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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얼간이 서퍼(Surfer) 코미디영화에 열광하고 있다. 프랑스 박스오피스를 강타하고 있는 영화의 제목은 <니스의 브라이스>. 720만달러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 이 작품은 개봉 첫주에만 130만명, 5월24일 현재까지 400만명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잔잔한 지중해 인근 국가에서 무슨 서퍼 코미디 열풍인가 싶겠지만, <니스의 브라이스>는 바로 그 아이러니를 코미디의 소재로 삼은 영화다. 주인공 브라이스는 니스에 사는 30대 남자로, 결코 오지 않을 큰 파도를 기다리며 파티를 여는 게 일과다. 또한 그는 패트릭 스웨이지와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폭풍 속으로> 포스터를 방에 걸어놓고, 그 영화를 끊임없이 반복해서 감상하며 대사를 외우는 게 취미다. 한마디로 ‘프랑스 버전 <웨인즈 월드>’라는 것이 비평가들의 이야기.
재미있는 점은 <니스의 브라이스>가 프랑스 10대 인터넷 문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이다. 브라이스는
서퍼 코미디 영화<니스의 브라이스>, 개봉 첫주에만 130만명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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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트랙 테이프와 비닐 레코드의 뒤를 이어 가정용 영화와 실험영화에 즐겨 쓰였던 코닥의 코다크롬 슈퍼8mm 필름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 필름 생산업체인 이스트만 코닥사는 지난 5월9일 코다크롬 슈퍼8mm 필름의 생산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코닥의 엔터테인먼트 이미징 부문 부회장인 밥 메이슨은 “가정용 영화 시장이 디지털로 전환됐기 때문에 이 필름의 판매는 눈에 띄게 하락했고 전세계의 극소수 현상소만이 이 필름 포맷에 맞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코닥은 이 필름을 내년 중반기까지 생산하지만 미국에서의 현상작업은 올해 말까지만 진행할 계획이다. 스위스의 코다크롬 슈퍼8mm 필름 현상소도 2007년 12월까지만 운영된다.
하지만 코다크롬 슈퍼8mm의 옹호자들은 1965년 개발된 이 40살짜리 매체의 ‘조기 은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영화제작을 다루는 독일 잡지 <슈말필름>(작은 영화)은 이미 이 필름의 생산을 지속시켜달라는 수천명의 서
코닥, 코다크롬 슈퍼 8mm 필름 생산 중단계획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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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이었던 <엑스맨3>감독직이 3일만에 채워졌다. 이십세기 폭스 스튜디오와 마블 엔터테인먼트가 브렛 래트너를 세 번째 감독으로 결정했다고 6월5일 <버라이어티>가 보도했다.
브라이언 싱어와 매튜 본에 이어 <엑스맨3>의 메가폰을 쥐게 된 브렛 래트너는 <러시 아워>1,2편과 <패밀리 맨><레드 드래곤> 등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이다. 코믹북 골수팬으로 알려진 래트너는 예전부터 슈퍼히어로 영화를 만들 기회가 몇 번 있었으나 모두 불발로 끝났는데 이번에 숙원을 이루게 됐다. <엑스맨>1편이 기획될 당시 감독직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브라이언 싱어로 낙점됐고 현재 싱어가 연출중인 <슈퍼맨 리턴즈>에 싱어보다 먼저 꼬박 1년간 몸담은 적도 있다. 브라이언 싱어와는 묘한 경쟁관계였던 셈이다.
