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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창간 10주년 특집 표지 ‘화양연화’ 편을 찍던 날, 김상경은 답답한 표정이었다. “<극장전> 속 동수란 인물은 그러니까… 이렇게 이상한 놈이고 저렇게 야시꾸리한 친구거든요. 근데 영화를 보지 못했으니 이해가 안 되죠?” 그리고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뒤 김상경이 느낀 답답함이 머릿속에서 뎅, 공명음을 울렸다. “아마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 아니 한국영화를 통틀어도 가장 이상한 캐릭터일 것”이라는 김상경의 이야기가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게 됐을 때 그와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극장전>이란 영화에 관해, 동수란 캐릭터에 관해, 김상경이란 인간에 관해. 어떤 질문에도 속내를 확 뒤집어 보이며 거침없이 대답한 김상경과의 2시간 동안의 대화를 풀어놓는다.
-칸영화제에 다녀온 느낌은 어떤가.
=그쪽 미디어 관계자들이 나를 보고 기분이 안 좋냐, 왜 이리 담담하냐 하고 묻더라. 누군가는 상경씨는 너무 여유로워 보이고 홍상수 감독님은 권태로
<극장전>의 배우 김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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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천재적인 사진작가이며 진정한 마스터이고, 그의 세대에 가장 재능있고 세계로부터 존경을 받는 아티스트 중의 한명을 잃었다. 나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잘 알고 있으며, 그에게 경의와 우정 그리고 존경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 생애의 핵심적인 증거로, 그는 열정적으로 20세기를 사진으로 남겼다.”
‘현대 영상사진의 아버지’이며, ‘사진미학의 교과서’로 만인의 추앙을 받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 Henri Cartier-Bresson). 지난해 8월 그가 사망하자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추모성명을 통해 그를 기억하는 모든 이를 대신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한 국가의 통수권자가 개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공식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브레송은 이미 한 개인을 넘어 사진미학의 거장으로서, 현대 사진역사의 전설로 기록되고 있다. 특히 포토저널리스트로서의 자유를 보장받고 작가의 개성을 사진에 반영하기 위해, 1947년 공동 창립자로 참
사진미학의 거장을 만난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찰나의 거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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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은 언제부터 그 모양이었을까? 아들은 아버지를 흉내내며 어른 행세를 하고 아버지는 아들을 야단치며 엉덩이를 때리지만, 어느 순간 둘이 어울려 깔깔대며 장난을 치고 있다. 얼음 구덩이에 빠지고, 표범에게 쫓기고, 대머리가 되고, 집을 불태워버리고…. 온갖 사고들이 이어지지만 그 하나하나가 즐거울 뿐이다. 어머니와 딸은 이해할 수 없는 세계. 그 부계사회의 로망은 70년 전 나치 치하의 독일에서, 지금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양으로 존재했다.
에리히 오저는 나치시대의 독일 만화가로, 밀고에 의해 감옥에 수감된 뒤 괴벨스의 사형 명령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비극적 운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비록 그가 사회민주주의적인 경향이 있었고 반나치적인 풍자만화를 그린 적도 있지만, 나치의 본격적인 폭정이 시작된 이후의 대표작인 <아버지와 아들>(1934∼37)이 다분히 비정치적이었고 정부의 캠페인에도 널리 이용된 캐릭터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단지 반국가적인 발언을 했
어느 천진난만한 부계사회의 로망, <아버지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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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고형렬이 저자로 되어 있어 사랑을 노래한 시들을 모아놓고 감상을 적은 그렇고 그런 시 선집인 줄 알았다. 그런데 펼쳐보니 중국 고전 <시경>(詩經)에 관한 책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경> 해설집, 일종의 고전 해설서로 짐작했더니 그것도 아니다. 더구나 초등학교 고학년에게도 적합한 책으로 분류돼 있다. 읽어보니 <시경>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읽어낸’ 솔직한 감상문이며, 연령대를 불문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글투와 내용이다.
무궁화 꽃잎색처럼 맑고 깨끗한 신부가 옆에 있으니 남자는 꿈결처럼 눈부시기만 하다. 이제 이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길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그 길이 멀고 험하다 해도 이런 노래가 절로 나온다. ‘나와 함께 길을 가는 여인/ 얼굴이 무궁화 같네./ 왔다갔다 거닐면 패옥 소리 잘가당잘가당./ 어여쁜 강씨댁 맏딸이여, 기리는 말 끊임없겠네.’
