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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을 정리하다가 장롱 깊숙한 곳에서 뜻하지 않게 아껴두었던 물건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랄까. 시네마테크에 대한 느낌은 갈 때마다 새롭다. 어쩌다 지루하다고 느끼다가도, 결국 맛보게 되는 진한 감동. 그게 항상 나를 시네마테크로 이끄는 힘이다. 사실 지나간 50, 60년대의 고전영화를 프린트로 볼 수 있는 곳은 우리 주변에 흔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시네마테크는 우리에게 영화적 다양성을 제공하는 최소한의 보루라고 생각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듯 고전영화에서 발견되는 현대영화의 원형들은 발견될 때마다 나에게 신선한 기쁨을 선사한다. 현재로서는 그리 많지 않은 후원금을 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겠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여려 방면의 기여를 하고 싶다. 지금은 혼자 가지만 몇년 뒤 내 아이들이 극장에 갈 만한 나이가 되면 그들에게 지나간 고전의 진수를 맛보게 해주고 싶다.
[서울아트시네마 후원 릴레이] 이상용 CJ엔터테인먼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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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범씨가 왜 나를 추천했을까? 다음에는 멜로 하나 같이 하자는 뜻으로 추천해준 것 같다.(웃음) 나를 추천해준 류승범씨의 방황했던 젊은 시절을 생각하면서(웃음) 작은 돈이지만 오늘밤도 거리를 헤맬지 모르는 청소년들에게 쓰였으면 한다. 다음 주자로는 대종상 신인여우상 수상자 추자현씨를 추천한다. <사생결단>을 끝내고 영화계에 잘 안착한 것 같아 함께 작업했던 동료로서 기쁘다. 대종상 상금으로 어려운 분들을 도와주면 좋을 듯해서 추천한다.”
[만원 릴레이] 영화감독 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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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센터가 흔들린다. 2002년 5월 광화문 미디액트 개관을 시작으로 영상미디어교육과 비영리적 영상창작활동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한 미디어센터가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6월22일 대구미디어센터는 문화활동가들과 독립영화인들의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발단은 문화관광부가 주관하는 지역미디어센터 사업에 참여한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일방적으로 미디어센터 소장을 비롯한 운영진을 선임했기 때문. 원승환 한국독립영화협의회 사무국장은 “대구의 상황은 과거 활력연구소 폐쇄나 강서영상미디어센터의 파행 사태의 연장선에 있다. 사업을 운영하는 지자체가 시민과 함께하는 사업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 배치하며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독협 남태우 사무국장은 “문광부가 재원을 투자하고도 제대로 말할 수 없는 희한한 구조다. 건물을 짓더라도 감리를 하는데 이는 설계도만 던져주고 방치하는 꼴이다. 그러니 사람들이 공사를 안 하고 놀건 철근을 빼돌리건 알 수가 없다. 대구시는 이게 아파
미디어센터, 신설보다 관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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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워크숍이 아흔번째 주인공들을 찾는다. 8월12일부터 12월30일까지 5개월 동안 진행되는 독립영화 워크숍은 독립영화협의회가 주관하고 영화진흥위원회와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 후원한다. DV 6mm와 16mm 제작실습으로 이루어진 이번 워크숍에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8월10일 오후 7시에 열리는 공개 설명회에 참석하면 된다. 8, 9월에는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강의와 토론수업으로 진행하고 10월부터 12월까지는 단편 및 극영화의 실습으로 커리큘럼이 구성된다. 자세한 사항은 독립영화협의회(02-2237-0334)로 문의하거나 웹페이지 참조
독립영화 제90회 워크숍, 주인공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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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7일 전국 620개 스크린에서 개봉한 <괴물>(청어람)이 개봉일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괴물>은 이날 하룻동안 전국에서 44만9500명(서울 12만9783명)을 동원해 개봉 첫날 기록이었던 <포세이돈>의 35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이날 전국에 폭우가 쏟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괴물>의 기록은 더욱 놀랍다. <괴물>은 전야제에서도 15만1400여명으로 동원해 개봉 이틀만에 60만996명을 동원했다. 영화계는 이제 <괴물>이 <태극기 휘날리며>가 세운 개봉 첫 주말 누계인 177만을 깨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괴물> 개봉일 흥행 신기록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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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는 참 운이 좋은 감독이다.
그의 최근 두 영화 〈살인의 추억〉과 〈괴물〉 두 편을 놓고 보면, 한국 영화에서 유사한 예를 찾기 힘들 만큼 많은 영화인들과 관객의 성원을 받으며 개봉했고 개봉한다. 여기서 성원이라 함은, 영화를 잘 만들었다고 보내는 찬사를 빼고 하는 말이다. 영화 외적으로 이 두 영화의 개봉 시점은 절묘했다.
