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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하이데거는 죽음이란 존재의 가장 중요한 가능성이라고 했다. 죽음에 대한 강박 혹은 매혹을 창작의 원천과 동력으로 바꿔낼 줄 아는 노년의 예술가들은 이 명제를 아마도 가장 훌륭하게 입증하는 존재들일 것이다. 현재 100살을 얼마 두지 않고 있는 포르투갈의 시네아스트 마뇰 드 올리베이라도, 그가 만든 영화들로 미루어볼 때, 그런 이들 가운데 당당히 끼워줄 만한 인물이다. <세상의 시초로의 여행>(1997)에서 “장수란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말하는 그이지만 그것이나 <집으로 돌아가리라>(2001), <포르토에서의 어린 시절>(2001) 같은 영화들에서 언뜻언뜻 자신을 드러내는 그는 이제 실존의 한계에 도달해 있다는 일종의 위기의식에 맞닥뜨리고 있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그는 헛된 회고의 시선을 세상과 삶에 들이대며 이 위기의식에 짓눌리는 것이 아니라 진중한 통찰의 힘을 잃지 않고서 그것을 자기 세계를 구축할 기본 동력으로 활용해낼 줄 알고 또 그렇게
올리베이라의 기적,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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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가 스펙트럼DVD를 인수했다. 정태원 대표는 지난 5월30일 스펙트럼DVD의 지분 중 11.68%에 해당하는 66만5천800주를 매입해 1대 주주가 되었고, 11.67%에 해당하는 66만5000주를 매입한 영화배우 하지원과 함께 스펙트럼DVD를 인수했다. 이로써 상장사인 스펙트럼을 인수, 비상장사인 태원엔터테인먼트를 합병하는 형태로 조직을 개편하게 된다.
정태원 대표는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기존에 역점을 두었던 영화 제작과 투자는 물론 DVD와 음반, MGM 케이블 채널, DMB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장기적으로는 2대 주주인 하지원의 소속사 웰메이드엔터테인먼트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매니지먼트 사업도 병행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스펙트럼DVD는 1천개 이상의 타이틀을 갖고 있으며, 음반 라이브러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태원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제작 및 수입영화들을 독점적으로 출시 유통해온 인연으로, “서로의 장점을 공유하고 단점을 보완하
태원,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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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꾸려졌다. 대한민국예술원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위촉한 신임 위원은 김민선, 김양은, 노계원, 민병훈, 박옥희, 박찬, 신봉승, 오욱환, 유현정, 이경순, 이세기, 이은성, 이창호, 이현숙, 조혜정 등 모두 15명. 예술원,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방송위원회, 청소년위원회, 한국청소년상담원, 영화진흥위원회, 대한변호사협회, 예총, 민예총, 게임산업개발원, 한국음악산업협회, 교총, 대한YMCA, 학부모정보감시단 등의 기관 및 단체들이 위원 추천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임기의 신임 위원들은 6월7일 오전 위촉장을 전달받고, 심의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번 인선의 큰 특징은 유난히 신임 위원이 많다는 점이다. 2기에서 유임된 위원은 이경순 전 영등위 위원장과 노계원 위원 단 두명에 그쳤다. 대신 과거 영등위 소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다수 진출했다. 최고령인 신봉승(72) 위원과 최연소인 이은성 위원의 나이 차는 42년으로, 위원들의 평균 나이는 48.4
3기 영등위, 문제많은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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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운영을 둘러싼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던 광주국제영화제가 또다시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5월31일, 수석프로그래머로 4개월간 일해왔던 정재형 동국대 영화영상제작학과 교수와 권주연 프로그램팀장, 프로그램팀원 등 3명이 집행위원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영화제 개막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광주시와 문화관광부로부터 일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파행적인 운영 상황”을 문제제기하며 사의를 표명한 정재형 교수는 “돈이 없어 전화까지 끊기는 상황에서도 자비를 들여 프로그래밍을 진행해왔다. 4월27일 집행위원장에게 정상화를 촉구하면서 공식적으로 항의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광주영화제의 뒤늦은 예산집행 문제는 3회 때부터 계속됐던 고질적인 사항. 다른 지역 국제영화제와 달리 민간인 주도로 출범한 광주영화제가 국고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예산을 지원하는 시가 조직위원회 이사회를 문제삼으며 예산을 마지막까지 집행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진 것이다. 정재
정말 하긴 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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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어떻게 안 변하니”라고 아프게 역설하던 <봄날은 간다>가 단연 선두다. 연애의 심리를 흥미롭게 포착한 영화에 대해 물었더니, 연애의 이데올로기전보다 연애의 심리전에 더 많은 점수들이 갔다. 변하지 않을 듯 변하기도 하고, 난공불락 같던 그 사람이 문득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던 경험들이 반영된 듯. “그러나… 사랑은 변한다… 그걸 알아가는 게 늙는다는 거지”(tairi75) 같은 심정이 모여 1위를 만들었다.
