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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와 조한선이 <열혈남아>에서 호흡을 맞춘다. <열혈남아>는 절친한 형이 죽자 복수를 계획하는 재문(설경구)과 신참 조직원 치국(조한선)이 벌교에 내려가 복수의 대상인 대식(윤제문)을 기다리는 내용의 영화. 설경구와 조한선이 투톱으로 나오고 나문희도 캐스팅이 확정되었다. 설경구는 “<오아시스> 이후 최고의 시나리오”라며 출연이유를 밝혔고 최근 <연리지> 촬영을 마친 조한선은 <연리지> 캐스팅 전부터 이 영화의 출연을 확정했다.
시나리오를 직접 쓰고 메가폰을 잡는 이정범 감독은 “건달이 등장하되 액션이 메인이 되는 영화가 아니라 선악의 모습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인간의 단면을 씁쓸하게 표현할 것”이라고 연출 계획을 밝혔다. 12월 1일 크랭크 인 예정인 <열혈남아>는 영화의 주된 배경인 벌교와 전주를 중심으로 4개월간 촬영한 뒤 내년 상반기 중 개봉할 예정이다.
설경구, 조한선, 나문희 <열혈남아>에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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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을 정도로 즐겁고, 뻔뻔할 정도로 대담하며, 고막이 터질 듯 폭발적이다. ‘2005 뮤지컬 대상’을 수상한 뮤지컬 <헤드윅>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1기 헤드윅인 김다현과 송용진이 이번에도 금발 가발과 함께 헤드윅으로 무대에 서며, 엄기준이 새로운 헤드윅으로 참여했다. 헤드윅과 함께 극을 이끄는 이츠학 역으로는 서문탁, 백민정, 이영미가 출연한다. 2기 <헤드윅> 공연 첫날, 객석 중앙으로 이어진 작은 무대 위의 열기는 금세 객석마저 들뜨게 만들었다. 인터미션 없이 2시간을 이어달린 뮤지컬 <헤드윅>은 마치 실존하는 드랙퀸 헤드윅의 공연을 보는 듯 활기차고 매력적이었다. “여러분이 좋아하든지 말든지, 소개합니다! 헤드윅!”이라는 이츠학의 소개와 함께 객석 뒤편에서 헤드윅이 블론드 가발을 쓰고, 화려한 의상을 나비의 날개처럼 활짝 펼쳐 보이며 등장하는 것으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헤드윅은 교태를 떨고, 욕설을 내뱉고, 노래를 부르고, 때로 우울
당신이 모르는 헤드윅 이야기, 뮤지컬 <헤드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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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을 입 밖에 꺼내는 순간, 흔히 맞닥뜨리는 반응은 대개 한줄을 넘지 않기 일쑤다. “아, 골치 아파” 혹은 “지루해”. 하지만 이렇게 고루하고 화석화된 정전 작가의 죽은 이미지는 이 르네상스 영국 작가의 무한한 얼굴들 중 단 하나에 불과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은, 모든 경계와 범주를 무색하게 하는 모호하고 유동적인, 그러나 유례없이 강력한 문화적 리바이어던이 되었다. 그는 이제 더이상 영국 16세기에 살았던 한 개인이 아니며,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고 장담한 영국 아니 서구가 독점하는 고가의 상품만도 아니다. 일본에서, 리투아니아에서, 한국에서, 새로운 연출가들과 새로운 작가들이 서구 문화의 꽃을 상징하는 셰익스피어의 이름 속에 자국의 문화를 새겨넣는 작업에 나날이 몰두하고 있는 사실은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준다. 셰익스피어는 수많은 원형적 내러티브 그 자체이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문화 브랜드며, 사상 최대의 문화적 권위다. 셰익스피어의 이름으로 권위가
가장 유쾌하게 셰익스피어를 읽는 법, <필름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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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가 마음대로 직업을 택할 수 있다면, 나는 사서가 되고 싶다. 오래된 책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책을 만나고 읽어보는 일은 개인적으로 가장 즐거운 일이다. 어렸을 때, 최고의 판타지는 바닥에서 천장까지 책으로 가득한 다락방에서 하루 종일 책을 읽는 것이었다.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에, 둥실 떠다니는 먼지까지도 사랑스러웠다. 그렇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최고의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가능한 조건이 갖추어진다면 그렇게 살고만 싶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엘리자베스 코스토바의 <히스토리언>을 읽으면서, 사서들이 존재하는 거대한 도서관 혹은 박물관에 유난히 눈길이 간 것도 그런 이유다. <히스토리언>을 집어든 이유는 물론 드라큘라 때문이었다. 드라큘라의 역사와 신화를 집대성했다는 말에 혹해, 무작정 읽기 시작했다. 터키에 드라큘라의 머리가 옮겨졌다는 등 알지 못했던 드라큘라의 이야기들을 들은 것은 좋았다. 하지만 <히스토리언>
[B딱하게 보기] 영원과 순간, <히스토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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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읽는 것일까, 듣는 것일까. 예를 들어 밥 딜런이나 김광석을 (수사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시인이라 부를 수 있을까?
