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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디스 월드>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영화가 된 경우다. 스탭 몇 명과 아시아를 찾은 영국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찍듯 극영화를 완성했다. 그 속엔 난민생활을 경험했던 자의 이야기가 녹아 있으며, 주연배우가 나중에 실제로 망명 신청을 하게 되자 영화는 현실로 바뀐다. 그러니 DVD의 부록인 ‘제작 뒷이야기’(사진)는 필견이다.
마이클 윈터바텀과 작가 토니 그리소니가 여정을 따라가며 로케이션, 캐스팅, 각본, 제작 분위기, 에피소드 등 제작 뒷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게 또 한편의 <인 디스 월드>로 완성된다. 프랑스 난민촌에서의 협조가 가장 아쉬웠다는 윈터바텀의 목소리는 현재 무슬람 이민자의 분노와 직면한 프랑스와 유럽의 톨레랑스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경험이다. 그 외 부록인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영화강의, 감독의 짧은 작품 소개도 영화에 대한 안내서로 근사하다.
<인 디스 월드>는 언뜻 윈터바텀의 작품 중 <버터플라이 키스>와 가장 멀리,
<인 디스 월드> 영국영화의 희망, 윈터바텀의 슬픈 로드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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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일본에서 발매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SF 대작 <우주전쟁>이 첫 주 판매량 16만1천장을 기록하며 15일자 오리콘 DVD 차트 1위에 올랐다.
놀라운 것은 2위 역시 같은 <우주전쟁> 타이틀이라는 점. 부록 디스크가 추가된 <우주전쟁 스페셜 콜렉터스 에디션>은 6만3천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제작사 입장에서는 <우주전쟁>이라는 작품을 첫 주에만 22만장 넘게 팔아치운 셈이다.
일본에서 같은 작품의 다른 버전들이 DVD 차트 1, 2위를 독점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 지난 4월 발매된 <에이리언 vs 프레데터>와 9월 발매된 <콘스탄틴> 역시 일본 시장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우주전쟁> 일본 오리콘 차트 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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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극 감독의 최신작으로 여명, 견자단에 한국의 김소연까지 가세한 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무협영화 <칠검>이 15일 DVD로 출시된다.
<칠검> DVD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홍콩에서 개봉되었던 오리지널 무삭제 버전(152분)이라는 점.
국내 개봉 당시 선보였던 인터내셔널 버전(118분)에 비해 30분가량 추가된 장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이 DVD판의 가장 큰 매력이다. 추가된 장면에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중국 역사 및 문화에 관련된 부분과 일곱 주인공들의 개인적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다고.
본편 디스크는 2.35:1 아나모픽 와이드스크린과 북경어, 광둥어 돌비 디지털 5.1을 지원. 부록 디스크에는 촬영 일자별로 구분된 제작과정과 각 검객에 대한 부연 설명이 담겨있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그 외, 홍콩 갈라 프리미어 현장 스케치와 여명, 견자단의 인터뷰 등의 부가영상이 수록될 예정. 극장 관람 시 부족함을 느꼈던 사람이라면 DVD를 기대
<칠검> 30분 늘어난 무삭제판으로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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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에서 <최종병기 그녀> OVA 발매 기념으로 최종병기 시리즈 합본판을 출시한다.
합본판의 종류는 세 가지로서, 오는 21일 출시되는 <최종병기 그녀> OVA mission 2(완결편)와 함께 선보일 예정. 기출시된 TV 시리즈 박스판과 피겨 세트에 OVA 1, 2편을 묶은 것을 시작으로, OVA 1, 2편에 피겨 세트를 포함한 것, 그리고 OVA 1, 2편으로만 구성된 것으로 구분된다. 가격은 각각 70,000원 / 33,000원 / 29,800원(소비자가)에 책정됐다.
