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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 배급이요”“전, 기념품 판매해요” 통역자가 없어 잔뜩 긴장했는데, 두 사람 모두 우리말이 유창하다. 러시아에서 온 엘레나 호흐로바(23)와 일본에서 온 이사가미 유우타(21)는 외국인 자원봉사자. 전북대학교가 마련한 학생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8번째 지프지기가 됐다. “지원자가 많아서 탈락할 줄 알았다”는 엘레나는 “교수님의 제안으로”, “한국어가 아직은 서툴다”는 유우타는 “선배가 등 떠밀어서” 영화제 수호천사가 됐다고. “한번은 밤에 간식 창고 자물쇠가 고장났어요. 집에 안 갈 수도 없어서 막대기로 걸어두고 왔는데 밤새 도둑 들까봐 한숨도 못 잤어요”(엘레나) “기념품 판매점에서 관객들의 가방이나 물건을 맡아주기도 해요. 그런데 오늘은 가방을 받았는데 그 안에 강아지가 있잖아요. 많이 놀랐죠”(유우타) 하는 일은 달라도 힘든 건 비슷하다. “1시간 씩만 더 자면 좋겠어요”“아침에 일어날 때가 가장 어렵죠” 그래도 수면부족이 “하
외국인 지프지기 엘레나 호흐로바, 이사가미 유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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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발라드> A White Ballad
스테파노 오도아르디/이탈리아, 네덜란드/2007년/78분/인디비전
이탈리아의 신인 감독 스테파노 오도아르디의 장편 데뷔작. 강건한 양식성으로 일관하는 영상 포엠 혹은 생과 사에 관한 고찰. 어느 노부부 한 쌍이 있다. 그들은 서로 말이 없다. 각자의 상념만이 있다. 그런데 그 상념들이 마치 텔레파시처럼 메아리가 되어 서로의 대답이 되고 질문이 된다. 영화는 그걸 보이스 오버 내레이션으로 들려준다. 그들이 대화 대신 독백의 교환에 빠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불치병에 걸린 아내는 생이 얼마 남지 않았고 남편은 슬퍼한다. 그들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깊고 긴 상념에 잠겨 지나간 삶과 얼마 남지 않은 공존에 대해 기억하거나 침묵으로 질문하는 것뿐이다. 이 노부부의 에피소드에 지속적으로 또 다른 이미지들이 병치된다. 유적지인 듯 보이는 곳을 배회하는 젊은 여자. 간접적인 주석자처럼 개입하는 이 여자를 죽음의 형상이라 부를 수도 있을
영상 포엠 혹은 생과 사에 관한 고찰 <화이트 발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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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미니츠> Four Minutes
크리스 크라우스 | 독일 | 2006년 | 112분 | 불면의 밤-음악의 밤
40년째 여죄수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온 크루거 여사는 새로운 그랜드 피아노를 교도소에 들여놓는다. 하지만 우악스런 여죄수들은 피아노 따위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크루거 여사는 아버지에게 강간당한 상처를 안은 죄수 제니가 무시무시한 재능을 가진 음악적 천재라는 사실을 직감하고 정식으로 피아노를 가르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나 제니는 제멋대로의 열정으로 스스로를 상처입혀온 살쾡이다. 크루거 여사는 재즈의 즉흥적인 아름다움에 빠진 제니에게 클래식을 가르치려 노력하는 하는 동시에, 클래식의 딱딱함을 허하지 않는 제니를 통해 자신의 슬픈 과거까지 치유하기 시작한다.
상처입은 두 여자가 서로의 삶에 영혼을 불어넣는다는 이야기는 클리셰로 가득찬 할리우드 영화들에서 종종 보아오던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 크라우스 감독은 피아노 선율에 억지로 감동을 덧입히지 않고서
주인공들의 내밀한 상처를 단단히 연결하는 대중영화 <포미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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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닥> Khadak
피터 브로센, 제시카 우드워스/벨기에, 독일, 네덜란드/2006년/105분/시네마스케이프-비전
2006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인 미래의 사자상을 수상한 작품. 아득한 몽골의 초원에 사는 유목민 소년 바기에겐 먼곳의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 여자 샤먼으로부터 그 역시 샤면의 운명을 타고났다는 예언을 받지만 바기는 운명을 거부한다. 한편 몽골 정부는 초원에 도는 동물 전염병을 이유로 유목민을 탄광 마을로 강제이주시키고 가축들을 빼앗아간다. 바기는 아끼던 말의 목에 카닥(몽골인들이 기원의 의미를 담아 묶는 푸른색 두건)을 매어주고 말을 도망시킨다. 유목민들은 초원의 파오 대신 아파트에서 새 생활을 시작하지만 모두가 도시에 적응하진 못한다. 도시에서 우체부 일을 시작한 바기는 화물차에서 석탄을 훔치던 소녀와 우연이 만난 이후 다시금 동물의 소리를 듣게 된다. 심리학자는 그가 부적응으로 환청을 앓고 있다고 진단하고 치료를 강요하지만,
주술적 체험같은 영화 <카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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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 Salty Air
감독 알레산드로 안젤리니/이탈리아/87분/2006년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살아서 돌아왔다. 그런데 사형수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나의 아버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파비오는 교도소에서 감화원으로 일하는 청년. 수감자들의 교정을 돕기 위해 그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일을 맡고 있다. 재판에서 진 수감자의 가족들로부터 린치를 당하는 일도 적지 않지만 주어진 일에 만족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복역한 살인범 스파르티가 이송되어 오면서 그의 충실한 삶에도 균열이 생긴다. 인터뷰 도중 파비오는 스파르티가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아차린다. 죄를 인정하지 않고 마약 밀매까지 하는 아버지를 교화시키기 위한 파비오의 온갖 노력은 자신의 혈육을 부인하고 거리를 두기 위한 공적인 제스쳐다. 그러나 아버지가 남긴 재산으로 가족들이 생활할 수 있었다는 말을 누나로부터 전해들은 뒤, 파비오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든다.
