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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개의 코미디가 얽히면서 진행되는 <고>는 제목 그대로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영화다. 어른들은 지켜 보기에도 숨이 가쁠 정도지만, <고>의 아이들은 세상을 무시한채 가볍게 그 속도를 타고 넘는다. 젊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삶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도 좋으며, 지난 일을 아쉬워하는 청승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시간을 뚫고 뻗쳐나가는 에너지가 있을 뿐이다. 이 혈기 왕성한 아이들, <고>의 감독 덕 라이먼의 말대로 “세트장을 젊음의 열기로 채운” 그 아이들 중에서도 케이티 홈스(21)는 유독 두드러진다. 천성처럼 품고 있는 편안함 탓이다. 가는 곳마다 사고에 부딪히는 사이먼(데스먼드 애스큐)이나 밀린 방세를 내지 않으면 내일 당장 거리에 나앉을 판인 친구 로나(사라 폴리)와 달리, 홈스가 연기하는 클레어에게는 어떤 절박한 문제도 없다. 로나가 단돈 몇십달러를 위해 연장근무까지 하는 슈퍼마켓 계산대. 그 앞에서 클레어는 나른한 눈길로 게이 커플을
케이티 고!고! <고>의 케이트 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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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이 누구에게나 달콤한 판타지인 건 아니다. 미처 말 못한 비밀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신혼여행은 자신들의 순도를 확인받기 위한 필사적 의식이다. 제주도로 떠나기 전 말 못할 사연은 반드시 뭍에 묻어두어야 한다는 철칙을 모를 만큼 <신혼여행>의 7쌍이 어리숙하진 않다. 첫날을 무사히 보낸 이들, 둘째날 밤 안도감에 취하지만 누군가 호텔 앞 바닷가에 어물쩍 비밀을 토해놓고, 새벽 밀물은 그 자리에 한 남자의 시체를 뱉어놓는다. 영락없이 살인용의자로 몰리는 신혼부부들의 ‘끔찍한’ 신혼여행을 ‘코믹 설탕’과 ‘스릴러 크림’으로 발라놓은 영화 <신혼여행>. 여기서 모든 사건의 비밀을 쥐고 있는 신비한 여인이 정선경이라면 믿어질까. <신혼여행>에서 정선경은 비로소 선머슴이나 뒷골목 여인의 거친 이미지를 벗고, 고요한 기품과 미스터리한 매력의 ‘귀족적’ 연기를 선사한다. “평범하지만 섬뜩한 사랑을 하는 여자예요. 집착도 사랑임을 보여주는 그런 인물이고. 저에
비밀에 싸인 허니문 레이디, <신혼여행>의 정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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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연기면 연기,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진정한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자질을 보이고 있는 슈퍼스타 비. 그의 첫 번째 단독 콘서트가 'Rainy Day'라는 이름으로 DVD화 되었다.
돌비 디지털 5.1 음향과 멀티 앵글을 지원하는 첫 번째 디스크로는 비의 열정적인 퍼포먼스와 멋들어진 무대매너를 감상할 수 있고, 각종 부가영상이 담긴 두 번째 디스크를 통해 공연 준비 영상 등 무대 뒤의 모습과 3집 앨범까지의 비의 역사를 되새길 수 있다.
‘나쁜 남자’ ‘태양을 피하는 방법’ 등 뮤직 비디오와 미공개 사진까지 포함하고 있어, 뮤지션으로서의 비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 타이틀이라 할 수 있다.
<비 라이브 콘서트 “Rainy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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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순이가 뜬다. 문화방송 수목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극본 김도우, 연출 김윤철)의 시청률이 빠른 속도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방송 4회만에 가구시청률 30%를 가뿐히 넘었다. 전반적인 티브이 시청률의 하락세를 고려할 때, 주간드라마의 선전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다. 지난해 3회에 30% 벽을 넘은 에스비에스 주말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낳은 ‘신드롬’이 예견되는 판이다. 마니아도 모였다. ‘삼순이와 삼식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3344’다. 밤을 새워가며 3344들이 드라마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이 벌써 2만여건이다. 대체적으로 “삼순이한테서 내 모습을 보게 된다”고들 한다. 재벌 아들 진헌과의 연애가 본격화하며 기존 드라마와 다를 바 없는 ‘엉뚱한 판타지’로 흐를 걱정이 없진 않다. 그러나 아직까진 20~30대 미혼 여성의 공감이 <내 이름은 김삼순>이 지닌 가장 큰 힘이다.