몇년 전 벤저민 제퍼니아라는 영국 시인이 서울을 찾아온 적이 있었다. 자메이카에서 태어나 버밍엄의 빈민가에서 자라난 그는 18살 때까지 문맹이었다. 문자를 몰랐지만 그는 이미 시인이었다. 교회에서 목사님이 성경책을 읽어주시면 그걸 외워 교회 밖에서 랩으로 만들어 ‘낭송’했다. 그는 들었고 들은 것을 자기 리듬으로 바꿔 불렀던 것이다. 뒤늦게 영어를 배웠고, 배웠으니까 이제는 다른 시인들처럼 종이에 시를 적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 스물두살에 첫 시집을 냈다. 그러나 주변의 누구도 그가 낸 시집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는 충격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먹고살기도 바쁘고 문맹률도 높은 그 빈민가에서 누가 그 시집처럼 고상한 것을 읽고 앉아 있겠는가.
그뒤, 그는 달라졌다. 이제는 거리에서, 대영박물관에서, 골목에서, 빈민가에서… 사람들이
[이창] 듣는 문학 vs 읽는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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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우리는 아직 가난하다. 그렇다고 무시하지는 마라. 인류가 사회생활을 하는 데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많은 것들을 우리 중화인에게 빚졌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중국인의 손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퍼져나간 게 얼마나 많은가? 지금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진 게 미국이라고? 맞기는 맞는 말이지. 하지만, 세상 모든 무력의 근본이 되는 화약은 우리가 만들었어. 현재 미국이 핵탄두 1만발 정도 가지고 있다고 큰소리치지만, 우리도 한 800발 정도는 있지. 부족한 대로 그 정도면 억지력은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최악의 경우 시안 동쪽의 모든 도시들이 핵공격을 받을지라도 그 서쪽만 살아남아도 이겨. 상대방의 대도시도 쑥밭이 돼버릴 테니까. 어떤 나라와 최종 결전을 벌이더라도 우리보다 더 많은 인구가 살아남을 데가 없을걸? 인간의 지식을 담는 기본용기 가운데 기본용기인 종이도 우리가 만들었어. 종이가 세상에 퍼지지 않았다면 과연 오늘날과 같은 인류의 문명은 가능하기나 했겠어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중국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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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지독한 사랑>을 보게 됐다. 거의 10년 만에 영화를 다시 보면 내가 이 영화를 봤던가 싶을 때가 있는데, 이번엔 감회가 유독 새로웠다. 유부남 대학교수 영민(김갑수)이 맞선보고 들어온 애인 영희(강수연)에게 소리를 지르자 전화기 너머로 쨍쨍한 목소리가 울려왔던 것이다. “내가 지금 몇살인 줄 아세요? 스물, (몇초 뒤에) 일곱이에요!” 쿠궁. 두 사람이 조개탕 먹으면서 헤어지는 장면을 꼭 보고 싶었지만, 채널을 돌렸다. “스물일곱이면 아기잖아”라고 투덜거리며.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년이면 만으로도 서른이어서 변명의 여지조차 없는 삼십대가 된다. 십년 전이라고는 해도, 스물일곱이면 큰일난 것처럼 여기던 시절이 있었는데, 나는 어떻게 하나. 그러다가 잡념은 가지를 쳐서 내가 왜 나이 먹는 걸 무서워할까, 에까지 미쳤다. 스물두살이 되고 스물세살이 되어갈 무렵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들은 하나같이 똑똑하고 노련해 보였다. 나이를
