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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할인점 체인 월마트가 올해 연말 시즌 이후 VHS 비디오 시장에서 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월마트는 9월에 있을 비디오 판매부서의 상품 재배치 시 전 체인점의 비디오 재고를 재조정할 계획인데, 익명을 요구한 할리우드의 한 고위 관계자는 내년 2월 이후 “월마트 매장에서 비디오가 완전히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밝혔다. 월마트는 미국에서만 3,600여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월마트는 비디오 시장 철수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오레곤주의 한 매장에서는 최근 비디오 재고를 50%나 줄였으며, 텍사스주의 경우 연말까지 비디오를 완전히 처분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는 등 비디오 취급을 점차 줄여가고 있다.
월마트 외에도 미국 내 유명 할인점 체인인 타겟 스토어즈는 올 9월까지 1,330개 전 매장에서 비디오를 철수시킬 예정이며, 역시 할인점인 베스트 바이와 서킷 시티는 이미 비디오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월마트의 비디오 시장 철수가 사양길에 접어
월마트, 비디오 시장에서 단계적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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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TV시리즈<맥가이버>의 '손튼 국장‘으로 친숙한 배우 다나 엘카(77)가 6월6일 사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사인은 폐렴으로 인한 합병증이었다. 동그란 얼굴과 벗겨진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엘카는 1985년부터 1992년까지 맥가이버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상사로 분했다. 맥가이버를 연기한 리처드 딘 앤더슨은 “<맥가이버>에 캐스팅됐을 때 나는 거의 연기 경험이 없는 상태였다. 엘카는 그런 나를 7년동안 따뜻하게 대해줬고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고 회고했다.
엘카는 <맥가이버> 출연 도중 큰 시련을 겪었다. 네 번째 시즌 직후부터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연기를 포기하지 않았고 마지막 시즌까지 열연을 펼쳤다. 시리즈를 마칠 때쯤에는 거의 실명 상태였다고. 엘카는 1991년 시각장애인협회의 연설에서 “시력을 잃은 것이 연기하는 법까지 잊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엘카의 TV연기활동 경
<맥가이버>의 손튼 국장 다나 엘카(77)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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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pe diem!’(카르페 디엠). 지금 이 순간을 잡아라!
부모들이 강요한 틀 속에서 자유를 억압당하고 상상력을 거세당한 죽은 시인들에게 그들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일깨워준 키팅 선생의 이 말은 혁명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의 영국고등학교는 흡사 우리의 학교를 보는 듯 하다. 똑같은 타이에 똑같은 양말을 신고 똑같은 크기의 꿈을 강요당하던 아이들. 키팅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들 역시 품질 좋은 ‘공산품’이 되어 공장에서 출고되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학교. 키팅 선생은 없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2000년 대한민국의 학교. 키팅 선생은 없다. 그저 “주식만 올라봐라, 내 당장 그만둔다”며 학생들에게 이를 박박가는 선생들과 교복을 가방에 처넣고 원조교제 아저씨의 호출을 기다리는 더이상 소녀가 아닌 학생들이 있다. 누군가는 학교가 무너진다고 하고, 누군가는 교육이 썩었다고 말하며, 누군가는 요즘 애들 정말 골때린다고 말한
안을 보라, 학교가 보인다, 주간단막극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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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 초 뉴올리언스에서 싹튼 재즈음악의 역사는 (‘위대한’) 흑인 뮤지션들이 일구어놓은 역사라고 말해도 아마 무방할 듯싶다. 그렇다고 한다면 일종의 분리주의적인 문화적 인종주의를 표방했던 스파이크 리가 재즈의 그런 ‘환경’에 관심을 가진 것은 매우 자연스런 일일 테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 빌 리는 실제로 저명한 재즈 베이시스트가 아니던가. 스파이크 리는 <라운드 미드나잇>이나 <버드>처럼 흑인 재즈 뮤지션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백인 감독들이 만든 영화들이 영 못마땅했다. 리가 보기에 이런 영화들이란 위대한 흑인 예술가들에 대해 어떤 진실을 전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한 부정적인 스테레오타입들만을 반복하는 것들이었다. 이런 식의 비판적인 반응이 리로 하여금 그의 네 번째 영화를 흑인 재즈 뮤지션의 삶으로 향하게 재촉했던 것이다. <모 베터 블루스>는 가공(架空)의 트럼펫 주자인 블릭 길리엄의 삶과 음악의 이중주를 들려주는 영화. 블릭은 현재
‘재즈’적인 너무나 ‘재즈’적인, 스파이크 리의 <모 베터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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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월28일부터 5월4일까지 일주일 동안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채 두달도 안 남았다. 영화제 준비하랴 절반은 영화학교인 영상원 원장노릇도 같이 해야 하니 몸을 두쪽으로 나누고 싶은 심정이다. <씨네21> 기자로부터 ‘내 인생의 영화’란에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서 응하기는 했지만 난감하다. 도대체 무슨 영화에 대해 써야 하지. 단순히 기억에 남는 영화라든가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영화를 이야기하면 될까. 그러나 과연 영화가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단 말인가.
