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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강렬한 이미지로 시작한다. 비내리는 거리를 내려다보는 전지전능한 시선. 그 아래 사고로 나뒹구는 오토바이와 피흘린 채 쓰러진 소녀가 있다. 소녀는 병원으로 옮겨지고 그녀의 일기를 읽던 간호사는 소녀가 다름 아닌 그 병원의 외과의사 띠모떼오(세르지오 카스텔리토)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수술을 집도하다가 딸의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된 띠모떼오는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동료에게 딸의 수술을 맡기고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린다. 그는 딸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는 몇 시간 동안 15여년의 세월을 거슬러올라가 한 여인과의 첫 만남, 강렬했던 사랑과 그녀에 대한 미안함이 뒤엉킨 과거의 기억을 되짚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게 불행이 닥쳤을 때, 그 불행의 원인을 자기 자신 속에서 찾으려고 애쓴다. 그 불운이 설령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마음씀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때에도, 그것을 자신이 의식 혹은 무의식 중에 저지른 어떤 죄와 연관된 벌로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기 때
15년 전 강렬했던 사랑, <빨간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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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에나비스타에서 <토이 스토리 10주년 기념판> 등 대작 타이틀을 포함한 11월 출시작들을 공개했다.
<토이 스토리 10주년 기념판>은 제작된 지 벌써 10돌이 되었지만 여전히 3D 애니메이션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토이 스토리>의 업그레이드 버전. 기존 DVD의 화질과 음질도 놀라웠지만 그보다 더 좋아졌다고 하니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돌비 디지털 5.1 EX 사운드는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현존 최고의 음향 디자이너 게리 라이드스톰에 의해 리마스터링되었다고. 존 라세터 감독의 음성해설과 제작진들의 회고담, 삭제 장면 등의 부록이 수록된다.
후속작 <토이 스토리 2> 역시 스페셜 에디션으로 새롭게 출시된다. 과거 발매된 DVD와 달리 오리지널 화면비를 살린 1.78: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 화면으로 선보이는 것이 무엇보다 반갑다. 부록으로는 주연 성우를 맡았던 톰 행크스, 팀 앨런의 인터뷰와 제작과정, NG 장면 등이 포함되며,
브에나비스타, 11월 출시 라인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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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독의 TV감상실] <형사 콜롬보>를 잇는 정통파 추리물
[올드독의 TV감상실] <형사 콜롬보>를 잇는 정통파 추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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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를 맞은 한국 영화의 가장 중요하고 매력적인 화두는 역시 억압과 해방을 거듭한 나라의 사람들, 독재를 거친 분단국가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독특한 정체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부문 상영작으로 선정돼 연일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국 영화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프랑스의 니오그레 감독(59 사진)은 10일 한국 영화의 비약적인 발전 배경을 이렇게 지적했다.
그는 이어 “좋은 영화란 자기 생각을 보여주고 자기 근본을 강조하는 영화”라고 전제한 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처럼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영화들에서부터 <박하사탕>, <그때 그 사람들> 등의 저변에 그런 정체성의 근본에 대한 탐색이 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런 영화들이 자국 관객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나라에 살고 있는지 끊임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다큐 들고온 위베르 니오그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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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2세 김수진(51)씨. 연극계에서 그는 명사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극단 신주쿠양산박의 대표다. 갈무리 대목에서 무대 뒤를 가린 천막이 걷히며 10m 크기의 비행기가 눈앞에서 날아갔던 <바람의 전설>(지난 7~9월)과 뗏목을 타고 한강을 가로질러 건너편 둔치의 무대 위로 배우를 등장시켰던 <인어전설>(1993년)을 한국 관객은 잊지 못한다. 그가 이번엔 영화를 들고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조감독은커녕, 촬영 보조도 해보지 않았던 그가 만든 두 번째 영화, <유리의 사도(Dreaming of Light)>다.
“아, 걱정돼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너무 어려워하지 않을까 해서요.” 보자마자 대뜸 던진 한 마디다. 약간의 흥분과 염려가 뒤섞여 있다. 은유와 상징이 많은 데다 판타지가 두드러진 탓일 것이다. 사실 닫힌 사각의 무대를 무한 공간으로 확장한 연극연출부터가 그가 추구하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특장을 잘 보여준다.
