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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빌, 아시아로 열린 창
유럽의 작은 휴양도시에서 열린 제2회 도빌아시아영화제. 영화 <남과 여>의 무대가 됐던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지역의 도빌 바닷가에서 열리는 영화제라는 점이 우선은 흥미를 끌고, 아시아영화만을 상영하는 영화제가 유럽에서 열린다는 것도 재미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올해 도빌영화제는 마치 대종상영화제를 옮겨놓은듯, 거의 한국영화를 위한 축제였다. 지난 3월17일부터 사흘 동안 파리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가량 걸리는 도빌시에서 열린 이 영화제엔 아시아지역 9개국 영화 25편이 상영됐고 최근 ‘상승세’를 반영하듯 한국영화가 단연 돋보인는 평가를 받았다.
<인정사정…> <정사> <쉬리> 돌풍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작품상인 그랑프리, 감독상(이명세 감독), 촬영상, 남우주연상(박중훈) 등 총 6개 부문 중 주요상 4개를 휩쓴 것을 비롯 경쟁부문에 나간 <정사>, 비경쟁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현지보고] 제2회 도빌아시아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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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사교무도장의 추억
어릴 적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동네독서실이 있었는데, 그 곳3층에는 정말 어울리지 않게도 ‘사교무도장’이란 것이 위치해 있었다 (공부하는 아이들 머리 위에서 춤추고 있는 어른들라니!). 전면으로 까맣게 코팅한 유리 위에 커다랗게 파여진 ‘사교무도’라는 글씨는 마치 타락으로 이끄는 지옥의 문구처럼 보였고, 어쩌다 장바구니를 끼고 홀연히 3층으로 사라져가는 동네 아줌마들의 뒷모습을 볼라치면 ‘말세군… ’ 하며 끌끌 혀를 차곤 했다. “처음 본 남자 품에 얼싸 안겨” 춤을 출 것이 분명한 그녀들이 어쩐지 방정치 못한 여자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때 ‘사교무도’ 붐은 단순히 우리 동네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불거져 나왔던 것 같다. 한참 중동으로, 미국으로 돈 벌러 나간 ‘기러기 아빠’들이 늘어난 때기도 했으니 과부 아닌 과부가 되었던 아줌마들에게는 손가락이 부러지게,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안아주는 사내의 품이 얼마나 그리웠으랴.
[백은하의 애버뉴C] 27h street / 쉘 위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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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필’ 김용의 원작 소설 <소오강호>를 기본으로 많은 각색을 거친 무협 영화. 허관걸이 주연을 맡았던 <소오강호>와 곧바로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둘을 같이 봐야 제대로 감상이 가능하다. 영호충 역으로 이연걸이 새롭게 가세를 했고, 원작 소설에서 극히 일부분만 등장했던 동방불패가 작품 전체를 좌지우지 할 만큼 비중이 커졌다.
세련된 영상, 황점의 뛰어난 음악과 1류 스탭들의 참여로 90년대 등장한 수많은 무협 영화들 가운데 가히 군계일학의 존재로 군림한다. 특히 동방불패를 연기한 임청하의 중성적 매력이 너무도 대단하다. 그녀는 이 작품으로 말미암아 한 때, 외국인 배우로서 국내 인기 1위에 오른 적이 있었다.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무협 영화의 걸작이다.
DVD 타이틀은 1.85:1 아나모픽 영상, 돌비 디지털 5.1과 DTS 5.1 채널의 음향을 제공한다. 부록으로 영화 평론가 김봉석, DVDTopic 편집장 김종철의 음성 해설을 수록.
<동방불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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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은 고르게 내리쬐지 않는다. 장 클로드 카리에르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보면 신이 이 남자를 특별히 편애하고 있다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도대체 5개 국어 이상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가 존재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그저 단순히 시나리오작가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만화가이자 소설가이며 배우와 감독일까지 한다. 더 나아가, 정말 너무하는군, 프랑스영화학교(FEMIS)의 교장이자 극작가·작곡가협회(SACD)의 회장이기도 하다.
카리에르는 40년에 육박하는 세월 동안 70편이 넘는 시나리오를 썼다. 시나리오작가로서의 카리에르를 세상에 알린 것은 거장 루이스 브뉘엘과의 만남을 통해서였다. 그는 <시골 하녀의 일기>(1964)로 첫 인연을 맺은 뒤 최후의 작품 <욕망의 모호한 대상>에 이르기까지 줄곧 브뉘엘의 파트너로 일했다. 카리에르 초기의 또다른 파트너는 루이 말과 자크 드레이. 누벨바그와 장르 영화 사이의 뻥 뚫린 공
[할리우드작가열전] 코스모폴리턴, 장 클로드 카리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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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생·서울대학교 공업화학과 졸업, 미국 템플대학 영화제작 전공·현 동국대학교 연극영상학부 교수
출산까지는 앞으로 한달. 자리를 틀고 앉아 두루 살필 줄 아는 산파가 절실한 때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기술감독 문원립씨는 첫 아이를 낳는 이들이 고심해서 선택한 노련한 산파 중 한명. 원활한 영화제 운영을 위해 그가 맡은 일은 영사, 음향, 자막, 프린트 관리뿐 아니라 실무인력 선발과 운용까지 포함한다. 전주에서는 부산이나 부천의 극장과 비교해서 영사기 등 미리 보완해야 할 시스템들을 관계자들에게 조언하는 일이 추가됐다. 98년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기술감독으로도 활동했던 그에게 이번 전주국제영화제는 일감 하나를 더 얹어준 셈이다.
