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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영화사들이 여름 성수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006년 여름의 승자는 전세계에서 9억37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각종 흥행기록을 갈아치운 디즈니의 <캐리비안의 해적2: 망자의 함>으로 기록됐다. <마이애미 바이스>를 제치고 유니버설의 흥행작이 된 것은 <패스트 앤 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였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탤러데가 나이트: 럭키 바비의 발라드>가 각각 폭스와 소니의 성공작으로 기록됐다. <포세이돈>의 좌초를 겪은 워너는 <수퍼맨 리턴즈>의 ‘쓸 만한’ 성공을 위로삼아야 했다.
올해 할리우드의 여름영화들은 최악의 침체기였던 지난해에 비해 6% 증가한 34억달러의 수익을 거두었지만, 전통적인 흥행 보증수표들이 점점 절대적인 영향력을 잃고 있다는 점에서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전략수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속편의 흥행이 전편에 미치지 못한다는 정설은 깨진 지 오래고, 스타나
<캐리비안의 해적2> 2006 여름 최고 흥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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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DVD가 할리우드의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미션 임파서블3> <다빈치 코드> <캐리비안의 해적>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블루레이와 HD-DVD 포맷으로 미국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차세대 DVD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고 있다. 차세대 DVD란 HD급의 고화질 영상을 저장할 수 있도록 4.7GB 정도인 기존의 DVD 용량을 5배 이상 증대시킨 새로운 DVD 포맷을 통칭하는 단어. 50GB에 이르는 저장용량을 자랑하는 소니의 블루레이와 저렴한 가격이 장점인 도시바의 HD-DVD가 양대 진영을 이루고 있다.
차세대 DVD 시장을 선점하려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열기는 뜨겁다. 디즈니, 이십세기 폭스, 파라마운트 등이 블루레이로 영화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유니버설, 워너브러더스 등은 HD-DVD에 러브콜을 보낸 상태다. 블루레이 진영에 속하는 12개 영화사들은 올해 안에 75편의 작품을 블루레이 포맷으로 제작해 일본
차세대 DVD 시장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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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은 아니지만 기대 이상이다.” 작은 영화들의 선전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씨네큐브에서 단관개봉한 이탈리아영화 <라스트 키스>가 8월28일까지 불러들인 관객은 모두 1만116명. 300석이 채 안 되는 스크린에서 2주 상영된 뒤, 교차상영과 하루 1회 특별상영만으로 1만명을 돌파했다. 수입사 백두대간에 따르면 주말에는 매진 사례도 적지 않다.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고, 자국에서는 1200만유로를 벌어들이는 등 화제작이지만, 정작 이 작품이 한국에서 입소문을 타고 장기상영에 들어갈지는 아무도 몰랐다. 백두대간의 한 관계자는 “대략 7천명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반응이 좋다”면서 서른이 되기 싫은 29살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그려낸 영화의 내용이 “연령주의와 서른살에 대한 강박이 심한 한국사회의 특성과 맞물린 것이 관객의 호응을 끌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이 전국에선 4만명 넘는 관객을 불러들이면서 주목을 받은 가운데 오다기리 조
[충무로는 통화중] 작은 영화, 작은 흥행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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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식객>(제작 쇼이스트, 지오엔터테인먼트, 감독 전윤수)이 지난 8월 30일 충북 보은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식객>은 한국 최고 요리사 자리를 놓고 두 명의 요리사가 운명의 대결을 벌여 나간다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음식점으로 평가받고 있는 운암정. 그곳에서 성찬(김강우)과 봉주(임원희)는 요리를 배운다. 어느 날, 운암정의 후계자를 가리기 위해 요리 대결을 펼친 날 성찬의 음식을 먹고 심사위원들이 쓰러진다. 결국 운암정의 주인은 봉주가 된다. 그 뒤 5년이 지나 성찬과 봉주는 조선시대 최고의 요리사였던 대령숙수의 후계자를 뽑는 요리대회에서 다시 만난다. 첫 날의 촬영분은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진수(이하나)가 성찬을 찾아와 요리대회에 참가할 것을 권하는 장면이다. <식객>은 "일간지 최초의 연재 만화, 단행본 54만부 판매"등의 기록을 세운 허영만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올 겨울 개봉예정.
