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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를 자축하며 도달불능점의 정복 의지를 다지는 6인 탐험대의 애틋한 분위기에 미스터리의 그림자를 처음 드리우는 건 내부로부터다. 그들 옆, 눈으로 채운 용기가 보글보글 끓기 시작할 때 카메라가 그 내부를 투시한다. 끓고 있는 건 얼음덩어리라기보다 섬뜩하게 꿈틀거리는 무엇이다. 첫 번째 암시다. 겉은 차분하고 단단하지만 속은 정복의 욕망으로 끓고 있는 탐험대의 내부에서 뿌리를 키우다가 터져나오고야 말 그 무엇을 은유하는. 문제는 그 정복욕의 실체가 무엇이며 어떻게 끔찍한 현실로 귀환할 것이냐에 있다.
<남극일기>는 미스터리 드라마이지만 무보급 행군으로 남극의 도달불능점에 이르려는 지난한 탐험의 형식을 취한다. 우리도 탐험의 끝에 귀환하는 모종의 실체와 마주하기까지 몇 가지 의혹의 관문 혹은 장애물을 거쳐야 한다. 첫 번째 크레바스는 크레바스 자체다. 빙하 유동의 속도 차이로 생긴 균열을 가리키는 크레바스는 눈에 덮여 가려진 경우가 많아 대원들을 기습적으로 삼켜버릴
남극이 그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남극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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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형식으로 오히려 많은 것을 말하는 게 정형시다. 기껏해야 스무자, 스물다섯자에 불과한 오언(五言)절구는 몇개의 낱말로 우주와 인간을 담아낸다. 결구의 짧고 간결한 맺음은 긴 여운을 이끌어내지만 어떻게 보면 느닷없기도 하다. <당시>는 그런 영화다. <당시>를 즐기려면 문자 하나하나에 파묻혀야 하고, 구에서 구로 넘어가는 사다리를 조심스레 타야 한다. 등장인물의 작은 몸짓 하나에 줄거리가 담겨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꽃 지고 바람 부는 서정성 넘치는 작품이라 넘겨짚으면 안 된다.
자막이나 크레딧 없이 <당시> TV 강연 프로그램 소리를 들려주며 첫장이 열린다. 이윽고 전화벨과 초인종 같은 평범하고 남루한 일상의 소리들이 화면을 채운다. 카메라는 아파트 복도와 실내 바깥으로 벗어나는 법이 없고,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피사체에 집중한다. 카메라가 골똘히 잡아내는 건 손을 떠는 한 중년 남자와 춤을 추는 나이든 여자다. 남자의 일상
한없이 느리고 적막한 정형시 같은 영화,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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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벌의 원인이다. 벌은 죄의 결과다. 죄지으면 벌로 다스린다는 것. 국가가 개인에게 부과한 도덕률의 제1원칙이다. <프락치>는 이러한 전제의 일방향성을 문제삼는다. 국가의 죄는 어떻게 물을 수 있나. <프락치>는 자신이 정한 도덕률을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가 죄없는 개인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가 의심한다. 권력을 갖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제의가 필요했고, 얼마나 많은 희생양들이 필요했느냐고, 국가를 추궁한다. 30대 후반의 기관원 권과 20대 초반의 프락치 희철이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기거하는 여관방은 또 다른 감옥이다. <프락치>는 뜨거운 여름 푹푹 찌는 여관방을 실험실 삼아 카메라를 장치하고 국가라는 괴물의 흉포함을 고발한다.
<프락치>는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정체가 드러나 도피한 프락치와 그를 감시하는 기관원의 관계는 명확한 드라마의 흐름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바퀴벌레를 희롱하거나 묵찌빠를 수행하며 매일을 버티던 이 금
국가라는 괴물의 흉포함을 고발한다, <프락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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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과 홍상수 감독이 소수관 장기상영 전략을 밝혔다. 많은 상영관을 잡고 일찍 영화를 내려 손해를 보느니 단관 장기상영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김기덕 감독은 기자시사회를 거치지 않고 DVD 출시와 케이블 판권 판매도 최대한 늦추고 극장에서만 관객을 만나겠다고 밝혀 주목을 끈다. 인터넷 카페나 극장 홈페이지를 통해 영화를 볼 관객이 90% 이상 모이면 시간을 정해 상영하는 예약제 상영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언론과 인터뷰를 고사해온 김기덕 감독은 5월6일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저간의 사정을 해명했다. <실제상황>이 개봉 당일에도 1, 2회만 상영하고 할리우드영화 시사회에 자리를 내어준 것이나, 점유율 50%가 넘었는데도 <나쁜 남자>를 극장에서 내린 사례를 지적하며 막대한 프린트 비용을 들여 50개관을 개봉해도 큰 손해를 봤다고 적었다. 홍상수 감독도 <극장전>을 적은 수의 스크린에서 개봉하고 일정 기간 이상의 상영을 보장받는 방안에 대
[충무로는 통화중] 김기덕, 홍상수 감독 소수관 장기상영 전략 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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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부천영화제 사태는 7월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과 부천에서 각각 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리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지난 9일 오후 공식기자회견을 가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피판)측은 “장·단편 200편의 프로그램으로 제9회 피판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로이안스 어택(미국 USC), 코리안 아메리칸, 나잇 호러 에로티카 등의 특별전도 준비된다.