발빠른 감독영입으로 <엑스맨3>는 예정대로 8월 크랭크인해 2006년 5월 개봉할 수 있게 됐다. 그
<엑스맨3>새 감독은 <러시 아워>의 브렛 래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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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에 빨간불이 켜졌다. <말아톤>과 <마파도>를 제외하고는 기대작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기나긴 비수기를 지나오던 극장가가 현충일 황금연휴에 반등을 고대했으나 인파는 오히려 고속도로로 몰렸다. 지난 한주만 반짝 그런게 아니라 벌써 몇주째 비슷한 상황이다. 피부체감도뿐만 아니라 수치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영화산업의 매출은 작년 동월보다 24.3%가 줄어서 작년 8월이후 9개월 연속 내리막길이다. 매출이 9개월 연속 하향곡선을 그린 것도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신작이 4편이나 개봉했지만 이런 분위기를 역전시키기에는 무리였다. 상위권에 랭크되리라 예상됐던 신작이 없었기 때문에 <스타워즈3>의 2주연속 1위는 자명한 일이었다. 하지만 2주연속 극장가를 평정했다고 마냥 기뻐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렇다할 주요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2주차 전국누계 131만명은 썩 대단하다고 볼수 없다. <스타워즈>의 역대 국내 성적보다
꽉막힌 고속도로, 썰렁한 극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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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니까, 미국 관객이 즐겁게 만들어야죠”
지난 5월17일 오전 10시. <씨네21> 사무실로 나카다 히데오가 전화를 걸어왔다. J호러의 제왕은 할리우드에서의 경험과 <링2>에 대한 자신감을 조근조근 이야기해주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진행된 30분간의 전화 인터뷰.
-할리우드에서의 첫 작업이다. 일본 현장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
=일본에서는 어떤 앵글에서 촬영하고 편집할지를 대충 현장에서 결정한 뒤 그것에 따라 촬영하는데, 미국에서는 일단 여러 각도로 신중하게 숏을 찍어두어야 한다. 테스트 스크리닝을 한 뒤에 곧바로 포스트 프로덕션으로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그런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나중에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하고는 많이 다른 방식이었다. 미국 관객을 위해 컴퓨터그래픽을 많이 사용해서 시각적인 공포감을 조성했던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
-전편인 <링>이 오리지널 일본판의 극적 짜임새를 많이 가져가는 것이었던
할리우드로 간 일본 호러 [3] - 나카다 히데오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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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의 강도를 높여라” 특수효과 가미
<링2>는 기술적으로도 복합적인 텍스트다. 일본 감독이 일본식의 스타일을 그대로 살려 만들어낸 <그루지>는 서구적 취향으로 호러를 드러내기가 어렵지 않은 데 비해 미국 언론들이 <링2>에 보내는 비평은 호평이건 악평이건 간에 꽤나 다층적이다. 특히 도드라지는 특수효과의 이용에 대한 비평가들의 의견은 어딘가 모순이 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링>을 가장 무섭게 만들었던 것들, 일상적인 물건과 관습들이 던져줄 수 있는 공포가 특수효과의 축제 속으로 사라졌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 <링2>가 고어 버빈스키가 감독한 <링>보다도 더 미국적이라고 지적했고, <LA타임스>는 “나카다 히데오는 그에게 주어진 예산으로 최대한의 특수효과를 보여주려는 매혹을 떨치지 못한다. 그러나 시시 스페이섹의 등장이 에이단의 방에서 불타는 CG나무의 형상보다도 훨씬 오싹하다”고 실
할리우드로 간 일본 호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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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원혼’은 어떻게 할리우드에 이식됐나
고어 버빈스키가 감독한 <링>이 북미에서만 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던 2003년은 J호러(일본 호러영화를 일컫는 일본과 서구의 호칭)의 할리우드 침공 원년이었다. 예상을 넘어서는 흥행에 고무된 할리우드는 나카다 히데오의 <검은 물 밑에서> <여우령> <카오스>, 시미즈 다카시의 <주온> 등 구미가 당기는 J호러의 판권을 닥치는 대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통역불능(Lost in Translation)의 가능성이었다. 제작자들은 J호러라는 물건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마음대로 손을 대기에는 지나치게 이질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 수 없는 공포의 근원을 생생하게 회치기 위해 할리우드는 호러의 사무라이들을 불러들였고, 나카다 히데오와 시미즈 다카시는 <링2>와 <그루지>라는 서로 다른 J호러의 가능성을 만들어냈다. 두 작품이 박스오피스에서 또렷한 성공
할리우드로 간 일본 호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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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근이 제대하면 또 같이 하고 싶다”
연출가 기국서가 말하는 배우 양동근 그리고 2005년 <관객모독>
객석에 둘이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주먹이 운다>에서 류승범과 기주봉이 딴청부리며 함께 앉아 있는 것 같았다. 그보다 더 편해 보이는 부자 사이라고 하면 맞을까. 양동근이 맨발을 좌석 팔걸이에 올리고 나른한 표정을 짓자 기국서 연출가는 뭘 해도 편해 보인다며 양동근을 향해 웃음을 짓는다. 둘은 서로 무슨 말을 주고받아도 고개를 끄덕거릴 것 같이 보였다. 한국 연극의 원조급 반항아와 그에 걸맞은 제자였다. 플래시 라이트에 어색해하던 기국서는 가게 앞이나 길거리에서 사진을 찍는 게 더 편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주봉, 정재진 등이 나온 공연에 비해 훨씬 가벼워지고 발랄해진 것 같다. 대사도 많이 수정하고 극중 내용도 고친 것 같은데.