<최종병기 그녀> OVA는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재패니메이션 시리즈 <최종병기 그녀>의 최신작으로서 ‘어나더 러브 송’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작품. 전쟁 속에서 피어난 치세와 슈지의 사랑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본 것이 특징이며, 새로이 등장한 여성 캐릭터 미즈키가 비중 있게 다뤄진다. 완결편에 해당하는 2편 DVD에는 본편 외에 도쿄에서 열린
<최종병기 그녀> OVA 발매 기념 합본판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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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돌아왔다. 그 착하고 여린 미소를 그대로 담고, 어쩌면 그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착하게 다시 돌아왔다. 전편에서 운동화 때문에 달리던 아이들은 이제 동생과 시험 사이에서 달음질친다.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장학금이 걸린 시험날 아침, 공교롭게도 하야트(가잘리 파사파)의 아버지가 쓰러진다. 공부하라고 성화였던 엄마는 갓난아기 동생과 집안 살림을, 역시나 어린 초등학교 5학년 하야트에게 맡기고 병원으로 떠난다. 남동생 아크바르에게는 절대로 아기를 맡기지 말 것, 이것이 엄마가 남긴 주문이다. 이제부터 하야트의 ‘동생 돌보며 시험보기 게임’이 시작된다. 아기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소젖 짜기와 여물주기,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하기 등등 주어진 과제들은 어떻게 훌륭하게 완수할 것인가.
이 영화 속 하야트와 아크바르 남매는 분명 천국에 속한 아이들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이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곳이 천국이 아니라, 지상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그들의 천국을 지상의 악으로 오염시키
이란 소녀들이 희구하는 메시지, <천국의 아이들 2: 시험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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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시네마 천국>. 한국에 도착하기 전 몇몇 외국영화제에서 먼저 선보인 뒤 이 영화가 얻은 별칭이다. 이 말이 크게 틀리지는 않는다. <영화소년 샤오핑>은 오직 영화(보기)를 통해서만 삶을 생각하는 것이 가능한 사람들의 영화 천지에 대한 향수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시네마 천국>과 비교하여 중국판 <시네마 천국>이라고 부를 때 그것은 몇 가지 연상작용에 기인한 것이다. 가령, 특정한 화자의 시점을 따라 거슬러올라가 도착하는 과거, 그중에서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바로 그 유년 시절, 그리고 그 유년을 함께 보냈던 추억 속의 영화 친구, 그 친구와 함께했던 영화에 대한 연정의 에피소드 등이다.
청년(시아유)은 생수 배달로 연명하는 하층 노동자지만,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며칠치 급료를 한번에 쓸 만큼 영화광이다. 어느 날 그는 영화를 보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다 벽돌더미에 부딪혀 균형을 잃고 쓰러진다.
낭만적인 ‘중국영화 키드의 생애’, <영화소년 샤오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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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톰>의 수중장면은 매혹적이다. 차세대 섹스 심벌로 부상한 제시카 알바가 비키니 차림으로 바하마의 푸른 바다 속을 인어처럼 유영한다. 군살 한점 없이 다져진 몸매로 산소통도 없이 모래바닥을 헤집는 폴 워커의 야성미도 여성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수중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이자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C.S.I. 마이애미> 등에서 실력을 발휘했던 피터 즈카리니의 수중 촬영은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이다. 컴퓨터그래픽이 아닌 실제 상어들과 인물들이 어우러지는 장면은 이런 촬영진의 노력과 배우들의 담력으로 얻어낸 결실이다.
다이버인 자레드(폴 워커)는 보물선을 발견하겠다는 꿈으로 살아간다. 리조트의 상어조련사로 일하는 여자친구 샘(제시카 알바)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자레드에게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친구 브라이스(스콧 칸)와 아만다(애슐리 스콧)가 찾아온다. 브라이스의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간 네 사람은 우연히 코카인 8
폭력적인 수영복 달력? <블루스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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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디자이너인 드류 베일러(올랜도 블룸)는 8년을 준비한 신제품을 선보이지만, 작품은 회사에 10억달러 가까운 손해를 입히는 대참사를 부르고 그는 해고된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자살하려는 베일러에게 전화를 걸어 아버지의 부고를 알린다. 베일러는 켄터키 루이빌을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고 스튜어디스 클레어(커스틴 던스트)를 만난다. 루이빌에 도착한 베일러는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클레어는 그를 위로한다.