리얼피판과의 정상화에 관한 협상이 무산된 사정에 대해서 피판측은 “이사회 총사퇴, 정관 개정 등을 통해 원죄에서는 어느 정도 해방되었다”고 답했다. 지난 4일 피판 조직위원회는 이사회를 개최하고 정초신 프로그래머의 읍소에 가까운 설득을 통해 이사회 총사퇴가 결정되었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재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부천 지역신문 부천타임즈에 따르면, 홍건표 부천시장은 이 자리에서 “동네 영화제로 전락하더라도 스탭들의 요구(이사회 총사퇴)는 받아들일 수 없다”, “이사진 총사퇴를 요구한 스탭 중 주요 인물을 짜르고 영화제를 치를 수는 없
판타스틱영화제, 서울과 부천에서 각각 따로 열기로 공식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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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사이트<에인트잇쿨 닷컴>(aintitcool.com)이 <공동경비구역 JSA>할리우드 리메이크 소식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5월13일 밝혔다. 문제의 글은 이곳에서 볼 수 있다. 할리우드 소식통들은 지난 5월12일 <글래디에이터>와 <킹 아더> 등의 시나리오 작가 데이비드 프란조니가 <공동경비구역 JSA>의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였고 원작의 배경인 남북 휴전선을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으로 바꿔 제작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에인트잇쿨 닷컴>의 운영자 해리 놀즈는 “지난번에는 <올드보이>리메이크를 하겠다던 원숭이들이 이번엔 <공동경비구역 JSA>까지 리메이크한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의 고유한 정치적 상황을 다룬 이 영화가 어떻게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을 배경으로 한 불법이민 문제로 리메이크될 수 있는지 이해가 안된다. 손톱만큼의 유사성도 찾을 수 없는데 리메이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해리 놀즈, <...JSA>리메이크 소식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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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를 찾아서>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면 대체 어떤 사람들이 만들었길래 이렇게 재밌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아마도 그 호기심을 풀라고 DVD 속에 ‘스튜디오 여행’이라는 부록을 넣어놓은 모양이다.
니모 역을 맡았던 꼬마 성우 알렉산더. 앤드류 스탠튼 감독의 안내로 픽사의 제작과정을 살펴보나 했더니, 감독은 그만 스탭들에게 붙들려 어디론가 가버린다. 하는 수 없이 알렉산더는 혼자서 픽사 스튜디오를 탐방한다. 평소 궁금했던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해 묻기 위해 스토리 개발자, 디자이너, 애니메이터들을 만나는데, 열심히 일하고 있어야할 사람들이 웬걸, 탱자탱자 놀면서 시간 때우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면서도 감독님의 ‘감’자만 들어도 화들짝 놀라 일하는 척하는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다.
더군다나 어린아이다운 예리한 질문을 던질라치면 그냥 엎드려 잔다거나 “너 과자 좋아하니?”하는 말로 얼렁뚱땅 때운다. 결국 알렉산더는 감독에게 그러한 스탭들의 비리를 까발리
<니모를 찾아서> 픽사 스탭들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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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8회 칸느 국제영화제 공식 비경쟁부문에 출품된 <달콤한 인생>의 김지운 감독, 주연배우 이병헌, 신민아 등이 칸느 현지를 찾았다. 씨네21 손홍주 사진팀장이 보내온 <달콤한 인생> 팀의 칸 포토 에세이.
[칸 2005] 칸을 찾은 <달콤한 인생>팀의 포토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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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류 원작 소설을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이 영화화한 <69 식스티나인>이 다음달 DVD로 출시된다. 원작자의 자전적인 청소년 시절을 그린 이 영화는 청춘 스타인 츠마부키 사토시와 안도 마사노부의 공연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DVD는 두 종류의 패키지로 선보이는데, 1,000장만 출시될 한정판(사진)은 DVD 타이틀과 함께 영화 해설집, 주연 배우 사인, 필름 컷, 원작 소설이 포함되며 일반판은 2,000장 한정으로 디지팩에 담긴 타이틀과 영화 해설집, 주연 배우 사인이 들어갈 예정이다. 두 패키지 모두 예약 주문시 대형 부직포 포스터와 티셔츠, 부채를 증정하는 행사도 진행중이다.
DVD는 1.85대 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영상과 돌비 디지털 5.1 및 2.0 사운드를 지원한다. 주연배우와 감독, 원작자가 참여한 52분 분량의 스페셜 인터뷰, 지난해 6월 가졌던 '69의 날 무대행사 리포트' 그리고 지난 3월 국내 개봉시 내한했던 안도 마사노부와 이상일 감독의 동영
<69 식스티나인> 2가지 패키지로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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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뚜렷한 극장가, <혈의 누> 독주 눈에 띄네
극장가가 비수기를 통과하는가 싶더니만, 그것도 몇몇 영화에 국한된 얘기다. 박스오피스 10위까지의 집계도 힘들었던 지난 주말 극장가는 1위~3위 영화가 독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별다른 기대작의 개봉이 없었기에 <혈의 누>, <킹덤 오브 헤븐>, <댄서의 순정> 등 전주 1위~3위가 동일하게 순위를 지켰는데, 이들 영화는 낙폭이 거의 없고 개봉주와 비교해서 오히려 관객수가 늘었다는 점이 체크 포인트다.
