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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본 도쿄에서 초대형 재난 영화 〈일본침몰〉(히구치 신지 감독)의 한국 언론 시사회 및 간담회가 있었다.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 영화 홍보사로부터 보도자료를 받았는데, 주연배우 이름이 ‘구사나기 쓰요시’였다. 일본 영화사상 최고 제작비를 들여 만든 블록버스터이니만큼 잘나가는, 잘 알려진 배우가 주연을 맡는 게 당연할 것 같았는데 뜻밖에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배우였다. 일본의 인기그룹 스마프의 멤버이자 영화 〈환생〉과 〈호텔 비너스〉에도 출연했던 배우라는 소개가 따라붙었는데도 이름이 영 낯설었다. 특히 ‘한국을 사랑하는 배우로도 잘 알려져 있어 국내에서는 더욱 친근하다’라는 설명까지 읽고 나서는 “어라? 누구지?” 하는 궁금증이 폭발할 지경이었다. 딱 한 사람, 떠오르는 얼굴이 있기는 했는데 ‘에이…설마…아닐걸?’ 하는 심정이 컸다. 반신반의는커녕 불신전의의 심정으로 홍보사 직원에게 물었다. “구사나기 쓰요시가 초난강은 아니죠?”하지만 웬걸, 구사나기 쓰요시는 초난강이었다. 초난
[팝콘&콜라] 구사나기 쓰요시와 초난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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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번 귀가 ‘강행군’ 마약 같은 무대의 불꽃 청춘
입체적으로 그리고 싶었다 “누구나 공감할줄 알았는데…”
가요계에 뛰어든 젊은이 4명의 이야기인 문화방송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수·목 밤 9시50분, 연출 한희, 극본 홍진아·홍자람)는 춤과 노래, 이야기가 서로 떠받치고 있다. 10·20대 취향의 드라마이지만 ‘트렌디 드라마’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선과 악의 이분법도 없다. 인물들은 저마다 욕망과 이유를 지닌 채 새파란 청춘을 무기로 연예계의 복마전 속으로 뛰어든다. 그들의 직업은 멜로를 위한 추상적인 배경이 아니다. 희수(김옥빈), 렉스(환희), 혁주(지현우), 상미(서지혜)가 그 속에서 울고 웃고 성장하는 구체적인 현실이다.
이 드라마를 연출하는 한희 피디는 이전에 춤과 노래를 주인공 삼은 적이 있다. 단막극 〈고무신 거꾸로 신은 이유에 대한 상상〉, 미니시리즈 〈내 인생의 콩깍지〉에서 뮤지컬드라마라는 생소한 영역을 보여줬다. 〈회전목마〉 〈신입사
MBC 수목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 한희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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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지먼트사들이 드라마 외주제작사들의 영역이었던 드라마 제작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영화제작사 겸 매니지먼트사 팝콘필름에서는 에스비에스 〈천국보다 낯선〉, 스타맥스에서는 에스비에스 〈내 사랑 못난이〉 등을 제작·방영 중이다. 이병헌, 김제동의 소속사인 팬텀 엔터테인먼트와 송승헌의 소속사인 포이보스 등도 드라마 제작에 나설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서도 음반제작과 가수 이효리, 옥주현, 더블에스501 등 가수 매니지먼트를 해오다 드라마 제작에 나선 ‘디에스피이엔티(DSPent)’ 의 활동이 눈에 띈다.
1991년 음반기획제작사 대성기획으로 출발한 디에스피이엔티는 그동안 음반 제작유통과 매니지먼트 사업을 해왔다. 디에스피이엔티 이호연 대표는 “음반 시장 불황의 돌파구로 방송콘텐츠 사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수익 높은 종합엔터테인먼트사가 되기 위해서는 방송 콘텐츠, 그것도 드라마 제작이 필수불가결한 일이 되었다”고 했다. 이 회사는 2005년 자사에 소속된 이효리를 내세워 〈세
황금알 낳는 드라마 시장 판도 바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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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 ‘오디션’ 등 방영 채비
실력 갖춘 배우 많지 않아 고민
음악과 춤을 소재로 삼은 드라마들의 기획과 제작이 활발하다.