어! 내 얘기잖아?=주인공 김삼순(김선아)은 그야말로
MBC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왜 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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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의 거장 프로듀서 발 루튼의 걸작들이 올 가을 드디어 DVD로 출시될 예정이어서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발 루튼은 1940년대 할리우드에서 활약한 프로듀서로 저예산으로 만들어졌으면서도 연출 감각이 빛나는 걸작들을 양산, 후대 공포영화 장르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이번에 DVD로 소개될 작품들은 <캣 피플> <캣 피플의 저주>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바디 스내처> <사자(死者)의 섬> <정신병원> <표범 인간> <유령선> <일곱번째 희생자>의 총 9편이다. <캣 피플>은 폴 슈레이더 감독이 연출한 리메이크가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있으나, 정작 오리지널과 루튼의 다른 작품들은 미공개 상태이다.
이 작품들은 DVD 출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다큐멘터리 <어둠 속의 그림자>와 함께 5장의 디스크에 담긴 박스 세트(정가 59.92달러
공포영화 거장 발 루튼 작품 10월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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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 브라더스는 화제작 <배트맨 비긴즈>의 국내 공개를 맞아 지금까지 제작된 배트맨 시리즈 타이틀을 묶은 <배트맨 박스 세트>를 6월 22일 출시한다.
이번에 출시될 박스 세트는 <배트맨> <배트맨 2> <배트맨 포에버> <배트맨과 로빈>을 모은 것으로, 앞서 공개된 4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를 통해 역대 배트맨의 활약을 즐길 수 있다. 극장에서 <배트맨 비긴즈>를 감상하기 전에 미리 봐 둔다면 보다 흥미로운 관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작 <배트맨 비긴즈>는 배트맨의 탄생 과정을 다룬 '프리퀄'로 평단의 압도적인 호평 속에 6월 15일 미국에서 공개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4일 개봉될 예정이다.
(사진은 세트용으로 별도 제작된 아웃 박스 디자인)
<배트맨> 4부작 박스 세트 6월 22일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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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목적>이 개봉되었습니다. 관객들은 과감한 이 영화를 두고 구태의연한 연애의 환상을 깨는 쿨한 영화라고 지지하거나, 쿨함을 가장하여 위험한 얘기를 하는 영화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어떤 문제든 찬반으로 정확히 가를 수는 없겠지만, 오랜만에 찬반이 명확히 갈리는 영화가 나와서 네티즌들의 글과 씨네21 글 등을 모아봤습니다.
이 영화를 옹호한다
남녀간의 우여곡절이 관습적이지 않다는게 이 영화의 장점 (by jang28)
이 두장면에서 정말 진심으로 유림을 원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kika3070)
아름다고 지고지순한 연애를 조롱한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하다. (by gosh008)
이 영화를 반대한다
사실 박해일은 강간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by blue6965)
유림과 홍에게 정신병원에 가볼 것을 권유한다. (by bship)
그밖의 글들
댓가가 큰 연애지만, 연애는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필요악'처럼 되어버렸다.
[특집] <연애의 목적> 찬반, 옹호한다 vs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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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을 맡은 앨리슨 오웬은 ‘헨리 8세, 크롬웰 등 여러 역사적 인물을 검토해 보았지만 엘리자베스 1세만큼 현대적 감각에 맞는 인물이 없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는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요, 상상력으로 역사의 틈을 메운 문학작품이 아니다. 단지 역사를 불러세워 회고하는 것은 어떤 관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자신 엘리자베스에 대해 문외한이었다고 고백하는 인도출신 감독 세카르 카푸르의 관점은 어떤 것이며, 그는 엘리자베스라는 한 권력자를 어떻게 서술하려는 것일까?
