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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바바는 낯선 이름이다. 1914년에 태어나 1979년 사망하기까지 25편의 영화를 남긴 바바는 ‘이탈리아 공포영화의 대부’였다. 그는 다리오 아르젠토와 아들인 람베르토 바바를 통해 지알로(범죄잔혹극)를 탄생시켰고, 80년대 시작된 슬래셔공포영화의 기반을 다졌다. 하지만 그는 싸구려 제작비로 특이한 B급영화를 양산한 로저 코먼류의 컬트 감독은 아니다. 그는 고딕호러의 전통 속에서 현대 공포영화의 전통을 새롭게 사유한 장르의 거장이었다. 90년대 이후 들어서야 몇몇 감독과 비평가들에 의해 새롭게 재평가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앨프리드 히치콕’ 마리오 바바의 삶과 영화를 돌아본다. 그리고 장편 심사위원으로 부천영화제를 방문한 아들 람베르토 바바를 만나 아버지의 유산과 이탈리아 공포영화의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나는 그만큼이나 이미지로 이야기를 잘 표현하는 감독을 한명도 알지 못한다. 그의 영화는 문학적인 것이 아니다. 그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지만
이탈리아 공포영화의 대부, 마리오 바바의 영화세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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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가 새겨진 마스크, 창의적 자극을 주시는 존재”
봉준호/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에서 연출자로 만남
<안국동 아씨>의 점쟁이 역이나 <조선왕조 500년-설중매>의 유자광 역으로 출연하시기 전부터 변희봉 선생님의 팬이었다. <수사반장>이나 <113 수사본부>에서 선생님은 범인이나 간첩으로 나오곤 했는데, 그게 그렇게 인상 깊었다. 가장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수사반장>의 ‘할렐루야 교주’ 편이다. 변 선생님은 러시아 스타일의 모자와 두루마기 같은 것을 걸치고, “할렐루야, 렐루야, 렐루야”라는 노래를 부르면서 신도를 이끌었다. 좌우를 보면서 손을 가슴에 엑스자로 모으는 무용 동작을 하면서. 그때 형언할 수 없는 그 느낌에 압도당했던 것 같다. 사실 <플란다스의 개> 초고에는 경비원 역할이 없었다. 그러다가 어릴 때 좋아하던 변희봉 선생님이 경비원 옷을 입고 지하실을
특별한 배우, 변희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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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봉은 어느 날 홀연히 날아온 외계인 같은 배우가 아니다. 1970년부터 우리와 만나기 시작한 그는 TV와 영화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는 익숙한 존재였다. 하지만 우리는 그를 너무 늦게 알아봤다. <수사반장>과 <113 수사본부>의 악역이나 사극드라마의 단골 조연, 영화 속의 개성 강한 캐릭터 정도로만 생각했던 변희봉을 우리가 제대로 알아차리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7월27일 개봉하는 <괴물>은 그를 새삼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변희봉은 이 영화에서 따뜻한 부정(父情)과 강인한 카리스마를 동시에 드러내면서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다. 너무도 낯익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잘 모르고 있었던 변희봉의 연기인생을 돌아본다.
한국 영화계에서 변희봉은 독특한 존재다. 최근 들어 영화계에서 주목받는 ‘실버 연기자’의 경우 TV에서 주연급으로 확고한 지위를 굳힌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변희봉은 오히려
특별한 배우, 변희봉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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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다. 많은 비가 여러 날에 걸쳐 오고 있다. 길지 않은 영화 세편이 장편영화 형식에 함께 걸려 있다. 옴니버스형 <내 청춘에게 고함>이다. 많은 수재를 낸 이번 장마 기간 중 이 영화를 CGV강변의 독립영화관에서 보았다. 비가 떨어지는데도 몇몇 사람들은 강으로 나 있는 옥상 위에서 황토가 뒤섞인 어두운 녹색의 강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밑으로는 전자제품을 거래하는 수많은 테크노마트들이 즐비하고, 극장 밖으로는 강이 펼쳐진 CGV강변은 오늘만큼은 매우 특별하고 미묘하다.
<내 청춘에게 고함>도 마찬가지다. 할리우드, 한국형 블록버스터들이 폭주하는 7월, 한반도에 고하노라! 돌아온 슈퍼맨이 고함! 역시 돌아온 엑스맨이 고하건대… 등등의 고성이 난무한 가운데 이 영화는 청춘에게 고한단다. 청춘도 그렇고 고하는 것도 그렇고 제목 어투는 다소 고전적이다.