<식객> 촬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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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는 시대다. 자질구레한 상식부터 절절한 연애 상담까지, 만물상의 품새를 자랑하는 인터넷은 무한대로 확장하는 소통의 창구가 됐다. <전차남>은 한 소심한 남자가 네티즌의 성원에 힘입어 연애에 성공한 만화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2004년 일본 ‘2채널’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전차남’이라는 대화명으로 올라온 소심남의 사연은 이후 TV드라마, 연극, 책으로 각색되며 화제를 모았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제작사 도호를 통해 영화로 탄생했다.
덥수룩한 단발머리에 커다란 안경, 목까지 꼭 채운 셔츠와 배까지 올려입은 바지. 촌티나는 옷차림과 어눌한 말투로 왕따 신세인 전차남(야마다 다카유키)은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푹 빠져 있는 오타쿠다. 어느 날 지하철 안에서 취객에게 시달리는 여성(나카타니 미키)을 얼결에 구한 그는 그녀에게 답례로 에르메스 찻잔 세트를 선물받는다. 전차남은 즉시 자신의 사연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
네티즌에 의한, 네티즌을 위한 동화, <전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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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에서 이주해온 흑인 경찰 Z는 자전거를 타고 시애틀 지역을 순찰하면서 온갖 종류의 사건과 사고를 처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가정 폭력, 주거 침입, 매춘, 익사, 마약 등 도시에서 발생하는 범죄는 상상할 초월할 만큼 다양하고 엽기적이다. 마트에서 생고기를 뜯어먹는 남자, 남의 집에 들어와 자위행위를 하는 사람, 아내를 의심하여 방탄조끼로 무장한 남편 등 Z가 마주치는 절망적인 모습은 실제 사건들에 기초한 것이다. 로빈슨 디버 감독은 찰스 무데데가 <스트레인저> 지역범죄 칼럼난에 기고한 내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무데데와 함께 공동으로 시나리오 작업을 한 뒤 <폴리스 비트>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경찰이 주인공인 전형적인 범죄물이 절대 아니다.
영화는 Z의 공적인 일상과 내면의 독백, 환영으로 구성되어 있다. Z가 매일 보고 겪는 처참한 일들은 분절된 이미지로 처리되고, 범죄 현장에서조차 Z는 끝없이 정체성을 고민하고 다른 남자와 캠핑을 떠난 백
이미지의 수사학! <폴리스 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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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내부에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의 피트 게리슨(마이클 더글러스)은 20여년 전 레이건 대통령의 암살을 몸으로 막은 뒤 안보국의 전설이 된 비밀요원. 조국과 대통령에 충성을 바쳐온 그는 현재 영부인 새라(킴 베이싱어)의 경호를 맡고 있다. 그러나 게리슨의 굳건한 세계는 오랜 동료인 찰리 메리웨더(감독인 클락 존슨)가 살해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한다. 찰리의 살인사건을 맡게 된 인물은 오직 증거만을 신봉하는 냉철한 비밀요원 데이빗 베킨릿지(키퍼 서덜런드). 피트의 수제자이기도 한 데이빗은 피트가 대통령 암살음모에 가담하고 있다는 혐의를 발견하고, 자신이 누군가의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피트는 누명을 벗고 암살음모를 막기 위한 도망길에 오른다. <센티넬>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할리우드 기성품 스릴러다. 제랄드 페티비치의 원작을 각색한 조지 놀피(<타임라인> <오션스 트웰브>)의 각본은 <도망자>(1993)와 <사선에서>(19