지난 5월 케이블 위성채널 엠넷이 비보이들의 세계를 그린 드라마 〈브레이크〉를 처음으로 선보인 데 이어, 문화방송이 가수 지망생들의 이야기 〈오버 더 레인보우〉를 방영 중이다. 그룹 에이트는 내년 방영을 목표로 김수용의 만화 〈힙합〉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를 준비 중이며, 김종학 프로덕션도 올 2월부터 ‘재활용밴드’라는 가수 지망생들의 오디션을 그린 천계영의 만화 〈오디션〉의 판권을 구입하고 제작 채비를 갖추고 있다. 올리브나인은 뮤지컬 형식이 도드라진 드라마를 진행 중이다.
뮤직드라마는 천편일률적인 소재와 형식에서 벗어나기를 꿈꾼다. 브레이크 댄스를 중심으로 했던 〈브레이크〉, 실제 무대와 음악프로그램 장면들을 드라마와 엮어가는 〈오버 더 레인보우〉 등은 색다른 소재와 구성으로 방영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힙합댄서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낼 〈힙합
뮤직드라마 인기, 주인공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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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8월9일 오후 7시 청풍 호반무대에서 개막식을 가졌다. 8월9일부터 14일까지 6일간 계속될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식은 준비된 3000석이 모두 차 서서 관람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개막식 사회는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과 <스승의 은혜>의 배우 서영희가 맡았다. 청풍호에 노을이 지는 가운데 예정보다 15분 늦게 시작된 개막식에는 김명곤 문화광광부장관을 비롯해 청풍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인 엄태영 제천시장,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 영화진흥위원회 안정숙 위원장, 이명세, 변영주, 허진호, 민규동 감독, 공효진, 류승범 등이 참석했다. 특히 루마니아, 브라질, 콜롬비아, 멕시코, 타이 등의 주한대사도 함께 자리했다.
게스트로 참석한 김명곤 문화부장관은 “‘물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잘 어울리는 영화제”라고 축하의 말을 전했다. 조성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개막선언에서 “음
음악과 영화의 황홀한 만남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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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3: 감독님들, 이렇게 해보면 어때요~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되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스트레스.” -백윤석
“연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신은 물론이고 스탭들이 충분히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 -엄혜정
“촬영감독이 잡은 앵글이 맘에 안 들면 무엇이 싫고 이유가 뭐지 프레이밍의 목적을 정해주는 것이 중요.” -김병정
<가희와 BH>의 촬영 당시. 낮을 배경으로 한 실내 장면을 찍다보니 밖이 어두워졌다. 아무리 창밖 조명을 바꾸어도 밤을 낮처럼 훤히 밝힐 수도 없는데, 감독은 그냥 촬영을 강행하는 상황. 눈에 보이는 화면을 중시하는 촬영감독과 배우의 연기를 우선시하는 감독의 갈등은 현장에서 흔히 벌어진다. 뒤늦게 당시의 촬영 분량을 확인한 백윤석씨는 “실제로 보니 그렇게 어색하지도 않고 이상한 그 느낌이 오히려 괜찮아 보여” 재촬영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당시 얼굴을 붉히며 연출에게 스트레스를 표출했던 것이 미안했다고.
