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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하탄은 몇 일째 비다. 그 덕에 기온은 쑥 내려가 버렸고 어디에서도 여름의 흔적을 찾아 보기 힘들 정도다. 이제 자려고 누우면 코가 시리다. 여름 내내 무시해왔던 이불에게 비겁한 아부를 하면서 코끝까지 살살 끌어올린다. 가만히 보면 머리가 아니라 계절이 기억해주는 느낌이 있다. 이를테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갈 때 나는 시골 저녁 밤 같은 냄새, 살갗에 스치는 알싸한 그 계절 만의 촉감. 이런 건 햇빛이 쨍쨍 내려 쬐는 여름에는 아무리 기억하고 싶어도 기억이 안 난다. 그러다가 긴 팔 옷을 꺼내 입고 거리로 나가, 차가워진 바람에 지퍼를 코끝까지 올리면 마치 기억상실증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아, 작년에도 이랬지, 하게 된다. 그리고 이 맘쯤이 되면 멀리 떨어져 걷던 사람들도 손을 잡거나 부둥켜 안고 걸을 수밖에 없다. 사람의 체온이 필요한 계절이 온 것이다. 차가워진 내 발을 그 사람의 발 위로 올리기만 해도 금방 따뜻해지는, 그런. 게다가 11월부터는 여기저기 과도한 히터를 틀어 댈
[백은하의 애버뉴C] 34th street/ 너는 뉴욕, 나는 쿠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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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워너브라더스사의 첫 UMD 비디오 타이틀 출시작들이 발표했다. 총 10 작품으로 오는 11월 25일 선보일 예정.
DVD로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기도 한 <매트릭스> 삼부작을 비롯해 <해리 포터> 시리즈 <아일랜드> <콘스탄틴> 등이 있으며, <폴라 익스프레스> <배트맨 비긴즈> 등 최신작들도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다. 다른 UMD 타이틀들과 마찬가지로 부록은 없지만 오리지널 영어 음성 외에 일본어 더빙, 영어 / 일본어 자막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타이틀 당 가격은 2,980엔(약 27,000원)이다.
DVD 시장에서 막강한 세를 과시하고 있는 워너브라더스사의 UMD 타이틀 출시로 이제 미국과 유럽, 일본의 UMD 영화 시장은 완전히 자리를 굳힌 셈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발전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 워너브라더스, 첫 UMD 출시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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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협약의 예비초안이 이번 3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수정없이 채택되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강력한 협약만이 각 나라의 문화정책 수립의 자주권을 보장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소리씨는 21일 유네스코 총회에서 회원국 투표로 채택 여부를 결정할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문화다양성협약)’을 지지하기 위해 지난 10일 오후 3시(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문예회관에서 열린 예술인 선언 행사에 한국 예술인 대표로 참석한 배우 문소리(31)씨가 연설을 통해 스크린쿼터와 문화다양성협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자리에는 문씨를 비롯해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던 프랑스 영화감독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스페인 안무가 블랑카 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세계 예술가 8명이 발제자로 참가했다.
연설을 통해 스크린쿼터 보호를 위해 한국영화인들이 벌여온 투쟁과 한미투자협정을 빌미로 스크린쿼터제 축소 및 폐지를 요구해온 미국 정부가 압력을 행사했던 일
문소리, “스크린쿼터는 견제장치” 발언에 청중들 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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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스타인 형제가 디즈니와 공식 결별을 선언했다. 디즈니의 계열사인 미라맥스 사장 자리를 떠나 새 회사 웨인스타인 컴퍼니(TWC)를 설립한 것. 올해 칸영화제를 방문했던 웨인스타인 형제는 1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아 10월 중 새 미디어 그룹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웨인스타인 컴퍼니는 이미 프랑스 텔레비전 방송사 ‘TF1’을 비롯하여 18개 투자사로부터 2억3050만달러를 끌어모은 상태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현재 협상 중인 투자자까지 포함할 경우 다음주에는 4억2천만달러 정도의 설립금이 모일 예정이다.
웨인스타인 컴퍼니의 야심찬 출발은 2주 전 실린 ‘뉴욕타임스’ 주말판 두 페이지 광고를 통해서도 한눈에 알 수 있다. 맨해튼의 도심 풍경을 배경으로 왼쪽에는 “특별했던 시기의 끝”이라는 제목하에 미라맥스 시절 그들이 제작했던 100편의 영화, 249개의 오스카 노미네이션과 60여개의 수상 목록을 나열하고 있고, 오른편에는 “그리고 새로운 모험의 시작”이라는 제호 아래
웨인스타인 형제의 야심찬 첫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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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에 비해 흥행이 부진한 디즈니가 12월 개봉하는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의 프로모션을 사상 최대 규모로 벌이며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1억5천만달러 예산의 판타지 <나니아 연대기...> 마케팅의 주요 표적은 가족 관객과 기독교인. 인간을 대신해 박해받는 사자 아슬란의 캐릭터가 예수의 알레고리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이에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의 마케팅을 주도한 모티브 엔터테인먼트, <브루스 올마이티> <킹덤 오브 헤븐>의 교회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한 그레이스 힐 미디어와 계약을 맺었다.