안전하고 느슨한 기성품, <센티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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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갈비집에서 일을 거들며 백수처럼 사는 영운(김승우)은 룸살롱에 다니는 연아(장진영)와 4년째 사귀고 있다. 성격이 불같고 입이 험한 연아는 툭하면 영운과 치고받고 싸우지만, 그를 아끼는 마음은 매우 지극하다. 그러나 영운에겐 참한 약혼녀 수경이 있다. 친구 준용(탁재훈)의 비디오 가게에 모여 소일하는 친구들은 연아만한 여자가 없다고 하고, 영운도 연아가 좋지만, 어머니(선우용녀)를 생각하면 연아와 결혼할 수는 없다. 연아와 앙숙인 룸살롱 전 상무(김상호)의 고자질로 아들의 연애를 알게 된 영운 어머니가 무작정 결혼 날짜를 잡고 혼인신고까지 마치자, 영운은 연아와 연락을 끊고 잠적한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연아가 영운을 유혹하는 첫 만남에서 단번에 4년을 도약하여 동거하다시피하는 오래된 연인의 일상에 내려앉는다. 험한 욕설을 주고받고 레슬링하듯 몸싸움을 벌이다가 섹스로 돌진하는 그들의 연애는 미사여구가 끼어들 여백이 없고, 겉치레에 신경쓸 여유
이런 남자, 다시는 만나지 말기를,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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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아닌 청춘이 어디 있겠는가.” 노타치파의 2인자 성현(이천희)은 병원 가운을 벗어던지고 뚝방으로 달려가면서 전설과 청춘에 관한 익숙한 경구를 읊는다. 그는 “우리의 전설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우리는 추억 하나없이 서른 언저리로 가야 하기 때문”에 십대 시절 노닐던 뚝방에서 전설처럼 싸워야만 한다. 그러나 모든 청춘이 전설이라면, 그것은 모든 청춘이 왜곡과 과장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할 터이다. 전설과 현실 사이에는 무엇이 있었는가, 혹은 전설과 현실 사이에서 무엇을 택할 것인가. 사라졌던 전설의 주먹이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뚝방전설>은 코미디와 액션이 뒤섞인 상업영화이면서, 진짜 세계와 맞부딪친 전설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묘한 청춘영화이기도 하다.
18 대 1의 전설을 가지고 있는 정권(박건형)은 주먹은 세지만 싸움에는 그다지 뜻이 없는 성현(이천희)과 싸움은 전혀 못하고 말만 많은 경로(MC몽)와 함께 교내 조직 물레방아파를 평정한다. 1학군의
전설이 되고 싶었던 청춘, <뚝방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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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이 되려면 작두를 타야 한다. 날선 칼날 위에서 고통을 견뎌야 한다. 영험한 기운을 지닌 존재임을 증명하는 의식이다. 삶과 죽음, 어느 한쪽에도 뿌리내리지 못하는 외줄 운명을 받아들이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약속은 의지나 욕망에 따라 “거부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숙명이다. 그들은 평범한 일상을 원했다. 그러나 숙명은 그들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다른 길을 가도록 용인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사이에서>는 하늘이 내린 숙명의 지도를 어쩌지 못하고 받아든 무속인들에 관한 이야기다. “내 손으로 직접 삶을 일구어왔다고 생각하는” 감독의 인도에 따라 카메라는 “손에 신이 그려준 운명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만나러 떠난다.