홍상수 영화에서 드물게 연애에 성공했던 <오! 수정>이 꽤 높은 호응으로 2위를 했다. “연애=평행선이 교차하는 점이라면 <오! 수정>에는 그걸 표현하려고 하는 의지가 보인다”(kojongsoo8318)는 소감처럼 영화에 묘사된 연애의 속내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연애, 결혼, 동거 등 남녀 사이의 많은 것들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ksk8686)는 <결혼은, 미친 짓이다>가 힘겹게 3위를 했다.
∇ 연애의
[씨네폴] 은수-상우의 심리전이 짱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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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눈을 찌른다. <외출> 촬영현장으로 향하는 길 산자락에 눈꽃이 피어 있던 것이 고작 두달 전이라니 거짓말 같다. 자신들을 배신하고 몰래 사랑한 배우자들의 교통사고로 인해 고통 속에 마주친 <외출>의 남자 인수(배용준)와 여자 서영(손예진)은 3월 그날의 죽서루에서 처음 친밀감을 나누었더랬다. 지금쯤 두 사람도 서로에게 부쩍 다가섰으리라. 오후 1시. 삼척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촬영 기재들보다 일본에서 온 욘사마 팬들이 먼저 여기가 촬영현장임을 알린다. 해변을 면한 가게 2층 테라스에 늘어선 한떼의 망원경이 우르르 움직이는 품새가 흡사 철새 도래지의 버드워칭(bird-watching) 풍경이다.
오늘은 서영과 인수가 조심스럽게 데이트를 한다. 몇달 전 허진호 감독은 이런 그늘진 러브스토리에도 천진난만한 연애의 희열이 빛나는 장면이 있을까라는 물음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인가보다. 해변과 나란하게 깔린 카메라 트랙이 두 사람이 걸어갈
그늘진 러브스토리에도 희열은 있다, <외출>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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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TV감상실] <내 이름은 김삼순>, 변기 위의 음유시인 김삼순
[올드독의 TV감상실] <내 이름은 김삼순>, 변기 위의 음유시인 김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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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제작가협회(제협)는 지난해 말부터 영화 저작권 침해 실태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이를 토대로 올봄부터 한국영화 저작권 신탁관리기구 설립에 발벗고 나섰다. 할리우드 영화에 치우쳤던 불법복제 기승이 한국영화로 확산되면서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수습이 불가능한 지경”이라는 위기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도 한국영화의 2차 판권 시장 위기와 불법복제 문제를 2005년도 중점연구사업으로 지정해 조사중이다.
제협이 설립을 추진중인 신탁관리기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불법복제 영상물을 찾아내고 검찰에 고발함과 아울러, 비디오방 등으로부터 저작권 수입을 받아 회원사에 나눠주는 일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는 한국영상산업협회가 단일 제작사나 작품별로 계약을 맺고 이 일을 해왔으나, 제협은 한국영화 전체의 저작권 관리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신탁기구 설립과 함께 제협은 네티즌들이 선호하는 ‘다운로드 플레이’(내려받은 다음 일정 기한에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방식) 방식 등 합
불법단속 한편에선 온라인 수익모델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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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사바>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안병기 감독의 <분신사바>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될 전망이다. 영화의 해외판매를 담당한 미로비젼은 지난 5월20일 칸영화제 마켓에서 <분신사바>의 판권이 프랑스 출신 제작자인 사뮈엘 하디다에게 판매되었다고 밝혔다. <분신사바>의 리메이크는 사뮈엘 하디다가 운영하는 데이비스필름에서 진행되며, 영문 제목은 <Spell>(주문)로 알려졌다.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연장상영
애니메이션 전용상영관 서울애니시네마가 6월2일부터 3주간 다카하다 이사오 감독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을 연장상영한다. 관람료는 성인 5천원·학생 4천원이며, 자세한 문의는 02-3455-8373.
올해 부산에서 아시아의 숨겨진 감독들을 만난다
10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 특별전 프로그램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란의 소흐랍 샤히드 살레스, 타이의 라타나 페스톤지, 인도네시아의 테그 카리야
[국내단신] <분신사바>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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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칠 때 떠나라> 세트에선 올바른 통로를 찾기가 어렵다. 가운데가 뚫린 사각형 모양의 2층 건물 아래쪽에 서면 계단 끝이 어느 방에 닿아 있는지 보이지 않고, 복도와 복도를 잇는 브리지는 출구의 위치를 더욱 헷갈리게 만든다. 새로운 목격자와 용의자가 줄을 서고, 서로 다른 범행 동기가 겹치는 이 영화의 살인사건처럼. 2000년 LG아트센터 개관기념 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던 <박수칠 때 떠나라>는 호텔 방에서 죽은 채 발견된 광고회사 여사장의 살인범을 찾아내는 영화다. 호텔 로비에서 체포된 용의자 김영훈(신하균)은 그녀를 죽이고 싶었지만 이미 죽어 있었기 때문에 죽일 수 없었다고 말한다. 금세 끝날 줄 알았던 사건 속에서 길을 잃은 검사 최연기(차승원)는 심문과정이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그날 밤 호텔에 투숙했던 사람들의 행적을 재구성한다.
