탈을 쓴 휴먼드라마’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전주영화제의 발견2: 디지털 장편영화 [2] - <거칠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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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영화제의 폭풍의 눈은 뜻밖에도 한국영화들이었다. 디지털 삼인삼색을 비롯해 인권영화 프로젝트 <다섯개의 시선> <별별 이야기>가 매진 사례를 기록한 것은 감독들의 지명도가 있으니 그럴 법한 일이었지만, 한국영화의 흐름에 소개된 낯선 이름들의 디지털 장편영화들에 관객이 몰려든 것은 주최쪽에서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지난해 <마이 제너레이션>이 펼쳐 보였던 디지털 독립 장편영화의 가능성은, 올해 장르적 재미와 야무진 만듦새를 겸비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한층 넓어진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비전문 배우들을 기용해 만든 무술 영화 <거칠마루>의 열정과 결기, 판타지 요소를 가미한 사회드라마 <다섯은 너무 많아>의 훈훈한 인간미, 호러 요소가 출몰하는 스릴러 <책을 읽거나 비둘기 모이주기>의 비범한 스토리텔링, 음모론에 기반한 SF액션드라마 <브레인 웨이브>의 치열한 제작과정에 주목하지 않을
전주영화제의 발견2: 디지털 장편영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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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4일 아침 9시, 전주국제영화제 프레스센터에서 영화평론가 홍성남과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이 만났다. 떡진 머리에 반쯤 감은 눈으로 나타난 데이비드 고든 그린은 자유로운 몽상가이자 조숙한 영재소년처럼 사람과 시간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느리게, 하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매우 이른 아침의 ‘역류’(Undertow) 같은 대담을 여기에 싣는다.
홍성남 | <언더토우>는 테렌스 맬릭 감독이 제작에 관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데이비드 고든 그린 | 데뷔작인 <조지 워싱턴>을 본 테렌스 맬릭이 <언더토우>의 각본을 가지고 찾아왔었다. 그의 영화들은 언제나 나에게 대안을 제시한 작품들이었고, 그를 만나는 순간 온몸이 덜덜 떨릴정도로 좋았다. 그래서 그가 가져온 각본의 영화화를 수락했다.
홍성남 | <언더토우>는 장르를 나눌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스릴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보통의 스릴러하고 다른 점이라면 절대로 서두르
전주영화제의 발견1: 데이비드 고든 그린 [2]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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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제2의 테렌스 맬릭이 나왔다!
시골 마을의 한 집안에 불쑥 ‘침입’해온 삼촌이란 자가 아버지를 살해하자 삼촌의 표적인 돈 주머니를 쥔 어린 두 소년은 그 악마 같은 남자를 피해 필사의 도주를 감행하게 된다. 금방 떠올리게 되는, 찰스 로튼 감독의 <사냥꾼의 밤>(1955)은 이와 유사한 상황이 펼쳐진 뒤로 영화의 주조를 비정한 가족스릴러에서 몽환적인 모험담으로, 그리고는 이상한 동화로 바꿔나갔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같은 비약적인 진로 전환 때문에 당혹스러워했다. 로튼 영화의 현대적 번안이랄 수 있는 <언더토우>(2004)에서도 스토리상의 그 중요한 분기점이 지나가자 무언가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게 된다. 문제는 영화가 옮겨가는 발걸음이 다소 예기치 않은 것이라 이걸 지켜보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고개를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그간 영화를 봐온 경험에 따르면 이제 영화는 스피드를 높여가며 관객의 정서를 강하게 몰고 가야 한다. 하지만 <
전주영화제의 발견1: 데이비드 고든 그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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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규는 영웅인가 반영웅인가
김봉석 | 참형 묘사에 있어 그렇게 잔인하게 표현했어야 했나 그런 지적들도 있는데.
김대승 | 원한에 의한 연쇄살인이고, 범인의 시점으로 보여지는 장면들이다. 칼로 훅 찔러 죽일 순 없는 거다. 천천히 죽는 과정을 지켜보게 하고 싶었다.
