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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나처럼 괴팍한 취향을 가진 한량을 제외하고는. 그러나 의외로 <차이나타운>을 쓴 사람이 로버트 타우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꽤 된다. 거의 모든 시나리오 작법서에서 이 작품을 ‘시나리오의 교과서’로 꼽고 있는 까닭이다. 과연 양파껍질 벗기기와 미로찾기로 점철된 플롯에는 묘한 흡인력이 박동하고 있고, 캐릭터의 묘사와 주제의 울림 또한 핍진하기 이를 데 없는 명품이긴 하다. 졸역서인 <시나리오 가이드>의 표현을 빌리면 “단순한 스토리를 매우 복잡 미묘하고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냄”으로써 시나리오란 곧 “작가와 관객이 함께 벌이는 게임”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걸작이다.
타우니는 <차이나타운> 덕택에 전세계 시나리오 작가(지망생)들 사이에서 흠모와 추앙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그 자신은 이런 지위와 명예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무슨 소리냐고? 그는 배우 지망생이었다. 그리고 그가 시나
[할리우드작가열전] ‘타우니, 배우가 돼라’, 로버트 타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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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발명가, 시간의 창조자를 기억하라
소설 <밑줄 긋는 남자>에서 콩스탕스가 도서관에 가는 이유는 이미 죽은 로맹 가리(혹은 필명인 에밀 아자르)가 더이상 책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좋아하는 로맹 가리 대신 다른 작가를 찾아야만 한다. 예술가의 죽음을 한탄하는 이유는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그 작가의 새로운 소설을 보지 못하므로, 그 감독의 새로운 영화를 보지 못하므로. 10년 전 6월14일에 죽은 로저 젤라즈니도 그런 작가 중 한명이다. <앰버 연대기> <신들의 사회> <내 이름은 콘래드>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등을 썼던 그는 SF문학을 신화의 경지로 이끌었고 동시에 신화를 해석가능한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나 젤라즈니는 영화와는 연이 없었다. 필립 K. 딕과 다르게 로저 젤라즈니는 단 한편의 극영화와 <트와일라잇 존>의 에피소드 한편으로 각색되었을 뿐이다. 그러므로 로저 젤라즈니의 10주기를 기
사망 10주기 맞는 SF 작가 로저 젤라즈니를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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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가 CGV 주요 극장에 대형 영화 홍보관을 설치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극장내 홍보을 위해 포스터, 스탠디, 홍보 부스 등을 설치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마다가스카>의 경우는 홍보관마다 총면적이 20평~30평에 이를 정도로 대규모다. 현재 상암, 구로, 인천, 대전 CGV 등에 설치되어 있는 이 홍보관은 영화속 동물 캐릭터들의 모형과 영화의 주요 배경인 정글을 연상시키는 백월(Back-Wall)로 꾸며져 있다. 폰카, 디카족을 배려한 포토월(photo-wall)이 있음은 물론이다.
<마다가스카>는 뉴욕의 동물원에 있다가 엉뚱한 오해로 미지의 정글 ‘마다가스카’로 가게된, 정글보다 도시가 더 좋은 뉴요커 동물 4인방의 도시 컴백 프로젝트를 다룬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사자 알렉스는 미국판에서 벤 스틸러가 목소리 연기를 했는데 한국어 더빙판에는 톱스타 송강호가 더빙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다가스카>는
<마다가스카>, CGV내 대규모 영화 홍보관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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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식객>, 오세호의 <낚시> 등 한국 만화계에도 훌륭한 전문 만화, 혹은 교양 만화의 맥은 이어져오고 있다. 이러한 전문 테마의 작품들을 밑받침해줄 첫 번째 요소는 무엇일까? 풍부한 자료 조사와 생동감 있는 인터뷰, 딱딱한 내용을 재기발랄하게 비벼내는 스토리텔링, 재미와 교양을 동시에 추구하는 균형 감각. 나는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는 소재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훈의 <MLB 카툰>이 지닌 가장 훌륭한 덕목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만화가 최훈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것은 아무래도 <일간 스포츠>에 연재된 직장인 만화 <하대리>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반쯤 취미로 시작한 것 같은 인터넷 연재작 <MLB 카툰>(네이버 만화에 연재)이 슬그머니 그의 얼굴이 되더니, 최근엔 고려대 마이어스 교수의 <뉴욕타임스> 기고로 국제적인 명성까지 얻게 되었다. 만화가도 그의 팬들도 놀라워할 만한
유쾌하고 예리한 MLB 열전, 최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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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은 죽은 자도 말을 한다는 전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현장에 남겨진 핏자국, 시체에 묻어온 섬유 몇올, 치명상의 흔적. 시신을 부검하는 법의관은 그처럼 사소한 단서들을 모으고 의미를 부여해서 범인을 찾아낸다. 소년탐정 김전일도 말했듯이 살해당한 사람은 스스로 범인을 지목하기도 하는 것이다.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 시리즈’는 만화 <여검시관 히카루>나 TV시리즈 <C.S.I>처럼 그 자체로 경이로운 소재에 법의관이 탐정처럼 수사에 뛰어드는 드라마틱한 설정을 덧붙여서 인기를 얻어왔다. <사형수의 지문>은 콘웰의 네 번째 소설. 다소 밋밋한 전작들에 비해 구멍 안에 또 다른 구멍이 도사린 듯한 겹겹의 음모가 매혹적이다.