막상 영화제가 시작되면 긴장은 더욱 가중된다.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할지라도 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 필름이 끊기거나 릴이 바뀌는 영사사고가 대표적인 케이스. 상영중 난데없이 필름 속도가 갑자기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스탠다
영화제 사고처리반 반장, 전주국제영화제 기술감독 문원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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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혁명 뒤에 나는 세번이나 신문사로부터 졸시를 퇴짜맞았다. 한편은 ‘과도정권’의 사이비 혁명행정을 야유한 것이고, 한편은 민주당과 혁신당을 야유한 것이고, 나머지 한편은 청탁을 받아가지고 쓴 동시인데, 이것은 이승만이를 다시 잡아오라는 내용이 아이들에게 읽히기에 온당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통과가 안 됐다. 그런데 이 동시를 각하한 H신문사는 사시로서 이기붕이까지는 욕을 해도 좋지만 이승만이는 욕을 해서는 안 된다는 내규가 있다는 말을 그뒤 어느 글쓰는 선배한테 듣고 알았다.”(김수영, ‘치유될 기세도 없이’)
어린 후배가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 무어냐 묻는다. 일 때문에 조각내어 본 책을 빼고 나니 지난 일년 동안 새로 읽은 책이 한권도 없다. 독서량이 한 사람의 지적 역동성을 결정하는 건 아니라 해도 그런 박한 독서량과 지식인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다니며 이러저러 이름을 팔아먹는 내 근황은 영 아귀가 안 맞는다. 같은 업종에 있는 이들만큼은 못 되더라도 한국인 평균은 따라가야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너에게 수영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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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하 같은 배우는 멀찍이 바라만 보아도 즐겁다. 며칠 전 <인터뷰> 시사회장은 그가 무대 앞에 나와서있기만 해도 객석이 고요히 숨죽였다. 스타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시사회장의 여배우들에게서 늘 “열심히 했어요. 잘 봐주세요” 또는 “예쁘게 봐주세요” 식의 똑같은 인사말을 들을 때, 나는 궁금해지곤 한다. 작품 발표를 앞둔 사람으로서 짐짓 겸손하려 하는 걸까, 작품에 대해 실제로 아무런 의견이 없는 걸까.
<8월의 크리스마스>의 심은하나 <내 마음의 풍금>의 전도연은 각기 자신의 배역을 정확히 이해하고 표현하는 연기를 했다. 그들은 모두 ‘유능한 전문직 여성’들이다. 그들의 경쟁력이 오직 예쁜 얼굴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연기란 대단히 지적인 노동이다. 대본을 외우려면 타고난 기억력이 요구되고, 배역을 이해하려면 분석적인 사유능력이 필요하며, 성격을 표현하려면 풍부한 감수성이 받쳐줘야 한다. 배우는 배역의 인생에 푹 빠져야하며
[편집장이 독자에게] 유능한 전문직여성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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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주유소 습격사건> 휴지도 주나요?
[정훈이 만화] <주유소 습격사건> 휴지도 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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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경고 : 영화의 결말이 공개되어 있습니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공포영화 <플라이>는 원래 1958년 공개된 동명 작품의 리메이크다. 크로넨버그 버전에서는 물질전송기에 의해 파리와 유전자가 뒤섞인 과학자 브런들이 서서히 괴인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소름끼치는 이미지로 표현한 바 있다.
이와 달리 58년판 오리지널에서는 물질전송기를 개발한 과학자 앙드레의 머리와 왼팔이 파리와 뒤바뀌게 되는데, 결국 그의 아내(연인)에 의해 살해당하고 만다는 점은 리메이크와 같다. 그러나 오리지널에서는 일종의 ‘반전’이라고 할 만한 전개가 추가된다. 즉, 앙드레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그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아내 헬렌을 경찰이 살해 혐의로 기소해버리는 것이다. 극중 헬렌의 살인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었던 것은 앙드레의 머리와 왼팔이 완전히 파리가 되어버려 더 이상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 그러나, 법과 규칙이 우선인 경찰로서는 시체만으로 헬렌의 말을
<플라이>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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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판으로 오는 6월 28일 출시될 예정인 드라마 타이틀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수록될 부록들이 상세히 공개됐다. 주연 연기자 소지섭의 음성해설(1부, 16부) 참여가 확인되었으며 총 180분 분량의 방대한 부가영상이 포함된다.