배우들을 보는 재미가 듬뿍한 영화 <나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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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동시대의 영화작가를 동시대에 만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영화제와 시네마테크가 부재하던 시기에 등장한 작가들의 경우에는 더 그랬고요. 여기, 그렇게 힘들게 만나는 작가의 리스트에 피터 왓킨스라는 이름을 올립니다. 연전에 전주영화제에서 <코뮌>이 상영된 적이 있지만, 그의 영화가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일 거예요. 누군가는 이제야 그를 접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넘어 분노를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왓킨스는 그 정도의 선배입니다. 하지만 화를 내지는 마시길. 그는 외국의 평단과 대중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던 인물이니까요. 오죽했으면 그가 ‘주변화(marginalization)’이라는 용어를 자신에게 특수하게 적용해 가면서 주류 언론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밀어냈다고 생각했으며, 자신의 글에 대한 사용을 다른 곳엔 허용하면서도 일체의 대중 매체에서 싣는 데는 제한을 두겠습니까(그래서 저는 왓킨스가 남긴 노트의 인용이 난무하는 이 글을 행여 그가 볼까봐 걱
영화사의 새로운 장을 목격하기를, 피터 왓킨스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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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의 멋진 세계>라는 제목은 아이러니다. 주인공 슈뢰더는 독일, 체코, 폴란드 3개국 접경지역에 대규모 리조트 계발 계획을 뒤쫓지만 그의 꿈은 허황되게 무너지고 진정 ‘멋진 세계’는 아주 사소한 현실 속에서 겨우 싹을 틔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전달하는 미카엘 쇼르 감독의 방식은 우울하거나 건조하지 않고 유쾌한 풍자의 형태를 띤다. 영화 속을 지배하는 유머와 넉살은 4월28일(토) 오후 2시 메가박스 4관에서 상영 후 열린 GV에서도 이어졌다. 마리아 역의 여배우 미카엘라 베할이 동석한 GV 자리에서 첫 질문이 선뜻 나오지 않자 감독은 불쑥 “첫 질문 던지기가 원래 좀 어렵죠?”라며 먼저 이야기를 시작해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쇼르 감독은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는다고 설명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려는 슈뢰더의 허황된 꿈에 대해서는 내 입장은 비판적이다. 그러나 그 꿈을 성취하는 데 실패하더라도 현실은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바뀔 수
‘멋진 세계’는 꿈보다 현실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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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로 코스타는 두 편의 영화를 들고 영화제를 찾았다. 그의 장편 신작 <행진하는 청춘>과 디지털 삼인 삼색 중 한 편인 <토끼 사냥꾼들>이다. 두 편의 영화로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두 영화는 힘없고 쓸쓸한 사람들, 그들의 삶의 질료성을 보존한다. 길거리 카페 모퉁이에 앉아 그와 대화를 나눴다. 애연가 페드로 코스타는 독한 담배를 손에 놓지 않으면서 그가 알고 있는 세상의 독한 진면과 그걸 담은 자신의 영화에 관해 천천히 그리고 재치 있게 말했다.
-영화는 많이 볼 건가?
=아니, 별로. 주변 산에나 한 번 구경 가고 싶다.
-<행진하는 청춘>에 나온 주인공 벤투라가 <토끼 사냥꾼들>에도 나온다.
=원래는 다른 배우였는데 그 사람이 촬영 전에 죽었다. 벤투라가 죽은 그 사람과 친구였다. 이 영화 이야기를 전에 들어 알고 있었고 다시 출연시키게 됐다.