버지니아주 법의국장 케이 스카페타는 전기의자에 앉아 사형당한 로니 조 워델의 시신을 부검한다. 워델은 10년 전 약에 취해 TV 앵커우먼을 살해했고, 뚜렷한 지문 때문에 이론의 여지없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미 죽은 워델과
겹겹의 음모로 무장한 네번째 ‘스카페타 시리즈’, <사형수의 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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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부친에, 최고의 학벌에, 빼어난 외모에, 일찍이 세상이 인정한 작곡과 연주 솜씨까지, 모든 걸 갖춘 것 같은 뮤지션들이 있다. 재즈 색소폰 연주자 조슈아 레드맨이 그런 경우다. 색소폰 연주의 거장 듀이 레드맨의 아들로, 버클리 하이스쿨과 하버드대를 졸업한 그는 예일대에서 법학을 수학하던 1991년 ‘셀로니어스 몽크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계기로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주기적으로 차세대 기대주를 띄우는 음악 잡지들이 조슈아 레드맨 같은 ‘재료’를 놓칠 리 없었을 터, 곧 1990년대 가장 촉망받는 젊은 뮤지션(이른바 ‘young lion’)으로 그를 앞다투어 다루기 시작했다. 활발한 음반과 공연 활동이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2000년대 들어 그는 샌프란시스코로 근거지를 옮겨 연례행사 ‘SFJazz Spring Season’의 음악감독과 조슈아 레드맨 일래스틱 밴드(Joshua Redman Elastic Band)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 중간 결산쯤 되는
혈통 좋은 재즈, Joshua Redman Elastic 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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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멜 깁슨을 제치고 ‘2005년 가장 영향력있는 유명인사’ 1위로 꼽혔다. 2004년엔 3위와 1위였던 윈프리와 깁슨이 서로 자리를 맞바꿨다. 깁슨은 작년 초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제작, 연출, 출연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흥행 수입을 거둬서 1위를 차지했었다. 사실상 그 이후 별다른 활동이 없었음에도 여전히 3위 랭크된 것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DVD의 성공 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전문지<포브스>는 매년 파워 랭킹 100인 리스트를 발표하는데 선정 기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지난 1년간의 수입이며 인터넷, 신문, 잡지 등 각종 언론의 노출 빈도와 지명도 등도 고려된다. 오프라 윈프리는 매주 미국인 3000만명이 시청하고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112개국에서 방영되는 ‘오프라 윈프리 쇼’의 사회자다. 그가 벌어들이는 연간수입은 2억2500만달러로, 재산 순위 2위.
<포브스>선정 ‘파워 랭킹 100인’ 1위 오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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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검객 아즈미 대혈전>에서 열연을 펼친 신세대 연기자 우에토 아야. 그녀가 출연한 스포츠 드라마 <어택 No.1>이 일본에서 DVD 박스로 선보일 예정이다.
<어택 No.1>은 배구에 열정을 품은 고교생 아유하라 코즈에가 친구들의 도움과 코치의 격려로 라이벌들과의 사투를 극복하고 성장해간다는 내용으로, 1960년대 처음 선보였던 동명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TV 시리즈. <에이스를 노려라>에 이어 또다시 만화 원작 스포츠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은 우에토 아야는 실제 배구 선수의 지도를 받아가며 연기에 임해 화제를 모았다.
DVD 박스에는 총 11화로 구성된 본편이 5장의 디스크에 수록되며, 제작과정 등을 담은 부록 디스크 1장이 추가된다. 가격은 19,950엔. 출시일은 오는 9월 21일이다.
우에토 아야 주연 배구 드라마 DVD 박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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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 돌풍을 일으킨 화제작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 별도의 미공개 엔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의 프로듀서 아키바 골드만은 지난주 LA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촬영 후반쯤에 속편에 관한 아이디어가 검토되었고, 그 결과 스미스 부부가 아기를 갖는 엔딩이 촬영되었다”라고 밝혔다. 골드만은 이 미공개 엔딩을 “DVD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DVD의 부록으로 담길 예정임을 시사했다.
한편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의 속편 제작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 골드만은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는 속편을 만들기에 충분한 수익이 날 지를 알 수 없다. 관객들이 영화를 좋아해주길 바란다.” 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했던 안젤리나 졸리는 “스미스 부부가 아무리 터프할 지라도 아기를 키우는 것은 그들에게 최대의 도전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톱스타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킬러 부부로 등장해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미공개 엔딩 DVD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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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가 VHS 비디오 시장 철수설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다.