영화는 젊음과 특권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영화 관객은 젊다. 젊음은 영화를 열망하고 영화는 젊음을 매혹시키며 그 매혹을 바탕으로 살아나간다. 영화가 갖는 ‘일과성’도 영화와 젊음과의 친연성을 보여주는 한 측면이라 볼 수 있다. 요즈음은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아무 때나 원할 때 볼 수 있다고 하지만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제때에’ 보아야 한다. 계절이 한번 지나가듯 그 계절과 함께 영화는 극장가를 스치고 지나
최초의 떨림, <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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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SF영화에 등장하는 우주는 흔히 지구보다 훨씬 고도의 문명사회로 설정되곤 한다. 이 첨단의 우주공간은 처음엔 선망과 동경의 대상으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결국엔 감정이 배제된 삭막함이나 첨단기술문명의 비인간성을 에둘러 비판하는 것으로 영화를 끝맺는 것이 흔한 ‘공식’의 하나다. <포트리스2>도 이런 이야기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우주를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벗어나고 싶은 곳, 탈출해야만 하는 곳으로 설정한 것은 좀 달라 보이는 대목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92년에 만들어져 제법 관심을 끌었던 <포트리스>의 후속편이다. <포트리스2>는 전편 <포트리스>에서 미래사회의 인구억제정책을 따르지 않고 둘째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지하감옥에 갇혔다가 탈출한 존의 가족들과 이들을 추적하는 맨텔사 요원들의 숨가쁜 공방전으로 시작한다. 결국 존은 붙잡혀 갇히는데 <포트리스2>의 감옥은 우주에 있다. 이곳에서 문명의 이기와 첨
공식이 뻔한 SF, <포트리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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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듀스의 멤버 김성재의 죽음으로, 세상은 한동안 술렁였다. 범인으로 지목된 애인이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고, 의혹을 남긴 채 종결되고 잊혀진 사건. <진실게임>의 아이디어는 김성재의 의문사에서 출발했다. <아빠는 보디가드>의 김기영 감독은 매스컴에서 이 사건을 접하고, “인기 가수와 열성 팬의 관계”에 집중해 2년간 시나리오를 쓰고, 2년의 시간을 들여 영화로 제작했다. 98년 영화판권담보융자지원 대상작.
