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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파편화된 세상에서 다른 이와 진심으로 교류한다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은 LA 근교의 소도시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소통을 탐험하는 영화다. 노인 대상 택시를 운전하며 비디오 작품을 만드는 크리스틴은 구두가게 점원 리처드에게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아내와 이혼한 뒤 그 집에 얹혀살고 있는 리처드는 그를 피한다. 리처드의 두 아이 피터와 로비는 아버지와의 대화보다는 음탕한 인터넷 채팅에 몰두하고, 이웃집 소녀 실비는 피터를 눈여겨본다. 여기에 펠라티오로 내기를 벌이는 두 소녀, 두 소녀에게 야릇한 메시지를 전하는 리처드의 직장동료 앤드류, 죽어가는 아내를 바라보는 마이클, 비밀스런 욕망을 품은 큐레이터 등이 뒤얽힌다.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외롭다는 것이다.
관계와 소통을 향한 욕망은 절실하지만, 그들은 상처받을 걸 두려워하거나 방법을 찾지 못한다. 그러나 <미 앤 유
성실한 이야기꾼과 만나는 자리, <미 앤 유 앤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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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동물은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람의 말귀를 동물이 알아듣기 때문이다. <별이 된 소년>은 코끼리의 말귀를 알아듣는 소년의 이야기다. 동물농장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데츠무는 학교에서 “동물 똥냄새 난다”며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그의 엄마는 농장 돌보는 일에 정신이 팔려있고, 아빠는 그런 엄마에게 헌신적인 남편이다. 장난기많은 원숭이를 유일한 친구로 삼았던 데츠무는, 엄마가 사들인 코끼리의 말소리를 알아듣기 시작한다. 또다른 친구가 생긴 데츠무는 코끼리 조련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엄마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는 타이로 날아간다.
이후의 이야기는 짐작하기 별로 어렵지 않다. 낯선 곳에서 겪는 시련을 통해 데츠무는 제 힘으로 앞길을 꾸려나가는 독립적인 인간, 주변인들과 마음을 주고받는 사회적인 인간이 되어 돌아온다. 그의 식구들도 한층 두터워진 가족애를 확인하게 된다. 타이에서 찍어온, 코끼리들과 소년들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장면들은 커다란 야
정공법으로 만들어진 성장영화, <별이 된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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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막을 하루앞둔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흥행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집계에 따르면 10월10일 현재 영화제를 다녀간 총 관객수는 18만여명. 지난해 총 관객수인 16만6천여명을 넘어선 수치다. 또한 전체 307편의 상영작 중 101편이 완전매진됐으며 218편의 작품이 1회이상 매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영횟수로는 631회의 공식상영횟수 가운데 410회가 매진됐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일반 관객의 열띤 호응은 영화제 개막전 예매 상황에서부터 나타났다. 일반상영이 시작되기 전날인 6일, 총좌석수 28만3400여석 가운데 45%에 가까운 12만6000석이 예매완료됐고 완전매진작이 74편, 상영횟수 346회가 매진됐다.
매표 상황을 작품별로 보면 개폐막작을 비롯해 <오페레타 너구리 저택> <장한가> <흔들리는 구름> <히든> <더 차일드> <브로큰 플라워> <소피숄의 마지막 날들> 등 해외 거장들의 신작 및
관객들 작년보다 더 많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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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상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구심점이 공식 출범했다.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를 비롯 유니재팬(일본), 타이국립영화연합회(타이), 베트남 미디어(베트남) 등은 11일 오전 10시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AFIN(Asian Film Industry Network) 멤버십 체결식을 갖고, 회원 기관의 교류와 협력을 늘리기로 결의했다. 안정숙 영진위 위원장은 “각국의 시장 상황이 다르지만 각각의 성공 사례들을 공유한다면, 현재 할리우드의 막대한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아시아 영화산업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AFIN 결성 배경과 목표를 설명했다.
2002년 11월, 부산에서 첫번째 자리를 마련한 뒤 출범을 위해 꾸준히 만남을 이어온 AFIN은 감독, 프로듀서 등이 중심이 된 EFP(Europpean Film Promotion) 와는 달리 각국 영화진흥 기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베트남 미디어의 관계자는 “1년에 제작되는 자국영화 편수가 10편밖에 되지 않는 우리의 경우 아무
아시아 영화산업 네트워크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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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로스타미, 아시아적 감수 작품 지지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기자회견이 11일 오전 11시 파라다이스호텔 파노라마룸에서 개최되었다. 그는 심사기준을 묻는 질문에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미국적 상업영화와는 다른 특징을 지닌 영화들을 아낀다. 아시아 영화는 아시아적인 주제와 냄새를 담고 있어야한다”고 말해, 아시아적 감수성을 지닌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지지를 밝혔다. 이날 회견에서는 심사에 관련된 질문이 아닌 감독 자신의 영화세계에 대한 질문들도 다양하게 쏟아졌다. 특히 지나친 정부통제로 고통받는 이란 영화계에 대한 질문에 그는 “진짜 문제는 영화검열이 아니다. 영화감독으로서 나는 정부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한사람의 시민으로서는 조금 불만이 있다”고 토로했다.