다재다능 촬영감독 3인이 말하는 촬영의 매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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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얼굴, 낯선 이름에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다. 아마도 자신이 찍은 영화의 제목과 감독이 알려지고, 손수 만들어낸 화면에 관객이 열광한다면 그것으로 족할 만한 이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카메라 ‘뒤에’ 서는 사람들이다. 충무로에서 촬영감독 데뷔를 꿈구는 이들은 미처 데뷔작을 만들기도 전에, 단편영화 팬들 사이에서 약간의 이름을 알렸다. <즐거운 우리집>과 <나의 지구를 지켜줘>와 <내츄럴 보이즈>라는 연출작과 <핑거프린트>와 <인플루엔자>와 <가희와 BH>라는 촬영작 덕분이다. 영상원과 같은 영화학교에서 촬영 전공자가 연출작을 만드는 것이 그리 놀랍고 희귀한 일은 아니지만, 이들의 연출작은 웬만한 감독지망생의 그것보다 흥미롭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들의 카메라가 온전히 연출의 마음을 담기 위해 남다르게 노력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연출의 마음을 담는 카메라.
엄혜정, 김병정,
다재다능 촬영감독 3인이 말하는 촬영의 매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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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씨네마테크에서 '천국과 지옥' 상영 후 열린 봉준호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cine club 은 씨네21이 만난 저명인사, 또는 영향력 있는 인물과의 만남을 동영상을 통해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cine club는 오직 씨네21에서만 보실 수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cine club] 봉준호 감독, <천국과 지옥> 관객과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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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드라마의 진부함에 도전하다
섹스할 장소가 없어 이곳저곳을 헤매는 청춘 남녀의 이야기 <생산적 활동>은 일상에 대한 유쾌한 도발 같았다. 여관에 들어갈 돈도 없이 동네 골목과 화장실을 오가는 발걸음. 그 진지함의 아이러니가 섹스라는 행위의 전복성을 부각시켰다. 일상에서 발견한 위트, 일상을 배반하는 유머. 오점균 감독의 단편 <생산적 활동>은 2003년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비롯, 각종 영화제에 진출하며 화제를 모은 히트작이다. 가난과 욕망이라는 물질적 조건의 차이를 인간의 성적 욕구로 치환한 작품. 영화를 본 관객은 가볍지 않은 주제를 발랄한 문체로 끌고 가는 감독의 재치에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오점균 감독은 동명의 장편영화를 선보였다. 기혼 여성이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난다는 내용. 주인공들은 나이를 먹었지만, 섹스는 역시 정면에 등장한다. 단편영화의 장편 버전? 주인공들의 10년 뒤 모습? 오점균 감독은 아니라고 답한
미지의 독립장편영화 세편 [3] - <생산적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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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감수성으로 무장하라
하는 일 없이 하루하루를 소일하는 백수 건태(강현중)는 어느 날 동네 건달 힘줄 삼형제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마침 힘줄 삼형제에게 원한을 갖고 있던 사이보그 창녀 향수(예수안)는 건태를 이용해 그들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우고, 건태를 부추겨 수상한 과학자 닥터 헬(이상훈)에게로 데려간다. 손가락이 망가져 총을 쏠 수도, 칼을 휘두를 수도 없는 그에게 닥터 헬이 제안한 새로운 무기는 다름 아닌 성기총. 사정을 하면 정액 대신 총알이 발사되는 성기총을 장착한 건태는 복수에 성공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하고 싶게’ 만드는 무기의 성능(?) 탓에 의도치 않은 살인을 저지르면서 점차 나락으로 빠져든다.
