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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미스터 큐> <명랑소녀성공기> 등을 히트시키며 트렌디드라마의 대명사로 군림해온 장기홍 PD가 돌아왔다. 지난해 5월 <파란만장 미스 김 10억 만들기>를 끝으로 휴식기에 들어갔던 그가 1년 만에 선보인 작품은 <돌아온 싱글>(김순덕 극본·장기홍, 진석규 연출). 이혼 혹은 사별을 이유로 다시 혼자가 된 30, 40대 싱글들의 사랑 이야기다. 평소 “30, 40대를 위한 드라마에 관심이 많았다”는 장 PD는 “나이는 들었지만 마음만은 아직도 풋풋한 ‘늙은 소년, 소녀’들의 현실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사랑에 대한 그들의 속내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혼한 남녀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돌아온 싱글>은 생각처럼 칙칙하지 않다. 오히려 20대의 트렌디드라마를 보는 듯 밝고 경쾌하다. “요즘처럼 이혼이 급증하는 추세에 그들이 부정적으로만 그려지는 것이 되레 의문”이라는 장 PD는 “이 드라마를 통해 그런 이미
삼순이 물렀거라 이혼녀 나가신다, <돌아온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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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6월19일(일) 오후 1시40분
초기 할리우드 코미디는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의 시대였다. 이들은 관객을 웃기면서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등극했으며 슬랩스틱코미디, 즉 몸동작을 응용한 코미디를 구사했다. 이후 막스 브러더스는 코미디 전통에 다른 것을 추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몸동작뿐 아니라 구체적 대사로 관객을 공략했고 세태와 사회문제를 비꼬는 웃음을 스크린으로 불러들였다. <풋볼 대소동>과 <몽키 비즈니스>는 막스 브러더스가 주연한 영화이며 이른바 ‘무질서’ 코미디의 전통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풋볼 대소동>에서 퀸시 아담스 왝스태프 교수는 헉슬리대학 총장으로 임명된다. 왝스태프 총장은 자유분방한 교육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교육에 무관심한 편이고 아들 프랭크 일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프랭크는 미망인 코니 베일리와 교제하게 되고 총장 역시 그녀에게 마음이 쏠린다. 한편, 프랭크는 아버지에게 불법 술집을 전전하
막스 형제의 ‘무질서’ 코미디, <풋볼 대소동> <몽키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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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6월16일(목) 밤 12시55분
호스피스 병동의 죽음을 앞둔 암환자들. 그들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면서 인생을 뒤돌아보고, 살아 있는 사람들과의 영원한 이별을 마음 아파한다. 핀란드 다큐멘터리인 <The Face of Death>는 죽음 직전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 삶의 의미를 관조적으로 보여주며, 눈앞에 닥친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두려움과 공포를 담아내고 있다. 암으로 죽어간 어머니를 10년 동안 지켜보면서,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된 감독은 자신의 내레이션으로 죽음을 통해 삶과 인생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사람들에 대한 인터뷰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했던 자연을 차분히 담아내면서 우리 주변의 일상 표정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성찰적으로 보이기보다는 상당히 서정적이다. 인물들의 담담한 표정은 슬프지 않게 스스로의 삶을 바라보게 만든다. 그러나 복지국가에서 여유롭게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오히려 부럽게 느껴
[독립영화관] 눈앞에 닥친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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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6월19일(일) 밤 11시45분
김기 감독의 영화 <남과 북>을 보면 당장 주제가로 쓰인 패티 김의 노래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가 익숙하게 귓전을 때린다. 이 작품은 실화를 소재로 해 한운사가 원시나리오를 쓰고 1965년에 김기덕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김기 감독의 영화도 비교적 오리지널 영화에 충실한데 영화의 결말 부분만 조금 다르다. 정확하게 얘기하면 김기덕 감독의 <남과 북>이 줄거리는 조금 더 길다. 김기 감독은 1950년대 말 이봉래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에 입문하여 1964년 <동백아가씨>로 감독 데뷔했고, 70년대 초 안방극장의 최고 인기 연속극이었던 <여로>를 1973년에 영화로 만들기도 했다.