=관객의 기호와 요새 감각에 맞추려고 했죠. 배우들이 나이가 있으면 무게가 생기고, 젊으면 그렇게 되는 셈이죠.
양동근과 기국서의 <관객모독> [3] - 기국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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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번을 생각해도 탁월한 선택”
양동근이 말하는 연극 <관객모독> 그리고 배우 양동근
‘낯이 익다, 함께 식사도 하지 않았었느냐’며 밥을 먹자고 양동근이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잡아끈다. 흰머리가 있던 것 같다고, 2년 전 기억도 더듬는다. <와일드카드> 개봉 때의 인터뷰를 희미하게나마 기억하고 있다. 긴 질문에 답은 정진영에게 미루어두고 예, 아니오로만 답하며 냅킨으로 종이배를 접던 그가 아니다. 익숙한 솜씨로 버섯 수프, 치킨 샐러드와 립을 시킨 뒤 음식을 접시에 담아주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친숙하기도 하다. 그는 느릿느릿하게 어휘를 선택하고 그것을 하나하나 곱씹은 뒤 신중하게 내뱉었다.
-기주봉의 소개로 연극을 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따를 만한 남자 선배와 스승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것 같다.
=연극 한번 보러 오랬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봤는데 (배우 기주봉이) ‘동근이 연극 한번 했음 좋겠다’고 지나가는 말로 했어요. 어른 이야기 듣는
양동근과 기국서의 <관객모독> [2] - 양동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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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하고 도발적인 만남
지난해 3월 기국서 연출의 <관객모독>에 대해 어떤 기자는 ‘부드럽고 지성적인 모독’이라고 썼다. 기국서의 동생인 기주봉과 최근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휘몰아치는 대사로 무대를 뒤흔든 럭키 역의 정재진, 그리고 주진모와 고수민 네명이 만든 <관객모독>은 말의 4중주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음악적 울림과 지적으로 통제한 연기가 공연장의 온도를 높인 공연이었다. 기국서가 이끄는 극단 76단은 1978년 <관객모독> 초연 이후 배우와 대사를 바꿔가며 시대와 공감하는 <관객모독>을 만들어왔다. 양동근을 내세우고 지난해 출연진보다 젊은 배우들로 꾸린 2005년판 <관객모독>은 래퍼 양동근의 매력이 두드러지고, 대사의 전압이 더 높아지고, 배우가 관객을 모독하는 방법이 더 잔인해진 자극적인 버전이다.