그러나 <진실게임>은, 특정인의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실재 사건에서 영감을 얻고 상상력으로 살을 붙인 가공의 스토리고, 그 이면에 존재하는 진실을 역추적해가는 미스테리 스릴러다. 인기 절정의 가수 조하록의 죽음, 앳된 여고생의 자수로 시작되는 영화는, 피의자인 소녀와 참고인들의 진술을 따라 과거로 거슬러올라간다. 조하록의 사랑을 독점하려는 팬클럽 멤버들과 신보판매 및 가요순위에 팬클럽을 동원하는 조하록의 공생관계, 양쪽 모두를 착취하는 비양
섹스와 폭력을 통하지 않으면 이뤄지는 게 없는 세상,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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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리슨은 자본주의의 성공담과 추락담을 한몸으로 보여준 실존인물이다. 95년 당시 불과 28살이었던 그는 출중한 투자 수완으로 출세 가도를 달렸지만, 불법투자로 영국의 유서깊은 민간은행 베어링스를 파산에 이르게 한다. 대단히 이재에 밝았던 그는 감옥살이를 또다른 기회로 삼아 9억원의 판권료를 받고 자서전 <악덕 거래인>을 썼다. 이원 맥그리거를 자본주의의 실패한 영웅으로 내세운 영화 <겜블>은 바로 그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닉 리슨은 너무 많은 것을 원했던 사나이다. 성공을 향한 욕망은 평범한 은행원이었던 그를 단숨에 세계 금융계를 주무르는 거물로 만들어놓는다. 하지만 리슨이 짜릿한 성공을 거두는 순간 이미 아찔한 심연이 그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었다. 회사와 증권가에서 그의 성공을 신화로 만들어가기 시작할 무렵 그는 안으로 무너지기 시작한다. 무모한 그의 욕망이 그를 삼켜버린 것이다. “오늘은 5천만달러를 잃었어”라는 리슨의 독백은 파멸의 속도를
모든 사람들이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느끼는 섬세한 공포, <겜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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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목소리> 3부작 완결편인 <숨결>은 ‘앎의 의지’와 ‘알림의 의지’가 조화롭게 맞닿은 다큐멘터리다. <낮은 목소리>엔 앎의 의지가 앞섰고 <낮은 목소리2>엔 알림의 의지가 카메라를 장악했다면, <숨결>에서는 두 의지가 합의를 이루어 박제된 역사를 망각의 유령으로부터 풀어놓는다. 그것이 역사의 복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해도, 짓밟힌 채 질뻔했던 들꽃들이 이름을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1,2편이 ‘나눔의 집’ 언저리를 맴돌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상을 중심에 놓았던 것과는 달리 <숨결>은 그들의 과거를 채록하는 데 주력한다. 그래서 1,2편의 등장인물이 비슷했던 것과는 달리 <숨결>에는 겹치는 인물이 거의 없다. <숨결>과 전편들을 연결하는 인물은 이용수 할머니인데, 흥미로운 건 이 할머니가 인터뷰 대상이 아니라 주체라는 사실이다. 이미 자기의 존재를 드러냈던 이용수 할머니는 감독 대
<낮은 목소리> 3부작 완결편,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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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성월동화>의 홍보를 위해 방문했던 장국영에게 <색정남녀>의 개봉소감을 묻자 그는 단박에 ‘기쁘다’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이어, “색정이라는 제목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에로물은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렇다. <색정남녀>는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결코 에로물이 아니다. 96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일찌감치 국내 개봉예정이었지만 심의문제로 오랫동안 발이 묶여 있었다.
주인공 아성은 진지한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 되고 싶었지만,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우리 시대의 감독이다. 그 고뇌의 초상은 멀리는 펠리니의 <8과 1/2>에서, 가까이는 홍콩 신세대 감독인 갈민휘의 <첫사랑>, 그리고 여균동의 <죽이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이미 익숙해진 것이지만 결코 낡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원래는 블랙 코미디를 만들고 싶었다는 의도대로, 곳곳에 숨어 있는 풍자와 패러디도 천년을 넘겨 개봉한 영화의 가치를 보
풍자와 패러디로 반환의 현실을 돌파해 나가다, <색정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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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카터>는 흑백의 링에서 영화의 제1라운드를 연다. 삽시간에 우리의 눈길과 호흡을 휘어잡는 그는 루빈 ‘허리케인’ 카터. 성난 검은 황소, 혹은 뜨거운 맥박이 뛰는 회오리바람. 사각의 정글을 휩쓸고 포효하는 그는 과연 허리케인처럼 광포하며, 그럼으로써 아름답다. 그 폭풍을 삼면의 벽과 쇠창살에 둘러싸인 옹색한 어둠에 가둔다면? 폭풍은 잦아드는 대신 그의 내면에서는 숲을 쓰러뜨리고 해일을 일으키며 울부짖으리라.