이 영화가 제작된 1984년은 전국적으로 ‘남북 이산가족 찾기 운동’이 한창이었고, TV를 통해 재회한 이산가족들의 사연으로 온 나라가 눈물바다를 이루었던 때다.
[한국영화걸작선]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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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프랑스로 알려진 퀘벡, 제2의 파리로 불리는 몬트리올. 영어권 나라 중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어 사용을 권장하는 이 도시에서는 이상하게도 자국영화를 구경하기가 힘들다. 할리우드영화가 쉴새없이 밀려드는데다, 한국과 같은 스크린쿼터제가 존재하지 않고, 또한 영화제작이 이전보다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캐나다 자국영화는 물론 퀘벡 자체제작의 영화를 찾아보기도 힘들지만, 또 개봉한다고 해도 할리우드영화들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근 한편의 영화가 퀘벡쿠아(QUEBECOIS)들의 관심권으로 들어왔으니, 바로 장 마크 발리 감독의 <크레이지>(C.R.A.Z.Y: 다섯 형제의 이름의 앞 글자를 딴)이다. 평단과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이 영화는 아기 예수와 같은 날 태어난 네 번째 아들인 자크(ZAC)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그는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등의 사소하지만 남들과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영화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자크와
[몬트리올] <크레이지>, 자체영화 전멸한 퀘벡서 큰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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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3국이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 <다윈의 악몽>(Le Cauchemar de Darwin)이 파리의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3월2일 프랑스 개봉 2달 만에 2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과 달리 이 작품은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과학영화가 아니다.
아프리카의 탄자니아에는 ‘빅토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세계 최대의 열대 호수가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어종으로 ‘인류의 발상지’라고까지 불리던 이곳은 이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근간으로 하는 세계화의 지배논리가 빚은 폐해의 상징적 무대가 되어버렸다. 1960년대 탄자니아의 빅토리아 호수에는 과학적 실험이라는 명목하에 나일강의 농어가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호수의 먹이사슬이 파괴된다. 빅토리아 호수에 원래 살던 어종은 농어라는 거대하고 광포한 파괴자에 의해 멸종되고 이제 호수에 남은 물고기는 파
[파리] 탄자니아의 비극 다룬 다큐멘터리 <다윈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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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의 개봉을 앞두고 <BBC>가 각국 언론의 반응을 종합해 6월15일 보도했다. 여러 평론을 정리해보면 “전작들보다 다소 어두워졌지만 그 어느때보다 매력적”이라는 것이 다수의 평가다.
배트맨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영화인 <배트맨 비긴즈>는 <메멘토>의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연출했으며 배트맨의 탄생 신화를 담고 있다. LA의 영화산업전문지<할리우드 리포터>는 이 영화를 “작은 기적”이라고 표현하면서 “이토록 깔끔하고 진지하면서 본능을 잘 드러낸 영화를 만든 감독의 능력이 놀랍다. 배트맨의 신화은 진정으로 다시 시작됐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배트맨을 연기한 배우 크리스천 베일에 대해 “마치 표범처럼 매끈하며 날카로운 얼굴 골격을 지닌 베일은 뜨거운 열정을 드러내는 동시에 ‘위협적인 복수’를 꿈꾸는 역할을 완벽히 재현해냈다”고 찬사를 보냈다.
또 영국의 영화산업전문지<스크린 인터내셔널>
<배트맨 비긴즈> 해외 평단의 반응 뜨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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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알렉 볼드윈, 킴 베이싱어가 주연한 동명의 리메이크작이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남성미의 대명사로 남은 고(故) 스티브 맥퀸과 <러브 스토리>의 알리 맥그로가 출연한 1972년 오리지널 영화가 진국이다.