-그러고 보면 당신의 영화 작업은 늘 연작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왜
<행진하는 청춘> <토끼 사냥꾼들> 감독 페드로 코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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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무셴의 일기> The Journals of Knud Rasmussen
감독 자카리아스 쿤눅, 노만 콘/캐나다/2006년/112분/인디비전
1922년 1월, 탐험가 라스무센 일행은 에스키모 부족의 샤먼 아바와 신기를 물려받은 딸 아팍을 찾는다. 그들은 식량을 찾아 떠도는 아바 가족과 함께 이동하던 중에 개신교도 부족을 만나게 되고, 종교와 전통을 둘러싸고 부족 내 갈등이 있음을 깨닫는다. 무속의 세계를 굳건히 옹호하던 아바는 결국 부족 구성원들의 눈총과 비난에 직면하고, 결국 자신을 신에게로 이끈 늙은 주술사들을 이글루에서 쫒아낸다. 북극의 설원을 무대로 미지의 신화를 펼쳐보였던 <아타나주아> 팀이 다시 에스키모인들을 찾아 써 내려간 두번째 여행기. <아타나주아>가 신화를 재연했다면, <라스무센의 일기>는 신화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감독 스스로 ‘은밀한 스릴러’라고 말할 정도로, 픽션과 다큐멘터리를
은밀한 스릴러 <라스무셴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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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영상학회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연계하여 2007년 봄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회는 “매체/이미지/텍스트”라는 주제로 29일 11시 메가박스8관에서 열린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문화가 영상 서사에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오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을 예정이며, 참석자는 동국대의 노헌균 교수, 서울디지털대의 강익모 교수, 광운대의 심은진 교수 등이다.
문학과 영상학회 2007 봄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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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1시 메가박스 2관에서는 특별한 상영이 준비되어 있다. 청소년들이 바라본 세상을 그들의 목소리로 풀어낸 영화로 만날 수 있는 Daum 특별전 '퍼져라, 대한민국 젊은 목소리 - Youth Voice'의 상영회가 바로 그것. 사전제작지원을 받은 170여 편의 작품 중 최종 선정된 작품들이 두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상영된다. 섹션1 ‘가능한 변화들’에서는 <가족愛 ‘30인용 식탁’>, <기나긴 여정>, <나와 인형놀이>가, 섹션2 ‘Now and Then’에서는 <자물쇠>, <서울의 달>, <숨은 가면 찾기>, <This Is Hardcore> 등 그들만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담아낸 일곱 편의 젊은 영화가 상영된다. 선착순으로 무료입장 가능한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것.
청소년 제작 영화, Daum 특별전 무료 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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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입국 예정이었던 줄리오 부르시 감독이 갑자기 일정을 취소했다. 줄리오 부르시는 시네마스케이프 다니엘 위에 추모전에서 상영되는 <나는 듣고 있다!>를 연출한 이탈리아 감독. 영화제 쪽에서도 “그가 어떤 이유에서 내한하지 않은 것인지 아직 구체적인 이유를 듣지 못한” 상태라 당황하고 있다. 이에 따라 30일에 열릴 예정이던 <나는 듣고 있다!> GV는 취소됐다. 같은 날 <유럽 2005년 10월 27일 + 그들의 이런 만남들 : 인간들… 신들 + 특별대담>의 GV도 줄리오 부르시의 불참에 따라 김성욱, 로마노 구엘피만 자리하게 됐다.
Cancelled visit: Giulio Bursi’s GV
Director Giulio Bursi who was expected enter the country on April 27th, suddenly cancelled his visit. Giulio Bursi is the Italian director
줄리오 부르시 감독 입국 일정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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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를 놓치면 영화제가 무슨 재미랴. 가장 많은 수의 관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29일은 GV 잔치라고 불러도 될 듯 하다. <천년여우 여우비>의 감독 이성강, <거지의 오페라>의 감독 이리 멘젤, <신동>의 감독 하기다우 코지, <디지털 삼인삼색 2007>의 세 감독 중 한 명인 유진 그린, <숏! 숏! 숏!>의 세 감독 김종관, 손원평, 함경록 등이 관객과의 대화에 나선다. 야외 상영작 <라디오 스타>의 배우인 안성기, 최정윤도 전주를 찾아 관객과 도킹한다. 영화제는 이날 <행진하는 청춘>의 감독 페드로 코스타와의 시네토크를, <공장을 떠나는 노동자들><인터뷰> 등의 상영 후에 감독 하룬 파로키의 특별강연을 마련했다. <화이트 발라드><저수지에서 건진 치타><기젤라><당나귀 발타자르><오프로드><태양의 이면><카닥
영화제 즐거움 더하는 GV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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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음식도 맛있지만 사람들도 맛있어요.” 환한 미소로 손님을 맞아주는 ‘이래면옥’. 8년 전 문을 열 때 있었던 식구들이 한결 같은 마음으로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맛과 친절이 계속 유지된다는 이곳의 대표 메뉴는 비빔냉면이다. 직접 손으로 반죽해서 뽑아낸 가느다란 면에 달짝지근한 양념이 버무러져 맛을 낸다. 새콤한 맛의 시원한 물냉면도 일품이지만 갈비탕에 만두를 넣어 만든 갈만탕도 인기 메뉴다. 냉면으로 부족하다면 평양식 만두를 함께 먹는 것도 추천한다. 청양고추와 마늘 등을 넣어 이 곳만의 비법으로 만든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입안 가득 푸짐한 맛이 감돈다. 정겨운 분위기의 인테리어도 입맛을 돋우는데 한 몫을 하는데, 가게 벽 곳곳에 걸려 있는 사진들은 모두 사진작가인 사장님의 작품이라고. 왱이집 근처 홍지서림 맞은 편에 있다. (문의: 063-288-6644)
손 맛 가득, 달짝지근 냉면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