첫 눈에도 틀림없다. 이 청년에게 권투는, 하릴없는 분노가 자기 몸을 부서뜨리지 않도록 동력으로 전환하는 발전기 같은 장치다. 백인의 성추행에 맞서다 사춘기를 소년원에 파묻고도 빚이 남아 청춘의 한때를 매장당한 카터는 칼을 갈 듯 육체와 정신을 숫돌에 벼른다. 그를 쫓아다니며 올가미를 거는 인종차별주의자 델라 페스카 형사의 눈에는 모든 흑인은 셋 중 하나다. 범죄를 계획하고 있거나, 현행범이거나, 이미 죄를 짓고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그런 현실에 대한
고립이 아닌 ‘관계’에 관한 영화, <허리케인 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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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 오즈, 브뉘엘, 르누아르를 좋아해요”
어렸을 때부터 어울리다보면 사람들이 항상 치사하다고 느껴졌어요. 몰려다니면서 편 짜고, 틀린 거 알면서도 (상대를) 누르고, 자신에 대해서 모르면서 남들을 비난하고. 사람들 만나서 적응이 안 된 것도 그런 것 때문이기도 한데. 하여간 좀 사람들이 실망스러웠던 것 같아요. 친하고 싶고 교류하고 싶은 건 있는데 어떤 건 용납이 안 되고 거슬리고 그러니까 가까이 못 가는 거죠. 지금 나이가 들어서 봐도 그래요. 제가 비위가 좀 생기고, 제 자신이 그 사람들하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한다고 느끼니까 전보다 낫지만.
잘난 사람 TV에서 틀어주고, 그 사람 본받게 하려고 하잖아요. 어렸을 때부터 전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그걸 흉내내는 데 한계가 있고, 또 성공한 사람을 가까이 가서 보면 성공 요소라는 게 제 속에 없고. 그러니까 모델이 되는 게 아니라 방해가 되더라고요. 대신 자기를
영화인 7인 특강 [10] - 봉준호·홍상수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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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2편이 지난 주 나란히 시청률 1, 2위에 올랐다. 일일연속극 <굳세어라 금순아>가 30.8%, <내 이름은 김삼순>이 29.1%로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던 KBS2의 <부모님 전상서>와 <해신>이 끝난 뒤 생긴 1, 2위의 공백을 MBC 드라마가 채운 것이다.
<굳세어라 금순아>는 올 2월 14일, KBS1의 일일연속극 <어여쁜 당신>과 동시에 첫 방송을 시작하며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초반에 계속 밀리던 <굳세어라 금순아>는 4월부터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경쟁 드라마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지난 주 1위에 올라섰다. 이 드라마는 최근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 ‘성란’이 시댁에 들어오면서 생기는 고부갈등을 다루어 ‘며느리 역할 논쟁’ 을 일으키기도 했다.
관련 글 보기 - 시청률 30% 넘은 <굳세어라 금순아>, 며느리 역할 논쟁 화제
방영 2주째를 맞은 <내 이름은
MBC 금순이, 삼순이 나란히 1,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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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원칙은 보고 싶은 영화를 찍는 겁니다”
“제가 69년생이거든요. 88학번. 오슨 웰스가 26살 때 <시민 케인>을 찍었는데, 되게 안 좋은 사례인 것 같아요. (웃음) 젊어서 정력과 예술적 에너지를 그렇게 심하게 방출하면 되겠어요. 저의 희망은 앨프리드 히치콕 아저씨입니다. 그분이 1899년생이에요. <싸이코>가 1960년 영화잖아요. 그럼 환갑잔치 다음해에 찍은 거예요. 저도 환갑잔치 다음날 <싸이코> 같은 영화를 크랭크인할 수 있다면 정말 성공적인 인생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씨네21>쪽에서,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제 차례 앞에 ‘평온한 일상을 비트는 힘’이라고 붙여놓았는데, 제가 이야기할 화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플란다스의 개>는 정말 일상에서 출발한 영화였죠. 저의 소소하고 개인적인 것들로부터 쏟아져나온 영화거든요. 그 영화 찍은 아파트가 제가 신혼 초 3년 동안 살던 곳이에요. 거기
영화인 7인 특강 [9] - 봉준호·홍상수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