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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하고 냉철한 김명민과 당찬 발랄함을 뽐내는 박솔미 조합을 상상했다면, 그 예상은 틀렸다. 제8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1시간 전, 대기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정반대 의미에서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은 채 곧은 자세로 인터뷰에 응하던 박솔미와 달리,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은 김명민은 시종 여유롭다. 박솔미가 사소한 질문에도 또박또박 성심껏 대답을 마치면 김명민은 ‘딱 제가 하고 싶었던 얘깁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해주시네요’라며 무임승차를 노린다.
대본을 연습할 때도 박솔미는 꼼꼼한 사전준비파고 김명민은 현장감각파다. “박솔미씨는 굉장히 성실하시다. 대본이 바뀔 때마다 어디가 어떻게 바뀐건지 다 알더라.” 대본을 딱 한번 읽고 온 그는 특유의 여유로 박솔미를 편안하게 해줬다고. “굉장히 유머러스하시다. 과묵하실 줄 알았는데, 개구장이 같달까.”(박솔미) 전날 열린 백상예술대상 시상에서 <하얀거탑>의 장준혁 역으로 TV 최우수연기자상을
개막식 사회를 맡은 김명민, 박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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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Hope
감독 일마즈 귀니/터키/1970년/100분/터키영화 특별전
어찌보면 <희망>은 터키에서 날아온 <자전거 도둑> 같다. 1970년대 초 근대화의 물결이 불어닥친 남부도시 아다나를 배경으로 생계수단을 잃은 한 중년 남자의 슬픈 기행이 펼쳐진다. 마차를 끌어 하루를 살아가는 하층민 자바르는 일곱 가족의 가장이다. 택시들이 대거 도시에 등장하면서 수입이 줄어들자 시름에 빠진 자바르에게 더 큰 불행이 닥친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애지중지하던 말이 자동차에 치여 죽고, 나머지 말마저 빚쟁이들의 손에 넘겨져 헐값에 팔린다. 고이 간직해 온 반지와 골동품 녹음기를 시장에 나서지만 새 말을 사기엔 푼돈일 따름이고, 동년배 사내 핫산의 꼬드김에 권총 들고 강도질까지 행하지만 그마저도 실패한다. 결국 용한 점쟁이의 말을 믿고 죽은 나무 아래 묻혀있다는 보물을 찾으로 길을 떠나는 자바르를 뒤쫓으면서, 영화는 ‘희망’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쉽사리 꺼내들
터키에서 날아온 <자전거 도둑>,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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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Aria
쓰보카와 다쿠시/일본/2006년/105분/인디비전
기억과 향수에 관한 영화 <아름다운 천연>으로 지난 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바 있던 쓰보카와 다쿠시의 신작. 아내를 잃고 홀로 살아가는 피아노 조율사 오타는 모든 일이 무기력하기만 하다. 그에게는 아내가 자신의 유해를 뿌려달라고 남겨 놓은 사진 한 장이 있지만 그곳이 어딘지는 모른다. 어느 날 오타는 떠돌이 인형사 쿠조 일행의 방문을 받게 된다. 아리아라는 인형으로 인형극을 하는 쿠조는 오타에게 자신과 비슷한 과거를 말해준다. 그에게도 아내가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늙은 인형사는 아내가 치던 피아노를 그리워 한다. 그런데 이 번에는 그 인형사가 세상을 뜬다. 오타는 얼떨결에 쿠조의 조수와 그리고 갑자기 쿠조의 딸이라며 나타난 카고와 함께 쿠조의 아내가 쓰던 피아노를 찾으로 나선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조용한 소동으로 전개될 것 같던 영화는 마을을 벗어나 길을 따라
행복을 찾아 가는 로드무비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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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프로젝트>
김계중/ 한국/ 2007년/ 62분/ 한국영화의 흐름
당혹스러워 말 것. 스크린에 아무것도 뜨지 않고 내레이션만 흐른다고 해서 영사사고라고 여기면 곤란하다. “한치의 거짓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말로 운을 떼는 <대일 프로젝트>는 독특한 메이킹 다큐멘터리처럼 보인다. 김계중 감독은 강의하다 알게 된 김대일이라는 학생을 자신의 영화 주인공으로 삼기로 한다. 하지만 그의 손엔 시놉시스조차 없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하는 배우 김대일에게 감독 김계중은 도대체 무엇이 당신을 답답하게 만드냐며, 영화는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감독은 배우가 이메일로 보내온 짤막한 출연 승낙 의사를 꼬치꼬치 따져묻고, 배우와 나눈 몇번의 인터뷰를 들려주고, 배우가 연출한 단편영화를 제시하고, 배우가 막막함을 뚫고 나갈 몇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대일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건 이게 전부다. 영화는 ‘무엇’이 만들어졌는지
‘무엇인가’를 만드는 과정 <대일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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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땅> Hills of Disorder
안드레아 토나치/브라질/2006년/135분/시네마스케이프
문명은 불가역적이다. 지식을 얻는 건 인류의 의지지만, 행여 그 지식이 의도치 않은 파국을 낳는다 해도 무지로의 회귀는 불가능하다. 브라질에 이주한 이탈리아인 감독 안드레아 토나치는 타의로 문명을 맛본 인디언 카라피루의 이야기를 통해 문명의 치명적인 불가역성을 경고한다. <혼돈의 땅>의 ’문명인’들은 끊임없이 밀림을 파헤치고 인디언을 도시에 포섭한다. 인류학자는 학문의 발전을, 정치인과 사업가들은 국가의 발전을 위해 움직이지만, 그 부작용을 책임지는 건 과연 누구일까.
