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구매충동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지름신의 존재를 혹시 알고 있는지? 추리, 스릴러, 공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지금 바짝 긴장할 것. 그분이 올 여름 한국에 강림하신다. 헌책방에서 어렵게 구한 <십각관 살인사건>을 자랑하는 사람이나 일본어 원서로 1048페이지에 이르는 <망량의 상자>를 읽었다는 사람을 부러워했다면, 이제 부러워하기를 그치고 지갑에 든 돈부터 확인하는 게 좋다. 신본격 추리소설의 대표작 중 하나인 <모든 것이 F가 된다>와 <우부메의 여름>, 한 작품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확보한 요괴전문가 교고쿠 나쓰히코의 <망량의 상자>,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복수극을 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와일드 소울> 등 올 여름에는 해외에서 각종 추리소설 관련 상을 수상한 작품들이 쏟아져나온다.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갈등 중인 분들을 위해 올 6월과 7월에 발표된 신간 추리, 스릴러 소설을 꼼꼼히 읽고 읽을 만한 책
2005년 여름을 책임질 신간 추리소설 베스트 9
-
나르시시스트 소년과 마조히스트 소녀의 기이한 애정행각을 그린 <M과 N의 초상>은 다치바나 히구치의 엽기 순정의 세계에 속한 걸작이었다. 코피를 흘리면서도 황홀경에 젖어 “때려줘, 더 때려줘!”라며 애원하는 여학생과 자신의 모습을 거울이나 유리창을 통해 한순간이라도 봐버리면 갑자기 주변이 샤방샤방 빛의 제국으로 변하며 쓰러지는 미소년의 어처구니없는 로맨스를 보고 있자면 웃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퍼니퍼니 학원 앨리스>의 시작은 그보다 가볍고 경쾌하다. 아이들은 이제 막 취학연령을 넘겨 학교생활을 시작했고, 어리며, 주인공 미캉은 ‘정상’이며 착한 마음씨의 소녀다. 단짝 호타루를 따라 특수학교 앨리스 학원에 입학한 미캉은 그 학교가 요구하는 것이 ‘앨리스’라고 부르는 기이한 능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치바나 히구치의 가느다란 펜터치로 그려진 각기 특이한 앨리스를 가진 아이들 사이에서 미캉은 자신이 ‘무효화 앨리스’를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다른 이들의
이상한 학원의 앨리스, 다치바나 히구치의 <퍼니퍼니 학원 앨리스>
-
[헌즈다이어리] <친절한 금자씨>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헌즈다이어리] <친절한 금자씨>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
1995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번역서가 나왔지만 절판됐다가 10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우리 도서 시장의 일본 소설 붐을 출판사쪽이 감안했기 때문일까? 여하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찾기 위해 헌책방을 뒤졌다고 하니, 재출간이 반갑다. 제목만 보면 일본 야구 해설서 같지만 야구가 사라진 미래 세계에 살고 있는 야구광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물음표를 넣은 까닭은 이 작품을 읽어보면 확인할 수 있겠지만, 줄거리랄 것도 별로 없고 서로 관련없어 보이는 단편들이 죽 이어지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놓고 포스트모던 어쩌고저쩌고 한다지만, 그런 얘기는 평론가들에게 맡기고 일단 한번 읽어보시라!