아내와 함께 은행을 털고 도망을 치는 범죄자 부부의 그들을 쫓는 또 다른 악당들의 추격을 다룬 내용은 리메이크작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폭력 미학의 거장 샘 페킨파 감독의 유혈 낭자한 총격 장면은 지금도 충격적. 오우삼 영화들와 흡사한 것은 샘 페킨파 감독이 오우삼 감독의 영화적 스승이기 때문이다.
모노 음향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역시 고전영화라는 생각이 들지만, 오리지널 2.35:1 화면비로 잘 복원된 영상이 만족스럽다. 제작진과 작가가 참여한 음성해설에 더해 영화 개봉 당시 녹음한 것으로 여겨지는 샘 페킨파 감독, 스티브 맥퀸, 알리 맥그로의 가상 음성해설이 부록으로 수록된 점이 이채롭다. 스타일리시한 메뉴 화면도 영화 팬들에게는 멋진 선물이 될
<겟어웨이 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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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평론가와 관객이 만장일치로 박수를 치는 영화란 드물다. 작가로서 스티븐 킹 자신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소개한 베스트 영화 10편 목록은 일반의 예상과 달리 <샤이닝>이나 <캐리> 같은 작품이 빠져 있다. 다음은 스티븐 킹이 꼽은 자신의 원작 영화 베스트 10이며 순서는 시대순.
크리스틴
자동차는 괴물이다. 유약하고 겁많던 10대 소년이 ‘크리스틴’이라 불리는 빨강색 자동차를 갖더니 부모에게 대들고 학교에서 가장 예쁜 여자와 데이트를 한다. 자동차와 섹스를 하는 <크래쉬>에는 못 미치지만 <크리스틴>에 등장하는 자동차 역시 사춘기 소년의 리비도를 통제불능 상태로 몰고간다. 크리스틴은 숭배의 대상에서 기꺼이 강간당하는 여성까지 다양한 이미지를 제공하며, 소년의 여자친구를 질투하고 소년을 조롱하던 건달들에게 잔인하게 복수한다. “이제 로큰롤은 싫어”라는 마지막 대사가 뜻하듯, <크리스틴>은 기성 세대와
스티븐 킹, 그의 소설, 그의 영화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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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라본트, 킹의 페르소나
<캐리> 이후 시작된 스티븐 킹과 할리우드의 밀월관계는 지금도 변함없다. 최근 개봉한 <그린 마일>만 해도 미국에서만 흥행수입 1억3천2백만달러를 넘어 킹 원작 중 가장 큰 흥행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킹의 원작을 영화화하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은 킹의 에이전트인 CAA에서 영화판권과 관련된 일을 대행하고 킹 자신이 각본 작업에 참여하는 일도 있지만, 킹의 소설이 막 주목받기 시작하던 70년대 후반만 해도 출판사 더블데이에서 영화판권 관련업무를 하면서 초보 작가 킹이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었다. <팽고리아>와의 인터뷰에서 킹은 78년 무렵 단편집 <나이트 쉬프트> 영화판권이 영국 프로듀서 밀튼 서보츠키에게 팔렸고 이 책에 들어있던 <론머맨>이 그로부터 14년 뒤인 92년에 비로소 개봉했는데 개봉 3주 전에 영화화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개탄했다. 사실 킹의 작품 중 영화화된 것은 비교적 초
스티븐 킹, 그의 소설, 그의 영화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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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이웃에는 공포가 산다
<크리스틴>이란 영화가 있다. 스티븐 킹 원작 영화 중에서 별로 유명하지 않은 작품이다. 한 고교생이 자신의 차에 지나친 애정을 가지게 되고, 차 역시 그 애정에 보답한다. 뻔한 이야기인데도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주 ‘리얼’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고교생에게 ‘차’란 바로 그 자신이다. 차가 있으면 드라이브도 할 수 있고, 자동차 극장에 가서 진한 키스나 그 이상도 할 수 있다. 자동차는, 멋진 여자아이를 꼬시기 위한 첫걸음이다. 미국 고교생의 신분은, ‘자동차’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리스틴>에는 그런 미국 고교생의 일상이 잘 드러나 있다. 차에 대한 지나친 애정. 그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그런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차가 애정을 호소해온다면? 이건 <크래쉬>가 아니다. 인간이 차에게 욕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변신’해서 왕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분출하는 이야기다. 그
스티븐 킹, 그의 소설, 그의 영화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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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에 위치한 극장 아트레온에서 ‘유럽영화 페스티발 : 오감(五感)의 밤’을 개최한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각국의 대사관에서 자국의 영화를 엄선했고 6월 17일~18일, 24일~25일 4일동안 하루밤에 세편씩 상영한다. 스페인작은 <멘사카>, <열정의 미로>, <남아있는 날들>, <세컨드스킨>, 프랑스작은 <아알트라>, <맛의 감별사>, <도고라>, <노보>, 이탈리아작은 <But forever in my mind
>, <백발자국>, <리멤버 미>, <V-Max> 등으로 총 12편이다.