<엘리자베스>에서 무엇보다도 도전적인 관점은, 확인된 바 없이 소문으로만 남았다는 엘리자베스의 사랑이며 그녀의 상징과도 같이 알려진 처녀성일 것이다. 어두운 분위기로 일관하며 음모스릴러의 진면목을 보여주던 영화가 가장 밝게 스포트라이트를 두는 부분은 자연의 대지에 맘껏 취해 있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이다. 이 생기발랄한 처녀에게 사랑이 그냥 지나쳐 갔다는 사실을 감독은 아마 믿을 수 없었던 모
영웅적인 삶을 꿈꾸며 살다간 여성, <엘리자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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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바닥만 긁고 있는 싱글들에게 있어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쥐약이나 다름없지만, 적어도 <Mr. 히치>는 한번쯤 감상을 권하고 싶은 영화다. 영화 속에서 숙련된 선수로 등장하는 윌 스미스의 능수능란한 언변과 세련된 매너에는 기가 죽을지 몰라도, 그가 데이트 코치로서 싱글 남성들에게 전하는 금쪽같은 조언들은 꽤 설득력 있게 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교과서처럼 현실에 그대로 적용시키진 못하겠지만 ‘자신감을 갖고 상대에게 진실되게 다가서라’라는 메시지는 진리처럼 느껴진다.
멋진 의상을 입은 등장인물들의 연기 앙상블과 함께 뉴욕의 데이트 코스를 간접적으로 둘러보는 잔재미를 누릴 수 있는 영화로, DVD에는 그런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부록들이 담겨있다. 5가지로 구분된 제작관련 다큐멘터리 중에서 ‘히치 스타일’과 ‘러브 인 뉴욕’이 바로 그것. ‘히치 스타일’은 의상 디자인을 담당한 이가 등장인물들이 빼입은 복장의 의미와 그 역할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러브 인
싱글 탈출을 위한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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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장르단편영화제를 표방한 미쟝센단편영화제가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다. 그 4년을 영화제와 함께한 스탭은 집행위원장인 이현승 감독을 빼고 단 한명. 여러 팀의 일을 두루 도왔던 첫회, 프로그램 팀장을 맡아 작품 수급과 초청업무를 진행했던 2회 이후 지난해부터 사무국장으로 영화제의 안주인 역할을 하고 있는 박미하씨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6월7일, 영화제 개막을 2주 남짓 앞두고 최종 상황 체크에 여념이 없는 그를 만났다.
-요즘은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올해 처음으로 용산CGV에서 영화제가 열리는데, 요즘은 거기서 살다시피 한다. 오늘은 관람객의 동선과 각종 행사장, 포스터를 붙일 위치를 확인하고 자원봉사자들은 어떻게 일을 분담하고, 각종 부스는 어떻게 비치할 것인지를 결정하며 개막식 상황을 점검했다. 나를 포함해서 사무국 직원이 모두 2명인데, 거의 일당백의 상황이다. (웃음)
-1980년생이면 영화제 사무국장치고는 어린 편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할 텐데
미쟝센단편영화제 사무국장 박미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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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신화를 탄생시킨 첫 작품 <토이 스토리>. 그 탄생 10주년을 기념한 특별판이 오는 11월 국내에 출시된다.
<토이 스토리 10주년 기념판>은 화려한 사양과 풍성한 부록을 갖추고 9월에 미국에서 선보일 것으로 알려져 국내팬들 사이에서 높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타이틀. 아직 국내판의 세부적인 사양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지금까지의 전례로 미뤄봤을 때, 미국판과 대동소이한 사양과 더불어 우리말 더빙이 포함된 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국판 <토이 스토리 10주년 기념판>은 기존판을 능가하는 역대 최고의 화질과 음향을 자랑하는 본편을 비롯해 존 라세터 감독과 제작 스탭들의 음성해설, 그리고 각종 메이킹과 삭제 장면 등의 부가영상이 2장의 디스크에 수록될 전망이다.