<시경>이 유교 경서의 하나이고 보니 많은 사람들이 딱딱한 교훈시로 가득
<시경>에서 듣는 내 마음의 소리, <아주 오래된 시와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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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콜린스>의 투사 배우 리암 니슨이 그의 고향인 북아일랜드의 밸리메나 시의회가 전달하기로 한 ‘자유 시민상’을 거절해서 화제다. 가톨릭 신자인 그는 “잠잠한 가톨릭쪽과 개신교쪽 분쟁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수상을 거부했다. 리암 니슨은 99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의 무시당하던 가톨릭이 아니다”는 발언으로 개신교쪽을 자극해서 강경노선의 개신교 계열 정당으로부터 기소당한 적이 있다.
자유 시민상 거절한 리암 니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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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하지만 매혹적인, 이 시대 청춘의 아이콘 제임스 딘. 그의 짧았던 생을 다룬 TV용 영화가 만들어진다. 케이블채널 TNT가 2001년 방영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현재 주요 배역 캐스팅 중.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게리 올드먼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뉴욕의 액터스 스튜디오에서 제임스 딘과 함께 공연하기도 했던 마크 리델이 연출을 맡았는데 아버지와의 불편한 관계로 고통스러웠던 유년기에 초점을 맞출 생각.
제임스 딘 다룬 TV용 영화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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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경이 살아났다? 이사간 뒤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주민등록이 말소됐던 신은경은 지난 3월10일 신고를 마치고서야 법적 소생이 가능해졌다. 사정은 2달 동안이나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이전 주거지의 동사무소가 신은경을 주거지 미확인자로 분류했기 때문. 지난달 영화출연계약을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신필름쪽이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때 명예훼손 혐의로 법적 대응도 고려하겠다던 신은경쪽이 그동안 주민등록을 되살리지 않은 이유는 바쁜 스케줄 때문이라고.
주민등록 말소됐던 신은경, 법적 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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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사업을 비롯한 연예인들의 왕성한 경제활동이 연일 전해지는 요즘, 전도연과 김혜수가 국내 벤처기업인 캐릭터랜드에 홍보이사로 영입됐다. 이들은 3월21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조인식을 갖고 앞으로 회사 홍보와 광고는 물론 기업설명회나 주주총회 등의 행사에도 참여하기로 계약했다. 자신들을 모델로 한 캐릭터 개발까지 포함해서 이들은 주식과 스톡옵션을 받게 된다. 여기에 캐릭터 상품이 개발되면 매출에 따른 별도의 현금 인센티브가 추가될 예정.
전도연·김혜수 벤처기업 홍보이사로 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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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개봉되지 않은 <망국의 이지스>와 함께 일본 군국주의 부활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영화 <로렐라이>가 일본에서 호화 사양의 ‘프리미엄 에디션’으로 발매된다.
잠수함 영화로서는 일본 내 흥행 1위를 기록하고 관객 190만을 동원한 <로렐라이>는 <가메라> 시리즈의 특수효과로 이름을 떨친 히구치 신지 감독의 영화 데뷔작.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와 떠오른 신예 츠마부키 사토시 등이 출연한 화제작이다. 하지만 2차대전 패망직전 독일제 잠수함을 탄 일본군이 연합군의 원폭을 막으려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오는 8월 19일 발매 예정인 ‘로렐라이 프리미엄 에디션’은 본편 1장과 부록 2장의 총 3장의 DVD로 구성되어 있으며, PSP로 재생할 수 있는 UMD 디스크(부가영상과 미니 게임 수록)도 포함되어 있다. 본편의 경우 2.35:1 아나모픽 와이드 스크린
극우영화? <로렐라이> 호화사양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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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할리우드는 ‘의상 전쟁’중. 매년 이맘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로 지명된 여배우들은 수상에 대한 기대나 탈락에 대한 아쉬움보다 다음 날 워스트 드레서로 지목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것 같다. 시상식을 준비하는 모양새만 보면 그렇다. 할리우드의 패션관계자 밥 매키어는 시상식을 두고 “노이로제에 시달릴 정도로 끔찍한 이벤트”라고 말한다. 3월26일 열릴 72회 아카데미 시상식도 예외가 아니다. 거대한 패션쇼를 위해 베르사체, 아르마니, 캘빈 클라인 등 유명 브랜드들이 10만달러가 넘는 의상, 8만달러 가운, 300달러짜리 헤어, 50만달러에 이르는 보석을 들고 줄을 서고 있다.