28살의 황인희는 어느 날부터 기이한 경험들을 하게 된다. 남의 앞날을 내다보는 예지력을 보이기도 하고, 갑자기 상체가 마비되는 증상을 겪기도 한다. 그녀의 가족에겐 사고가 발생하고, 그녀가 운영하던 사업체가 망하는 불운
동정과 연민의 굿판,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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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은 지옥과 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르는 장대한 기행문이었다. 장 뤽 고다르의 2004년작 <아워뮤직>은 단테의 여행기를 지상으로 끌어오려는 거장의 시도다. 영화는 <신곡>처럼 지옥, 연옥, 천국의 세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지옥편에서는 고다르가 수집한 수많은 전쟁의 이미지-콜라주들이 관객의 망막에 점멸하며 스쳐지나간다. 연옥편은 속죄와 화해의 장이다. 고다르는 사라예보에서 개최된 ‘유럽문학과의 조우’에 참석하러 길을 떠나고, 중간중간 실재 혹은 허구의 인물들과 대화를 나눈다. 그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유고슬라비아 내전의 기억을 환기시키며 모든 갈등이 화해로 돌아서는 순간을 꿈꾼다. 마지막 챕터인 천국은 스산한 행복감으로 충만한 고다르의 에필로그다. 카메라는 그저 평화로운 해변에서 한가롭게 경계를 서고 있는 미국 해병대의 모습을 비춘다. <아워뮤직>을 영화라고 일컫는 것이 적당한 표현일까. 이것은 오히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장 뤽 고다르의 ‘신곡’, <아워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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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르의 주인공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애쓸 때, 그것은 세계를 조직해온 것들에 대해 고뇌를 던진다는 의미와 같은 것이다. 스스로 출연한 작품들을 포함하여 지난 많은 고다르 영화에서 주인공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투쟁과 혁명에 대한 영화적 실천이 혹은 그 반대편에 있는 모든 것들을 향한 지적 야유가 마침내 끝을 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때에, 고다르는 <만사형통>과 <열정> 같은 유물론적 영화 만들기의 이야기를 써냈다. 그러나 노년에 들수록 고다르는 선전적인 표현을 뒤로 하고, 예술의 기원과 역사의 되돌아옴과 그것들을 잇는 기억의 집합을 영화적으로 배열하는 것에 힘쓴다. <사랑의 찬가>는 그중에서도 특히 아름답게 완성된 작품 중 하나다.
영화감독 에드가(브루노 퍼즐루)는 영화를 준비 중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영화는 “만남, 육체적 열정, 이별, 화해”라는 “사랑의 네 순간 중 어느 하나에 관한 것”이며 노년, 중년, 청년이라는 세 시기의
영화라는 예술이 할 수 있는 어떤 최선, <사랑의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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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예일대의 중국계 건축학도 마야 린은 논란을 뚫고 베트남 전쟁 기념물 설계공모에 당선됐다. 전사한 미군 5만7661명의 이름을 숨진 순서로 새겨넣은 야트막한 검은 벽, 그것이 마야 린의 기념비였다. <플라이트 93>이 구사하는 애도의 화법은 마야 린의 그것을 닮았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엄격한 재연과 최선의 재구성이야말로 지금 영화가, 그리고 자신이 9·11 테러를 적절히 다룰 수 있는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1972년 영국군의 북아일랜드 시민 학살을 르포르타주의 문체로 재현한 감독의 전작 <블러디 선데이>(2001), 그리고 그 역동성을 응용한 첩보영화 <본 슈프리머시>(2005)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놀랄 일도 아니다.
뉴저지발 샌프란시스코행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93편(이하 UA93)은 2001년 9월11일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된 미국 민항기 4대 중 유일하게- 국회의사당으로 추정되는- 표적에 충돌하지 않은 채 추락했다. 기
2001년 9월11일 벌어진 살인의 해부, <플라이트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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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4월에도 라일락은 피었다. 4월7일부터 꼬박 100일간 하루 1만명씩 죽어가며 흘린 피를 먹고 라일락이 자랐다. 인류가 보낸 가장 혹독한 4월이었다. 시민과 이웃과 동료와 심지어 성직자들까지 10센트짜리 중국산 벌초용 칼과 몽둥이로 한 동네 사는 투치족을 내리쳐 죽였고 라디오에선 같은 동네 사는 투치족 이름을 거명하며 죽일 것을 선동했다. 벨기에의 교활한 식민 통치가 후투-투치족 갈등을 키웠고 벨기에가 물러나자 그동안 차별받은 후투족이 노골적인 종족차별정책으로 앙갚음을 했다. 그날은 평화협정을 맺은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암살당한 날이었다. 후투족은 투치족한테 혐의를 덮어씌워 바로 투치족 살육에 들어갔다. 여성부 장관은 투치족 여성을 마음껏 강간해도 좋다고 부추겼다. 100일 뒤에 투치족 반군이 사태를 평정했고 학살이 끝났다. 총인구 800만명 가운데 100만명이 죽었다. 소수족인 투치족의 거개가 사라졌다. 세계 평화 유지에 그토록 관심이 많았던 유럽 강국과 미국은 대량학살
이야기의 힘, <호텔 르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