비디오, dvd, 유료채널 개발 논의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이 11일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비디오와 dvd, 유료채널 등의 개발과 마케팅을 논하는 패널토론
[단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기자간담회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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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사람들 얼굴만 떠올라요.” 부산국제영화제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이들의 영화만들기도 서서히 마무리를 하고 있다. <죽도록 고생하다>팀은 지난 9일 해운대에서 마지막 촬영을 했고, 서울서 편집장비를 끌고온 <도시락에 밥이없다>팀은 현재 숙소에서 후반작업이 한창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 탈도 많고, 웃음도 많았을 이들은 부산에서의 지난 일주일이 매우 아쉬운 듯 보였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이젠 후반작업에서 승부를 봐야죠.” ‘자유폭발, 청춘을 예찬한다’는 이번 축제의 슬로건처럼, 최선을 다한 그들도 예찬받아 마땅했다.
7전8기의 정신으로 버텼습니다
<죽도록 고생하다> 현장
“정말 죽도록 고생한 건 저희라니까요.” <죽도록 고생하다>팀은 제목 덕을 톡톡히 봤다. 신청한 지 20일 만에 허가를 받은 광안대교는 정작 촬영당일 정전사고를 일으켰고, 배우 한 명은 갑자기 맹장이 터져 현재 부산의 어느 병원에 입원중이다. 안그래도 촬
[상상 메이킹] <죽도록 고생하다>와 <도시락에 밥이 없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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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올해 크리틱스 초이스에서 상영되는 <좋은 배우>를 만든 신연식 감독은 충무로는 물론 독립영화계나 대학 영화관련학과와도 인연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은 <마이 제네레이션>의 제작비가 3천만원이었다는 기사를 접하고, ‘그렇게 많은 돈을 어디다 쓰지?’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잘 알려진 대로 <좋은 배우>의 제작비는 3백만원이다. 뉴커런츠 상영작 <용서받지 못한 자>의 제작비는 2천만원이었다고 한다.(이 영화는 청어람이 배급을 맡기로 하면서 후반작업 보강과 키네코를 위해 제작비의 서너배 되는 돈이 더 들었다) 그리고 이 두 영화는 제작비에 관계없이 극영화가 요구받는 캐릭터, 이야기, 연기, 촬영, 편집 등에서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제 제작비가 믿을 수 없을만큼 적다는 이유로 독립장편을 화제에 올리는 일은 촌스런 일이 되었다. 굳이 이 두 편의 제작비를 거론한 이유는 수년
부산영화제를 통해 본 한국영화의 세가지 신풍경 (+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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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선생, 반갑습니다” 해운대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만난 박준희 감독은 보자마자 손을 덥석 잡았다. 조선족 중국 감독으로, 남북영화의 합작과 관련한 세미나에 발제자로 참석하기 위해 부산을 찾은 그는 “촬영기술이나 수익성 고려 등 남북 양쪽의 차이로 인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그럴수록 화끈하게 포용해야 한다”고 여러번 힘주어 말했다. 중국과 북한이 합작한 <역도산의 비밀>은 지난해 5월 북한 조선영화회사의 제안으로 먼저 이루어진 것. 8년 넘게 중국과의 합작을 추진해왔지만 매번 무산된 북한쪽은 무려 9개의 시나리오를 그에게 내밀었다고 한다. “중국 쪽이 솔깃할만한 소재나 인물을 다룬 시나리오가 많았다”며 그는 “합작에 대한 북한의 욕구가 강렬하구나”라고 느꼈다고.
“<역도산의 비밀> 또한 북한이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설정들이 많았는데 알아서 뺐더라” 연출 뿐만 아니라 프로듀서, 통역 업무까지 해야 했던 터라 작품 자체에 대해선 아쉬움이 많지만,
첫 중국,북한 합작영화 <역도산의 비밀>의 박준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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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주아주 나쁜 애였다.” 체격좋은 청년 마이클 강 감독은, 왜 한국인 부모에게서 한국어를 배우지 않았냐고 묻자 이렇게 답하고 웃었다. 그의 장편데뷔작 <모텔>은 뚱뚱하고 내성적인 열세살짜리 중국계 미국인 소년의 사춘기를 담은 영화다. 외할아버지와 홀어머니, 여동생과 사는 어니스트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보다도 모텔 방 청소를 먼저 해야한다. 남자라면 모두 공감할법한 사춘기의 순간들을 침착하고도 따뜻하게 그려낸 감독은 한국인 부모 밑에서, 그러나 한국인들이 많지 않은 로드아일랜드에서 자랐다. 부산에 동행할만큼 친형과는 절친하지만 사춘기 시절에는 롤모델을 찾지 못했고, 배우를 하려고 했으나 아시아계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역할의 한계를 깨닫고 직접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그는 말한다. “미국영화사에 이름을 남긴 한국계 감독들을 찾아보니 13명밖에 안되더라”며 “내가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동안은 아시아계 미국인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마이클 강 감독은 흐
<모텔>의 마이클 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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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심사위원으로 부산을 방문해 핸드 프린팅을 남겼던 크지스토프 자누시 감독. 그가 <반갑지 않은 사람>이라는 영화로 다시 부산을 찾았다. 개인적인 기억과 공적인 기억의 만남,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갈등하며 늙어가는 외로운 인간의 이야기. 그는 이 영화를 통해 반체제 인사와 박해자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날 GV 때, 극장 한 구석에 앉아있던 필자를 또렷이 기억한다고 말하는 이 놀라운 관찰력의 노장은 자신의 영화에 대해 냉철하게 이야기 하다가도, 사진을 위해 기꺼이 포즈를 취해주는 여유로움을 과시했다. 우렁찬 목소리와 분명한 발음으로 노년의 고민과 종교와 역사를 말하는 이 감독에게서는 자기 삶에 대한 확신이 묻어났다.