올해 가장 인기있는 여배우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된 깡마르고 껑충한 힐러리 스왱크. 영화와는 반대로 섹시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그녀에게 디자이너들은 이옷 저옷 입혀보느라 그녀는 벗어젖히기에 정신없다. 반면 스왱크의 막강한 경쟁자이기도 한 <아
할리우드 여배우들, 아카데미 의상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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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TV프로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국내에는 잘 안 알려졌지만, 올해로 52회를 맞는 에미상은 미국 TV방송계의 아카데미상이라 할 수 있다. 앞에 ‘컬리지’가 더 붙은 ‘컬리지 TV상’은 말하자면 대학생 작품의 에미상. 에미상을 주관하는 TV예술과학협회(Academy of Television Arts&Sciences)가 전국 대학생들의 작품을 공모해서 7개 부문의 수상작을 골라낸다. “오늘의 대학생 TV프로듀서와 감독들은 내일의 할리우드 인력”이라는 컬리지 에미상 홈페이지의 글귀처럼, 새로운 재원발굴을 위한 무대를 마련한 셈이다. 바다 건너 서울과는 멀어도 한참 먼 것 같은 이 생소한 무대에, 이철하씨(30)는 두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뮤직드라마 부문에서 작년에는 <The Confessional>로 1등상을, 올해는 <O>로 3등상을 차지해 연속 2년 수상을 기록한 것이다. 21회째를 맞은 올해는, 119개 대학에서 281편이 출품됐고, 157명의 AT
미국 칼리지 에미상 수상한 예비감독 이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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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동쪽>은 제임스 딘이 주연으로 등장했던 영화 3편 가운데 그의 생전에 공개되었던 유일한 작품이다. 존 스타인벡의 자전적 소설이자 현대판 카인과 아벨 이야기인 동명 원작을 영상화한 이 작품에서 딘은 청춘의 고독과 상실감을 온몸으로 표현해 내어 단숨에 가장 촉망받는 젊은 배우로 떠올랐다. 명실공히 ‘제임스 딘 전설’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다.
올해로 공개 50주년을 맞는 <에덴의 동쪽>은 딘을 비롯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서정적인 음악, 아름다운 영상미 등 여전히 팬들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요소들로 가득한 매력적인 할리우드 고전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엘리아 카잔 감독의 어두운 과거가 뜻있는 영화 팬들로부터 공분을 산 바 있지만, 원작을 효율적으로 압축한 영화적 연출은 할리우드 메인스트림의 가장 뛰어난 수준이라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에덴의 동쪽>을 촬영할 당시, 제임스 딘이 연기한 칼의 아버지 역을 맡았던 배우 레이
<에덴의 동쪽 SE> 제임스 딘, 반세기만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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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한아름에 끌어안기에는 언제나 넘치고, 한곳에 머무르기에는 너무 숨가쁘게 약동하는 무엇이다. 그 영화가 올 봄에는 부산, 부천에 이어 ‘온고을’ 전주에 또 하나의 축제 마당을 열고 우리를 청한다. 달포 앞으로 다가온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는 과연 어디쯤 서서 관객에게 어떤 첫 만남을 제안하고 있을까. 상영작 및 초청 인사 발표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3월21일 아침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원장실을 찾아 최민(56) 조직위원장으로부터 대안 영화제를 표방한 전주국제영화제의 자화상과 약속, 근심과 희망에 대해 들어보았다.
-부산과 부천에 이어 세 번째 국제적 영화제를 탄생시키면서 출발점에 관한 고민이 컸을 것 같다.
=전주영화제의 타당성을 둘러싼 이야기가 많았다. 큰 비용 들여 기존의 국제영화제들과 서로 잡아먹는 결과를 빚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열광적인 젊은 관객층이 있다. 영화 전문 주간지가 5년 넘게 건재한다는 사실도 그들
4월28일 개막하는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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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배우가 로버트 드 니로일 필요는 없다. 드 니로처럼 한 순간 눈빛에 삶의 깊이까지 녹여내지는 못하더라도, 딱 두시간 동안 관객을 즐겁게 해주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으니까. 어쩌면 그것이 배우의 가장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미덕일지 모른다. 가벼운 TV시트콤을 주로 거쳐왔지만, 매튜 페리(30)는 그 미덕에 충실한 배우다. 페리의 연기를 지켜보면서 마음속 가장 밑바닥의 기억까지 흔들어놓는 전율을 느끼는 관객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페리에겐 스쳐가는 일상의 세세한 감정을 포착해 웃음으로 내어놓는 능력이 있다. 17명을 살해한 마피아 조직원 지미 튤립(브루스 윌리스)이 옆집에 이사 오고, 돈만 아는 아내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신을 없애려 하고, 그 와중에 지미 튤립의 아내와 사랑에 빠져버린 치과의사 오즈. 그 난감한 상황에서도 페리는 처량한 표정으로 견딜 수 없는 웃음을 자아낸다. 아담 샌들러처럼 한없이 불쌍해 보이다가도, 톰 행크스처럼 대책없이 느긋하기도 한, 페리는 입장료가 아깝지
“내 재능은 로맨틱 코미디인걸”, <프렌즈>의 매튜 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