‘LA 타임스’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 전역의 목사, 교사, 스카우트 대장들에게 영화를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한 DVD를 배포했다고.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가 없는 디즈니는 <나니아 연대기...>를 제2의 <해리 포터>로 키우겠다는 포부에 맞는 물량전도 펴고 있다. 맥도널드, 버진 아틀란틱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교회를 기지로 한 풀뿌리 마케팅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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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리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코미디 영화 <해롤드와 쿠마>에는 닐 패트릭 해리스가 깜짝 카메오로 출연한다. <스타쉽 트루퍼스> 같은 작품에서 조역을 맡기도 했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자신의 실명 그대로 연기 아닌 연기를 한다.
사정은 이렇다. 차를 타고 햄버거 가게를 찾아 헤매던 해롤드와 쿠마는 웬 히치하이커를 태우게 된다. 허겁지겁 차에 탄 이의 얼굴이 무척이나 낯익은데, 바로 두 사람이 즐겨보던 TV 드라마 <천재소년 두기>의 주인공이 아닌가. 의사 지망생으로서 자신의 우상을 만난 쿠마는 물론이고 낯선 이를 태우기 꺼려하던 해롤드의 표정 역시 밝아진다.
그런데 TV 속에서는 마냥 해맑은 모습이던 두기의 표정이 왠지 심상치 않다. 환각제에 취한 상태인 그는 기분을 더 내야한다면서 두 주인공에게 여자를 꼬시러 가자고 종용한다.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버거 따위보다 여자가 더 급하다 말하는 그는 영락없는 난봉꾼이다(음탕한 대사들이 정말 걸작이지만 차마 글
<해롤드와 쿠마> 혹시 천재소년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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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미스터 주부퀴즈왕> 꽃님아파트부녀회 주부 남기남
[정훈이 만화] <미스터 주부퀴즈왕> 꽃님아파트부녀회 주부 남기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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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트 수급 문제로 상영이 취소됐던 <카르멘>이 13일에는 정상 상영된다. <카르멘>은 지난 8일 터키 안탈랴영화제로부터 프린트가 일부만 도착해 9일 상영이 취소된 바 있다. 김희전 월드시네마 담당 프로그램팀장은 “나머지 프린트가 11일 오전에 도착했다”며 프린트 검색과 자막작업이 끝나면 13일 오후8시 부산극장 1관에서 예정대로 상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프린트 릴 순서가 뒤바뀌는 사고로 지난 10일 상영이 중단됐던 <새장>은 11일 재상영 이후 12일 오후7시 프리머스 3관에서 추가 재상영될 예정이다.
<카르멘> 13일 정상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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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만들어진 호러영화 중 최고는 무엇일까? 이런 주제로 영국 영화월간지 <토탈 필름>
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토브 후퍼의 <텍사스 전기톱 대학살>이 1위로 선정됐다. 이 1974년작은 텍사스의 한 마을에서 톱으로 사람들을 썰어 죽인 실제 연쇄살인사건을 바탕으로 14만달러를 들여 제작된 저예산 영화다. 극도의 공포감을 유발시키는 기법들이 효과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유명하다. <토탈 필름>은 "이 영화의 초반 50분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후반 30분"이라고 평했다.
제이미 리 커티스가 주연한 <할로윈>(1978)은 2위를 차지했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서스피리아>(1977)와 조지 로메로의 <시체들의 새벽>(1978)이 그 뒤를 이었다. 5위는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1980), 6위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사이코>(1960)였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1970년대가 호러영화의 전성기였음이
역대 호러영화 중 최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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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관공 켈트의 인생은 꼬였다. 아내의 이혼 청구로 25년의 결혼생활은 종말로 치닫고, 아들마저 매사에 엄마편이다. 사업도 별볼일 없어 위자료를 구할 방도도 오리무중. 체념에 빠진 켈트는 중국 식당에 식사하러 갔다가 달콤한 제의를 받는다. 식당주인은 사촌 여동생인 링이 영주권을 딸 수 있도록 위장결혼을 해달라고 켈트에게 부탁하고, 두둑한 사례금에 눈이 먼 켈트는 제의를 받아들인다. 서둘러 결혼식을 치른 두 사람.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던 그들은 천천히 사랑에 빠지지만, 켈트는 링의 얼굴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를 읽어내지 못한다.