<반갑지 않은 사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영화 속 인물들 중에서 누구를 지칭하는가?
그건 나 자신의 절박한 고민이기도 하다. 나는 과연 이 세상이 원하는 사람일까. 이 세상에 필요한 사람일까. 여기
<반갑지 않은 사람>의 크지스토프 자누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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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시간표에는 관금붕의 과거와 현재가 함께 흐른다. 아시아 걸작선 부문의 <완령옥>(1992)과 신작 <장한가>(2005)가 동시에 부산의 관객을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완령옥>이 30년대의 상하이에서 거치른 생을 불사른 여배우의 장송곡이라면, <장한가>는 20세기 격동의 중국사를 거치며 사그라든 평범한 상하이 여인의 애가다. 2001년작 <란위> 이후 4년만에 돌아온 관금붕과 <장한가>의 주인공 왕치아오를 연기한 정수문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상하이에 관한 소설 <장한가>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관금붕/ 96년도에 이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지만 바로 전 해에 상하이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영화화한 <붉은 장미 흰 장미>를 마친 직후여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2003년도에 영화화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느낌이 달랐다. 상하이에서 광고일을 하던 시기였고, 상하이가 변
<장한가>의 관금붕 감독과 배우 정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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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밤 늦게까지 술을 마신 탓인지 모자로 머리카락을 가리고 다니던 봉태규가 호텔로 돌아왔다. 매니저마저 “아까 모자를 벗어봤더니 너무 심하게 눌려서…”라고 말끝을 흐리는 지경이 되고만 머리를 정돈하기 위해서다.
방을 옮기고 머리를 감고. 한참 부산을 떨고 있을 그의 방문을 두드렸더니, 티셔츠 바람에 수건을 덮어 쓴 봉태규가, 깜찍한 표정으로 놀란 태를 낸다. 머리는 아직도 젖어있지만, 봉태규는 짧은 휴식에 젖어있을 수가 없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광식이 동생 광태>를 홍보해야하고, ‘새로운 부문’에 출품된 <썬데이 서울> GV에도 참석해야하기 때문이다. “누구와도 다른 방법으로 여자를 유혹하는 바람둥이”의 자태를 보여줄 ‘광태’ 봉태규는 오늘도 너무 바쁘다.
[PIFF 습격사건] 태규씨 ‘작업’ 준비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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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예매율로 초반 기세를 잡았던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이하 <내 생애>)이 지난주 개봉과 동시에 국내 박스오피스 1위로 데뷔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1,101개 스크린, 가입률 77%) 가집계에 따르면, <내 생애>는 7~9일 3일간 28만4천6백6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가볍게 1위에 올랐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집계기준으로는 8,9일 서울주말 이틀 관객이 13만4백5명이고 9일까지 전국누계는 57만2천2백55명에 달한다. <너는 내 운명>은 <내 생애>의 개봉으로 한계단 밀려난 2위를 차지했지만 여전히 인기몰이는 거세다. 영진위 가집계로는 14만5천여명을 더 보태 전국누계가 177만명을 넘었고 배급사 집계기준으로는 이제 200만이 훌쩍 넘는다.
<내 생애>와 <너는 내 운명>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면서 두 영화를 동시에 배급한 CJ엔터테인먼트는 주말 국내 스크린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국내 흥행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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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애니메이션의 산실 아드만 스튜디오가 10월10일 발생한 화재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번 화재는 영국 브리스톨에 위치한 아드만 스튜디오의 창고 건물에서 10월10일 오전 5시30분에 발생했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불길이 100피트 범위까지 번져 창고의 지붕과 벽 세 개가 무너졌고 보관중이던 각종 영화 소품과 세트, <월래스와 그로밋> 단편들의 필름 등이 모두 소실됐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명피해가 없었다는 점.
아드만의 신작 <월래스와 그로밋: 거대토끼의 저주>는 바로 지난 10월7일에 미국서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대변인 아서 셰리프는 “원래 오늘(10월10일)은 흥행 성공을 자축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우리의 모든 역사가 사라졌다. 최고의 날이 최악의 날로 돼버렸다.”고 허탈감을 표현했다. <월래스와 그로밋>시리즈의 감독 닉 파크는 “끔찍한 일이긴 하지만 최근 아시아에서 일어
<월래스와 그로밋> 스튜디오에 화재 발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