줄거리만 들어도 엉뚱하기 그지없는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는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로 잘 알려진 남기웅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사이보그로 개조된 인간, 성기에 장착된 총
미지의 독립장편영화 세편 [2] -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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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말 기준 전국 스크린 수는 1648개. 산책을 가듯 영화를 보러가는 시대다. 하지만 독립영화는 어떨까. 독립영화를 보기 위해서 관객은 1년에 몇번 찾아오는 영화제의 프로그램을 뒤적여야 하고, 반대로 독립영화는 관객을 찾아가기 위한 기회를 잡기 위해 기를 써야 한다. 땀 흘려 제작한 작품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독립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절실하고, 그러기 위해선 작품의 존재를 관객에게 알리는 일 역시 시급하다. 얼마 전 로카르노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노경태 감독의 <마지막 밥상>,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로 주목받았던 남기웅 감독의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 그리고 동명의 단편으로 인기를 끌었던 오점균 감독의 <생산적 활동>. 아직 극장을 통해 관객을 만나지 않은 세편의 독립 장편영화를 소개한다. 주류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상상력과 화법이 빛나는 이 작품
미지의 독립장편영화 세편 [1] - <마지막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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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홀로페너가 쓰고 감독한 세번째 , 명색만 독립영화인 " 돈 많은 친구들" 은 앙상블 코메디라기 보다 관계를 다룬 영화로 모든 주요 인물들( 특히 주요 여성 인물들) 이 자신들의 배우자들을 통해 정의되고 있다. 이들은 웨스트 로스엔젤리스에 사는 세쌍의 커플과 한 처녀다. 패션 디자이너 제인( 프랜시스 맥도먼드) 과 아론( 사이몬 맥버니) 부부, 시나리오 작가 크리스틴( 캐서린 키너) 과 데이빗( 제이슨 아이잭) 부부, 부유한 프래니( 조앤 큐잭) 와 마이크( 그레그 저만) 부부 그리고 아직도 남편이 없는 올리비아( 제니퍼 애니스톤). 올리비아만 혼자다. 두 저녁 식사와 집으로 가는 길의 대화를 통해 돈 많은 친구들은 그 점을 언급한다.
홀로페너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활기있게 진행하며 반복되는 반응들과 거듭되는 일들을 통해 시트콤 스타일로 영화를 이끌어 간다 . 제목이 농담처럼 암시하듯 영화는 애니스톤이 장기 출연한 TV 시트콤의 보다 성숙한 버젼이고 여기서도 어리버리
머니&시티, 돈과 사람에 대한 보고서 <돈많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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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인과응보의 집행자로서의 괴물
물론 박희봉의 연대기를 내가 모두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매점 안에 걸려 있는 멧돼지의 박제머리와 ‘엽우회’(獵友會)라는 모임에 박희봉이 총을 들고 서 있는 기념사진은 그의 삶의 이력 가운데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박희봉이 그들 가족 중에서 괴물과 마주쳤을 때 유일하게 총을 잘 쏜다는 사실 이외에는 더이상 이 박제와 기념사진은 아무것도 증언하지 않는다. 혹은 멧돼지를 잡은 그가 그 반대로 괴물에게 붙잡혀 죽는 것은 인과응보라는 뜻일까? 물론 괴물은 박희봉의 과거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괴물은 그 무언가를 집행한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괴물의 등장은 어떤 패턴을 따르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떠올려보자. 괴물이 처음 한강 둔치에 나타나 닥치는 대로 잡아먹기 시작할 때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달아난다. 그때 사람들은 철제 이동식 화장실 안으로 도망친 다음 미처 마지막 여자가 들어오기 전에 무정하게도 문을
노골적이고 단호한 정치적 커밍아웃, <괴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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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세 번째 영화 <괴물>을 보았다. 그리고 미루고 미룬 다음 이 글을 쓴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만날 하는 말이라 좀 지겹긴 하지만 여기서는 좀더 근본적으로) 이 글이 스포일러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나는 이미 경고했다! 그 다음은 내 책임이 아니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난 다음 스포일러없이 이 영화를 쓰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스포일러를 피해 쓰려고 노력할 때 <괴물>에 관한 글은 이미 본 이 영화의 예고편 이상을 쓰는 것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나는 이 영화에 대해 쓴다면 영화가 ‘개봉한 다음에’ 쓰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게 두 번째 이유이다. (다시 한번 같은 어투로 첫 문장으로 돌아가서) <괴물>을 보았다. 그런데 본 다음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괴물>은 당신이 생각하는 (혹은 생각했던) 그런 ‘괴물’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최상의 의미로 나는
노골적이고 단호한 정치적 커밍아웃, <괴물>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