항상 중국식 드레스를 입고, 중국식 식사를 차리고, 아침마다 우슈로 몸을 단련하는 링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여인이다. 인생의 종착역에 다다른 켈트는 그녀를 통해 삶의 가치를 되찾는다. <차이나맨>으로부터 오랜 오리엔탈리즘의 함의를 읽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배나온 중년의 백인남자에게 찾아온 사랑이 그리 누추해 보이지 않는
오랜 오리엔탈리즘의 함의, <차이나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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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2세 그레이스 리는 이렇게 말한다. “난 어릴 때부터 내가 우리반의 유일한 동양인이라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내가 독특하다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천만의 말씀. 그레이스 리는 독특하지 않다. 미국내에서 그레이스 리라는 이름의 여성은 캘리포니아에만 500명, LA에 314명이 산다.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면 “내가 아는 그레이스 리요? 똑똑하고, 상냥하고, 조용해요”라고 답한다. 조금 화가 난 감독 그레이스 리는 ‘단지 똑똑하고 상냥한’ 류로 살아가지 않는 그레이스 리들을 찾아나서기로 한다.
능력있는 아나운서, 종교적 삶의 비전이 확고한 스물셋의 아가씨, 소외된 흑인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 커뮤니티 운영에 평생 힘써온 88세 사회운동가, 한국서 7년간 레즈비언 인권활동을 벌여온 여성 등 감독이 찾아낸 그레이스 리들은 평균 20대 중반, 평균 피아노레슨 5년, 평균 복합성 피부 등 “평균적인 그레이스 리”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며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이다.
소박하고 솔직한 울림, <그레이스 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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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세이준에게 현답을 바라며 똑똑한 척 질문을 던졌다가는 바보되기 쉽상이다. 기자라고 다를바 없다. 손수 산소 호흡기를 끌고 부산을 방문한 82세의 거장은 기자회견장에서도 현문의 우답으로 수많은 기자들의 무릎을 꿇렸다. 감독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뭐냐고? 감독이 되려면 첫째도 체력 둘째도 체력이다. 지혜따위는 필요없다.(폭소)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뭐냐고? 영화찍고나면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지금 기억에 남는건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밖에 없다.(폭소)
장쯔이를 왜 캐스팅했냐고? 그런건 저기 서 있는 프로듀서한테 물어봐라.(폭소) 한국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한국영화를 다 보지 못해서 모르겠다.(폭소) 사람들이 나를 괴짜라고 부른다고? 나는 정상인데 다른 사람들이 이상한거 아닌가.(폭소) 내 영화들을 대표하는 단어가 하드보일드라고? 나같은 오락감독은 여러가지를 할 줄 알아야 한다. 하드보일드든, 비련의 영화든, 춤영화든, 이런걸 다해야 진정한 오락감독이라고
핸드 프린팅 남긴 스즈키 세이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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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인가 핥아도 본다, 알인가 품어도 본다. 몽골 소년 빌리케, 다와, 에르구투 세 친구는 어느날 발견한 흰 탁구공의 정체를 놓고 고민한다. 결국 할머니의 말을 듣고 정령들의 보물이며 행운의 부적이라고 믿게 된 빌리케는 탁구공을 실에 꿰어 목에 걸고 다닌다. 그러던 중 유랑극단이 가져온 TV를 통해 문제의 흰 물체가 중국의 국기(國技)인 탁구에 쓰이는 공임을 알게 되고, 세 소년은 소중한 물건이니만큼 하루빨리 베이징에 전달해야 한다며, 고비사막을 넘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감행한다. 호들갑을 떠는 건 비단 아이들만이 아니다. 초원의 어른들 또한 어디선가 날아든 문명(文明)의 바람에 휘둘린다. 다와의 아버지는 안테나 접시판 대용으로 양철 쟁반을 매달고서 TV를 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빌리케의 아버지는 불쏘시개로 쓰던 유명 잡지에서 근사한 집을 보고서 초원에 집을 짓겠다는 망상을 꾸고, 빌리케의 누나는 유명 배우가 되기 위해 도시에 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렇다고 얼굴 누런 부시맨들의
문명의 바람에 휘둘린 초원, <몽골리안 핑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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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 걸작선 목록에는 세 편의 이란 영화가 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작품인 <클로즈업>과 <순수의 순간>이 그 두 편이고, 둘 모두 이란 영화의 백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작품이다. 그런데, 여기에 다리우스 메흐르쥐가 연출한 <소>라는 낯선 영화가 한 편 더 있다.
1980년대 이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모흐센 마흐말바프가 국외에서 명성을 얻기 시작하며 이란 영화의 미학적 명예를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미학의 실명을 처음으로 알린 것은 다리우스 메흐르쥐였고, <소>였고, 그 움직임을 가리키기 위해 동원된 말이 ‘뉴 이란 시네마’였다. 1969년에 제작된 <소>는 질 낮은 대중영화가 선전하던 때에 포르흐 파로허저드, 바흐람 베이자이 등과 함께 등장하여 이란 영화에서 처음으로 ‘작가’적 개념을 도입한 다리우스 메흐르쥐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1970년대 중반부터 이란
이란 뉴시네마의 효시, 다리우스 메흐르쥐의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