영화는 카라피루와 인디언 종족이 사는 아마존 밀림의 일상으로 문을 연다. 멧돼지, 원숭이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나체의 인디언들을 자연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한 서두가 ’문명’의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밀림의 평화는 총을 든 도시인들의 원주민 사냥으로 파괴된다. 혼자 살아남은 카라피루
브라질이 겪고 있는 격변의 함의 <혼돈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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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라이프> Still Life
지아장커/중국/2006년/108분/시네마스케이프
2006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중국 작가 영화의 현재를 대변하는 지아 장커의 신작. 한 남자가 싼샤라는 지역으로 16년 만에 아내와 딸을 찾아온다. 그러나 그는 쉽게 그들을 만나지 못하고 하루하루 위험한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 때 한 여자도 이곳에 도착하여 남편에게 이혼 통보를 한다. 그들의 관계는 이제 끝이 났다. 물과 안개로 가득하여 마치 한 폭의 옛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아름다운 산수가 <스틸 라이프>에는 펼쳐진다. 하지만 외지에서 들어와 지금 싼샤의 풍경안에 속해진 이 두 주인공을 비롯하여 이 곳 사람들의 삶은 고달프기 한이 없다. 댐 건설 추진으로 마을은 통째로 없어지고 그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 공사에 동원된 하층 노동자들은 매일 같이 목숨을 잃어 간다.
마치 민속화의 한 폭처럼 싼샤 주민들의 얼굴을 보여주며 영화
지아 장커 감독의 신작 <스틸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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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독립단편영화라는 용어는 어딘지 이중적인 느낌으로 들려온다. 한편으론 젊은 창작자들의 다양한 실험과 상상력의 무장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상업적 공간 속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여러 제한들이 전면적으로 노출되는 장이기도 한 것이다. 올해로 제 7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정한 비평가 주간의 영화들은 한편으로는 그러한 고민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작품들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 나름의 방식으로 그들의 문제점들을 돌파하는데 성공한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논쟁의 여지는 많다. 올해 비평가주간에 1차 예심으로 들어온 작품들은 총 500여 편에 달했다. 그러나 고백하자면, 이 영화들 속에서 예심위원들 전원의 지지를 받을 만큼 탁월한 성취로 우리를 기쁘게 한 작품은 없었다. 그러니까 한국의 독립단편들은 그 가능성과 더불어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많은 한계들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디지털이 영화의 제작편수를 급격히 증가시켰을지언정 그와 동시에 필름이 지녔던
삶의 다단함을 위로하는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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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되겠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시나리오 단계에서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전주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오프로드>를 연출한 한승룡 감독의 말이다. <오프로드>는 영화진흥위원회와 전라북도가 공동 지원하고 NCN(New Cinema Network)이 함께 기획한 2005년 저예산영화 제작지원 사업 선정작 중 한 편이다. 10편 중 1편으로 책정되어 있는 전라북도 쿼터 선정작이다. “처음에는 걱정들을 했지만 지금은 ‘전라북도 영화 제1호’가 완성 됐다는 것에 가능성을 두고 기대들을 많이 한다”고 한승룡 감독은 전한다. 지역 영화에 대한 인식 전환과 지역 내 인력 인프라 구축의 선례 만들기가 이 영화의 목표였다. 그래서 전주지역 출신의 인력을 적극 가동하고 각 파트 막내들을 전주영화제 학생들로 배치하기도 했다. 촬영도 한 장면을 제외하면 모두 전북 내에서 하면서 많은 효과를 얻었다. “가령 각 파트 막내들을 전주
[인터뷰] 개막작 <오프로드> 감독 한승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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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맛집, 성미당
전주에 왔으면 비빔밥부터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가. 그렇다면 2대에 걸쳐 42년째 비빔밥을 만들고 있는 ‘성미당’을 찾아보길 권한다. 전주에서 비빔밥으로 유명한 집들은 여러 곳 있지만, 성미당의 비빔밥이 유명한 이유는 특별하다. 두 번을 비벼먹는 비빔밥이기 때문이다. 사골물로 지어낸 꼬들한 밥에 콩나물과 고추장, 참기름을 넣고 약한 불에서 먼저 비빈 후, 육회와 황포묵 등 계절에 따른 여러 가지 나물과 고명을 얹어내 손님의 입맛에 맞게 다시 한번 비빈다. 뿐만 아니라 비빔밥의 맛을 결정하는 고추장과 참기름은 직접 담궈 더욱 고소하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보양식이 필요한 여름이 되면 ‘40년 전통 삼계탕’도 인기 메뉴. 일교차가 큰 요즈음, 더운 낮의 열기를 이기기 위해 삼계탕을 먹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객사 맞은편, 중앙동 우체국 앞 골목으로 가면 그 맛을 볼 수 있다. (063-287-8800~1)