<엘리자베스타운>의 초반부는 이 영화의 제작자 톰 크루즈가 주연한 <제리 맥과이어>의 후렴구처럼 보인다. 제리 맥과이어는 재기를 노리지만 드류 베일러는 뜬금없이 떠난 여행을 통해 성찰하는 발길을 택한다. 켄터키의 풍광과 네브래스카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미국 남부 고속도로를 달리며 클레어가 골라준 음악을 듣는 베일러의 마지막 여행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이처럼 카메론 크로의 영화는 한적한 오후에 선곡이 좋은 카페
자아를 찾아 떠난 낯선 여행, <엘리자베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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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애덤 샌들러)는 승부조작 사건에 휘말린 뒤 은퇴해 방탕하게 살고 있는 전직 미식축구 스타다. 어느 날 술에 취한 채 여자친구의 자동차를 몰고가다 경찰에 붙들린 그는 텍사스의 한 교도소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미식축구에 남다른 애정을 쏟고 있는 교도소장은 그에게 교도관으로 구성된 미식축구팀을 지도해줄 것을 요구하지만 크루는 거절한다. 얼마 뒤 소장은 크루에게 죄수들의 미식축구팀을 만들어 교도관팀과 대결하도록 명령한다. 크루는 미식축구에선 생짜초보인 아마추어들을 데리고서 탄탄한 조직력의 팀을 이길 수 있을까.
<롱기스트 야드>는 1974년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이 만든 동명의 작품을 원작으로 삼는다. 어떤 목표를 위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거친 남자들을 하나씩 규합하는 과정을 그린다는 점에서 알드리치 자신의 성공작 <더티더즌>과 똑 빼닮은 원작은 주류에 대해 항상 비판적이었던 알드리치의 정치적 성향을 내포하는 코미디였다. 권위적인 소장의 모습에 당시 대
스포츠영화 자체의 드라마틱함, <롱기스트 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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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뉴라인시네마의 투자와 배급을 약속받았다는 사실만으로, <무영검>은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 안에 있었다. 이 프로젝트의 어떤 매력이 보수적인 할리우드의 자본을 끌어당긴 것일까. 이는 아마도 <와호장룡> <영웅> <연인> 등 아시아의 무협이 서구시장에서 쌓아온 신용 덕일 것이다. 후발주자일 뿐 아니라, 무협의 전통도 약한 한국에서 내놓은 <무영검>의 승부수는, 따라서 ‘다른’ 개성을 선보이는 것이어야 한다. 대외적인 성과에 국한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이 ‘국산품 애용’ 차원이 아니라 취향에 따라 영화를 고르는 요즘 관객을 매혹하는 길이기도 하다.
때는 926년, 거란에 의해 발해의 수도가 함락되고 왕세자도 암살당하자, 대신들은 권력 투쟁에서 밀려나 ‘야인’으로 살고 있는 마지막 왕자 대정현(이서진)을 찾아나서기에 이른다. 대정현을 발해까지 비호할 임무를 맡은 무사 연소하(윤소이)는 왕위 계승에 뜻이 없다며 돌아가길 거
화려한 모험과 비장한 각성의 여정, <무영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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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감독 윤종빈의 대학 졸업작품이자 첫 장편영화인 <용서받지 못한 자>는 군대 ‘생활’을 소재로 한 영화다. 군대에서의 생활과 그곳에서의 사회적 관계가 영화의 소재가 될 때 그것이 대중 장르영화로 구현될 가능성은 아주 적다. 물론 한국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라면 이 말은 틀린 표현이다. <어 퓨 굿 맨>처럼 잘 다듬어진 법정드라마의 한 꼬투리로 발전할 수도 있고, <풀 메탈 자켓>처럼 전쟁영화라는 큰 장르 안에서 지옥의 한 단면을 그려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군대라는 곳이 쉽게 현실로 인지되지 않을 만큼 장르적 재현 가능성의 영토로 남아 있거나, 소수의 특별한 경험으로 치부될 만큼 독특한 자리라고 여겨질 때 가능하다. 여기 한국에서의 의미 부여는 다르다. 그리고 윤종빈이 이 영화에서 시도하고 있는 그 의미 부여는 군대를 배경으로 한 다른 한국영화들과도 다르다(이해를 돕기 위해 단적으로 쓰자면, 김기덕의 <해안선>).