토요일 낮 공연이어서일까. 1, 2층 300석은 일찌감치 사람들로 꽉 찼고 자리를 얻지 못한 관
양동근과 기국서의 <관객모독>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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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다양성에 감탄했다”
위베르 니오그레는 장 자크 베넥스와 클로드 밀러 등 프랑스 저명한 감독들의 영화를 프로듀싱해왔으며, 여러 편의 영화사 다큐멘터리 작업도 직접 병행해왔다. 그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가 프랑스에서 첫 개봉할 때 그에 대한 글을 썼고, 구로사와 아키라와 이마무라 쇼헤이 및 아시아 작가들에 대한 저작을 출판할 정도로 아시아영화 전문가다. 약 3년간 파리 3대학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었다. 지난해에는 국제비평가연맹 심사위원 자격으로 부산영화제를 찾기도 했었다. 오래전 영화감독 베르트랑 타베르니에와의 인연으로 <포지티프>에 글을 기고하게 되었고, 그뒤 <포지티프>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며 비평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한국영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현재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가제)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후반작업 중이다. 수상작이 발표된 다음날 5월22일 낮에 주상영관 팔레 드 페스티벌 건물 내 기자클럽에서 그를
제58회 칸영화제 최종 결산 [7] - 한국영화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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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기적을 만들지 않는 기적
무엇이 됐건 홍상수 감독이 분명 상을 탈 거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수상 소감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는 어떤 게 좋을지 짬짬이 크루아제트 인파 속을 헤매며 떠올려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극장전>에 관한 흥미로운 평을 써줄 만한 필자는 누구일지도 생각해보았다. 그렇게 떠오른 것이 <카이에 뒤 시네마>의 편집장 장 미셸 프로동이었다. 지난해에 한국에서 그를 인터뷰했을 때 프로동은 특히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대해 말하면서 인광을 빛냈다. 하지만 과연 응하기는 할까? 칸과 특히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카이에 뒤 시네마>, 그 잡지의 편집장이 매일 낮밤으로 계속되는 파티 속에서 영화를 보고 글을 쓸 시간이 있기는 한 걸까? 그런데 장 미셸 프로동은 흔쾌히 청탁에 응했다. 그러고나서 며칠이 지났다. <극장전>은 수상작 어디에도 있지 않다. 때문에 이 글은 이제 ‘축사’가 아니라 ‘변호’의 의미를 갖게 됐
제58회 칸영화제 최종 결산 [6] - <극장전>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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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영화는 1초에 24개짜리 거짓말이다”
영화제 기간 중 <망가진 꽃들> <라스트 데이즈>와 함께 현지 언론 평점 수위를 달리던 미하엘 하네케의 <히든>은 남녀 주연상보다도 먼저 감독상으로 호명받았다. 하네케는 시상식 무대에 올라가서도, 포토콜 현장에서도, 시상 뒤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비슷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눈매가 진해 미묘한 표정변화를 읽어내기 쉽지 않은 탓도 있었다. 하네케는 회견장 자리에 앉자마자 “상받을 것을 기대했다”는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뒤 수상 결과에 대한 질문은 더이상 없었다. 하네케는 <히든>이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에서 9월에 개봉할 것이고, 현재 오페라 <돈 조반니>를 영화화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폐막 뒤 프랑스 일간지들은 ‘하네케가 수상 결과에 실망한 것이 역력하다’는 표현을 공통적으로 썼다.
-이 영화는 죄의식에 관한 영화인가.
=이것은 개인적인 영화이다
제58회 칸영화제 최종 결산 [5] - 수상작 인터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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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사람의 삶에 대한 메타포다”
<망가진 꽃들>의 주인공 돈 존스톤은 22년 전 <천국보다 낯선>의 윌리와 마찬가지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여행을 떠나기까지 여러 차례 망설이고, 여행을 떠나서는 던지지 못하는 말과 행하지 못하는 일이 더 많다. 돈은 윌리보다 식어 있다. 윌리가 제 기준대로 살다 22년 뒤 중년을 맞았다면, 과거 그 많은 여자친구들을 찾아 우울하게 순례하는 돈이 되지 않았을까. 나이든 윌리처럼 짐 자무시는 조심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공식 시사 뒤 기자회견에서나 시상 뒤 기자회견에서 자무시는 영화 속 의미를 묻는 많은 질문에 “나는 그렇게 분석적이지 않다”, “나는 당신의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하곤 했다. 정말로 할말이 없어서라기보다, 경쟁부문 초청 감독들의 쟁쟁한 이름 앞에 작은 확신도 오만으로 비칠까 하는 걱정을 수시로 드러내면서. 그는 사회자가 상장 좀 보여달라는 요청에 “얼마든지”라며 천천히 붉은 리본을 끌렀
제58회 칸영화제 최종 결산 [4] - 수상작 인터뷰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