야구를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900편의 야구 시 쓰기와 100편의 포르노 비디오 보기에 도전하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있다. 야구에 관한 글만 모으는 노인은 카프카의 글이 야구에 관한 글이라고 간주하고, 카프카가 야구에 대단한 열정을 지닌 후보 포수 정도였으리라 추정
이게 소설이라고?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
-
<카우보이 비밥>(TV시리즈: 1998년, 극장판: 2001년)은 이 시대 청(소)년들에 깊은 인상을 남긴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그 작품의 파장은 단지 재패니메이션 팬층에 그치지 않는데, 재즈, 블루스, 1940년대 팝, 로큰롤 등을 넘나드는 사운드트랙이 그 자체로 화제가 되며 애니메이션에 무심한 많은 음악 마니아까지 팬으로 끌어들인 바 있다. “<카우보이 비밥>의 ‘진정한 승자’는 영화음악가 간노 요코(菅野よう子)”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런 의미에서다. 이후 재패니메이션 음악가로서 명실상부한 대스타가 된 간노 요코는 영화음악뿐 아니라 범주를 가리지 않는 엄청난 다작(多作)을 자랑하며, 수많은 장르를 포식하여 변화무쌍한 음악 스타일로 빚어내면서 ‘천재’란 칭송을 듣기도 하는 인물이다.
미래의 빙하기에 낙원을 찾아 떠나는 늑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TV시리즈 <Wolf’s Rain>(2003)은 ‘르네상스적 음악인’ 간노 요코를 포함한 <카우
천재는 쉬지 않는다, 간노 요코
-
1980년대 홍콩 뉴웨이브 연출자의 선두주자로 손꼽히며 특유의 페미니즘적인 시각을 스크린에 투영해온 관금붕 감독. 그의 대표작 두 편이 8월 DVD로 출시된다. 고 장국영, 매염방 주연의 <인지구>와 장만옥 주연의 <완령옥>이 그것으로 오리지널 광동어 DTS 음향의 지원 등 우수한 사양으로 팬들에게 찾아갈 전망이다.
이제는 고인이 된 두 명배우 장국영과 매염방의 최고 공연작으로 꼽히는 <인지구>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판타스틱한 스토리와 빼어난 영상미가 돋보이는 멜로 영화. 부록으로는 한글자막이 지원되는 관금붕 감독 인터뷰와 스틸사진 모음 등이 수록되며 초회 한정판에 한해 매염방 화보집이 증정될 예정이다.
요절한 중국의 전설적인 여배우 완령옥의 삶과 죽음을 다룬 <완령옥>은, 주연을 맡은 장만옥이 1991년 베를린 영화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함으로써 관금붕 감독을 세계적인 감독으로 부각시킨 작품. 2시간 반이 넘는 오리지널 러닝타임의
<인지구> <완령옥> 관금붕 감독 대표작 두 편 출시
-
평화봉사단(Peace Corp)이라는 조직이 있다. 저개발,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들을 파견하는 미국의 정부기관이다.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날 때까지 남한에도 적잖은 인력이 평화봉사단의 이름으로 파견되어 활동한 바 있어 우리에게도 귀에 익은 이름이다. 1961년 설립 이후 반세기에 가까운 동안 평화봉사단은 온갖 추문에 시달려왔다. 그중 가장 교과서적인 것이 미 중앙정보국(CIA)의 끄나풀이라는 것이었다.
1973년 칠레의 아옌데 사회주의정권을 붕괴시킨 쿠데타의 전야에 가장 악명을 떨친 파시스트 그룹 중의 하나였던 ‘조국과 자유’(Patria y Libertad)는 CIA의 반아옌데 조직 중 하나였고 이 조직을 직접 이끌었던 인물이 전직 평화봉사단원이었던 마이클 타운리였다. CIA의 아옌데 정권 붕괴작전에는 전직뿐 아니라 칠레 전역에서 봉사(?)하고 있던 현직 평화봉사단원 중 일부도 동원되었다. 평화봉사단의 이같은 활약은 칠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진정 더 나은 세계를 위한 길
-
그곳에서 나는 고양이이고 싶다. “슛 들어갑니다!” “조용!” 어떤 촬영현장에서건 슛 사인이 난 뒤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대로 멈춰야 한다는 불문율은 동일하다. 좁은 세트장에서 고요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상황이라면, 침 삼키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다. 물론 각 파트의 감독들이 수정이 필요하다면, 배우가 아직 액션에 들어갈 준비가 안 됐다면, 갑작스런 ‘타임’은 가능하다. 그러나 치열한 현장 한구석에서 펜대만 굴리고 있는 기자에겐 어림도 없는 일. 잘 보이는 좋은 자리를 미리 잡아놓을걸 후회해도 소용없다. 까치발로 자리 옮기다가 녹음기사에게 들키는 날엔 대략 낭패다. 목에 방울을 달고도 소리없이 온 집안을 활보하는 우리집 야옹이가 부럽다.