영화 전체를 흐르는 아슬아슬한 리듬
영화가 시작하면 정희(김혜나)가 소개된다. 옥상에서 하는 그녀의
청춘을 통과하는 어눌한 발걸음, <내 청춘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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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오피스텔은 양면의 공간이다. 그곳에는 사무와 거주가 기묘하게 공존한다. <어느날 갑자기-네번째 층>(이하 <네번째 층>)은 오피스텔이 가진 일과의 전후를 파고드는 괴담이다. 여섯살 먹은 딸 주희(김유정)와 함께 오피스텔 504호로 이사온 민영(김서형). 설계사무소에 일하는 민영이 출근하면 주희는 언제나 홀로 남겨진다. 현관문이 저절로 열리고,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민영은 밤마다 악몽을 꾸고 벽을 긁는 소리가 신경을 긁는다. 입주자가 절반도 되지 않는 이 오피스텔에는 수상한 공기가 흐른다. 아래층 남자 창수는 툭하면 시끄러울 일이 없는 민영의 집에 찾아와 조용히 하라고 으름짱을 놓는다. 실족사와 엘리베이터 오작동 사고로 주민들이 하나씩 죽어 나가지만 건물 관계자들은 사건을 은폐하기에 바쁘고 민영은 깊은 불안감에 휩싸인다.
윤종찬 감독의 <소름>, 안병기 감독의 <아파트>처럼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집단 거주 공간은 한국 공포영화
공포는 늘 손에 닿는 곳에 숨어 있다, <어느 날 갑자기-네번째 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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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부터 1989년까지 방영된 인기 TV시리즈 <마이애미 바이스>의 두 형사 소니와 리코가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현란한 영상과 화려한 음악, 치밀한 심리묘사 등이 한데 모여 빚은 시리즈 <마이애미 바이스>는 이후 범죄드라마와 영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위험천만한 사건의 한복판에서 드러나는 두 형사의 갈등과 우정, 마이애미의 어두운 면을 역설적으로 드러냈던 화려한 의상과 다양한 음악들은 당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소니 크로켓(콜린 파렐)은 요트에서 생활하며 여자들에게 작업을 거는 것이 취미인 형사다. 남미에서 플로리다 남부로 밀수되는 마약의 루트를 수사하기 위해 범죄조직에 잠입한 그는 보스의 아내 이사벨라(공리)에게 사랑을 느끼면서 복잡한 관계에 빠진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소니의 동료 리카도 텁스(제이미 폭스)도 잠복근무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 또한 세 가지 살인사건에 연루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원작 시리즈의 기획자이자 &l
스크린으로 돌아온 소니와 리코, <마이애미 바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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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도 <한반도>의 흥행몰이를 막진 못했다. 개봉 8일만에 200만명을 돌파한 <한반도>가 2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다. <한반도>는 지난 주말 하루 평균 28만명을 동원하며 일요일인 7월23일까지 274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미국에서 박스오피스 기록을 연일 갱신 중인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은 <한반도>에 이어 2위를 지키고 있다. <한반도>는 38.7%, <캐리비안…>은 27.5%의 박스오피스 점유율을 기록해 10%대 격차를 기록하고 있다. 전주보다 비중이 줄었지만 두 작품은 여전히 전체 흥행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픽사의 일곱번째 애니메이션 <카>, 밀라 요보비치의 액션물 <울트라 바이올렛>이 3위와 5위로 박스오피스에 처음 등장했다. 이번 주 목요일인 7월27일에는 인터파크에서 경이적으로 97%대의 예매율을 기록 중인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극장가에
<한반도>, 개봉 2주만에 274만명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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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주먹을 마스터한 열아홉 싸움고수 승석(이준기). 어느 날 그의 앞에 소심한 샐러리맨 장가필(이문식)이 나타난다. 깡패에게 맞은 딸을 위해 복수를 다짐한 그는 스무살이나 어린 승석에게 특훈을 요청한다. 승석은 단호히 거절하지만, 가필에게 남은 건 자존심이 아니라 절박함뿐. 결국 스승과 제자의 예를 깍듯이 지킨다는 전제하에 가필을 제자로 받아들인 승석은 그를 위해 40일 속성 트레이닝 코스를 마련한다. 10분 만에 남산 주파하기, 철봉에 매달려 ‘L’자로 버티기, 시속 100km로 날아오는 야구공 피하기 등등. 듣도 보도 못한 스페셜 특훈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뱃살이 출렁이던 가필의 몸은 어느새 날씬한 근육질로 업그레이드된다. 약속한 40일이 지나고, 드디어 돌아온 결전의 날. 승석은 아직 트레이닝의 마지막 코스를 통과하지 못한 가필이 과연 최강의 상대를 맞아 승리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재일동포 3세 소설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원작으로 한
인생과 주먹을 기초부터 다진다, <플라이 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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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금이 무려 400만유로나 되는 복권에 담청된 프랑수아(베르나르드 깜펑). 보통 사람이라면 통장에 모셔둔 채 미래를 도모했을 그 거금으로, 그는 절세미녀 다니엘라(모니카 벨루치)를 사로잡으려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한달에 10만유로씩 줄 테니 그 돈이 바닥날 때까지 자신의 아내가 돼달라고 제안한다. 이후 달콤한 계약결혼이 시작되고, 다니엘라는 어느 순간부터 자상한 프랑수아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미녀를 차지하는 데는 고난이 따르는 법. 다니엘라의 옛 남자이자 암흑가의 보스 샤를리(제라르 드파르디외)가 그녀를 찾아오는데….