〈살인의 추억〉이 개봉한 2003년 5월은, 한국의 상업영화들 가운데서도 성의를 갖고 만든 진지한 영화들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한 반면 관성에 편승한 조폭·코미디 영화들이 흥행몰이를 하는 현상이 정점에 이르렀던 때였다. 쉽게 말해 잘 만든 영화와 돈 버는 영화의 괴리가 너무 커진 것이었다. 충무로의 제작자와 감독들의 위기감은 정신적 공황 상태에 가까울 정도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때 〈황야의 무법자〉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봉준호가 나타났다. 영화인들, 영화 기자들 모두 이 영화마저 관객들에게 외면당하면 한국 영화는 희망 없다는 절박감 속에서 자
[팝콘&콜라] 또 결정적 시기에 등장한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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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을 겨냥한 한-미 영화 합작이 잇따르고 있다.
나우필름(대표 이준동)은 미국 독립영화사 ‘박스 3’(VOX 3)와 합작 계약을 맺고 지난 24일 뉴욕에서 <네버 포에버>의 촬영에 들어갔다. 하버드대에서 영화 관련 강의를 하고 있는 김진아 감독이 연출을 맡고, 그밖의 모든 스태프들은 미국 쪽에서 담당한다. 주연은 마틴 스코시즈 감독의 <무간도> 리메이크판인 <디파티드>의 여주인공을 맡은 베라 파미가가 캐스팅됐으며 상대역은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하정우다. 순제작비는 280만달러로, 9월 초 촬영을 마치고 선댄스영화제 등을 거쳐 2007년 개봉한다는 계획이다.
아이에이치큐(대표 정훈탁)는 100% 미국 현지 인력과 현지 촬영으로 올해 초 <아메리칸 좀비>의 촬영을 마치고 편집에 들어갔다. 100만달러짜리 저예산 영화로, 감독은 재미동포 그레이스 리가 맡았다. 아이에이치큐는 한-미 합작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7월 초 로스
한-미 합작영화 ‘레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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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이 한국을 대표하는 100편의 영화에 가장 많은 작품을 올렸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효인)이 24일 발표한 한국영화 100선에 80년작 〈짝코〉부터 〈만다라〉(1981) 〈안개마을〉(1982) 〈길소뜸〉(1985) 〈티켓〉(1986) 〈씨받이〉(1986) 〈아제아제바라아제〉(1989) 〈서편제〉(1993) 〈축제〉(1996) 등 그의 영화가 모두 9편 올랐다. 2위는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에서 〈삼포가는 길〉(1975)까지 7편을 올린 이만희 감독이 차지했으며 김기영 감독과 신상옥 감독은 각각 5편이 선정됐다.
연대별 순위 첫머리에는 1936년 개봉한 〈미몽〉(양주남 감독)이 올랐고, 마지막은 1996년작 〈꽃잎〉(장선우)과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홍상수) 〈축제〉(임권택)가 자리잡았다. 연대별 선정작품 수로는 1960년대가 32편으로 가장 많으며 80년대 23편, 90년대 17편씩 올랐다.
60년대 등 비교적 제작연도가 오래된 작품이 많이 선정된
역시 ‘거장’ 임권택! ‘한국영화 100선’에 9편 올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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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받으면 기쁜 건 사실이지만 사실 배우들 연기야 종이 한장 차이지요. 감독이 잘 다듬은 캐릭터에 맞춰가는 거니까 좋은 연기의 가장 큰 부분은 감독 몫이에요.” 27일 〈괴물〉 개봉을 앞두고 인사동에서 만난 변희봉(64)씨는 자신의 연기에 쏟아지는 찬사를 주저없이 감독의 공으로 돌렸다. 영화에서 자식 잃은 아들 강두(송강호)를 감싸주고 손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박희봉은 1965년 라디오 성우로 데뷔한 변씨가 연기해온 인물 가운데 가장 평범하고 살갑다. “우리 자랄 때 환경이 그랬듯 곤궁한 환경에서도 식구들을 보듬는 아버지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는 꿈을 40년 만에 이룬 셈이다.