관객이 눈길을 줄만한 신작이 개봉하면 전주 흥행작도 보통 2주차에 30% 정도의 드랍율을 보이는 것이 정상인데, 2주연속 1위를 차지한 <혈의 누>와 3위를 기록한 <댄서의 순정>은 오히려 서울 주말 관객수가 더 늘었다. <킹덤 오브 헤븐>도 고작 9% 정도의 드랍율을 기록했다.
이 세편중에서 가장 재미를 본 영화는 물론 <혈의 누>다.
양극화 뚜렷한 극장가, <혈의 누> 독주 눈에 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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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히트작 ‘캐치온 플러스’ 에
주부의 일상 일탈 다룬 코믹물
지난달 미국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가 “남편이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드는 나야말로 위기의 주부”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이 농담은 유머 작가 랜던 파빈이 써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번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가 힌트를 얻은 미국의 인기 티브이 시리즈 <위기의 주부들>이 오는 25일부터 매주 수·목요일 밤 11시 케이블 영화채널 <캐치온 플러스>에서 나온다. <캐치온>도 매주 월·화요일 오후 3시와 토요일 오후 8시에 재방송한다. 50분짜리로 모두 23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10월 미국 <에이비시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방송됐다. 현재는 시청률 15%를 기록하며 <시에스아이>를 누르고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위기의 주부들>은 교외에 사는 4명의 주부들의 일상과 일탈을 그린 미스터리 코믹 드라마다. 사랑에
‘위기의 주부들’ 한국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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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5일째인 5월15일 일요일은 ‘스타워즈 데이’였다. 칸에서 세계 프리미어를 갖게 된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는 오전 8시30분 공식 상영으로 리비에라 해변 사람들의 아침 잠을 깨우고 오후7시 레드카펫 행사로 이브닝 이벤트를 제공했다.
뤼미에르 극장 안은 각처에서 초대권을 얻어 들어온 일반관객들로 상영시작 30여분 전부터 꽉 찼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필요한 대목마다 환호가 터져나왔다. 영화 타이틀이 뜰 때, 메인 테마가 흘러나올 때,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 가면을 쓸 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사람들이 무엇에 열광할지, 쉰여덟살이나 먹은 칸이 모를리가 없다. 흥미로운 상영작이 평일보다도 없어 되려 한가했던 주말 저녁, 영화제의 축제 분위기를 지피기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최고의 불쏘시개다.
레드카펫 행사가 시작되기 2시간 전부터 팔레 데 페스티발 주변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메인 테마가 힘차게 넘실거렸다. 20여명의 오케스
[칸 2005] <스타워즈3>로 한껏 고조된 축제 분위기(+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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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올해 최대의 화제작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피터 잭슨 감독의 <킹콩>이 한창 제작중이다. 그 자체로도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올 겨울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이미 존재하는 두 편의 <킹콩> 영화를 미리 보고 간다면 이번 신작을 더욱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1933년에 제작된 오리지널 <킹콩>은 지금 보아도 충분히 즐거운 모험-괴수 영화의 걸작이다.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장면이라면 단연 킹콩과 공룡의 대결 장면을 꼽을 수 있는데, 모형을 미세하게 한땀 한땀 움직여 가면서 촬영하여 동작을 만들어내는 기법인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활용하여 만들어졌다.
'오래된 영화니 액션이랄 게 뭐 있겠어'라고 벌써부터 투덜대는 당신, 킹콩과 공룡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스크린이 좁다고 느끼게 할 만큼 격렬하게 싸우는 이 장면을 직접 보고 나서 이야기하라. 스톱 모션 특유의 단절된 동작은 오히려 영상의 판타지성을 더욱
<킹콩> 스톱 모션을 얕보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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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파도>로 흥행 배우에 올라선 이문식이 새 영화 <형사 공필두>(소호 픽쳐스 제작)의 촬영을 위해 지난 5월 9일과 10일, 강원도 동해에서 열렸던 유니버시아드 대표 선발전 레슬링 자유형 66KG급에 참가했다.
영화 <형사 공필두>의 주인공 공필두 역을 맡은 이문식은 극중에서 15년 전 레슬링 선발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형사로 특채된다는 설정에 따라 레슬링 경기장면을 촬영했다. 실전처럼 촬영하기 위해 고민을 하던 중 이문식은 아예 예선전에 실제로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문식은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대한 레슬링협회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 동안 특훈을 받았으며 대회 참가 성적은 2전 2패였다.
<형사 공필두>는 7월 말에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며, 내년 2월 개봉 예정이다.
배우 이문식, <형사 공필두>에서 레슬링 선수로 데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