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DVD Topic > DVD 리뷰 > 해외 타이틀
조성효의 애니모션 <프레데릭 벡 작품집>
조성효 2005-08-01

프레데릭 벡에 관한 친절한 박스 세트

<나무를 심는 사나이>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하면서도 아카데미에는 후보작조차 올리지 못해 조급해하던 국내 영화계에 희소식을 전해준 것은 외국어 영화부문이 아니라 박세종 감독의 <버스데이 보이>를 주목한 단편 애니 부문을 통해서였다. 캐나다의 경우도 비슷해서 캐나다인으로서 최초로 아카데미에 4차례나 후보작을 올리고 그중 두 개의 오스카를 가져간 사람은 실사영화 감독이 아닌, 애니메이션계의 살아있는 전설 프레데릭 벡이었다.

프레데릭 벡의 작품들은 일본서 5년 전 6작품을 1장의 디스크에 담아 DVD 출시 한 바 있는데, 국내의 경우 그로부터 2년 뒤 모 제작사에서 일본과 동일사양으로 제작 완료하고 출시를 기다리던 중 판권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DVD 출시가 좌절된 바 있다. 프레데릭 벡을 포함한 아트 애니메이션의 국내 판권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는 라바 메이저에서는 작년부터 아슈 파텔이나 NFBC 작가들의 작품집을 선보였으나 프레데릭 벡 DVD가 언제 출시될지는 현재로서도 예측이 힘든 상태다.

그러던 차에 컴플리트 에디션이라 불러도 무방할 프레데릭 벡 작품집이 4장의 디스크에 수록되어 작년에 북미지역에서 출시되었다. 북미판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일본판에도 없었던 초기작들이 수록되어 모두 9작품의 전작을 완성하고 있으며 프레데릭 벡 및 제작자 위베르 티종과의 다양한 인터뷰들, <나무를 심은 사나이>의 원작자인 장 지오노와의 인터뷰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브라카다브라>

<새의 창조>

초기 3작품인 <아브라카다브라>나 비버의 꼬리에 털이 없는 이유에 대한 재밌는 가설을 담고 있는 <이농, 불의 정복>, 디즈니의 <환타지아 2000> 마지막 에피소드인 <불새>에 영향을 끼쳤음직한 <새의 창조>를 보면 이후 작품들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경향인 산업발전과 자연과의 대결구도를 사용하지 않고 인디언문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자연과의 일체감만을 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보아 자연보호에 대한 외유내강형 전사로서의 프레데릭 벡의 작품경향은 4번째 작품인 <일루젼>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인터뷰에서 프레데릭 벡은 예술만을 위한 예술이 아닌 메시지를 담은 예술의 중요성을 피력하면서 자연보호에 앞장서는 전사로 자신을 소개한다.)

또한 통상 <나무를 심은 사나이>와 <위대한 강>에 이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오스카 수상작 <크락> 보다도 자연보호에 대한 메시지를 더욱 강하게 담고 있는 <뚜리엥>을 프레데릭 벡은 더 선호한다고 위베르 티종이 전하기도 한다.

<뚜리엥>

<크락>

프레데릭 벡의 오른쪽 눈은 <나무를 심은 사나이> 작업 시 시력을 잃어버린 것으로 우리에겐 잘못 알려져 있으나 <뚜리엥>과 <크락> 작업 시 고정액 스프레이의 반복된 사용 때문이었음이 밝혀지기도 하며 <나무를 심는 사나이> 발표 이전인 73년~75년에 작가는 이미 만여 그루의 나무를 심으며 작품 속의 부피에와 같은 행위를 실천하고 있었음도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준다.

캐나다로 이주하기 전 마튀랭 메윌로부터 한 장의 그림위에 동물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사사받으며 자연에 대한 사랑을 키워온 프레데릭 벡, 그의 전 작품들과 그에 관한 모든 정보를 부록으로 담고 있는 (부록에도 영어자막이 지원된다) 북미판 DVD는 프레데릭 벡에 관한 친절한 박스 세트라 할 수 있겠다.

프레데릭 벡 인터뷰

장 지오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