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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제이 보고서>는 센세이셔널하지 않다. 성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통계내는 킨지 보고서의 본질처럼 영화 역시 성적 욕망에 대한 활화산 같은 시선 대신, 건조하고 지극히 ‘보고서’적인 시선을 택한다. 그것은 영화의 초점이 킨지 보고서의 질문과 답을 온몸으로 구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사람들의 언어를 수집하여 숫자를 매기는 연구자들에게 맞춰져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시대를 너무 앞서 살아 피로했던 인간 킨지가 있다. 성 해방론자, 성 개척자와 부도덕한 연구자, 신을 거스르는 섹스주의자 사이를 오갔던 인물. 이미 반세기 전, 1만2천명의 입을 열게 하여 그들의 ‘낯 뜨거운’ 성행위를 낱낱이 밝혀낸 인물. 세상에서 가장 비밀스럽다고 일컬어지던 영역을 단순한 숫자로, 명료한 문장으로 정리해낸 인물. 영화는 이 희대의 인물을 전혀 모나지 않은 방식, 어찌보면 지극히 전형적인 전기적 구조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영화가 택한 킨지 일생의 순간들은 그가 설파했던
건조하고 지극히 ‘보고서’적인 시선, <킨제이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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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은 줄의 탄력으로 쏘는 무기다. 줄이 팽팽하지 않으면 화살은 날아가지 않는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 첫머리에 활처럼 팽팽하게 살고 싶다고 쓴다. 영화는 팽팽하게 살고(활: 活) 싶은 사람의 이야기만으로 읽히지 않는다. 잘못 읽으면 앳된 소녀를 사랑하는 노인의 엇나간 도착적 사랑의 이야기이다. “인간의 정욕은 인같이 우리 몸에 따라붙는 게 아닌가” 하는 노인 역 전성환의 소회는 영화를 이해하는 좋은 실마리가 된다. 나이가 들어도 떨쳐지지 않는 정욕이 인생이라는 현을 팽팽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 활(活)은 사전에 따르면 ‘물이 바위에 부딪히며 물결이 합치고 하여 소리를 내면서 힘차게 흘러가는 것’을 말한다. 김기덕 감독은 물과 물이 부딪치는 애증의 관계가 삶을 만든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러나 이것은 표피적인 독해일지 모른다. 활은 화살을 메워서 쏘는 무기란 뜻과 더불어 현악기의 현을 켜는 기구란 뜻이 있다. 두 번째 활의 뜻은 팽팽한 현을 마찰시키고 어루만져 소
<사마리아>의 근심을 더 깊은 곳으로 끌고 내려간 버전,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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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가 끝났다고 너무 아쉬워하지는 말지어다. ‘행사의 달’ 5월답게 작지만 다양한 영화제가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니. 서울애니메이션에서 5월13일부터 열흘 동안 열리는 ‘최강애니전’은 안시, 오타와, 자그레브, 히로시마 등 세계 4대 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상을 받은 작품을 상영하는 행사. 2004년 안시에서 단편 그랑프리를 받은 디즈니의 <로렌조>를 비롯해 아드만 스튜디오의 <동물원 인터뷰-고양이냐 개냐?>(2004 안시 TV부문 그랑프리), 동물원에서 펼치는 <매트릭스>인 <미트릭스>(2004 안시 인터넷 단편) 등이 상영될 예정이다.
5월14일부터 19일까지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리는 서울유럽연합영화제는 유럽연합 15개국의 영화 15편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 전주영화제에서도 소개됐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5개의 장애물>(덴마크), 2003년 베를린영화제 국제평론가협회상 수상작 <희미한 불빛&g
애니영화제 갈까, 유럽영화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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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문학의 대가 클라이브 바커와 액션영화 거장 오우삼이 만나 호러 프랜차이즈를 만든다고 <Zap2it.com>이 5월9일 보도했다. <데모닉>(Demonik)이라는 제목의 이 호러물은 게임과 장편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제작사는 오우삼의 타이거 힐 엔터테인먼트와 마제스코 엔터테인먼트 회사이며 <블러드레인>게임을 만들었던 터미널 리얼리티 회사가 게임 개발에 참여한다.
영화<헬레이저>의 원작자로 유명한 클라이브 바커는 게임과 영화의 스토리와 캐릭터 디자인, 영상, 게임의 사운드 등을 총괄하며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데모닉>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강력한 게임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나는 게임의 틀을 세우고 캐릭터를 다듬는 일에 굉장한 즐거움을 느낀다. 물론 나만의 음울한 분위기도 집어넣을 생각”이라고 바커가 공식적으로 밝혔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내용은 드러나지 않았으나 2006년엔 성과물이 공개될 예정이다.