즉, <
대중성과 작가성을 동시에 쥐고 있는 데뷔작, <용서받지 못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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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케이 픽처스가 명필름 시절부터 오랫동안 영화화를 준비해온 노근리 사건이 연극연출가인 이상우(54·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씨의 연출로 내년에 영화화 된다. 연우무대와 극단 차이무 등을 이끌어온 이상우 교수는 한국 연극계의 대표적 중견 연출가로 <노근리 전쟁>(가제)은 그의 영화감독 데뷔작이 된다. 내년 여름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갈 이 영화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김민기씨(극단 학전 대표)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하며 연극원 동료인 윤정섭 교수가 미술을, <그때 그 사람들>의 김우형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는다. ‘노근리’라는 소재가 주는 화제성 못지 않게 연우무대 시절의 동료이며 대학로 터주대감인 이상우와 김민기의 스크린 속 재회라는 사실만으로도 시선이 모아지는 프로젝트다.
“영화 연출 제안을 받은 적은 몇번 있어요. 그런데 막상 시나리오를 쓰면 철학책 보는 것같다, 너무 어렵다는 말을 듣곤 했죠. 연극판에서는 나보고 가볍다, 웃기다고 하는
‘노근리’ 로 영화감독 데뷔하는 연극연출가 이상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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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에서 탈출, 뉴욕 브루클린에 정착하면서 유대인보다 더 유대인스러운 생존방식을 훈계받던 유리 올로프(니콜라스 케이지)가 계시처럼 비즈니스에 눈을 뜬다. 기관총과 소총이 주고받던 총격전을 지켜보던 유리가 총을 직접 쥔 마피아보다 총을 건네주는 무기상의 이문을 문득 깨달은 것이다. 그의 시작은 ‘보따리장수’에 불과했으나 곧 구세군을 뺀 모든 군에 무기를 팔아치우는 세계적 무역가로 발돋움한다. ‘인간은 다리 둘 달린 개’라는 격한 인류애와 코카인 중독과 총거래 중에 어느 것이 더 빨리 수명을 단축시킬지 알 수 없다는 동물적인 현실감각이 그의 유효 자본이다.
<가타카>와 <트루먼 쇼>의 앤드루 니콜은 살짝 트릭을 구사한다. 부도덕한 유리에게 자전적 내레이션을 맡겨 무기상의 시점에 동승하도록 했다. 앤드루 니콜의 진짜 타깃은 무기상들의 머리 위에서 움직이는 진정한 무기상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니콜의 왼편 조력자는 무력한 이데올로기의 잔여물이다. 유리는 냉전이 끝나
거대한 무기상 미국의 정체, <로드 오브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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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말 독일에서 태어난 야곱과 빌헬름 그림은 입으로 전해지던 민담과 설화를 채집해 동화책으로 엮어냈다. 그들의 책 <그림 동화>는 중유럽의 어두운 분위기를 품었고, 새들에게 눈알을 쪼여 장님이 된 신데렐라의 언니들의 후일담처럼, 비슷한 뿌리를 가진 <페로동화>보다 훨씬 잔혹했다. 그러나 <그림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의 그림 형제는 역사 속의 형제와 비슷한 시기를 탐험하되, 그들 자신은 아니다. 심지어 형과 동생의 관계도 거꾸로다. <그림 동화>의 세계로 던져진 가짜 그림 형제는 창조자가 아니라 불가해한 미로의 방들을 헤매다니는 앨리스와 비슷한 존재일 뿐이다.
윌(맷 데이먼)과 제이크(히스 레저) 그림은 기계장치를 이용해 마녀와 괴물을 만들어내고, 그들을 퇴치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사기꾼 형제다. 어릴 적부터 동화를 믿었던 제이크는 학자에서 사기꾼으로 전락한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만, 현실적인 윌은 돈과 명성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아름답고 음산한 꿈, <그림 형제: 마르바덴 숲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