김봉석 | 과거 강 객주의 사지가 절단되는 장면은 어땠나.
김대승 | 그 장면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원규의 기억들이 완전히 깨지는 장면이다. 초반부에 원규는 인권에게 화두를 던지며 소작농들에 대한 자신의 아버지의 품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후반부에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 미화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강 객주가 처형당하는 순간을 그렇게 묘사했던 것은 관객에게 ‘재밌습니까’ 하는 게 아니었다. 아버지에 대한 잘못된 기억을 품고 있었던 원규에게 그렇게 보여주고 싶었다.
김봉석 | 그 장면의 묘사가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다만 <텔미썸딩>이나 <H>에서 보여지듯이 왜 한국영화에서 미
<혈의 누>를 말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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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스테이션2(PS2)에 이을 차세대 게임기로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에서 선보일 예정인 플레이스테이션3(PS3)가 세계 최대의 게임쇼 E3에서 공개됐다.
내년 봄에 발매될 예정인 PS3는 도시바와 IBM이 공동으로 개발한 CELL 프로세서와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 프로세서를 탑재하여, 차세대 게임기다운 뛰어난 그래픽을 보여줄 전망이다. 또한 소프트웨어의 공급 매체로 소니가 개발한 블루레이 디스크를 채용하여 차세대 DVD 시장 판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1080p의 HD 프로그레시브 영상을 2개의 TV에 동시에 출력시킬 수 있고, 무선으로 여러 개의 컨트롤러와 PSP를 연결시키는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갖추었다. SCE 관계자는 강력한 연산기능을 통해 영상표현의 자유도를 비약적으로 증가시켰으며, 대화면에서 영화급의 수준 높은 영상을 실시간으로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벌사인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인터넷 기능을 대폭 강화한 Xbox360을
PS3 공식 발표, 블루레이 디스크 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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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인 가운데에서도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을 위한 작품들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대원씨앤에이와 대원씨아이(뉴타입 DVD)가 6~7월에 선보일 예정인 타이틀 리스트를 공개했다.
우선 6월에는 웅장한 스케일과 서사적인 내용으로 인기를 모았던 (대원씨아이)가 출시될 전망. 평범한 여고생이 중국풍의 이국적인 판타지 세계를 모험한다는 내용으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와 높은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다.
7월에는 지난 2월 국내 개봉된 극장용 애니메이션 (대원씨앤에이)과 양경일, 윤인완 원작의 한일 합작 애니메이션 (대원씨앤에이)가 발매될 예정.
한편 밀리터리 액션과 학원 코믹물을 접목시킨 (대원씨아이, 6월 예정)와 현재 케이블 TV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대원씨아이, 7월 예정)는 올해 초부터 팬들의 관심을 모았던 작품들이나, 제작 관계상 출시가 연기된 케이스. 특히 의 경우 일본판 DVD에 사용돼 좋은 반응을 얻었던 슈퍼 주얼케이스에 담길 예정이라고 하니, 발매를 손꼽아 기
대원 DVD, 6~7월 화려한 라인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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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영화라는 심정으로 죽어라 달렸다”
김대승 감독은 스스로 소심한 인간형이라고 털어놓는다. 이전 인터뷰에서 “프린트를 뜬 이상 감독이 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말했던 그는 요즘도 쉽사리 맘을 놓지 못하는 눈치였다. 대담 첫머리에 국내 극장들의 열악한 상영 여건에 대해 한바탕 성토한 그는 여러 차례 “내 영화를 볼수록 부끄러워 죽겠다”고 했다. 대담자가 “<혈의 누>는 요즘 영화들이 갖추지 못한 보기 드문 미덕을 갖고 있다”고 해도 “아직 멀었다”며 겸손의 손사래를 쳤다. 아마 5월9일 개봉을 한 다음에도 그의 소심함은 다음 영화를 내놓기 전까지 계속될 것 같다. “한 장면 한 장면 꼬치꼬치 물어볼까봐 사실 겁났다. 한 차례 기자시사회밖에 없어 그나마 다행이다.” (웃음) 영화에 관해선 소심하고, 깐깐하고, 고집불통인 김대승 감독과 “<혈의 누>는 역사 미스터리에 멜로를 끼워넣고 그 아래 신랄한 사회비판까지 깔아놓은 정직하고 뚝심있는 영화”라고
<혈의 누>를 말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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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남극을 소재로 삼은 <남극일기>가 5월 19일 개봉됩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얘기에 충실해서 영화를 좀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필요한 남극과 관련된 상식에 대해 알아보시죠.
