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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쳐지나도 기억에 남는 강렬함을 꿈꾼다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정인기
“이런 건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쑥스러운 듯 뒤통수를 긁는 정인기의 얼굴에 난처함과 어색함이 동시에 어린다. 뒤늦게 연락이 닿은 탓에 모든 취재가 끝난 뒤 혼자 스튜디오에 서게 된 그는 의도와는 상관없이 ‘뒷북’을 쳐야 하는 입장. 이미 4명의 배우를 찍어놓은 단체 사진에 자연스럽게 붙여넣을 수 있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이날의 첫 도전과제다. 시종일관 뻘쭘한 표정으로 걱정을 자아내던 그는 그러나 막상 촬영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덕스레 자유자재의 포즈를 선보인다. 만화책에서 막 오려낸 것처럼 ‘ㄱ’자 모양으로 팔과 다리를 꺾은 그가 풀쩍 뛰어오를 때마다 플래시와 폭소가 동시에 터진다.
“출연이라고 하기도 사실 민망하다.” <연애소설> <중독> <싱글즈> <주홍글씨> <주먹이 운다> <
독립영화를 사랑한 배우들 [5] - 정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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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으로 슬픔을, 눈물로 웃음을 전할 수 있을 때까지
<양아치어조> <내 청춘에게 고함>의 양은용
“제가 여기 껴도 되는 거예요?” 안부 묻고 수다 떠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새침한 새색시마냥 입술 물고 있는 이유를 물었더니 양은용이 조심스레 답한다. “다른 분들은 다 유명하시잖아요. 난 아직 몇편밖에 안 했는데….” ‘독립영화’ 배우라는 낙인(?)은 기꺼이 받겠으나, 독립영화 ‘배우’라는 명명은 아직 부담스럽다면서, 그는 쑥스러워한다. 1997년, SBS 공채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춘 지 10년째. 아직 사람들도 <비단향꽃무> 같은 미니시리즈나 <드라마시티> 같은 단막극에 자주 출연한 탤런트로 그를 기억한다. <양아치어조>를 시작으로 <팔월의 일요일들> <내부순환선> 그리고 최근 <내 청춘에게 고함>까지, 4편의 독립장편에 내리 출연한 독특한 배우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독립영화에 대해 아
독립영화를 사랑한 배우들 [4] - 양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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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화를 돌 위에 새긴다
<바라만 본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양익준
사진 촬영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의상을 설명하던 기자는, 성인 남자 혹은 배우라면 가지고 있을 것이라 여겼던 양복 한벌, 가죽점퍼 하나가 없다는 그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옷장을 뒤져 준비했다는 의상을 입고 카메라 앞에 선 그가 이번에는 ‘깜찍한 표정으로 셀카를 찍는 귀여운 남자’라는 난해한 주문에 난감해한다. 그러나 이내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남들은 당연하게 지니고 있다는 옷 한벌 없이,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여 감동을 주는 배우 양익준의 진면모랄까. 10편에 이르는 단편영화, <강적>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의 장편에 출연했고, <KBS 독립영화관> 진행자로 얼굴을 알린 그는, 지난해 미쟝센단편영화제에 세편의 출연작이 상영된 끝에 연기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출연작(<낙원>)과 연출작(<바라만 본다>)을 본선에
독립영화를 사랑한 배우들 [3] - 양익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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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귀옥 순경, 이런 면이 있는줄 몰랐네
<살인의 추억> <그녀의 핵주먹>의 고서희
<살인의 추억> 이후 3년이 흘렀건만, 고서희는 아직도 권귀옥이다. 있는 듯 없는 듯 선배 형사들의 잔심부름에 열중하던 중, 얼굴없는 연쇄살인범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던 그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었던 탓이다. 평상심을 잃지 않는 뚱한 모습은 초췌한 남자 형사들과 묘한 대조를 이뤘더랬다. <호랑이 푸로젝트>에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방바닥을 굴러다니는 엉뚱한 ‘백조’로 고서희를 캐스팅한 이지행 감독 역시 그 묘한 이미지에 끌렸다. “약간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봉준호 감독이 <플란다스의 개>에서 갱생한 배두나 이미지로 쓴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고, <호랑이 푸로젝트>에서 고서희에게 노란 후드티를 입히기도 했다.”