부록들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메이킹 다큐멘터리’와 ‘인터뷰 모음’을 필두로 이형민 감독과 이경희 작가가 음성해설로 드라마 속 명장면을 해설하고 촬영 당시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감독이 말하는 명장면’, 임수정을 비롯한 연기자들과 감독, 작가가 촬영지를 다시 방문해 그때의 추억을 되새기는 ‘로케이션’ 등이 주목할 만 하다.
그 외, ‘NG 모음’, ‘포토갤러리’, ‘눈의 꽃 뮤직비디오’ 등이 들어갈 전망이며 DVD 구매자들에게 찾는 즐거움을 주기 위한 이스터 에그(숨겨진 부록)도 수록될 예정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소지섭 음성해설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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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 장풍대작전>은 서울이라는 공간을 본격적인 판타지의 무대로 승화시킴으로써 한국 장르 영화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작품이다. DVD의 서플먼트는 참신한 장면을 만들기 위한 노력의 흔적은 물론 부가 자료들도 빠짐없이 갖추고 있어 분량 늘리기보다는 적절한 선별과정을 거친 구성의 묘미를 잘 살리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메뉴는 실제 태껸 고수들이 등장한 영상 ‘Mind Master’. 전문가의 입장에서 본 영화 평가와 함께 ‘강해진다는 것’, ‘무술 연마의 의미’에 대한 철학적 질문과 그 답변이 함께 담겨 있다. 통상적인 인터뷰들과는 달리 감각적인 편집과 앵글을 많이 사용한 점(태껸 시범과 에반게리온 큐브릭 인형이 공존하는 기묘함!)이 특이하다. 주요 스탭들의 작품 해설 모음인 ‘천기누설’을 보면 ‘생활 도인’, ‘도시 무협’이라는 기발한 컨셉의 영상화에 도전했던 무술팀과 미술, CG팀의 꼼꼼한 해설이 돋보인다. 특히 이 영화는 본편을 방불케 하는 세밀한 영상
[서플먼트] 주요 스탭들의 천기누설, <아라한 장풍대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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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전쟁영화는 어떤 작품일까? <지옥의 영웅들>은 비록 최고의 전쟁영화가 아닐지 모르지만, 최소한 <지옥의 영웅들> 앞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함부로 들먹이면 안 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는 오마하 해안 상륙 장면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전쟁의 영웅들>은 이후 수많은 전쟁영화의 전범이 되어왔다. 사실 치열한 전투장면을 기대한 관객에게 <전쟁의 영웅들>은 도리어 심심할 영화다. 스펙터클보다 군데군데 끼어 있는 이상할 정도의 평온함이 더 인상 깊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옥의 영웅들>의 진정한 적자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가 아닌 <씬 레드 라인>이란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지옥의 영웅들>은 1차대전의 마지막 날 시작해 2차대전의 마지막 날 끝난다. 미 보병 1사단 16연대 3대대 1중대 1소대 1분대에 속한 노병과 네명의 분대
[명예의 전당] 가장 원숙한 전쟁영화, <지옥의 영웅들: 복원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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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허버트의 SF소설 <듄>은 그 방대한 내용으로 한편의 영화에 담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극장용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미니시리즈에 더 잘 어울려 보인다. 물론 장단점은 있게 마련이다. 긴 러닝타임 덕분에 원작소설의 많은 부분을 화면에 담아낼 수 있었지만, 특수효과 사용에서 퀄리티가 오락가락하는 부분들은 분명 아쉬운 면이다. 하지만 미니시리즈의 장점을 잘 활용한 풍부한 드라마는 꽤 흥미롭다. 원색 색감을 훌륭하게 살린 화질이 돋보이며, 부록으로 제공되는 메이킹 필름이 볼 만하다.
원작에 가까운 풍부한 드라마, <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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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회 대종상이 본격적인 출발을 예고했다. 지난 6월1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대종상 영화제의 첫번째 공식기자회견 자리에서 영화제측은 역대 최다인 53편의 출품작을 발표하고 향후 진행될 심사과정과 시상식의 일정을 공개했다. 신우철 집행위원장과 제41회 여우주연상 수상을 계기로 홍보대사로 위촉된 배우 문소리가 기자회견을 주도했다. 문소리는 마침 신작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이 강릉에서 크랭크인하는 날과 기자회견이 겹친 바쁜 일정에도 흔쾌히 참석하는 열의를 보였다.
총 50명인 일반심사위원 중 19명의 심사위원도 함께 한 회견장에서 신우철 위원장은 “삼정회계법인이 첫 집행위 회의에서 마지막 심사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감사할 것”이라고 밝히며 영화제의 투명한 진행을 다짐했다. 5월 31일로 출품이 마감된 작품들의 예심은 6월 8일 시작되어 18일까지 이루어진다. 예상보다 증가한 작품수로 약간의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영화음악제를 겸한 개막식은 7월 1일이
제42회 대종상 첫 공식 기자회견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