브리지 반대쪽 방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멀리서 모니터로 신구와 차승원의 연기를 지켜보던 장진 감독은 헤드폰을 쓰고서 웃음
“살인에 관한 가장 화려한 수사”, <박수칠 때 떠나라>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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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가장 사랑한 영화 <패왕별희>
홍콩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중국영화는 첸카이거의 <패왕별희>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영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헨더슨 아트리치가 홍콩 영화관계자 2만5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총 103편 중에서 <패왕별희>가 1위로 선정됐다. 2위는 왕가위의 <아비정전>, 3위는 오우삼의 <영웅본색>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감독은 오우삼, 왕가위 순이고 배우 1위로는 장만옥과 장국영이 뽑혔다.
인도, 영화·TV에 흡연장면 금지령
세계 최초로 인도 정부가 영화와 TV에 흡연장면 금지령을 선포했다. 새 규정에 따르면 인도영화와 인도에서 상영되는 모든 해외영화에서 담배와 관련된 그 어떤 것도 노출돼선 안된다. 흡연장면이 포함된 예전 영화는 화면 아래쪽에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 인도 보건부는 “영상물을 수정할 시간적 여유를 두기 위해 올해 8월1일부터 새 법을 시행한다
[해외단신] 홍콩이 가장 사랑한 영화 <패왕별희>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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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총을 겨눈 두 남자. 호텔 회전문 앞의 깨진 유리조각들. 가슴에 뚫린 구멍으로 피를 쏟는 벨보이. 코를 시큼하게 만드는 화약냄새. 시야를 조금 더 넓히면 파란 천막 속 단단한 몸집의 감독이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고, 그 주위를 수십명의 스탭, 100여명이 넘는 기자단과 마을나온 해운대 주민의 탄성이 감싸고 있다. 지난 5월26일, 부산 해운대 그랜드 호텔 로비 앞에서 진행된 <태풍>의 현장은 인파의 태풍에 휘말려 있다.
<태풍>은 탈북을 감행했으나 남한쪽의 거절로 가족을 잃고, 동남아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대해적이 되어 복수를 다짐하는 씬(장동건)과 이를 막으려는 해군 특수전 장교 강세종(이정재)의 격돌을 그리는 작품. 이날의 촬영은 두 사람이 호텔 로비에서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장면을 위한 것이었다. 조용한 접촉이 아니라 탄창이 사방에 튀어오르는 격렬한 만남이다. 곽경택 감독은 수줍음과 거리가 먼 부산 사나이. “이번에는 슬로 모션으로 함 가보자! 레디
‘해적’ 게 섰거라! 탕. 탕. 탕. <태풍>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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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족영화의 힘은 셌다. 지난주 미국 박스오피스 2위였던 PG등급 애니메이션<마다가스카>가 1위로 올라섰다. PG-13등급인 <스타워즈3: 시스의 복수>는 개봉 3주만에 3위로 미끄러졌다. 배급사 드림웍스에 따르면 <마다가스카>는 4142개관에서 주말동안 2870만달러를 거둬들여 총수입이 1억 100만달러가 됐다. 뉴욕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사자, 얼룩말, 하마, 기린이 우연히 고향인 아프리카 마다가스카 섬에 도착하지만, 정글생활에 적응 못하고 고생만 한다는 내용으로, 한국에서는 7월중 개봉할 예정이다.
애덤 샌들러의 <터치다운>도 <마스가스카>와 마찬가지로 한계단 올라서 2위를 차지했다. 수입은 2610만달러. 3위 <스타워즈3>는 2600만달러를 거뒀고 총수입은 3억880만달러가 됐다. 개봉 17일만에 3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예전 <슈렉2>보다 하루 빠른 신기록이다. 배급사 이십세기폭스는 조만간 4
애니메이션<마다가스카> 美흥행 1위로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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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우 Saw
※주의: 간접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이 부분은 건너뛰고 다음 항목부터 보십시오.
<쏘우> DVD는 스릴러 / 미스터리 영화에서 사운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모범적인 타이틀’이라 할 수 있다. 사운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화질’을 먼저 살펴보면, <쏘우>의 그것은 (최신 출시작이라는 기준에서) ‘평균 혹은 그것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분위기 상 어두운 장면이 상당히 많은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인데, 아쉽게도 암부의 표현력은 출중한 편은 아니다. 디테일이 훼손된 부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색 번짐 현상도 눈에 띈다. 하지만 ‘실망스러울 정도’의 수준은 아니니 구매를 고려하고 계신 분들은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두 주인공이 갇혀있는 공간의 ‘역겨운’ 분위기는 바닥과 벽면, 욕조, 그리고 변기 등에 묻은 얼룩과 때로 구현되는데, 이런 부분들은 만족스럽게 처리되었다
김정대의 레퍼런스 DVD - 2005년 5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