비너스의 현현, 모니카 벨루치
탐스러운 흑발과 풍만한 몸매, 길고 짙은 속눈썹, 약간의 도도함까지. 모니카 벨루치는 남성의 판타지 자체나 다름없는 여인이다. 비너스의 현현과 같은 그녀는 영화에서 완벽한 미(美) 탓에 스스로 파멸에 이르거나, 질투에 무너져 내렸다.
<그림 형제: 미르바덴 숲의 전설> 19세기 프랑스, 미르바덴 숲의 거
모니카 벨루치를 위한, <사랑도 흥정이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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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판 <왕자와 거지>의 탄생?! 게으르고 시니컬한 고양이 가필드가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가필드2>로 돌아왔다. 영국으로 출장을 떠나는 주인 존(브레킨 마이어)의 짐에 무작정 숨어든 가필드(빌 머레이). 하지만 자신과 똑같은 외모를 가진 고양이가 런던에 살고 있을 줄이야. 게다가 문제의 고양이는 궁 한채를 통째로 상속받은 왕자 고양이! 우연한 사고로 왕자와 처지가 뒤바뀐 가필드는 난생 처음 맛보는 호화로운 생활을 만끽하지만, 왕자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다지스 경(빌리 코놀리)은 그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기 시작하는데….
가필드의 모든 것
1978년 미국의 만화가 짐 데이비스의 손에 탄생한 가필드는 세컷짜리 신문 연재만화의 주인공으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퉁명스러운 농담과 마지막 컷의 독특한 반전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가필드는 TV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상품 등으로 제작되면서 30년에 이르는 세월 동안 꾸준히 사랑받았다. 에미상 만화부문에서
게으른 고양이 가필드의 두 번째 이야기, <가필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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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주변을 떠도는 유실물을 소재로 한 일본 호러무비. <박치기!>의 사와지리 에리카가 주연을 맡았다. 제작국인 일본보다 먼저 한국에서 첫 관객을 만난다.
고등학생 나나(사와지리 에리카)는 자신의 수험준비를 하는 외에도 입원한 어머니와 여동생 노리코를 모두 보살펴야 하는 한 집의 가장이다. 아르바이트 때문에 노리코 혼자 병원으로 보낸 날, 나나는 노리코한테서 ‘실종된 친구 타카시를 찾았다’는 전화를 받는다. 전화는 끊기고 노리코와 연락이 닿지 않자 나나는 타카시의 집을 찾아간다. 노리코는 거기 없다. 대신 나나가 만난 것은 사람이 아닌 듯한 섬뜩한 아이. ‘돌려줘’라는 그의 뜻모를 말에 나나의 머릿속엔 타카시와 노리코가 주웠던 빨간 지하철 패스가 떠오른다. 유실물 센터의 기록을 통해 그 패스를 주웠던 이들이 모두 실종됐음을 발견한 나나. 동생을 찾으려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중, 주운 팔찌를 찬 뒤부터 귀신에 쫓기기 시작한 같은 반 동기 카나에(와카쓰키 지나쓰)와 마주친
일본 호러무비, <유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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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 봉준호의 <괴물>에서 양서류의 모습을 닮은 괴물과 맞서 싸우는 것은 정부도 군대도 경찰도 아닌 한 가족이다. 아버지 희봉(변희봉)과 함께 한강 둔치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박강두(송강호)는 하루종일 졸다가 손님의 음식이나 훔쳐 먹으며 소일하는 한심한 남자다. 그에게 하루하루는 그저 따분한 일상의 연속이고, 오직 외동딸인 현서(고아성)만이 삶의 목적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강두의 따분한 일상이 송두리째 뒤흔들린다. 한강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괴물이 현서를 산 채로 잡아 물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강두와 두 동생, 대학 시절 운동쫌 했다는 실업청춘 남일(박해일)과 천재적인 양궁 실력에도 참을 수 없을 만큼 굼뜬 성격의 남주(배두나) 등 강두네 가족은 현서를 찾기 위한 생명을 건 탐색전에 나선다.
닮은꼴 괴물영화들
그간 비평가들이 봉준호의 <괴물>과 비슷한 영화로 지목해온 괴물영화는 <엘리게이터>(Alligator, 1980), &l
SF 스릴러의 형식을 뒤집어쓴 정치영화,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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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이준기, 이문식의 씨네21 표지 촬영 현장과 인터뷰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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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플라이 대디>의 이준기, 이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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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카> 남기남옹의 투철한 장인정신
[정훈이 만화] <카> 남기남옹의 투철한 장인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