때론 나른하고 때론 똘망똘망한 동그란 고서희의 눈망울은 영락없는 엉뚱녀의 그것이지만, 어떤 이
독립영화를 사랑한 배우들 [2] - 고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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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거대한 흥행판을 벌였다. 7월 27일 개봉하는 <괴물>은 620개 스크린을 확보하며 <태풍>의 540개를 가뿐히 넘어섰다. 배급사 쇼박스측은 “극장측에서 원하는 대로 프린트를 수급했다면 아마 700개를 넘었을 것”이라며, 620개 스크린도 하향 조정된 숫자임을 밝혔다. 550∼60개 선으로 추산되는 프린트 비용만도 11억원을 상회한다. 순제작비 112억원이 투입된 <괴물>은 해외 판권 판매를 통해 이미 상당 액수를 회수한 상황이라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것은 무난할 전망이다. 관람등급이 12세 이상 관람가라는 점 흥행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 평단의 대대적인 호평과 90% 내외를 넘나드는 예매율로 개봉전부터 화제를 모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7월 26일 저녁부터 전야상영을 통해 관객동원에 시동을 건 상태. 이변이 없다면 개봉 첫주 전국 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괴물>, 사상 최대 620개 스크린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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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만들어진 신작 단편영화를 남들보다 빨리 보고 싶다면? 인디스토리가 마련한 금요단편극장을 찾아라. ‘금요단편극장-인디스토리 쇼케이스’가 7월 28일 금요일 밤 8시 30분,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두번째 자리를 마련했다. 매월 정기적으로 서울아트시네마와 인디스토리가 공동으로 마련하는 이번 행사에 초대된 영화는 <탈고>, <신당동 전기톱 부부싸움>, <핵분열 가족>이라는 3편의 단편 호러다.
송인영 감독의 <탈고>는 마감에 좇기는 만화가의 심리적인 압박감이 만들어내는 공포를 다룬다. 류근환 감독의 <신당동 전기톱 부부싸움>은 남편의 거짓말을 자신의 생일파티를 맞아 복수하는 아내의 이야기를 그렸다. 박수영, 박재영 감독의 <핵분열 가족>은 북에서 핵미사일이 날아드는 상황에서 가족관계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35mm로 촬영된 코믹호러물이다. 더 자세한 사항은 인디스토리 홈페이지 참조
이번 금요일은 단편 호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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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신작 <시간>이 일반 관객과 만난다. <씨네21>이 주최했던 한번의 독자시사회를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시간>이 8월 24일로 개봉일을 확정했다. 해외 30여개국의 판권 판매와 해외영화제에서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국내 개봉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던 김기덕 감독은 스폰지를 통해 <시간>을 배급하기로 결정했다. <시간>은 지우(하정우)와 세희(성현아)라는 남녀가 성형수술을 통해 사랑을 유지하려는 비극을 담은 이야기. 스폰지는 김기덕 감독의 열세번째 영화 <시간>을 기자회견과 시사회를 가진 후 전국 약 10~15개 극장에서 개봉할 계획이다.
김기덕 감독의 <시간> 8월24일 개봉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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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감독이 연출하는 <네버 포에버>의 얼굴이 드러났다. 뉴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멜로물 <네버 포에버>의 주인공은 글로벌 프로젝트에 걸맞게 헐리우드의 베라 파미가,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하정우, <태풍>에 출연했던 재미교포 배우 데이빗 맥기니스로 각각 결정됐다. 베라 파미가는 2004년 선댄스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한 데브라 그라닉 감독의 <다운 투 더 본>에서 마약중독자 아이린으로 열연하며 LA 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최근에는 <러닝 스케어드>로 국내팬들에게 얼굴을 알려졌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무간도> 리메이크작 <디파티드>에도 출연했다. 베라 파미가는 <네버 포에버>에서 한국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여주인공 소피 역을 맡는다. 그녀의 연인 지하 역에는 올해 김기덕 감독의 <시간>, 이형곤 감독의 <구미호 가족>에서 주연을 맡은 신인배우 하정
하정우, 베라 파미가, 데이빗 맥기니스 <네버 포에버>에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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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괴력’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주요 인터넷 예매사이트에서 평균 90% 내외의 예매율을 기록하며 극장가 평정을 예고했다. 7월 26일 6시 43분 현재 주말 예매율 현황은 말 그대로 <괴물>의 완승. <괴물>의 경이적인 예매율보다 2위부터 4위까지 다른 작품들이 1∼2%대 예매율을 보이는 상황을 보면, <괴물>의 흥행파괴력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인터파크에서는 한때 99.2%라는 전인미답의 예매율을 기록했던 <괴물>은 오후 6시경 전야상영을 시작으로 오늘부터 관객몰이에 나섰다. <괴물>의 독야청정 아래 3개 사이트에서 <한반도>가 2위를 차지했고, 티켓링크에서만 <유실물>이 2위로 선전했다. 현상황에서는 <괴물>의 예매 및 흥행질주를 과연 누가 저지할 지가 당분간 극장가의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맥스 무비 7월26일
6시43분 현재
1/<괴