[오픈칼럼] 어른이 되자, 진짜 어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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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운드, 하면 떠오르는 영화 두편이 있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필사의 추적>과 허진호의 <봄날은 간다>. 둘 다 영화 사운드를 만드는 사람이 주인공이다. <필사의 추적>에서 존 트래볼타는 소리를 채집하던 중에 살인사건을 목격한다. 아니, 목격이란 말은 정확하지 않다. 살인현장을 눈으로 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총성을 들었고 그 소리를 녹음했을 뿐이다. 총성만 없었다면 평범한 자동차 추락사고로 보였을 사건은 이제 거대한 미스터리가 된다. 뒤이어 사건 현장을 찍은 연속 사진이 발견되고 존 트래볼타는 자신이 녹음한 소리와 연속 사진을 이어붙인다. 그리하여 사건 현장은 마치 영화로 찍은 것처럼 온전히 살아난다. 이는 영화란 무엇인가, 란 질문에 대한 드 팔마식 답변이다. 영화란 개별 요소들이고 퍼즐조각이다.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아무 일도 아닌 것도 되고, 살인사건이 되기도 한다. 그는 퍼즐조각을 흐트러트린 다음 마지막 한 조각을 맞출
[편집장이 독자에게] 사운드, 영화제작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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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종합 외에는 별다른 정보도 식견도 없지만 프랑스에서 이민자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걸 보니 90년대 초반 잠깐 체류했던 동안의 단편적인 풍경이 스친다. 프랑스 북부 도시 릴은 영화 <제르미날>에서처럼 예부터 석탄·물류 노동자들의 가난한 도시였다. 덕분에 사회보장 시스템이 잘돼 있었다. 학생은 거지와 동격이라 혜택이 많았는데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민자든 외국인이든 프랑스 거주자라면 기초생활보장을 받았다. 시 주변부에는 허름한 고층 아파트가 많았고 거기 산다는 건 북아프리카에서 이민온 아랍계 사람이란 뜻이었다. 동네 승용차들은 툭하면 유리창이 박살났다. 유리창을 깨고 카오디오를 빼가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아랍계 애들 소행이라고 쉽게 믿었다. 아랍계 애들은 애들대로 자기가 당할까봐 주차 뒤 오디오를 떼어 들고 다녔다. 만성화된 사회현상이었다.
이민자 2, 3세대 중에는 교육을 다 받고도 빈둥대는 이들이 많았다. 놀아도 ‘본적지’보다는 프랑스에서 노는 게 나으니까. 경
[이슈] 이주의 이주노동자 무엇을 얘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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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방송 2텔레비전 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뒤를 이을 수목 드라마의 선두자리는 어떤 드라마가 차지할까?