그곳에서 절실한 것은 내 몸을 조그맣게 만들어줄, 앨리스의 물약. 컷 사인이 떨어지면 마법이 풀린 것처럼 스탭들은 일제히 움직인다. 카메라가 세팅을 바꾸기라도 할 참이면, 분주함은 배가된다. 그 현장이 촉박한 개봉일정에 쫓기듯 진행되고 있다면, 육
[오픈칼럼] 그곳에서 나는
-
호러영화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름만 되면 한국 공포영화 3, 4편 개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이제는 주류 장르가 되었다고 선뜻 말하기는 힘들어도, 공포영화가 자기 자리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대형 스타가 필요하지 않고, 제작비가 많이 들지도 않고, 해외시장도 있는 공포영화는, 영화산업에서 꽤 의미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한국의 공포영화가 계속 발전하고 있는가는 의문이다. 작품으로만 따지면 한국 공포영화는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소름>과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는 걸작이라는 평을 받았고, <여고괴담>과 <장화, 홍련>은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4인용 식탁>은 찬반이 무성했지만 의미있는 시도였고, <아카시아>와 <알포인트>도 독특한 소재로 인정받았다. <여고괴담> 이후 6년간 이룬 성과로는 부족하지 않다.
이번에 개봉한 <여고괴담4: 목소리> 역시 주목할 만하다
[숏컷] Go, Go! <여고괴담> 시리즈
-
나이가 들면서 황당무계한 상상 같은 건 좀처럼 하지 않게 되지만 <아일랜드>를 보고 나서 오랜만에 그런 생각을 해봤다. 나의 복제인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넘어서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당위성까지 부여하게 됐다. 그렇지만 간 빼먹기 위해 토끼를 꼬셔서 용왕님에게 데려가는 별주부처럼 파렴치한 인간으로 보지 마시라. 내가 마신 술로 망가진 나의 간은 내가 감당하겠다는 독립심과 책임감 정도는 있는 인간이다.
<멀티플리시티>에서 이미 다 나온 이야기지만 내가 주인이라면 나는 메릭 박사를 설득해서 복제인간을 데려와 부려먹겠다. 그렇게 해서 한번 짜본 나의 하루 일과. 아침 6시: 복제인간- 운동(결정적인 순간에 필요한 날씬한 몸매!). 나- 잔다. 7시: 복제인간- 느지막이 내가 먹을 7첩반상 아침상을 차린다. 나- 잔다. 8시 출근: 복제인간- 가열차게 기사 마감을 한다. 나- 아직까지 침대에서 뒹굴뒹굴. 12시: 복제인간- 천원짜
[투덜군 투덜양] 나도 클론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일랜드>
-
가끔 드라마 <제5공화국>을 본다. 대단한 완성도를 지닌 드라마는 아니지만 나의 정치의식이 자랐던 80년대를 다루고 있기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그동안 이 드라마는 전두환 일당의 악행을 하나하나 들춰냈고 마침내 대통령이 되기 직전 전두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 그때를 경험 못한 세대라면 그냥 즐기며 볼 수도 있겠지만 나로선 이 드라마를 보며 오래전 아물었던 상처를 헤집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전두환이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불구가 되었던가. 20살 무렵 그런 사실을 처음 접하고 울분을 터트렸던 순간이 떠오른다. 지금 드라마를 보며 느끼는 감정과 차원이 다른 분노가, 그때는 있었다.