<괴물>, 예매사이트를 집어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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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신작 <플라이 대디>가 모습을 드러냈다. 7월 26일 오후 2시 서울극장에서 <플라이 대디>의 기자 시사회가 열렸다. 최종태 감독과 함께 무대에 오른 이준기는 “어제밤 잠을 못잘 정도로 긴장했다. 좋은 시선으로 따뜻하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인사했다. 유난히 큰 환호를 받으며 마이크를 잡은 이문식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소심한 가장의 모습을 보면 여러분도 내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실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이 대디>는 재일교포 작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플라이 대디, 플라이>를 원작으로 했다. 딸의 폭력사건을 겪은 가필(이문식)은 무력감에 괴로워한다. 권력가의 아들이자 복싱선수 태욱에게 얻어맞은 딸 앞에서 가필은 아무런 항의도 보복도 할 수 없다. 고민 끝에 칼을 들고 태욱의 학교로 찾아간 가필은 우연히 승석(이준기)과 마주친다. 승석은 가필에게 정정당당히 태욱에게 맞서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두 사람의 트레이닝이 시작
<플라이 대디>, 모습을 드러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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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분명히 아는 사람인데, 이름이…. 우리를 응시하는 이 다섯 얼굴을 마주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그러나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익숙하고 낯선 인상이 이들을 묶는 유일한 키워드라 생각하면 큰 오해다. 외양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물론이고 나이도, 경력도 천차만별인 이들을 묶는 키워드는 바로 독립영화. 독립영화계로부터 끊임없이 구애를 받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초대장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었다. 사실 배우의 평범한 얼굴 속에서 비범함을 끌어내고, 친근하지만 어딘가 삐걱거리는 생생한 캐릭터에게 아낌없이 자리를 마련하는 데 충무로는 비교적 인색한 편이다. 그러나 그럴듯한 시스템 안에서 많은 돈을 들여 만들지 않는 대신 늘 새롭고 도전적일 수 있는 독립영화라면 얘기가 다르다. 맹봉학, 고서희, 양익준, 양은용, 그리고 정인기. 누군가의 아버지로, 친근하고 개성있는 감초로, 있는 듯 없는 듯한 조연으로 충무로의 스크린과 브라운관에 수시로 얼굴을 비쳐왔던 이들은,
독립영화를 사랑한 배우들 [1] - 맹봉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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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은 까다로운 인터뷰 상대다. 논리적이고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는 달변가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주제에 대해 날카로운 관점을 드러낸다. 그래서 그에게 <한반도>에 대해 묻는 일은 단순히 배우에게 자신의 출연작을 묻는 일 이상의 대답을 기대하게 했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으로 정치적인 기여를 했던 한 배우가 극중에서 대통령에게 철저히 반대하는 총리 역을 맡은 심경은 어떠할까. 그는 데뷔 이후 줄곧 충무로에서 냉소적이고 뒤틀린 지식인 연기의 전범처럼 여겨졌다. 그러한 문성근이 논란의 블록버스터 <한반도>에 출연한 이유와 스물한 번째 주연작으로 21년차를 맞이한 배우로서의 입문기와 여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반도>라는 격한 내용의 영화에 배우 문성근이 출연한다는 사실 자체가 의외였다.
=대본을 배우에게 주고 4∼5일 정도 있다가 묻는 게 일반적인 출연과정이다. 그런데 <한반도>라는 제목도 엄청난 대본을 강우석이
난 무모했지만, 운이 좋았다, <한반도>의 문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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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관객들이 날 알아보니 신기하다”
-여러 운동에 능하다고 알고 있다.
=아홉살부터 5년간 무술 수련을 했다. 내가 연마한 것은 중국 대륙의 북방권이었고, 무술 수련의 특별한 동기는 없었던 것 같다. 그저 그 나이 또래 대부분의 사내아이들처럼 강해지고 싶은 욕구가 있었고, 아무래도 싸움이 많은 나이이니 확실히 배워보자는 생각을 했었다. 그 뒤에는 수영을 하게 되었는데, 홍콩 대표로 3관왕을 차지한 경력도 있다. 그 때문인지 지금도 건강만큼은 자부를 한다.
-장철 감독의 <호협섬구>로 영화계 데뷔했는데, 당시 홍콩 영화계로서는 이례적인 일인 것 같다.
=그렇다. 당시로서는 매우 드문 일이었다. 홍콩 배우들이 거의 대부분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서 성공을 하는데 나는 그들 가운데 운이 대단히 좋은 편이었다. <호협섬구> 오디션을 열었는데, 3명의 배우를 뽑는 데 3천명이 넘게 몰려왔고, 그중 한명으로 발탁됐다. 첫 데뷔작으로 비중있는 역을 맡았으니 운이 좋
천황거성 왕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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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전자전(父傳子傳). 1980년에 시체애호증을 다룬 지알로 영화 <마카브로>로 데뷔했을 때부터 람베르토 바바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아버지로부터 유전자를 이어받아 다리오 아르젠토의 휘하에서 수업한 재원이었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했다.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은 람베르토 바바는 곧 갇힌 공간을 무대로 한 좀비영화 <데몬스> 시리즈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아쿠아리스>의 미켈레 소아비와 함께 다음 30년의 지알로를 책임질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벌써 20여년 전의 이야기다. 90년대가 오기도 전에 (스파게티 호러라고 불리운) 이탈리아 호러영화는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시체스 호러영화제 수상작’ 등등의 이름을 내걸고 한국의 동시개봉관을 강타했던 이탈리아 호러영화들이 부계의 유전자를 어느 순간 상실해버린 것이었다. 거기에는 수많은 이유가 동시에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람베르토 바바는 사라지지 않았다. 이탈리아 TV계로 진출해 계속해서 영화를 만들어온 그는 2006
이탈리아 공포영화의 대부, 마리오 바바의 영화세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