정통유럽영화의 정취를 느낄수 있는 이번 행사에는 관람객 모두에게 극장측에서 빵과 커피, 칵테일 등을 제공하고 4일 모두를 예매하는 관객을 대상으로 입장권 50% 할인을 비롯, 행사기간내 매일 추첨을 통해 DVD 플레이어 등 푸짐한 경품도 제공한다. 자세한 내
아트레온 ‘유럽영화 페스티발 : 오감의 밤’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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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 같은 혹은 여성 같은
안석환
안석환(42)에게 <넘버.3>는 개성파 조연 배우 ‘NO.1’이라는 수식을 선사했을지 모르지만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주연 배우 ‘NO 3’를 따라다녔다. <세기말>은 그에게 요요와 망치를 쥐어줬지만 대사는 한마디도 허락지 않았다. <텔미썸딩>도 마찬가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얼마 안 되는 대사를 전라도 사투리로 바꾼 것 뿐이었다. 그래도 ‘조연배우’ 안석환은 서운하지 않다. 촬영중인 김윤태 감독의 저예산 디지털 영화 <N>에서 주연인 택시기사 역을 맡고 있어서가 아니다. 지금도 산울림극장에서 연장 공연중인 <고도를 기다리며>의 엑스트라 공 역을 맡아 450회 공연을 마친 ‘주연배우’ 안석환. 그에겐 7년 동안 써온 낡고 새까만 모자와 군화, 다 떨어진 의상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언제나 돌아갈 수 있는 무대가 있기 때문이다. ‘연극배우가 본업’이라는 안석환. 오후 5시가 되면 소극장으
조연배우로 산다는 것 [2] - 안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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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 같은 혹은 형사 같은
장항선
“잘 생긴데가 있나, 눈은 찢어지고, 광대뼈는 나오고. 딱 깡패로나 어울릴 상이지.”
1970년, 그래서 장항선(54)은 어렵게 들어간 방송사을 떠나 도망쳤다. “조금만 잘생겼더라면, 주인공은 고사하고 예쁜 여자와 손잡고 걷는 역 한번 해봤으면”하는 꿈을 접고, 오징어잡이 배를 가지고 있던 친구에게 밀항시켜달라고 부탁했다. 어디가서 돈이라도 많이 벌어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선남선녀, 미남 미녀만 필요로 하던” 당시의 분위기가 연기하는 배우가 되려했던 그를 강원도 속초 바닷가로 내몰았던 것. 친구의 간곡한 설득에 못이겨 3개월 만에 방송사로 되돌아간 장항선은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행운”을 만난다. ‘전설’의 드라마 <전우>였다.
장항선은 KBS에 입사하기 이전, 영화 촬영장을 전전한 배우, 배우 지망생이었다. 69년 5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극장에서는 겨우 ‘저게 내 발’이라며 생색을 내야 했고, 친구들로부터 ‘어디 나오
조연배우로 산다는 것 [1] - 장항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