40%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한 달 넘게 1위 자리를 지켜온 <장밋빛 인생>이 지난 10일 막을 내림에 따라, 같은 시간대에서 경쟁할 드라마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문화방송도 수목 드라마 <가을소나기>가 같은 날 종영을 해 한국방송과 문화방송이 약속이나 한 듯 16일 새 드라마 <황금사과>와 <영재의 전성시대>를 각각 선보였다. <장밋빛 인생>의 인기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던 에스비에스의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도 밋밋하던 줄거리 진행에 반전이 도입되는 등 ‘3사 3색’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복고풍으로 중장년층 노리는 ‘황금사과’
유쾌발랄 성공담 ‘영재의 전성시대’
극적 반전 나선 ‘사랑은 기적이 필요해’
방송 3사 수목금 경쟁 치열
한국방송의 <황금사과&
누가 제2의 ‘장밋빛 인생’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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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자기의 아비라 불리는 남자를 아버지로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미쳤고 자신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변두리에 사는 레오의 상상은 이렇다. 이탈리아산 토마토에 그곳 남자의 정자가 묻어 있었고, 그 위로 넘어진 엄마는 소년을 임신했다는 것. 그래서 소년은 레올로라는 이탈리아식 이름으로 불리길 원한다. 아버지를 부정하고 죄악의 시작인 할아버지를 죽이려던 소년은 난폭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꿈을 꾸고 글을 쓴다. 소년의 환상 속에서 이웃 여인은 영혼의 안식처가 되지만, 환상이 사라진 뒤 그 무엇으로부터도 구원받지 못함을 깨달은 소년은 삶의 끈을 놓아버린다. 구원받지 못한 북미 소년 레올로와 반대로 남미 소녀 아말리아는 누군가를 구원하려 한다. 호텔을 운영하는 이혼녀인 어머니와 아르헨티나 북부의 호텔에서 사는 소녀는 거리공연을 보던 중 낯선 남자가 몸을 밀착하는 걸 느낀다. 그는 학술대회 참석차 호텔에 머무는 의사이자 소녀의 어머니와 짧은 연정을 나누는 인물.
[DVD vs DVD] 삶의 두 가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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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무대 가운데 하나였던 대변항 방파제. 동수(장동건)가 준석(유오성) 조직의 보스를 밀고한 뒤 찾아온 곳이다. 거기서 동수는 조오련과 바다거북 가운데 누가 더 빠르냐며 내기를 했던 옛 추억을 씁쓸하게 떠올린다. 시간의 흐름이 친구였던 동수와 준석을 갈라놓았듯 항상 같은 모습으로 있을 수 없는 삶의 일면을 담은 장면이다. 그곳, 대변항을 촬영지로 택한 이유에 대해 곽경택 감독은 “부산에 살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라고 답한다. 친구들이 살았던 인생이 변하듯 방파제에서 바라보는 바닷물의 색깔은 빛의 조건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지 않으냐며. 이렇듯 오래된 일기장이나 사진을 보는 듯한 장면들이 유난히 많은 이 영화에서 아직도 옛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던 부산이라는 도시는 장동건이나 유오성보다도 관객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준 살아 있는 공간이었다. 감독과 함께 자갈치시장, 영도다리, 삼일극장, 국제호텔 나이트클럽 앞 거리 등 <친구> 속의 주요 촬영지를 되돌아보
곽경택 감독과 함께 떠나는 <친구>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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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 호러영화의 분기점 <셔터>는 사진을 찍었더니 그 속에 귀신이 존재한다는 심령사진을 소재로, 그동안 줄곧 봐왔던 사다코 이미지의 종합판을 위해 마냥 질주한다. <셔터>의 장점은 관습적이지만 각각의 쇼크장면들이 효과적으로 기능하며, 또 그것이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재미를 유지한다는 데 있다. DVD 타이틀은 음향이 수준급이며, 영화 소재에 딱 어울리는 촬영 당시 우연히 찍었다고 주장하는 심령사진을 들이밀며 당신 주변에도 어쩌면… 식으로 영화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타이 호러영화의 발견, <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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뤽 베송 사단의 <더 독>은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싸움하는 기계로 길러진 대니가 다시금 인간다운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되었지만, 이연걸의 무술은 여전히 속도감이 넘친다. 특히 소년 같은 순진함과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상반된 이미지가 대단히 인상적인 영화다. DVD 타이틀의 화질과 음향은 비교적 우수하지만, 메이킹필름과 감독, 배우 인터뷰와 같은 부가영상들은 그 구성과 내용이 무성의하기 짝이 없다. 본편 외에는 DVD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이연걸과 뤽 베송의 액션 무한대, <더 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