월마트는 지난 13일 할리우드의 한 고위급 관계자가 말한 것으로 알려진 내년 2월 이후 월마트가 비디오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월마트의 대변인 캐런 버크는 "고객의 요구가 있는 한 계속해서 VHS 비디오를 취급할 것이다" 라고 말해 당분간은 비디오 취급을 중단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버크 대변인은 현재 월마트의 비디오 재고 비율이나 올 겨울 휴가 시즌 이후 비디오 취급을 얼마나 줄일 것인 지에 대해서는 "재고량을 논할 자리가 아니다" 라며 말을 아꼈다.
월마트, 비디오 계속 취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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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댄스와는 담을 쌓고 살아왔다. 그렇다고 댄스를 무시한 적은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트위스트를 추고 싶었고, 중학교 시절에는 멋지게 고고를 추고 싶었으며, 공업고등학교 시절 끝 무렵에는 기똥차게 디스코를 추고 싶었다. 댄스에 대한 이 줄기찬 나의 욕망은 80년대에 들어서 시대의 어둠 밑바닥으로 죄의식과 함께 깔려버렸다. 10여년 전 <서울의 달>이란 드라마가 장안의 전파가(價)를 올릴 때 한석규처럼 제비가 되어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인생이 막장인가 싶던 세월이었으므로 못할 일도 없었지만 하필 제비였던 것은 <서울의 달>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는 춤 한번 멋지게 추어봤으면 했던 오래전의 꿈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하여 서울 변두리의 카바레에까지 견학까지 가기에 이르렀는데 애당초 될 일이 아니어서 이내 포기해버리고 말았다(막장의 인생에서는 되는 일이 없게 마련이다).
다시 세월은 흐르고 두달 전 쿠바, 카리브해를 낀 남부의 트리니다드(Trinida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댄스 댄스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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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 다녀왔다. 밥 먹고나면 영화를 보고, 영화를 보기 위해 밥을 먹었다. 그러니 다른 이야기를 할 도리가 없다. 영화 얘기밖에. 그중에서 두편의 영화를 소개하고 싶다. 그러나 이건 베스트라는 명목이 아니다. 발견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 싫다. ‘칸에서 상영한, 하지만 큰 인기는 없었던, 그래도 올해 부산에서는 관객과 함께 꼭 다시 보고 싶은 아시아영화 두편에 관한 이야기’가 지금 하려는 말이다.
정말 감동적인 영화는 캄보디아 출신 감독 리티 판의 <불타버린 극장의 예술가들>이었다. 얼마나 좋았냐하면, 원고에 넣을 감독이 없다고 걱정하는 동료기자에게 이런 영화가 있으니 한번 보라고 알려줘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좋았다. 욕심 같으면 마음속에 혼자만 넣어오고 싶었다(하지만 말하기를 잘한 것 같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보니 뭔가 나눠준 것 같아 흐뭇했다. 지금 이 글도 그래서 쓴다). 천박하긴 해도, 영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굳이
[오픈칼럼] 칸에서 만난 비장의 영화 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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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오나라의 수도였던 쑤저우까지는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중국인들의 생각으로는 ‘금방’인 거리다. 질주하는 버스 차창 밖으로 농촌의 풍경이 보인다. 띄엄띄엄 집들이 있고, 논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산은커녕 조그만 언덕 같은 것도 없다. 주변에 황산이 있다는 표지는 있지만 잘 믿기지 않는다.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만 같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가 쑤저우에 도착하니 대도시의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오밀조밀한 한국의 풍경과는 다르다.
상하이의 외탄 지역에는 근대에 세워진 서양식 건물들이 죽 늘어서 있다. 당시를 다룬 영화 촬영에서 늘 이용하는 건물들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황비홍>에서 본 것도 같다. 외탄에서 황포강을 사이에 두고 보이는 곳은, 푸동이라는 신흥 개발지역이다. 외탄을 포함한 포서 지역이 과거 상하이의 영광을 간직한 곳이라면, 푸동은 지금 아시아의 금융 중심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상하이의 위업을 상징한다. 270m가 넘는 동방명주탑을 필두로 거대한
[숏컷] 상하이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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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시스의 복수>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장사 잘되고 있는 <스타워즈 에피소드3: 시스의 복수>(이하 <시스의 복수>)의 응원에 나까지 나서서 할 필요야 없겠지만 젊은 커플 관객에게 손잡고 이 영화를 꼭 보러갈 것을 권한다. <시스의 복수>는 SF 판타지의 탈을 쓰고 있지만 어떤 로맨스영화보다도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연애의 교훈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피임을 잘하자”다.
알다시피 <시스의 복수>는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아나킨은 임신한 아미달라가 아이를 낳으며 죽어가는 예지몽을 꾼다. 다스 시디어스는 악의 포스를 가지게 되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감언이설로 아나킨을 유혹한다. 결국 아나킨은 아미달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넘긴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잠깐. 아나킨이 아미달라와 함께 아이를 간절하게 원했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아미달라가 기쁜
[투덜군 투덜양] 순간의 실수가…, <스타워즈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