한 노인이 커다란
<유리의 사도> 감독 재일동포 2세 김수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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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극장가에 대작들이 쏟아진다. 2005년 한국 영화시장의 마지막 격전지가 될 12월의 배급 일정이 범상치 않다. 추석 이후 하반기 최고의 성수기인 12월 중순부터 크리스마스에 이르는 기간 동안 국내외 흥행 기대작들이 집중적으로 포진될 분위기다. 12월의 시작을 알릴 영화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네 번째 연작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이 될 계획이다. 디즈니가 총 7편의 시리즈로 구성하겠다고 발표한 판타지물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크리스마스에 맞춰 한국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영화관계자와 관객의 시선이 집중된 시기는 12월 세쨋주, 즉 13일부터 15일까지다. 각 배급사의 실무 담당자들과 충무로의 관측에 의하면, 향후 변동의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현재로서는 한국영화 <태풍> <야수> <청연>이 이 시기에 정면으로 충돌하는 형국이다. <태풍>은 장동건과 이정재가 출연하고 곽경택 감독
12월 극장가, 한국영화 <태풍> <야수> <청연> 치열한 접전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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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중국영화가, 중국에서 한국영화가 만들어진다. 그것도 같은 기간 동안에. 이 실험적인 프로젝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과 베이징전영학원이 11월 초에 시행하는 ‘한·중학생합작영화사업’에 따른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두 학교의 영화학도들에게 양국의 영화제작 시스템과 합작 방식을 경험케 하고 지속적인 교류, 협력을 통해 훗날 범아시아 시장의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일로, 양국 학생들이 상대국으로 건너가 1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에 따라 양국의 제작팀은 11월 초 각각 중국과 한국을 찾아 한달 정도의 기간 동안 함께 영화를 찍게 된다.
특이한 점은, 촬영지의 상대국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는 점이다. 두 나라 사이의 교류라는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 프로듀서와 배우는 두 나라에서 비슷한 비율로 참여하게 된다. 그러니까 영상원의 구혁탁 감독이 중국을 배경으로 삼은 <점프>의 시나리오를 들고 김민수 프로듀서를 비롯해 배우, 제작팀과 함께 베이징에 건너가
영상원·베이징전영학원 11월 초부터 한달 간 합작영화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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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한줄기씩 교차하면서 비극에 다가가는 미스터리. 무더운 여름밤, 태정은 휴가나온 군대 후임이자 중학교 동창인 승영의 전화를 받고 그를 만난다. 그 사이사이에 군대 시절이 삽입된다. 태정은 고지식하여 군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승영을 감싸주곤 했지만, 그 행동은 내무반 군인 대부분을 승영의 적으로 돌리는 상황을 낳는다. 문제는 태정이 곧 제대한다는 사실이다.
군인이 되어 보지 않은 사람은 군대가 어떤 곳인지 짐작할 수가 없다. 휴가나온 군인들의 초조한 말투와 공허한 느낌을 통해, 그곳을 건너다볼 뿐이다. ‘군대 이야기’라고 손쉽게 설명할 수 있는 <용서받지 못한 자>는 학교나 직장이어도 괜찮았을 위계와 처세와 적응의 신랄한 단면도이기도 하다. 잘해주면 기어오른다, 네말이 맞기는 해도 군대는 그런 곳이 아니다. 이런 군대 생활의 명제들은 무사히 살아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익혀야만 하는 잠언이다. 윤종빈 감독은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인데도 생존의 규칙과 미스터
군대 이야기, <용서받지 못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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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친형은 초등학교 체조선수들을 가르치는 코치다. 감독은 일곱 명으로 구성된 초등학교 체조팀 선수였던 형이 이제는 똑같이 일곱 소년을 가르친다는 사실에 흥미를 갖고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결심한다. 여섯살부터 여덟, 아홉살까지, 또래보다 바쁘게 사는 조그만 소년들. 감독은 뜀틀과 도마와 평행봉을 가지고 노는 이 아이들의 나날을 기록하고 때로는 “코치가 못되게 굴지는 않니?”라는 짓궂은 질문도 던지면서 전국대회까지 따라다닌다.