〈플란더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까지 봉준호 감독의 모든 연출작에 출연하면서 “감독이 똑같이 웃고 있어도 저게 아니라는 건지, 오케이라는 건지 한눈에 알아차릴 정도”로 익숙해졌지만 변씨는 둘의 관계를 친한 선후배나 부자지간 같은 친숙함 대신 감독과 배우 사이로 규정짓는다. “매점에서 졸고
<괴물> 주연 제2전성기 누리는 변희봉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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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와 SF소설을 사랑하는 이들은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원작을 각색한 영화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피와 살과 대지와 공기를 얻은 언어의 세계를 만나게 되리라는 설렘 혹은 혼자 간직해온 보물이 망가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같은 것들. 8월10일에 개봉하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게드전기>도 그처럼 기대와 걱정을 한꺼번에 안고 있는 작품이다. 영화로 만들어진 적이 거의 없는 어슐라 K. 르귄의 원작을 선택한 이 애니메이션은 <어스시의 마법사> 세 번째 이야기인 <머나먼 바닷가>를 각색해 세상 끝에 닿아 있는 어스시의 세계를 우리 눈앞에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SF와 판타지 소설, 시와 동화, 100편이 넘는 단편을 써온 르귄은 어스시보다도 광활한 세계를 창조해왔다. 수백년을 전해내려온 듯 이끼와 돌벽의 느낌이 묻어나는 르귄의 소설들은 스스로 팽창한다는 우주처럼 끝없이 걸어갈수록 더욱 넓어지는 매혹적인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어스시의
애니메이션 <게드전기>의 원작자, 어슐라 K. 르귄의 작품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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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장맛비가 그치고 오랜만에 쨍한 햇빛이 쏟아진 22일 오후, 서울 낙산공원 근처의 주민 휴식터에 놀러나온 노인들의 한갓진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다. 영락없는 동네 할머니들의 마실 풍경이지만 그들의 대화가 예사롭지 않다. 한 할머니를 향해 호호백발의 할머니가 “나도 너만한 때가 있었는데, 어쩜 그리 탱탱하냐?”라고 ‘귀여워’하면, 칭찬받은 할머니(김영옥)는 주책없이 이까지 딱딱 부딪혀가며 자신의 ‘젊음’을 자랑한다. 그 옆의 다른 할머니(김혜옥)가 맹렬하게 질투심을 드러내면서 시비를 걸다 급기야 “내가 결혼 못했다고 지금까지 처년 줄 알아?” 소리를 꽥 지르니 앞에서 축구공 차던 꼬마들까지 벙 찐 표정으로 이들을 본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 노인들은 바로 지난해 종영한 드라마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개성 강한 자매들로 지금은 같은 제목의 영화를 찍고 있는 중이다.
지난 6월 촬영을 시작한 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청년필름·싸이더스에프엔에이치 공동제작)에는 미자와 친구들,
<올미다> 올겨울 극장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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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하루에 접하는 문자의 양은 얼마나 될까? 눈뜬 뒤 접하는 문자는 신문에서 이메일, 각종 보고서, 간판홍보물 등에 이르기까지 하루 일과를 모두 차지한다. 특히 컴퓨터 사용과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문자 사용은 점차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현대인은 문자의 노예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문자는 자칫 생각을 가둬놓는 인위적인 틀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림이나 음악이 문자보다 더 큰 감흥과 여운을 전하는지 모른다. 그러면 문자와 그림이 만나면 어떨까?
이번 전시 <꽃글씨, 오늘을 그리다>의 주제도 ‘문자’다. 전통적인 문자의 개념을 현대적 조형미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출발한다. 기록과 소통의 기본적인 수단인 문자를 그림 형식으로 풀어낸 예는 한자문화권이 유일하다. 흔히 ‘문자도’ 혹은 ‘꽃글씨’라 하여 우리나라 역시 글씨의 자획에 숨은 독특한 조형성을 고사나 설화적 의미로 풀어낸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삼강오륜, 수
그림과 문자의 밀월여행, <꽃글씨, 오늘을 그리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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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두번 한국 무대에 오른 적이 있는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쇼>는 사람의 말(言)이 얼마나 무력한지 일깨우는 마임 공연이다. 외로움에 지쳐 밧줄로 목을 매려고 하지만 나비 한 마리를 보고 죽음을 포기하는 한 남자, 바람을 품어 부풀어오른 자기 외투를 안고 플랫폼을 도는 이별의 춤. 이처럼 음악과 이미지와 몸짓에 기대어 수많은 감정을 찰나에 담는 <스노우쇼>는 광대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아득한 향수를 불러온다. 스스로를 다치게 하면서 웃음과 눈물을 한순간에 담았던 광대들은 자루처럼 헐렁한 노란색 작업복과 발에 맞지 않는 빨간 신발 차림의 슬라바 폴루닌과 함께 망각의 세월을 건너 우리 곁에 다가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를 보기 위해” 러시아의 작은 고향 마을을 떠났던 폴루닌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마임 공연을 보고난 다음 그때까지 꿈꾸었던 엔지니어가 되는 대신 광대가 되었다. 그는 열살 때 처음으로 <키드>를 보고 사랑하게 되었다
감정을 빚어내는 침묵의 마술,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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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기 위해 뭐가 필요할까?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 질문을 던진 것 같다. 그런데 아직도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 행복의 조건을 채우는 일이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는 일과 닮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어떤 경험주의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정답이 너무 많고 합의도 잘 안 되니 차라리 ‘무엇을 하지 말 것인가’라고 질문해야 한다고 했다. ‘불행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이렇게 말이다. ‘밑 빠진 독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가 아니라 ‘밑 빠진 독을 어떻게 틀어막을 것인가?’ 이렇게 말이다.
요즘은 이 ‘행복의 도가니’를 채우기 위해 밑바닥을 돈으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부쩍 많아진 것 같다. 돈이 얼마나 있으면 가장 행복할까? 언론은 심심찮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얼마 전 영국의 한 잡지에서 ‘행복을 보장하는 최적의 자본은 20억원’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4인 가족을 기준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행복도가 가장 높은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존재자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