오우삼과 클라이브 바커, 호러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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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DVD의 가치를 말할 때 우리는 ‘영화 말고도 이런저런 덤이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든다. 모든 DVD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 DVD에는 그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를 비롯한 컨텐츠 외에 그것과 관련된 부록들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부록의 가치가 타이틀 자체의 가치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하거나 또는 그 반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DVD의 부록을 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의미를 곱씹을 때가 있다면, 그것은 부록을 통해 영화를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다. 영화는 의외로 닫힌 매체이다. 불특정다수의 관객들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그들 각각의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는 반면, 관객 하나하나의 입장은 어느 한 쪽으로 굳어지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음성해설이나 제작과정을 기록한 영상물 등의 부록을 통해 관객은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이나 창작자의 의도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의견을 조금
<스팽글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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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게티 웨스턴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의 1968년도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는 지난해 SE 버전의 DVD로 발매되고서야 비로소 진가를 확인할 있었던 작품이다. 최신 영화 부럽지 않게 깨끗이 복원된 화질과 음질, 그리고 2.35:1 오리지널 화면비의 영상은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음성해설과 제작과정을 담은 부가영상 등 부록 또한 충실한데, 그 중에서도 인상적인 부록은 영화 속 장면과 그 장면을 촬영했던 장소의 현재 모습을 비교한 ‘로케이션 갤러리’다.
음악과 함께 영화의 주요 장면을 슬라이드 식으로 보여주는 ‘스틸 갤러리’ 류의 부록은 다른 영화 타이틀에도 흔하지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의 그것은 영화의 주제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매우 뜻 깊은 부록이다. 영화 속의 인물들은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데, 그것을 만들었던 이들과 연기자들은 가고 없다. 황량한 서부의 풍경은 그대로인데 말이다.
영화가 산업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서부의 과거와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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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4월 비수기가 끝나고 5월부터 여름까지 이어지는 극장가 흥행 시즌이 시작되었다. 문근영의 스텝 하나로 54만 관객을 불러들였던 <댄서의 순정>이 극장가를 되살려놓더니, 조선의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추리사극 <혈의 누>가 그 뒤를 이어 무려 1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1위에 올랐다.
<혈의 누>는 서울 주말 이틀 동안 11만 7천 명의 발길을 사로잡았으며, 5월 4일 개봉 이후 5일만에 전국관객 92만 명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개봉 6일차에 접어드는 5월 9일 월요일에 관객 100만 돌파가 확실시 된다. 상반기 최고 흥행작인 <말아톤>이 개봉 8일만에, 경쟁작인 <댄서의 순정>이 개봉 9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에 비교하면 근래 한국 영화가 거둔 최고의 오프닝 성적이다. 관객들은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내는 단순한 추리물이 아니라, 근대적 요소와 비근대적 요소가 충돌하는 시대에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이라는 촘
조선시대 추리 사극, 중세 사극과 춤바람 잠재우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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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 호텔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이 ‘25세 이하 가장 섹시한 스타 25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됐다. 이 리스트는 미국 10대 잡지<틴 피플>(Teen People)의 연례기획으로, 올해 24살인 패리스 힐튼이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잡지는 5월6일 배포됐는데 이날은 마침 힐튼이 호러퀸으로 출연한 <하우스 오브 왁스>가 개봉일이기도 했다. 힐튼은 배우 겸 모델이자 의류사업가이면서 소문난 파티걸이며 곧 앨범을 내고 가수로도 데뷔할 예정이다. 한 인터뷰에서 도대체 주직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배우의 길을 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스타로는 저스틴 팀벌레이크, <반지의 제왕>의 엘리야 우드, <씬 시티>의 제시카 알바,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의 나탈리 포트먼과 헤이든 크리스텐슨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81년생 24살 동갑내기들이다. 올슨 쌍둥이 자매와 린제이 로한은 19살, 힐러리 더프는 17살의 어