남극 관련 키워드
도달불능점(P.O.I.=Pole of Inaccessibility)
남극의 한 지점. 남위 82.08분 동경 54.58에 위치. 해발 3700m 고도. 얼음두께 3000m. 남극대륙 해안에서 가장 먼 지점. 1958년 소련 탐험대가 단 한차례 정복했다. 지구 최저 기온 80도를 기록하는 지역. 영화 <남극일기> 탐험대의 목표점이다.
크레바스
빙하 유동의 속도 차이로 생긴 균열. 갈라진 부분이 눈에 덮여 가려진 경우가 많아 빠질 위험이 크다. 영화에서 탐험대의 성훈이 크레바스에 빠져 위험에 처하게 된다.
카라비나
로프와 함께 암벽 등반가들의 안전을 지켜주는 금속고리. 하상, 확보물에의 고정이나 보호점에서의 로프의 고정 등에
<남극일기>, 알고보면 더 재밌는 남극 관련 용어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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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시대, 1980에 대한 연민
가작에 당선된 <날개, 1980>은 현재 영국 유학 중인 조창열(32)씨에게서 날아왔다. 막동이 시나리오 당선자와 서면 인터뷰를 시도하는 이례적인 일은 그렇게 이뤄졌다. 역시나 유학의 이유는 영화였다. 한겨레영화학교, 그리고 중앙대 연극과의 학부와 대학원을 다녔던 그는 지금 런던필름스쿨에서 연출 공부를 하고 있다. <데자뷰>라는 16mm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그것이 지금 영화를 공부하도록 한 원천이 되었다고 한다. “그 단편에서 발생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여기 런던에까지 왔다”고 한다. “배우가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언제인가부터 관심은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괴발개발’이라는 희곡 모임 집단에서 글쓰기를 수련하기도 했다. 시나리오 작가협회에서 <엔드 게임>으로, 영진공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아바타>로 당선된 적이 있는 공모전 선수이기도 하다. <아바타>의 경우에 완성되지는
제7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4] - <날개, 1980>의 조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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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결혼이 위대하다
제7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에서 가작을 수상한 로맨틱코미디 <원더풀 나이트>는 이중삼중의 복안으로 재수 끝에 탄생한 와신상담의 결실이다. 당선자 이경의(26)씨는 지난해 막동이 공모에서 소동극 <3일만 버티는 남자>를 냈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가 올해 준비한 카드는 더블 캐스팅. 당선된 <원더풀 라이프> 외에 <이노센스>라는 시나리오를 제출한 이경의 작가는 철학을 전공했고, 대전 영화아카데미에서 시나리오를 처음 배웠다. 집필 구력은 2년, 장편은 3∼4편에 불과하지만 인터넷 방송, 독립영화 시나리오, 드라마 아이템 작가 등 짧은 기간 동안 강하게 스스로를 트레이닝한 이력을 가졌다. “그중 1년은 아르바이트하느라 보냈다”라는 것이 그의 전언. 2003년 싸이더스HQ의 시놉시스 공모에서 <전지현 따라잡기>로 당선된 일도 그가 ‘될성부른 떡잎’임을 보여준다. 등록금이 연출과보다 적아서 시나리오과로 전과했던
제7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3] - <원더풀 나이트>의 이경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