<점프 보이즈>는 다큐멘터리지만 극영화의 기법을 차용해 재미를 만들어낸다. 아이들 주변에 크레파스 그림같은 테두리를 둘러주거나 애니메이션을 삽입하고, 최고의 장기를 설명할 때는 수퍼맨처럼 날도록 연기도 시킨다. 그러나 가장 큰 재미는 역시 체육관에 풀어만 놓아도 생명력을 뿜어내는 꼬마 체조선수들이다. 모의대회를 할때마다 꼴찌를 하고 도마 위에서 한바퀴도 돌지 못하는 여섯살 어린 아이의 눈물 글썽이는 눈동자는, 조금 미안하기는 해도, 웃기고 귀여워 마
아이들의 성장과 부모의 마음, <점프 보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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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트>는 구로사와 기요시가 던지는 또하나의 정답없는 수수께끼다. 소설가 레이코(나카타니 미키)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마른기침을 계속하다 마침내는 진흙을 토하기 시작한다. 편집장은 그녀에게 창고(Loft)로 쓰던 시골의 이층집을 소개해주고, 이삿짐을 풀던 레이코는 집 앞 창고에서 수천년 된 여인의 미라를 운반하던 고고학자 요시오카(도요카와 에쓰시)를 만난다. 레이코와 요시오카는 서로에게 끌리고, 이층집에는 여자의 원혼이 출몰하기 시작하며, 편집장과 요시오카와 죽은 여인을 둘러싼 비밀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작년 <로프트>의 촬영현장에서 만난 기요시는 “현대 일본사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작품들보다 좀더 장르에 충실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로프트>는 <회로>나 <큐어>보다 좀 더 장르적인 호러영화의 외피를 쓰고 있으며, 주인공들을 음험한 사랑에 빠져들게 만드는 구로사
정답없는 수수께끼, <로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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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입김이 동반되는 사랑은, 앳되고 말간 얼굴의 스무살 초반 여인에게만 허락된 것이 아니다. 참한 딸 시리안을 엄하게 키워온 엄마 바오카이는 둥그렇고 환한 보름달을 반짝이는 눈빛으로 올려다보며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완벽한 남자는 없어. 그런 남자를 실제로 만난다면 두려울 거야”라고 읊조리는 여인이다. 그녀는 딸의 애인 추청이 본토 사람이라며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딸 앞으로 오는 연애편지를 가로채 읽다가 자신이 20년동안 잊고 지낸 애틋하고도 열정적인 사랑의 감각에 몸이 달아오름을 느낀다.
<달은 다시 떠오른다>는 레이스 장식 하나 없는 두 여인의 옷차림마냥 절제된 표현 양식을 추구하는 영화다. 집앞 뜰에 심어놓은 야채들이 녹아들어갈만큼 더운 여름 낮에도 바오카이와 시리안은 손으로 부채질하는 놀림 한 번 보여주지 않는다. 반면 두 여인의 속을 채우는 열정은 하얀 명주옷 속 살덩어리를 붉게 뎁혀오는 더위만큼 뜨겁다. 상대의 사랑이 식었을까 근심하면서도 자신의 사랑을
애틋하고도 열정적인 사랑, <달은 다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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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 50년대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오락가극 <너구리 저택>을 토대로 한 작품. 자기애에 사로잡힌 군주 아즈치 모모야마는 예언가로부터 아들인 아메치요가 아버지보다 더 미남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부와 명성은 물론 미모마저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고 믿는 그는 친아들인 아메치요를 산에 버린다. 버려진 아메치요는 우연히 만난 당나라 출신 너구리 공주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너구리는 인간과 사랑에 빠질 수 없다는 것이 너구리 세상의 불문율. 두 사람의 로맨스는 곧 수많은 장벽에 가로막히고 만다.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은 정신없는 만화경이다. 중국 배우 장쯔이는 자신의 언어로 일본 배우들과 대화하며, CG로 만들어진 세계는 일본의 전통적인 병풍 그림, 서양의 유화나 중국 수묵화가 혼재되어 있고, 음악은 엔카와 발라드와 힙합의 완벽한 크로스오버를 들려준다. 엔카의 여왕 고 미소라 히바리가 CG의 도움을 빌어 부활하기도 한다. 가부키, 서양식 오페레타
정신없는 만화경,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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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인감독을 발견하는 ‘뉴디렉터스 인 포커스(ndif)’ 감독들이 9일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투자·제작사를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을 가졌다. 김소영 영상원 교수와 단편 <신도시인>의 홍두현 감독을 비롯 여섯명의 감독을 선발한 이 행사에는 100여명의 영화관계자와 취재진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이중에서 lj어워드와 바른손 어워드 수상자는 12일 ppp와 ndif 폐막에 맞춰 발표된다.
부산이 발굴한 신인감독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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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PPL로 투자 좀 받을 걸 그랬나봐요.” 술로 시작해서 술로 끝난다. <대작>과 <7과 1/2>은 모두 ‘술’과 청춘의 상관관계를 풀어가는 이야기. 마시면 마실수록 술이 나를 마시는지, 내가 술을 마시는지 모르는 것처럼 자칫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도 청춘의 한 단면일 것이다. 술이 중심소재이다 보니, 부산의 명물 ‘시원소주’는 프레임의 이곳 저곳에서 등장한다. 소주회사 관계자가 본다면 광고계약하자며 달려들지도 모를 일. 하지만 이들의 현장은 술냄새가 아닌 땀냄새로 가득했다.
술 잘먹는 게 자랑이야?
<대작> 현장
“왜 하필 지금 오셨어요?” 촬영현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른다. 술취한 주인공이 오바이트 하는 장면을 방금 찍었기 때문. 비닐로 깔린 바닥과 책상에는 이미 정교하게 제작된 토사물이 널려져 있었다. 카레, 밀가루, 토마토 주스, 라면 그리고 새우맛 과자까지 넣어서 만든거라고. 그러나 농도 배합이 잘 안된 탓인지
[상상 메이킹] <대작>과 <7과 1/2>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