패리스 힐튼, 25세 이하 섹시 스타 25인에 뽑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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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낙원상가 꼭대기에 문을 연 예술영화전용관 필름포럼(구 허리우드극장)에서 <씨네21> 10주년 기념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3개관 중 중앙에는 필름포럼 개관영화제, 오른쪽은 서울아트시네마의 ‘씨네필의 향연’, 그리고 왼쪽에 자리한 470석의 레드관에서 <씨네21> 10주년 기념영화제가 상영되는 중. 나루세 미키오의 유작 <흩어진 구름>이 상영될 시간.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지난해에 발표했던 김종관 감독이 표표히 걸어온다. 김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보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10주년을 맞은 <씨네21>이 “앞으로도 꾸준하길 바란다”고 담백한 축하인사를 남겼다. 그는 “어제는 <아비정전>을 봤다”며 극장 안으로 사라졌다. 머리를 맞대고 <씨네21>을 살피던 신현주(31)씨는 “이런 영화제가 지속되었으면 한다. 현실적으로 입장권 가격이 인상되어도 보러 올 것”이라고 격려했고, 동행한 이석
필름포럼에서 열린 <씨네21> 10주년 기념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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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TV감상실] 친하게 지내던 TV 프로가 단체로 항의 방문오다
[올드독의 TV감상실] 친하게 지내던 TV 프로가 단체로 항의 방문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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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밤거리를 하염없이 뛰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길에 다다랐을 때 걸음을 멈췄다. 힘이 들었는지 거친 숨을 내쉰다. 무엇보다 소년은 배가 고팠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 그것뿐이랴. 자기와 동생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가 생각나서, 힘없이 쓰러져 있는 동생들이 가여워서, 또래처럼 학교에 가고 싶어서, 유일한 친구가 원조교제를 하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어서, 아무도 그들을 모른다는 게 너무나 억울해서.
<아무도 모른다>는 악당이 등장하지 않는 악당영화다. 처음엔 귀여운 아이들이 마주한 끔찍한 시간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게 아니다. 영화의 모퉁이 어딘가에 숨어있던 나의 모습이 자꾸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다. 살면서 받은 만큼 타인에게 되돌려줬던 상처와 오로지 나만을 위해 소비한 시간과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던 기회들이 물밀 듯이 밀려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악당영화는 참 이상하다. 엉엉 울어도 모자랄 꼬마들이 눈물 한 방울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데, 숨어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삶은 계속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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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 홈 비디오(대표 이현렬)는 워너 TV 50주년을 기념하여 자사의 간판급 TV 시리즈 타이틀을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이번 행사는 워너에서 최초로 TV 시리즈 타이틀을 할인하는 것으로서, 대상 타이틀은 정치 드라마 <웨스트 윙 시즌 1, 2, 3>과 메디컬 드라마 <ER 시즌 1, 2, 3>이다.
할인 기간은 5월 20일부터 6월 말까지이며, 위 타이틀들은 이 기간 동안 기존 소비자 가격인 66,000원에서 40% 인하된 39,6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워너, <웨스트 윙> 40% 할인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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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느와르로 불리던 총질 액션이 판을 치던 시절 <가을날의 동화>는 매우 특별한 영화였다. 느와르의 영웅 주윤발과 청초한 외모가 눈부신 종초홍이 만들어가는 잔잔한 로맨스는 홍콩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을 선사했다. 이 영화는 두 남녀의 사랑을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소소한 일상생활의 디테일한 묘사, 배우들의 호연, 감미로운 선율의 피아노 음악, 격렬하지 않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사랑이란 이름의 이야기. 영화 제목처럼 두 남녀의 만남과 이별, 재회의 순간을 그림처럼 담아내고 있다. 부록은 스틸 갤러리, 극장용 예고편을 수록.
<가을날의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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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TV 시리즈 이 새 드라마와 함께 두 번째 극장판으로 돌아온다. 스페셜판으로 제작될 드라마는 올해 일본에서 방영될 예정이며, 극장판은 내년에 개봉될 전망이다.
<트릭>은 <케이조쿠> <2LDK> 등 독특한 작품들을 선보여 온 츠츠미 유키히코의 연출작. 마술과 초자연 현상 등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드라마로, 자칭 천재 마술사 야마다 나오코와 물리학자 우에다 지로가 콤비를 이루어 수수께끼의 사건들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인기 배우 나카마 유키에와 아베 히로시의 개성적인 연기로도 호평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최근 방영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인데, 일본의 경우 2000년 첫 방영 이래 2003년까지 총 3시즌의 드라마와 극장판이 나올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100만 부 이상의 관련 서적 판매를 비롯해 TV 드라마 DVD 중 역대 최고의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日드라마 <트릭> 새 극장판 제작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