엉뚱하지만 <친절한 금자씨>를 보면서 <제5공화국>이 떠올랐다. 최민식이 연기한 백 선생이라는 인물이 전두환과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인에게 불행을 몰고온 악인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편집장이 독자에게] <친절한 금자씨>
-
에단 호크, 로렌스 피시번 주연의 범죄 액션 <어썰트 13>이 8월 중 DVD로 출시된다.
<어썰트 13>은 B급 영화의 거장 존 카펜터 감독의 1976년도 영화를 신예 장 프랑소와 리셰가 리메이크한 작품. 디트로이트의 폐쇄된 13구역 경찰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범죄자와 경찰들의 숨 막히는 대치상황을 통해 긴박감을 자아내는 액션 영화다. <네고시에이터>에서 탄탄한 시나리오를 선보였던 제임스 드모나코의 각본과 한정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리셰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며 존 레귀자모, 가브리엘 번 등 연기파 조역들의 열연 또한 눈부신 작품이다.
<어썰트 13> DVD는 8월 10일 아이비젼을 통해 출시될 예정으로 DTS 음향이 지원되는 본편 외에 음성해설, 제작과정 등 여러 부록들이 수록된다. 그 중 영화 속에 쓰인 각종 총기류에 관해 무기전문가의 해설과 사실적인 액션에 관한 스턴트 감독의 견해를 담은 부가영상은 영화 보는 재미를 더해줄 것으
범죄 스릴러의 리메이크 <어썰트 13> 출시
-
그가 바지를 쓱 벗는다. 멀쩡한 탈의실을 놔두고, 기자가 보는 앞에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본의 아니게 그의 팬티 색깔을 보고 만다. 몸매 근사한 거 세상이 다 아는데 꼭 저렇게 뽐을 내야겠냐, 싶어 얄밉지만 이미 봐버린 장면의 잔상이 가시질 않는다. 며칠 전 베니스에서 촬영하고 온 고추장 CF 얘기를 하다가 “처음엔 싫었는데 지금은 그런 게 너무 좋아. 내가 옷을 고추장스럽게 입고 다니는 건 아니잖아”라는 말의 뜻이 분명해진다. 슈트를 갖춰입고 새파란 넥타이까지 매고 나더니 전신 거울에 자기 모습을 지그시 비춰보고 표정없이 말을 잇는다. “음, 됐어, 좋아.” 옷입는 일만 10년을 해온 차승원은, 스크린 밖에 있을 때만큼은 누가 봐도 그 일만 죽을 때까지 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혈의 누>가 개봉하기 직전에 온라인 팬페이지에 이런 글귀를 남겼다. “죽을 때까지 분투하면서 연기만 하겠다.”
차승원의 시나리오 선택 기준은 “장르가 뭐건 간에 재미있는
멋과 코미디의 이중주, <박수칠 때 떠나라>의 차승원
-
PDI 스튜디오(드림웍스)와 픽사의 3D애니메이션 양강시대에 블루스카이 스튜디오가 살아남은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라고 허풍을 쳐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누구도 빛나는 앞날을 장담하지 못했던 자그마한 스튜디오는 2002년작 <아이스 에이지>의 성공을 시작으로, 올해 초 개봉한 <로봇>으로 북미에서만 1억3천만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며 단단한 입지를 다져두었다. 이제 3D 화면 속 파란 하늘 같은 미래를 보장받은 블루스카이 스튜디오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로봇>의 감독 크리스 웻지는 기술의 혁신보다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이야기 만들기’(Storytelling)가 3D애니메이션과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미래라고 확신하고 있다. 로봇세계의 조물주로부터 날아온 서면 인터뷰.
-<로봇>의 성공으로 이제 블루스카이 스튜디오는 3대애니메이션 스튜디오라 불릴 만한 위치에 올랐다.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시작은 어땠으
<로봇> 만든 블루스카이 스튜디오의 크리스 웻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