[오늘의 맛집] 두번 비벼먹으니, 밥 맛도 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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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보다 예매율이 좋아졌다”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전언대로, 올해 JIFF를 찾은 관객들의 발걸음은 예전과 비교해 더욱 바쁠 듯 하다. 4월26일 낮 12시 현재 인터넷 예매가 동이 난 상영작은 모두 62편으로, 작년 이맘 때와 비교해 약 20여편 더 많은 영화들이 매진을 기록했다. 경쟁부문인 인디비전을 포함해 특별전까지 매진작이 고루 분포되어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영화제 쪽은 <작은 마을><파리에서><파산의 기술><한국 단편의 선택1><한국 단편의 선택4> 등도 곧 매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매를 놓친 관객들은 전체좌석의 약 15% 정도를 내놓는 현장판매를 이용해야 한다.
매진 작품 예년보다 20여편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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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뿌리 삼아 새로운 창조의 도시가 되겠습니다. 영화를 통해 더 큰 미래를 열어가는 도시가 되겠습니다” 4월26일 저녁 7시, 전주국제영화제가 여덟번째 개막 축포를 쏘아올렸다. 한국 소리문화의 전당 내 모악당에서 열린 개막식은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취재진과 관객들로 북적거렸다.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송하진 전주시장은 전통 한복 차림으로 2천여명의 관객들과 게스트들 앞에서 여덟돌을 맞은 온고을 축제의 개막을 선언했다.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개막인사를 통해 “관객 감동 영화제를 만들기 위해 스탭들이 판타스틱한 영화들과 엘레강스한 무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빅 마마, 비보이 코리아의 축하공연으로 흥을 돋우고, 이리 멘젤, 이윤기 등의 심사위원 소개 등으로 이어진 개막식은 사회를 맡은 김명민, 박솔미 두 배우의 능숙한 진행 덕에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됐다. 인디비전 심사위원인 노엘 베라는 필리핀 말로 전주국제영화제와 독립영화의 ‘만수무강’을 기원했다. 이태성과 함께 영화제 홍보대사를
여덟번째 영화 축제,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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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씨가 진행하는 [시네마 자키]
이번 편은 "숨은 힌트 찾기"
영화속에 숨은 힌트를 찾아 보는 시간!
동영상을 보시려면 버튼을 눌러주세요.
[시네마 자키] 숨은 힌트 찾기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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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개봉작을 소개하는 [개봉작 NEW]
이번 회에는 지난 4월 19일에 개봉한 입니다.
아버지를 위한 복수의 길을 떠난 사무라이 소자(오카다 준이치)는 원수가 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에도의 한 마을에 정착한다. 그러나 복수보다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꼬마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더 재미나는 소자, 게다가 이웃집에 살고 있는 여인 오사에(미야자와 리에)가 그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원수 카나자와(아사노 타다노부)를 찾아낸 소자, 그러나 새로운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그의 모습에 복수를 해야겠다는 소자의 결심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은 자네의 실력으로 복수는 어림도 없다며 그를 말리고…과연 소자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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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작 NEW]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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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개봉작을 소개하는 [개봉작 NEW]
이번 회에는 지난 4월 19일에 개봉한 입니다.
야바위 판 바람잡이를 하던 중 벌어진 싸움으로 철창신세를 지게 된 우종대. 어느 날, ‘선영’이라는 여자가 난데 없이 종대에게 7살 된 아이가 있다는 소식을 가져온다. 종대는 아이와 몇 달간만 살아줄 것을 요구하는 그녀의 제안을 완강하게 거부하지만, 유치장에서 빼내주는데다 돈까지 주겠다는 말에 결국 묘한 동거를 수락한다. 아빠를 만난 기쁨에 하루 종일 졸졸 쫓아다니는 준이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지만, 종대 인생에서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사랑을 주는 준에게 종대는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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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작 NEW] 눈부신 날에