작품의 판매를 담당하는 브에나비스타 관계자는 앞서 국내에 발매됐던 기존판이 4:3 풀스크린이었던 것에 비해 이번 <토이 스토리 10주년 기념판>
<토이 스토리> 10주년 기념판 11월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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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방은진(40)이 영화 감독으로 역할을 바꾼 것은 5년 전 일이다. 이스트필름이 제작하고, ‘연쇄살인범’ 엄정화와 ‘형사’ 문성근이 출연하는 영화 <오로라 공주>로 장편 영화 데뷔를 한다고 알려진 것도 이미 석달 전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낯선 ‘영화 감독’ 방은진을 14일 만났다.
“내가 왜 감독이 됐는지 이젠 기억도 어렴풋하다. 사람들한테는 영화 감독 방은진이 낯설겠지만, 나한테는 그만큼 오래되고, 익숙한 일이다.”
‘더 이상 감독이 된 이유를 묻지 말아달라’는 뉘앙스로 말문을 연 방 감독은 “‘내가 정말 원해서 감독이 됐나?’하는 의심이 들 때 힘들었다”는 말로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배우였을 때는, 연기만 잘 하면 내 몫을 다 하는 것이었다. 감독이 된 뒤 흥행성과 캐스팅 문제로 연출 준비 중이던 <떨림>과 <첼로>가 엎어지고, 영화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내 몫, 내 책임으로 돌아올 때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방
배우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방은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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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웬 핵폭발적인 시추에이션? <안녕, 프란체스카>가 핵폭탄이라면, 안성댁 박희진은 뇌관이다. 그가 웃으면 세상이 같이 웃고, 그가 윗입술을 뒤집을 때 세상은 함께 뒤집어진다. 이러니 인터뷰 장소로 향하면서도 걱정이 태산이다. 혹시 이 여자가 기자들을 웃겨서 죽이지는 않을까. 카페로 들어서니 먼저 진행한다던 TV 인터뷰는 여전히 진행 중. 카메라를 쳐다보며 입술을 뒤집어대던 안성댁이 막 들어서는 기자들을 흘끗 쳐다본다. 안녕하세요. 처음 들어보는 낮은 목소리가 담담하고 상쾌하다.
알고보니 박희진은 수많은 오디션을 전전했던 영화배우 출신이라고 한다. 영화배우로 도통 풀리지가 않았던 그는 탤런트 시험에도 낙방한 뒤 우연히 개그계에 입문했다. 그러고도 6년간을 그리 유명하지 않은 개그우먼으로 활동했으니, 그간 비둘기 안주 삼아 소주 꽤나 들이켰겠다 싶다. 하지만 <안녕, 프란체스카>는 모든 걸 바꾸어놓았고, 얼마 전에는 신작 <가문의 영광2>에서도 카
<안녕, 프란체스카>의 안성댁 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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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한국방송의 ‘KBS 독립영화관’이 200회 고지를 밟았다. 평균시청률이 2% 남짓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랄 만한 일이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16일부터 3주에 걸쳐 ‘200회 특집 다큐 잔치’를 벌인다. 이 뜻깊은 잔치의 주인장, 이관형(38·1994년 입사) 프로듀서를 만났다.
이 프로듀서는 지난 2002년 초~2004년 초 ‘독립영화관’ 프로듀서를 맡았고, 지난해 말 다시 복귀했다. 또 극장 개봉과 텔레비전 방영을 동시에 하는 ‘KBS 프리미어’ 시리즈 처럼 새로운 영화 관련 프로그램들을 기획하는 등 영화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만큼 ‘독립영화관’에 애착도 각별했다.
16일부터 3주간 ‘특집다큐’ “신인감독들 실험자세 변치말고 기성감독들 독립영화 관심갖길”
“2001년 11월 한국 영화계에 신선한 자극을 주는 독립 영화의 토대를 다지기 위해 ‘단편영화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그리고 단편 독립영화라는 제한된 틀에서 벗어나 중·장편 독립 영화들도 소개하
200회 맞은 ‘KBS 독립영화관’ 이관형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